장어덮밥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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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6, 2019 14:49에 작성됨.

아이커뮤의 프로듀서님 여러분 안녕하세요. Weissmann입니다.


 7월이 되면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느낌이네요. 한낮의 더위는 한층 불볕같고 녹음은 한층 짙어졌습니다. 다들 무더위 잘 피하고 계시는지요. 


 최근 편의점에서 장어덮밥을 출시하였다고 요란스레 광고를 하길래, 오랜만에 사치라도 부릴 요량으로 올해 첫 장어 도시락을 먹어보았습니다. 


 계란 지단과 김가루, 특유의 왜간장 소스 그리고 바다 장어 한 마리. 달착지근한 간장의 향미 가득한 밥과 조미된 장어의 식감에 쓰고 시원한 녹차 한 모금. 매미소리에 목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으니 어느새 빈 그릇. 여름이면 개시하는 일식 전문점의 비싼 장어 요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바쁜 일상에 속 편의점 도시락과 페트병 녹차도 훌륭한 정식이랍니다.


예의 여름하면 삼계탕이 떠오르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엔 세계 각국의 특색있는 보양식들이 많이 소개되어 선택의 폭이 늘어났군요. 이열치열이라는 옛말도 틀리진 않지만 가끔은 이국의 풍습을 체험하며 색다름을 느끼고 싶기도 하네요. (장어 덮밥은 이미 너무나 대중적인 보양식이 된 감이 있지만요.)


 그러고보면 바다장어는 아직 정확한 생활사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미스테리한 생물로 유명하다던가요. 수 많은 신비에 싸인 생물을 요리하여 먹는다고 생각하니 문득 묘한 기분도 드는군요.  생각해보면 베일에 싸인 비밀을 간직한 식재료가 비단, 장어만은 아닐테니 그리 놀랄일도 아닐지도요.


 지난해 일본에서 '장어 없는 장어 덮밥'이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매년 이 때면 무수히 많은 장어들이 도시락이 되네요. 한 종에겐 식도락의 풍물시가 다른 종에겐 제노사이드(...)의 계절이라니. 먹이사슬은 이 별에서 살아가는 순리지만 관점에 따라선 참 오싹합니다. 장어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인 걸까요.


 한 마리의 장어의 희생 덕분에 올 여름 육지의 자그마한 인간이 여름을 나게 되었군요. 이번 여름도 장어의 몫까지 힘을 내서 살아가야겠습니다. 나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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