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에 그런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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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6, 2019 00:21에 작성됨.

바트가 미식축구를 하는 내용이었는데 갑자기 리사가 끼어들더니


"왜요? 여자는 미식축구 못 해요? 나도 할 수 있어요!"

"잘 됐구나. 우리 팀은 이미 여자애들도 뛰고 있단다."

"어... 사실 미식축구는 별로예요. 불쌍한 소들의 가죽을 쓰잖아요."

"우린 그래서 인조가죽을 쓴단다."

"......"


이러는 겁니다.


4컷으로도 요약 가능할 만큼 간단하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죠.

입으로 정치적 올바름과 환경보호 운동 등을 외치는 이들을 풍자한 겁니다.

제가 이 에피소드를 투니버스에서 본 지가 10년은 된 거 같은데

PC도 환경보호 운동도 미국에선 벌써부터 있었으니 일찌감치 저 내용이 나온 거겠죠.


리사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채식주의 한답시고 마당에서 고기 파티 하는데 호머가  굽던 통바베큐를 버린 것이죠.

어그로 단단히 끌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지만 같은 채식주의자인 인도 사람 아푸가 구해줍니다.


거기서도 이런 대화를 해요.


"채소랑 치즈만 먹고도 충분히 살 수 있는데 왜 고기를 먹으려 할까요?"

"뭐? 치즈? 웁스......"


아푸는 치즈는 물론이고 동물성 식품 자체를 안 먹는 비건이었습니다.

치즈 얘기 꺼낸 순간 리사는 아푸에게 그냥 털리는 거예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푸는 비건이지만 남에게 강요는 안 하거든요.

애초에 리사는 아푸가 직접 말하기 전까지 그가 비건인 줄도 몰랐습니다.


하나 더 말해 볼까요.


인외마경 스프링필드의 시장이 도주(아마 비리 때문이었던 걸로 기억)하면서

시내 행정을 운영할 사람이 없어지자 특별법에 따라 시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권력을 쥐게 됩니다.

스프링필드의 머리 좋다는 인물들이 소수 정예로 모이는데 이 중에 리사도 껴요.


늘 그렇듯 처음엔 괜찮았어요. 하지만 금방 개판됩니다.

의견 차이가 생기니까 서로 자기 IQ가 더 높다면서 내 말이 옳다고 싸우는데

스티븐 호킹이 나타나서는 "그런 논리면 네들 다 내 말을 따라야지"

하고 상황을 정리해 버립니다.


똑똑이들의 횡포에 질린 시민들이 분노하는 와중에

호킹 박사가 리사를 구해내고 "머리가 좋다해서 그 사람이 다 옳은 건 아니야"

라는 교훈을 준 뒤, 박사가 호머와 술 한 잔 하면서 이야기는 끝납니다.


아까도 말했듯 이것들 모두 제가 거의 10년 전에 본 이야기 입니다.

문득 이 이야기들을 떠올린 저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하지만, 바뀌지 않는 것도 있음을 알게 됐죠.


사회적 올바름을 부르짖지만 실제 올바름보다는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더 중요시하는 헛똑똑이들의 존재죠.


심슨 캐릭터들이 다 그렇듯 리사가 겉으로는 가족들에 비해 정상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에피소드들은 위에서 보듯 자주 나옵니다.

주로 스스로의 지적, 도덕성 우월성에 취해 환경/사회 운동 한답시고 일 터뜨리는 거죠.


그래도 리사는 아직 어리고 실수를 바로 잡아주면 알아듣습니다.

문제는 현실의 인간들이죠.


요새 사회적으로 페미니즘이니 뭐니 소수자 권리 보장이니 이야기가 많습니다.

사실 좋은 일이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배려와 존중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속 있는 조치가 아닌 모양새에만 집중해 봤자 변하는 것은 없어요.

남들에게 불쾌감만 주고 실제 약자들을 이용해 먹을 뿐이죠.


NL / BL /GL, 오덕계에선 익숙하게 쓰이는 용어들 입니다.

그런데 요새 트위터에선 헤테로 라는 용어가 쓰입니다. 이성애자를 뜻하죠.


원래 이성애 커플을 뜻한 NL이 노멀 러브의 줄임말이니까

'왜 이성애가 노멀이냐' 는 물음에서 이런 말을 쓰는 거겠죠.


솔직히 한심합니다. 왜 한심하느냐면, 저런 용어를 쓰는 의도가 뻔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저 용어가 진심으로 동성애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진지한 담론을 통해 나왔을까요?

그럼 왜 노멀만 헤테로로 바꾸고 GL과 BL은 그대로 씁니까?

애초에 오덕판에서 흥미거리로서 동성애를 소비하는 주제에

배려와 존중한답시고 용어만 쏙 바꿔서 써먹는 태도가 잘못 됐습니다.


SNS로 사회운동 하기 참 쉽죠. 대충 올라오는 글에 마음 찍고 알티하고

공감하는 글 트윗하면 여기저기서 빨아주니까.


내가 이렇게 올바른 용어를 쓴다는 만족감이 꽉꽉 채워집니다.

머리도 돈도 안 쓰고 얼마나 좋아요. 가성비 갑입니다.

이런 세력들에 대한 반감으로 실제 사회의 변화는 더디겠지만요.


여러분, 세상을 바꾸는 건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시간과 예산을 들여 행동해도 실패하기 십상이에요.

그런데 요새는 그런 거 없이 남들이 공들여 깔아놓은 판에 숟가락만 얹거나

당사자의 의사는 생각도 않고 말로만 돕겠답시고 설치는 이들이 너무 많아요.


휠체어에 탄 사람을 돕고 싶다면, 휠체어를 내가 밀어줘도 되는지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예요.

장애인 주차장이나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 땐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하고요.


사람은 우월함에 취했을 때 실수하기 십상입니다.

내가 더 똑똑하니까, 내가 더 착하니까, 당연히 내 말이 옳아.

아주 오만한 생각이에요.


내가 정말로 착한 사람이라면 착한 행동을 함으로서 증명해야 하는데

수치화 할 수 없는 가치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겠답시고

겉모습만 중요시 해서 정치적 올바름이니 환경보호니 해봤자

나 혼자만의 만족이고, 세상은 변하지 않음을 우리는 리사에게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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