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서울로! - Judas Priest 내한 공연 관람 후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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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3, 2018 02:48에 작성됨.

첫 번째 링크를 따라 들어가신 후 영상을 배경으로 이 글을 읽으면 더 좋으실 수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최고로 HIGH한 기분인 Painkille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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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게시글

http://www.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free&wr_id=252855

세 줄 요약:

1. 앨범 겁나 많이 샀다

2. 머천다이즈까지 질렀다

3. 밀리굿즈 없다


여튼, 애니플러스를 빠져나와서 블루스퀘어에 입장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고 머천다이즈를 질렀습니다.

전석 스탠딩에다가 실내공연이라서 평상복이면 너무 더울 거 같았는데, 주최측에서 락커를 마련해놓았더군요. 덕분에 윗옷을 반팔티 하나로 갈아입고 겉옷이랑 가방은 모두 락커에 넣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나니 입장 대기실 개방 15분 전이더군요. 락커 이용까지 다 끝났으면 다시 나가달라고 그랬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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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2월 오후 4시인데?

겁나 추운데?

나 지금 웃옷으로 쥬다스 반팔 하나 입고 있는데?


...네, 결국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습니다.

이제 대기실 오픈 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모였더군요.

C, D 스탠딩석(2층)은 이미 오픈된 상태.

전 1층 스탠딩석인 A 쪽을 예약해놓아서 4시 30분까지 기다렸습니다.

간간히 막 도착해 머천다이즈 사러 들어가시는 분들도 보이더군요.

셔츠는 거의 다 팔려나갔고 CD랑 LP는 어쩐지 모르겠는데(그 중 Painkiller는 제가 집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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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성별, 연령대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더라고요.

이제 대학교 1학년인 저는 가장 어린 축에 들어갔고, 저랑 비슷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둘 다 프리스트의 광팬인 부부, 일부러 더 가까이서 공연을 보려고 한국까지 온 외국인들...

쥬다스 프리스트란 공통분모 하나로 이렇게나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는 게 정말 새삼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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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파를 따라가 내려가면 또 다시 1시간 반을 대기합니다.

지정좌석제가 아닌 전 좌석 스탠딩이어서 예매를 할 때 고르는 건 위치가 아닌 입장 순서입니다.

원래는 동아리에서 몇 명 갈까 싶어서 일부러 뒷 번호를 찍었지만...

...

뭐 그렇죠.

결국 혼자 가더군요.

대기번호는 625번.

사전예약을 통해 예매한 사람 치고는 상당히 뒷 번호였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현장구매한 사람들이 많아서 결국은 전체 중에선 중간 정도는 가더군요.

남는 시간동안은 음...

지인들이랑 디스코드하거나 이번 세트리스트 노래들 들으면서 보냈습니다.

그렇게 있으니 생각보다 시간이 꽤 빨리 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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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앞 대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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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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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모습

심심하지 말라는 의미에서인가, Sad but True, You Shook Me All Night Long같은 꽤 유명한 헤비메탈 곡들을 틀어줬었습니다. 이미 앞자리는 다 차서 저 가운데 통로쪽엔 뭐가 있을까 싶어서 그 쪽에 붙었습니다.

결국엔 별 거 없긴 했습니다.

여튼 저 앞에 글귀가 뭔가 하고 계속 쳐다보는데...

Faster than a laser bullet, louder than an atom bomb...

네, 그냥 한 줄씩 노래 가사들 적어놓은 거더군요.

여튼 기다리고 기다리던 6시가 되고, 전 살포시 핸드폰을 꺼서 주머니에 집어넣었습니다.

어차피 저거 찍으면 그만큼 공연에 집중하고 즐기지를 못하고, 안 찍어도 결국 다른 사람이 찍어서 올려놓겠지 하는 마인드였고, 그게 제대로 적중해서 공연 끝난 지 하루만에 모든 곡이 다 유튜브에 올라왔었습니다.

블랙 사바스의 War Pigs로 분위기를 띄우고, 올해 새로 나온 앨범의 Guardians를 연상케 하는 피아노 인트로가 흘러나오고, 기대감은 끓는 주전자마냥 뚜껑까지 덜컹거리는 상황.

미묘하게 화성이 다르다는 걸 눈치채고 잠시 생각해보니 Firepower의 솔로 부분이랑 같았습니다.


마침내 커튼이 내려가면서 Firepower의 호쾌한 메인리프와 함께, 천 명 남짓하는 관중들의 환호성이 울려퍼졌습니다.

환호와 괴성 사이의 무언가를 사이로 롭 핼포드의 샤우팅이 귀를 찌를때의 전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창단 53년, 활동 48년이라는 어마무시한 역사를 가진 밴드, 거기에 보컬과 베이시스트는 원년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저런 보이스와 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건, 더군다나 올해 발매한 앨범이 저 정도 퀄리티라는 건 그들의 Metal Gods라는 칭호에 한 층 더 경외와 신뢰를 더해주죠.

