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가도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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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0, 2019 01:08에 작성됨.


고등학교 때 전 평소에 야자를 빼먹지 않는 편이었어요. 공부를 좀 한다는 애들은 학원을 가거나 논다는 애들은 PC방을 가거나 했을 때 전 학교에 남아 있는 편이었습니다. 공부에 그렇게 열정을 들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명색이 고등학생이니 놀기에도 좀 찝찝했던 저는 학교에 밤까지 남는것 말고는 할 게 없었어요.


그렇게 지내다가 저도 말로만 듣던 고3이 됐어요. 한 5월쯤이었습니다. 학교 근처에 있는 대학교에 축제가 있어서 애들이 야자를 많이 쨌었어요, 저녁에 남은 애들이 한 평소의 1/2쯤이나 있었을려나요. 거기에 여자친구가 온다고 했나, 산이가 온다고 했나. 하여튼 걸그룹이랑 래퍼가 온다고 했는데 거기 전 영 관심이 없었어요. 전 우리나라 가수는 옛날 가수가 더 좋았거든요.


고3 나름의 특권이라고 봐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그 때 전 저녁에 나오는 급식을 마음껏 퍼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 때 살이 한 20킬로는 쪘던 것 같아요. 그렇게 그 날도 마음껏 밥을 퍼먹어서 잠이 오려고 하는 걸 어찌저찌 참고 있는데, 한 8시 쯤에 그 축제를 하는 대학교에서 질풍가도가 들려오던 거에요.


질풍가도가 시작되기 전에도 대학교 쪽에서 무슨 노래인지도 모를 시끄러운 노래가 들려오긴 했었어요. 그런데 관심이 없으니까 들리지가 않더라고요. 그런데, 질풍가도가 들리니까 온 관심이 다 그쪽으로 쏠렸어요. 원 가수분이 온건지 노래실력이 참 좋더라고요. 사람들은 다 떼창했고요, 그 노래가 너무 좋았어요.


내가 이렇게 책을 펴고 생각에 잠겨있을 적에 여기에 없는 애들은 저기에 있겠구나. 다른 애들이 다 저기서 신나게 놀고 있을 때 난 여기 앉아있구나. 노래가 끝나도 딴생각을 멈출수가 없었어요. 야자시간은 그렇게 끝났고요. 생각해보니 그 날 책에 줄 하나라도 쳤나, 영어 단어라도 외웠나. 둘 다 아니었어요. 공친거죠.


그래도 어차피 딴 생각을 할 거라면 가서 놀지 말고 딴 생각을 하더라도 앉아는 있는게 낫다고 생각을 해서 야자에는 계속 참석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가지고, 적어도 의자에 앉아는 있었어가지고 그 다음에 있었던 모의고사에서 영어랑 국어에서 1등급을 맞았던 것 같아요. 수능은 말아먹은게 함정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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