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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등심 타다끼를 만들어 먹어보았습니다.
댓글: 12 / 조회: 866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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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7, 2018 00:14에 작성됨.
일본의 마트에선 고래고기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아주 쉬운 건 아닌데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시커먼 색이여서 좀 놀랐습니다. 어릴 때 먹은 건 이 색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일단 생으로 먹어도 된다고 하네요. 등심이라는 것 같습니다.
냄새제거를 위한 양념. 횟감으로 나온 거라 고기가 좀 앏습니다. 조금 두툼한 생선회 정도.
양념은 간장이랑 맛술이랑 마늘이랑 생강. 고기 냄새제거엔 역시 생강이 제일인 것 같습니다.
양념한 고기를 겉만 살짝 굽고 얼음물에서 기름기를 뺀 다음 여분의 물기와 기름기를 털어내고 파를 대충 가위로 썰어 올렸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괜찮긴 한데 미묘하네요.
그야 맛이 없지는 않지만, 일본이 국제적으로 욕먹어가면서까지 고래를 잡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먹는 부위나 고래 종류의 차이일까요? 돌고래는 이루카라고 해서 따로 나오니 그건 아닌데....
일단 맛 자체는 육고기와 생선의 중간을 오가는 것 같습니다. 식감은 붉은살 생선보단 흰살생선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고요. 실제로 작업 중에 손에 배긴 냄새를 맡아봤는데,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올라오더군요. 제가 붉은살생선을 만지고 있는 건지 한 순간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꺼라위키에 나온 대로 양념에 재워서 냄새를 뺀 다음, 후라이팬에 굽고 얼음물에서 기름기를 빼고 고기에 남은 기름기는 키친타올로 제거해서 와사비간장에 찍어 먹어본 결과....
맛이 없는 건 아닙니다. 육회 특유의 맛과 느낌도 있습니다. 냄새도 거의 다 잡았고요. 비린내도 거의 잡았고. 사실 평범한 육회나 타타키라고 치면 합격입니다.
다만 뭐랄까, 우선 특유의 석유 향? 나프탈렌 향? 아무튼 그런 특유의 향이 아주 조금 남아있습니다. 한 입 씹었을 때 우선 그게 느껴지더라고요. 나쁜 향은 아니고, 맛을 돋궈주는 향이지만 사람을 가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 기름기가 있습니다. 물론 붉은살생선에 비하자면 좀 적다는 느낌입니다만, 많이 먹으니 물리더군요. 아니지, 요리할 때 쓴 기름이 그대로 들어간 걸까?
추억 보정이 세게 잡혀있던 건가,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건가.....
고기 자체는 독특하면서도 맛있는데, 기대한 만큼의 맛은 아니네요. 아니지, 기대한 만큼의 맛이라기보단.... 기대와는 다른 느낌? 역시 큼지막한 뱃살 덩어리를 사다가 수육을 만들어봐야 하나?
평범하게 맛있는 걸 찾으시면 추천할 수 있습니다.
1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일단 전 식감이 마음에 들더군요.
한동안 재어 뒀다가 구웠더니요
제가 오늘 사먹은 건 횟감용으로 나온 등심이니, 다른 부위를 먹어봐야겠네요. 역시 뱃살인가?
위꼴러의 긍지 플레이팅은 어디갔죠
하지만 수생생물 특유의 비린내가 난다는 건, 역시 해양생물로 진화했기 때문인 걸까요.
해양생물들은 어류든 포유류든, 뭔가 바닷가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단박에 이해 완료!)
국내에서는 해안가가 아니면 보기 드문지라 더욱 희귀한 요리네요.
보기엔 평범한 쇠고기와 같은 비주얼인데 온갖 향신료들에 재어 비린내를 제거했음에도
특유의 석유향(...)이 남아있다니, 꽤나 특이합니다.
산업혁명 시대에 각종 기계들이 탄생되고 당시 각종 기계 윤활유나 식재료, 향신료, 생활용품 등에 고래가 사용된 점을 생각해보면, 가히 그 옛날의 고래는 오늘날의 '석유'와 맞먹을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고 볼 수 있겠군요. 살아있는 석유라....가상의 산업혁명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 '디스아너드' 시리즈에서도 고래기름이 꽤나 만능으로 나오는 걸 체험할 수 있지요.
오랫동안 무분별한 포경으로 그 개체수가 너무나도 줄어버린 고래 종들이 많아졌기에
전세계적으로 보호를 외치고 있지만, 일부 포경 찬성국들은 여전히 포경을 포기하고 있지 않죠.
대표적으로 학술적 포경을 고수하는 '일본'이 그렇습니다.
이런 점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고래 관련 학술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표면적인 목적보다는
고래 보호를 위해 포경을 금지하면서 고래 고기가 이전보다 품귀해진 점, 다수의 포경 어민들의 표를 확보하기 위한 정치계의 암묵적인 허용 등이 작용하지 않나 싶습니다.
2009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한 바 있는 미국의 다큐멘터리 '더 코브'는 현대에도 포경을 고집하는 일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으로 유명한데요, 작중에는 전근대적인 포경이 여전히 자행되는 와카야마현의 '타이지'라는 포경 마을을 배경으로 마을 연안에서 어떻게 고래들이 무자비하게 학살당하는지를 비밀리에 촬영하여 전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작중에서 포경 어민들의 입장은 주로 '오래전부터 대대로 해오던 생업이 '포경'인데 하루 아침에 금지해버리면 뭘 먹고 살라는 것이냐.'라는 것이었고, 일본 정치계 역시 '어디까지나 학술적이고 인도적인 포경이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았지만요.) 더 나아가 '고래 고기를 학교 급식으로 이용한다.'는 방침으로 고래 고기 소비를 촉진하고 어민들의 생계를 보장하려는 모습도 보였죠 (그러나 실현되진 못했다고 하네요.)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포경 산업 지지를 위해 바다와는 멀리 떨어져있는 제 3세계의 국가들한테 필요도 없는 수산센터 건물을 지어주고 매수를 한다거나 하는 등의 각종 로비 정황도 포착되며, 어민들의 표를 의식하는 정치계의 모습들 또한 간간이 볼 수 있기에 일본의 포경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다지 맛 없는 고래고기를 위해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포경을 고수하는가.....결국은 돈과 권력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작품이 개봉한 지, 약 10여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지금도 일본에서는 포경이 계속되고 있군요. 한국에서도 상업적인 포경을 중단한지 오래되었다지만 종종 해안가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들이나 어떤 경로로 포획된지 모를 고래들의 사체가 종종 발견되고 있죠.
점점 개체수가 줄고 있지만 언젠가 고래를 만나게된다면
박물관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고래로 만나고 싶네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는 흥미로운 요리입니다. :-)
솔직히 그만한 사업성이 있나? 라고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죠. 산업혁명 하던 시절도 아닌데.
결국 정치적 문제인 것 같습니다. 외부에서 귀찮게 구는 놈들이 있으면 하나로 뭉치기 쉽죠. 다른 불리한 이슈도 돌릴 수 있고.
말을 듣고 경합에서 고래고기로 뭔가 만들어냈던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그리고 대장금을 떠올리니 김이 모락모락한 한식 한차림이 연상되고
음, 정확한 표현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