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만화[소녀전선]의 팬픽에서 인물들만 바꿔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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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8, 2018 15:58에 작성됨.

참고 : 리베롤 - 병약소녀,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인형인데도 몸이 약하다는 아이러니와 그로 인한 갈등을 당 팬픽에서는 주 소재로 삼고 있다.



창밖에서 해가 어슴푸레 떠올랐다. 조금 열어둔 방문 틈으로 들어온 쓰라린 바람이 유리 조각처럼 살갗에 파고들었다. 나는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에서 끼익 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나는 좀도둑처럼 침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침대엔 세상모르고 편히 잠든 리베롤이 있었다. 그녀가 몸을 반 바퀴 돌렸지만 평온한 표정은 그대로였다. 베개 위에 얹은 가련하면서 고운 두 손이 먼지가 둥둥 떠다니는 부연 햇살을 따라 꼼지락거렸다.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던 얼굴엔 생기가 돌아와 있었다.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발그스레한 양쪽 볼이 눈에 들어왔다. 수납장의 꽃병에 꽂아둔 샛노란 수선화는 아직 생생해 보였다. 지금까지 가져온 꽃만으로 화단 한 곳은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꽃병 옆에는 앙증맞은 미니어처 크리스마스트리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인형들이 리베롤의 쾌유를 기원하며 보낸 선물이었다.

 

창밖에서 해가 어슴푸레 떠올랐다. 조금 열어둔 방문 틈으로 들어온 쓰라린 바람이 유리 조각처럼 살갗에 파고들었다. 나는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에서 끼익 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나는 좀도둑처럼 침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침대엔 세상모르고 편히 잠든 카렌이 있었다. 그녀가 몸을 반 바퀴 돌렸지만 평온한 표정은 그대로였다. 베개 위에 얹은 가련하면서 고운 두 손이 먼지가 둥둥 떠다니는 부연 햇살을 따라 꼼지락거렸다.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던 얼굴엔 생기가 돌아와 있었다.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발그스레한 양쪽 볼이 눈에 들어왔다. 수납장의 꽃병에 꽂아둔 샛노란 수선화는 아직 생생해 보였다. 지금까지 가져온 꽃만으로 화단 한 곳은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꽃병 옆에는 앙증맞은 미니어처 크리스마스트리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동료들이 카렌의 쾌유를 기원하며 보낸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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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정문 앞에 승합차가 멈춰 섰다. 산타처럼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운전사가 똑같은 농담을 해줬을 땐 하마터면 속이 뒤집어질 뻔했었다. 그가 서류를 주고 나서 뒷좌석에서 리베롤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맨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얇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엉덩이 밑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이 손목에 연결된 수혈 팩과 함께 흔들렸다. 눈보라처럼 하얗고 가느다란 머리카락이었다. 그녀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내 쪽을 돌아보았다. 부잣집의 가정용 인형들처럼 깨끗하고 고운 얼굴이었다. 전투는커녕 손에 흙 한 번 묻혀본 적 없을 것 같은 가녀린 인형. 그게 리베롤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문 앞에 승합차가 멈춰 섰다. 산타처럼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운전사가 똑같은 농담을 해줬을 땐 하마터면 속이 뒤집어질 뻔했었다. 그가 서류를 주고 나서 뒷좌석에서 카렌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맨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얇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어깨 선에서 잘린 머리카락이 손목에 연결된 수혈 팩과 함께 흔들렸다. 석양처럼 절절하고 덧없는 머리카락이었다. 그녀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내 쪽을 돌아보았다. 모모카를 따라 참석했던 파티에서 본 상류층 사람들처럼 깨끗하고 고운 얼굴이었다. 활발한 활동은커녕 햇빛 한 번 제대로 쬐어본 적 없을 것 같은 가녀린 소녀. 그게 카렌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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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못 미더워 보여서 한 질문은 아니었다. 그리폰의 지휘관으로 일하다 보면 인형들의 겉모습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걸 금세 깨달을 수 있다. 엔지니어들의 불평대로 그것들은 장식에 불과했다. 나는 그 시절에도 리베롤보다 몸이 작은 인형들이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을 누비고 다니는 걸 수도 없이 봐왔었다. 하지만 리베롤이 거쳐온 곳은 내가 그런 질문을 하게 할 만큼 가혹한 곳이었다. 적어도 이전번의 배치는 잘못된 게 분명했다. 그녀의 이전 지휘관이 남겨놓은 듯한 메모가 내 추측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선명한 빨간색 펜으로 전투 임무에 부적합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서류를 몇 장이나 넘겨봐도 칭찬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내게 짐을 떠넘긴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못 미더워 보여서 한 질문은 아니었다. 프로듀서로 일하다 보면 아이돌들의 겉모습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걸 금세 깨달을 수 있다. 사무원의 불평대로 그것들은 장식에 불과했다. 나는 그 시절에도 카렌보다 몸이 작은 어린 아이돌들이 어린아이가 춤추기에는 한없이 넓은 스테이지를 누비고 다니는 걸 수도 없이 봐왔었다. 하지만 그녀가 거쳐온 삶은 내가 그런 질문을 하게 할 만큼 가혹한 것이었다. 적어도 일상생활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그녀의 담당의가 남겨놓은 듯한 메모가 내 추측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선명한 빨간색 펜으로 일상생활에 부적합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서류를 몇 장이나 넘겨봐도 긍정적인 소견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내게 짐을 떠넘긴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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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베롤이 바라던 대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녀를 지도해주었다. 그녀에게 배정된 숙소가 있기는 했지만, 병실에 틀어박혀 있는 날이 훨씬 더 많았다. 어쩌다 몸이 괜찮아져서 숙소를 방문하면 나뿐만 아니라 인형들도 놀라워했다. 인형들은 그녀를 차별하거나 특별하게 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엔 우리의 일상적인 호의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것만 봐도 그녀가 받았을 냉대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다른 인형들과 똑같이 그녀에게 평범한 인사만을 건네주었다. 난처한 반응과 거의 속삭이듯이 들리던 작은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바뀌어 갔다.

