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주의) 영화 'Wonder'를 보고서 + 소재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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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13, 2018 00:36에 작성됨.

(스포가 될 내용들은 가렸으니 드래그만 안 하신다면 됩니다.)

 

'괴물'같은 외형의 주인공 어기가 학교에 가게 되며 세상의 시선과 싸우며 이해해주는 친구들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꽤나 흔해진 소재의 이야기이며, 결말도 전개도, 감정선의 변화는 잘 드러났으나 갈등이 약간 흐지부지하게 넘어간 채 (정확히는 해결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은 갈등들이 있음, 물론 잘 해결한 곳도 있었지만 너무 순탄했음) 였었다.

 

 

하지만 전개와는 관련없이, 당당히 명작이라 말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영웅적 서사도 아니고, 편견의 극복을 위한 투쟁을 그린 것도 아니다.

그런 작위적인 작품이 아니다.

 

어기는 기존에 존재했던 남들과 다르기에 차별받는 통속적인 피해자가 아니다.

이 작품에 있어서, 선도 악도,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다.

모두가 사랑이 필요하며, 누구도 평범하지 않다.

 

비아의 너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마, 우리 모두가 다 힘들어. 세상은 엿같고, 사람들은 변해가니까 라는 말처럼 말이다.

 

어기의 누나 비아는 평범하다. 적어도 어기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집안에서 어기의 '행성'에 불과했으며, 항상 자신은 겉돌았다. 혼자서 다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정신적 버팀목이였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친구 미란다마저 멀어지자 정말로 혼자가 되었고, 외로움에 젖어든다. 자신을 외동딸이라 말해버린 그녀의 이면에서, 결국 그 마음을 표출해내는 과정에서, 그녀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비아의 친구 미란다는 화려해보이고,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온전하고 화목한 가정 속의 비아와 어기를 부러워한다. 도망치듯 간 캠프에서, 그녀는 관심을 받고 싶어 비아가 되고 만다. 비아와 어기의 모습과 아픔을 팔아버린 그녀는 죄책감에 비아에게서 멀어지고 만다.

 

어기의 첫 친구 잭은 어기에게 있어서 선망의 대상이지만, 가난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어기의 집에서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가지고 놀 때의 심정에 대해서는 상상이 간다.

 

어기를 괴롭히던 줄리안은 정상의 집단에 속해있다. 비정상이 되고 싶지 않아서, 비정상이 정상에게 당하는 것이 당연한 사실에 따라 행동했다.

이 영화는 그 사실은 결코 변할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해 '친절'해져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작품은 그런 사실을 바꾸려 하는 영웅적 용기를 좇지 않았다.

단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그런 작은 용기를 어기를 통해 보여주었다.

'자신이 변할 수 없다'라는 '사실', 모두가 필사적으로 숨기려 하는 약하고 추한 부정의 면모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줄 현실이 존재할까라는 의심에 정면으로 도전한 아이를 통해.

 

작중에 회자되는 시선의 전환이 이를 말한다.

 

"우리는 그 아이의 외모를 바꿀 수 없어요. 그렇다면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지요."

 

그러니 적어도 친절해지자. 사실을 바꿀 수 없어도, 누군가가, 우리가 피어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소년은 막바지에 말한다.

 

"어떤 사람에 대해 정말로 알고 싶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사실을 사실로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그러길 원하는 모두가 누군가를 알린다.

 

 

정말로 그렇게 변해가는 작중의 인물들을 통해, 영화는 우리들을 담는다. 자신의 고통만을 바라보던 어기가 반려견의 죽음을 통해 주변에 눈을 돌려 타인의 상처를 보고, 비아가 연극의 주연으로서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해 부모의 시선을 바꾸는 등, 그들은 약한 자신을 드러내고, 받아주며 그렇게 삶을 살아간다. 살아갈 것이다.

 

모두가 앞으로도 견디어 내야 할 그것들의 무게는 결단코 가볍지 않고 아름답지도 않겠지만

그럼에도 그 현실을 '수용'하며 나아가는 그 모습이야말로 아름답지 않을까...

그렇게 만들어지는 관계는, 정말이지 따스하고 소중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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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것과 함께, 작품을 드러내는 장치와 소재들이 너무나도 좋았다.

연출상의 구도들부터 시작해서 (이건 설명할 수가 없어서 직접 보면서 연출에 눈을 돌려보자.)

중반 정도까지 나왔던 비현실적 장면들이나 캐릭터 (아마도 어기의 상상인듯한) 들이 현실과 대비, 교차되는 연출,

계속해서 나오는 급훈이나 격언, 대사들이 정말 깊은 뜻을 담고 있었고.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택하라.”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카메라를 보지 않으면 카메라도 여러분을 보지 못합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

 

거기에 어기가 좋아하는 과학에 빗대어 내용을 말하는 것이 정말 좋았고, 대단했다.

 

- 관성

물체는 상태가 변하지 않는다. 외부에서의 개입/자극이 있을 때까지.

(관성에 대한 설명이 나오면서 카메라가 위로 이동해 오도카니 앉아있는 어기와 주변이 비어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기가 작게 나오도록.)

 

- 중력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어기가 쪽지시험 때 잭을 도와주고 난 후 손을 들어 연필을 책상 위에서 떨어트린다. 어쩌면 마지막에 나오듯이 어기가 주변을 끌어당기는 것에 대한 내용일지도...?

 

- 드라이아이스 거품

거품을 만들고 터지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그 때는 밝은 일상의 이야기였으나 조금 후에 나올 엇갈림과 서로의 약한 부분이 갈등으로서 폭발하는 부분을 암시하는 듯하다.

 

- 굴절

중간의 다른 매개체에 의해, 빛은 왜곡된다.

이 경우에는 차별의 본질을 말하는 듯한 의미심장함이다.

 

말 하나에 이렇게나 수많은 의미를 담아낸다는 것이 정말 부러웠다. 장황한 글이 아닌 절제된 아름다움. 그런 깊이를 담아내기에는 아직 너무나도 모자란 필자가 보기에는 정말로 배울 것이 많았다.

 

이 작품은 내용에서부터 주제의식, 연출과 소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음미하며 보아야 진정히 작가와 대면해 논할 수 있고, 그러기에는 아쉽게도 한 번의 영화감상으로는 너무나도 짧았다. 한번 더 보러갈 여건이 된다면 무조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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