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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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8, 2018 18:42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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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by Kim - 고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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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여러분! Weissmann입니다. (믿기지 않지만) 벌써 가을이 시작되었는데 다들 건강히 잘 지내시는지요. 입추가 지나서 더위의 맹렬한 기세가 다소 누그러진 최근, 저는 기회를 엿보다가 마침내 휴가 겸 피서를 가게 되었습니다. 일전에는 너무 더워서 밖에 나갈 엄두를 못내었는데 확실히 절기가 바뀌고 계절이 변하긴 변하였나 봅니다. (그래도 여전히 덥긴 덥지만요.)


 올 여름 피서는 무려 '생애 첫 낚시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야외 피서를 생각지도 않았는데, 낚시를 좋아하는 친구들의 강한 권유와 낚시에 대한 호기심에 가 보기로 결심을 하게되었죠.  그렇게 저는 모 방송사의 낚시 프로그램인 '도*어부'의 애청자들과 함께, '낚시 하면 당연히 바다 낚시지!'라며 호기롭게 기차를 타고 동해로 향하여, 1박 2일의 여정을 마치고 막 돌아왔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낚시 왕초보에겐 당연하게도) 대물을 낚진 못했지만, 그래도 작은 물고기들 한두마리를 낚으며 친구들과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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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가 적당히 치는 포구의 방파제 근처에 자리를 잡고서, 아마추어 낚시광들의 틈에서, 낚시 지식이나 장비도 전혀 없는 '왕초보 낚시꾼'인 저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낚시 장비나 미끼 등을 제공받고, 낚시대를 다루는 법이나 낚시 요령 등을 처음으로 손에 익히게 되었습니다.


 모든게 처음이다보니....낚시줄을 감는 요령이나 낚시 미끼인 청갯지렁이(청개비)가 꾸물거리는 걸 능숙하게 바늘에 꿰는 일이나 갯바위나 해초에 낚시 바늘이 걸리지 않게 멀리 던지는 요령 등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죠. (특히나 살아있는 미끼를 바늘로 뚫고 꿰어야 해서 지렁이의 피로 흥건해진 손에서, 계속 바늘을 피하는 녀석 때문에 손가락을 찌를 뻔해서 애를 많이 먹었군요. 장갑을 끼고 작업한 터라 손이 많이 무뎌진 탓도 있지만.....큼직한 청개비들을 아무렇지 않게 맨손으로 쓱쓱 잘만 꿰는 친구들을 보면 그냥 경험 부족인 것 같네요.)  


처음에는 미역에 걸리고 물 속의 바위틈에 끼여서 애써 끼운 낚싯 바늘과 줄을 끊어야 했지만, 점점 던지는 방법을 체득하고 던질 지점을 알게되면서 약간의 요령을 터득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줄을 던져놓고 가만히 낚싯대를 바라보며 흘러가는 구름이나 갈매기들의 울음 소리,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수풀의 매미소리, 강렬하고 뜨거운 햇살 등이 어우러진 풍경에 녹아드는 일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직접 해보기 전에는 '낚시'라고 하면 '지루하고 오래 기다려야하는 이해할 수 없는 취미'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직접해보니까......아주 재밌어요.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밌었습니다. 던지고 기다리고 낚고, 다시 던지고 낚고를 반복하다보니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에 깜짝 놀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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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시간에 걸친 공동 조업(...) 끝에 친구들과 저는 대략 열 한,두 마리(+ 방파제 위를 기어가던 작은 게 한마리) 정도의 (작은) 고기들을 낚을 수 있었습니다. 어종은 잘 몰라서 물어보니 '전갱이' 같다고 하더군요. 워낙 작은 녀석들이라 잡은 후 풀어주었지만, 낚시꾼들이 흔히 말하는 '손맛'이라는 게 뭔지 잠시나마 경험한 것은 무척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작은 녀석이라 얕보았는데 생각보다 엄청 펄떡펄떡 뛰어대는 바람에, 물고기가 이렇게 힘이 세구나....싶었네요.)


저의 첫 낚시의 성과는 (작은) 전갱이 두 마리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한 마리도 못잡을 줄 알았는데....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낚시를 마친 후에는 숙소에서 캠핑을 하면서 밤바다와 시원한 맥주로 오래만에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웠군요. 낚시의 매력은 물고기를 낚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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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둘째날, 그러니까 오늘 아침 일찍 기상하여 

낚시를 했던 포구 근처의 바다를 따라 조깅하면서 일출을 보았습니다.


일렁이는 물결을 붉게 물들이는 순간의 장엄한 광경.

 '역시 바다는 동해 바다구나.' 싶었습니다.


황해나 남해의 바다와는 다른 동해만의 숨결이랄까,

동해 특유의 거친 파도가 정말 좋았습니다.

비릿한 바닷내음 섞인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한적한 아침 해안을 1km 정도를 왕복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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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박 2일의 동해안 낚시 여행...몸은 지쳐 매우 피곤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제 마음은 아주 개운하네요. 더위로 지친 마음의 피로가 싹 쓸려나간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기차를 타고 동해 바다로 갈 생각을 한 친구들의 행동력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습니다. 고기가 잡히는 곳이라면 민물, 바다를 가리지 않고 누비는 강태공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일이겠지만요. 


프로듀서님들에게 있어 '낚시를 해야할 때'는 언제였나요?


저는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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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런 재미있는 여행을 다시 가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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