    

그녀를 온실 속의 화초로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나는 엔지니어들의 허락하에 그녀의 손에 총을 쥐여주었다. 실내 훈련이라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큰 오산이었다. 리베롤은 훈련을 끝마치자마자 포대 자루처럼 쓰러졌었다. 무릎을 꿇은 채 피를 토하던 그녀를 보고 모두 얼마나 당황했는지. 내가 허둥대는 동안 그녀는 내게 자주 있는 일이라고 둘러댔다. 설득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그녀를 업고 한걸음에 병실까지 달려갔다. 등에 맞닿은 그녀의 뺨이 가죽처럼 느껴졌다. 얇은 옷을 넘어 전해지던 그녀의 체온이 감기 환자의 숨결처럼 뜨거웠다.

 

나는 지금으로선 자체 결함은 고칠 수 없다는 엔지니어들의 설명을 그녀와 함께 들어야 했다. 체념으로 가득 찬 그녀의 얼굴에 대고 격려의 말들은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그 뒤로도 그녀가 몇 시간씩 활동하고 나면 이틀에서 사흘은 내리 누워 있어야 했다.

 

나는 카렌이 바라던 대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녀를 지도해주었다. 그녀에게 배정된 숙소가 있기는 했지만, 병실에 틀어박혀 있는 날이 훨씬 더 많았다. 어쩌다 몸이 괜찮아져서 숙소를 방문하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도 놀라워했다. 그녀들은 그녀를 차별하거나 특별하게 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엔 우리의 일상적인 호의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것만 봐도 그녀가 받았을 아픔과 상처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다른 아이돌들과 똑같이 그녀에게 평범한 인사만을 건네주었다. 난처한 반응과 거의 속삭이듯이 들리던 작은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바뀌어 갔다.

    

그녀를 온실 속의 화초로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나는 담당의의 허락하에 그녀의 몸에 레슨을 부과하였다. 아직 가벼운 트레이닝 단계라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큰 오산이었다. 카렌은 레슨을 끝마치자마자 포대 자루처럼 쓰러졌었다. 무릎을 꿇은 채 피를 토하던 그녀를 보고 모두 얼마나 당황했는지. 내가 허둥대는 동안 그녀는 내게 자주 있는 일이라고 둘러댔다. 설득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그녀를 업고 한걸음에 병실까지 달려갔다. 등에 맞닿은 그녀의 뺨이 가죽처럼 느껴졌다. 얇은 옷을 넘어 전해지던 그녀의 체온이 감기 환자의 숨결처럼 뜨거웠다.

 

나는 지금으로선 병약한 몸은 고칠 수 없다는 담당의의 설명을 그녀와 함께 들어야 했다. 체념으로 가득 찬 그녀의 얼굴에 대고 격려의 말들은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그 뒤로도 그녀가 몇 시간씩 활동하고 나면 이틀에서 사흘은 내리 누워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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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그녀가 부슬비가 내리는 날에 화단을 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다. 아침 훈련 성적이 시원치 않게 나왔을 때였다. 나는 날씨나 훈련 결과보다 수심에 찬 그녀의 얼굴이 더 마음에 걸렸었다. 이전과 같은 질문은 소용없을 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에게 지금 생활이 만족스럽냐고 물어보았다. 그녀가 원한다면 전투 임무에서는 완전히 빼줄 생각이었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그때부터 그녀의 뜻을 존중해주기로 마음먹었다.

