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 위암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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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4, 2018 20:36에 작성됨.

외할아버지가 위암에 걸리셨어요. 간병간호사가 있는 병동에 입원하기로 했었는데. 어제부터 오늘까지는 자리가 없어서 제가 보호자 역할로 병원에서 지냈어요. 말만 보호자지 하는게 없었지만요.


어제 가기 전에 병원가서 밥 먹을 돈이라고 엄마가 용돈을 주셨는데 큰이모는 그걸 보고 돈때문에 가냐고 그랬어요. 농담이었지만 그 말이 참 미웠어요. 출발하기 전에 집에서 엄마가 우셨거든요.


가고 시간이 지나서 저녁때 쯤 되니까 의사선생님이 와서 내일 할 수술은 복강경 수술이고 위공장문합술이다 하면서 설명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수술 동의서도 싸인하셨고요. 밤이 됐는데 주말이라 식당이 다 문을 빨리 닫은거에요.


그래서 저녁을 굶고 계속 할아버지 옆에 있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자리를 떠나요. 배는 고프고 잘 만한 곳도 좁고 간호사분들이 밤에 병실 환자들 체크하러 오느라 주변에선 소음도 나고 약한 멘탈은 갈려나가고 해서 잠을 4시까지 못 잤어요.


식욕을 못이기고 탈주해서 3시쯤에 편의점에서 라면 한사발 사서 먹어가지고 4시쯤에 잔 거지  굶었으면 못 잤을 거에요. 8시쯤에 일어나서 수술 준비 하고 할아버지 짐들은 간병 간호사가 있는 병동으로 옮기고 밥도 먹고 수술 후 여러가지 일 때문에 5시까지 못 잤어요.


병원에 가니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시설은 큰 병원이라 제가 사는 동네 병원하고는 많이 차별화되어있었고요. 지하 1층에선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이 슬로건이 적힌 조끼를 입고 행진을 했고요.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수액을 단 채 돌아다니는 여자애도 있었어요. 보면서 안나도 떠오르고 카렌도 떠오르고 아련했어요.


옆 병실엔 러시아 환자분이 있었는데 직접 보진 못했고 병실 명단표만 보고 알았어요. 엘리베이터에 가니 누군가가 문병을 오러 온건지 러시아어 통역사분이 계시더라고요. 머리칼 색깔이 다른 분이 빵 모자를 쓰고 계셨어요. 뒷모습밖에는 못 봤지만요.


수술이 끝나고 할아버지가 올라오셨는데 말씀도 제대로 못 하시더라고요.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한 시간은 넘게 계셨고요. 간병 간호사가 있는 병동이라 병실에 보호자가 있을 자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방황하다 6시에 겨우 의자랑 텔레비전이 있는 휴게실에 가서 사운드가든 노래를 들으면서 잠을 잤어요.


이제 집에 가는데 그 칼날같은 추위가 반가울 줄은 몰랐어요. 바깥공기를 이틀만에 마셔보는 거라서 공기가 신선하단 말이 실감이 났다고 해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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