뭐 곡 하나하나에 대해서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 너무 늘어지죠.

The PRIEST is BACK!!!

라이브, 그것도 실내라서 그런지, 앨범들에서 들어왔던 것들에 비해 음향이 굉장히 풍부하고 울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The Ripper나 Green Manalishi, Hell Bent for Leather같은 곡들에서 이런 사운드가 날 줄은 몰랐었습니다. 평소엔 그냥 괜찮다 넘겼던 몇몇 노래들도 라이브로 들으니 이렇게 자연스럽게 재평가를 하게 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중간중간에 들어간 Firepower의 수록곡들인 Lightning Strike나 Rising from Ruins도 이런 명곡들 사이에서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는지 제대로 평가하진 않았고 사실 중간중간에 주변 사람들과 함께 떼창 넣으랴 박자 맞춰서 뛰어다니느랴 정신이 전혀 없었습니다. No Surrender는 저번에 학교 동아리에서 리듬기타 파트를 맡아 공연한 적도 있어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 와중에 세트리스트 오른 20곡 정도를 전부 다 따라부르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전 글에서 몇몇 분들께서 롭 할배 컨디션은 어떠시더냐, The Sentinel 나왔냐 물어보시던데, 음...

사실 Defenders of the Faith가 보컬 난이도 괴랄한 걸로는 Painkiller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지라, 70을 향해 달려가는 롭이 완벽히 소화하긴 이젠 어려운 게 사실이죠. 그러다 보니 두 앨범들에선 각각 Freewheel Burning하고 Painkiller정도밖에 세트리스트에 오르진 못했습니다.

다만, 그 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할 뿐이지 중간중간에 제대로 뿜어져나오는 샤우팅은 아직도 놀랄만큼 건재하더군요. 공연장이 작아서 그렇게 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Firepower 투어의 다른 라이브 영상들과 비교해봐도 꽤 상태는 좋은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리치 폴크너랑 앤디 스닙이야 말할 것도 없고, 스캇 트레비스랑 이안 힐까지 전부 곡들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그렇게 무지막지한 샤우팅으로 Painkiller까지 마무리한 뒤,

세상에나.


올해 파킨슨병으로 투어 활동을 중단한다 했던 글렌 팁튼이 무대에 오르더군요.

저도 그랬고, 옆 사람도 그랬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그의 귀환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GLENN을 외쳤습니다.

중간중간에 WE LOVE YOU GLENN이 들렸던 건 넘어가기로 하고,

Metal Gods의 후렴을 부르며 롭이 글렌을 가리켰을 때는 아마 이 공연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글렌은 투어를 따라다니며 몸 상태가 좋을 때는 간간히 무대에 오르기도 했었다네요.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중요한 건 글렌 팁튼을 봤다는 거지.

Breaking the Law는 결국 무대를 눈으로 볼 정신도 없이 안경을 손에 잡고 3분 내내 헤드뱅잉을 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샌가 Firepower 투어의 마지막 곡인 Living After Midnight까지 나오고, 그 자리에서 방방 뛰면서 열심히 후렴구를 열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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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같은 1시간 반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결성 50년이 넘은 밴드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젊음과 에너지를 보여주면서도 연륜에 걸맞는, 아니 그 이상의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보여준 주다스 프리스트.

Quora나 레딧 등지에서 들었던 모쉬 핏 같은 건 보지 못 했지만, 공연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는 그 때 만큼은 직책, 출신, 연령, 계층 등 다 상관없이 '쥬다스 프리스트의 팬'이었습니다. 모두가 박자에 맞춰 심장을 요동치게 하고, 몸과 머리를 흔들고, 후렴구, 기타 솔로를 떼창하고, 밴드와 하나되었던 순간이었죠.

그렇게 저와 그 곳의 모두는 메탈의 신을 영접했습니다.

결론: 다음 날)으어 목아파아아


SETLIST:

1. Firepower 2. Running Wild 3. Grinder 4. Sinner 5. The Ripper 6. Lightning Strike 7. Desert Plains 8. No Surrender 9. Turbo Lover 10. The Green Manalishi (With the Two Pronged Crown) 11. Night Comes Down 12. Guardians + Rising From Ruins

13. Freewheel Burning 14. You've Got Another Thing Comin' 15. Hell Bent for Leather 16. Painkiller Encore: 17. Metal Gods (with Glenn Tipton) 18. Breaking the Law (with Glenn Tipton) 19. Living After Midnight (with Glenn Tipton)


이상, Painkiller였습니다.


Livin' after midnight,

Rockin' to the dawn,

Lovin' till the mornin',

then I'm gone, I'm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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