 

한 번은 그녀가 부슬비가 내리는 날에 화단을 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다. 아침 레슨 성적이 시원치 않게 나왔을 때였다. 나는 날씨나 레슨 결과보다 수심에 찬 그녀의 얼굴이 더 마음에 걸렸었다. 이전과 같은 질문은 소용없을 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에게 지금 생활이 만족스럽냐고 물어보았다. 그녀가 원한다면 아이돌 활동에서는 완전히 물러나게 해줄 생각이었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그때부터 그녀의 뜻을 존중해주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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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작전에서도 큰 문제는 없었다. 그녀는 여린 달빛을 머금은 어둠 속을 능숙하게 누비고 다녔다. 단지 그놈의 후유증이 골칫거리였다. 같이 투입된 제대원들이 바로 숙소로 돌아간 데 반해 리베롤은 새벽까지 수복실에 남아 몸 구석구석을 검진받아야 했다. 나도 엔지니어들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결국, 새벽녘에야 멀쩡하단 진단이 나왔다. 나는 리베롤을 먼저 돌려보내고 나서 녹초가 된 엔지니어들과 함께 널브러졌다. 그녀가 나간 뒤에 엔지니어 한 명이 이건 너무 비효율적이라며 투덜거렸다. 그는 리베롤의 전투용 코어를 해제하고 다른 용도로 써먹는 게 어떻겠냐고 내게 제안했다. 비가 내리는 화단 앞에서 내가 했던 생각과 똑같았다. 그에게 나쁜 뜻은 없었다. 그가 정말로 리베롤을 싫어했다면 그냥 전역시키자고 말했을 것이다.

     

나는 전술 인형만이 가질 수 있는 리베롤의 가치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녀에게 싸울 의지가 있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나는 그에게 그런 내 속내를 밝히고 조금만 더 힘내달라고 부탁했다. 매일 해야 하는 몇 가지 일은 내가 맡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그는 못 이기는 척 내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가 리베롤에게 미운 정이라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엔지니어들에게 먹거리라도 챙겨줄 생각으로 밖에 나갔다. 그런데 아주 살짝 열려 있던 문이 바깥에서 닫혀버렸다. 다시 문을 열었을 때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모퉁이 저편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린 시절의 일기를 누가 훔쳐보기라도 한 듯 낯간지러운 부끄러움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아이돌 활동에서도 큰 문제는 없었다. 그녀는 여린 달빛을 머금은 어둠 속... 화보 촬영 현장을 능숙하게 누비고 다녔다. 단지 그놈의 후유증이 골칫거리였다. 같이 촬영한 아이돌들이 바로 돌아간 데 반해 카렌은 새벽까지 촬영 현장에 남아 몸 구석구석을 검진받으며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결국, 새벽녁에야 모든 촬영이 끝났다. 나는 카렌을 먼저 돌려보내고 나서 녹초가 된 스탭들과 함께 널브러졌다. 그녀가 나간 뒤에 스탭 한 명이 아이돌에게 있어 이건 너무 비효율적이라며 투덜거렸다. 그는 카렌의 아이돌 활동을 중단하고 다른 분야... 이를테면 차라리 가수 쪽이나...로 써먹는 게 어떻겠냐고 내게 제안했다. 비가 내리는 화단 앞에서 내가 했던 생각과 똑같았다. 그에게 나쁜 뜻은 없었다. 그가 정말로 카렌을 싫어했다면 그냥 은퇴시키자고 말했을 것이다.

    

나는 아이돌로서 있는 것만이 가질 수 있는 카렌의 가치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녀에게 아이돌을 계속할 의지가 있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나는 그에게 그런 내 속내를 밝히고 조금만 더 힘내달라고 부탁했다. 매일 해야 하는 몇 가지 일은 내가 맡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그는 못 이기는 척 내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가 카렌에게 미운 정이라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스탭들에게 먹거리라도 챙겨줄 생각으로 밖에 나갔다. 그런데 아주 살짝 열려 있던 문이 바깥에서 닫혀버렸다. 다시 문을 열었을 때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모퉁이 저편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린 시절의 일기를 누가 훔쳐보기라도 한 듯 낯간지러운 부끄러움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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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인형=아이돌

리베롤=카렌

전투훈련=레슨

작전=아이돌 활동

엔지니어들=담당의 또는 스텝 등으로 상황에 맞춰 바꿔 읽으면...

대체 싱크로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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