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 보였나봐요

댓글: 19 / 조회: 1506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3-02, 2014 20:25에 작성됨.

오늘 정오 빵을 사러 잠바와 추리닝 바지 차림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루반도르라는 빵 집에 빵이 참 맛있거든요.

머리를 감고 나갔어야 하는데, 찬 물이 나와서 귀찮다는 생각에 오늘 하루만 머리 감지 말지 뭐. 라는 생각이 오늘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가는 중 S-OIL주유소에 공짜 자판기에 들렸죠 핫쵸코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어떤 남성분이 먼저 뽑고 있길래 순서를 기다렸죠.

그런데, 그 남자가 저를 엄청 처다보는 겁니다. 계속이요 조금 비웃는 태도로. 

'뭐지? 게이인가?'

처음엔 정말로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말을 걸더군요 

"뽑아 먹으려고?"

그래서 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예라는 말을 했죠. 

그는 갑자기 자판기에서 자기의 검은콩 차를 꺼내더니 저에게 주더군요. 나머지는 다 떨어지고 이것 밖에 안 나온다면서요. 안 받으면 또 뭔가 이상해 질 것 같아서 받고 엄청 빠름 걸음으로 빠져나왔죠. 계속 말 걸것 같아. 귀찮고 귀찮았습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따라오더군요 망할!

"어디사노?"
"이 근처 삽니다."

"몇살이고?"
"23입니다."

"군대는"
"면제입니다."

단답형으로 답하고 대충 빠져 나오려는데 자기랑 어디 같이 가제요. 

"저기 가면 밥 공짜로 나눠준다 오늘은 국밥이다. 배고프면 먹으러 가자."

그제서야 이해 했습니다. 이 사람은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분이시고. 저는 그 사람에게 동류로 오해받아 친근히 이야기 걸렸다는 거군요. 아하. 

저는 그 제안을 아주 정중히 거절하고. 신호등을 건너 그의 눈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뭐랄까.. 제가 가난해 보였나봐요.


그리고 찾아간 빵집은 첫째주 일요일 정기 휴일 

하하하 씨.. 아니 망할.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