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를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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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3, 2018 08:58에 작성됨.

애초에 활동이랄 만한 것을 하고 있지 않았던지라 굉장히 뜬금없는 글이 되겠습니다만, 작성하는 것 자체는 꽤 예전부터 결정했던 일입니다. 사실상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가 오늘 아침엔 조금은 정신이 맑은 상태인 것 같아 차분하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적게 되네요.


저는 사실상 창작만을 위해 활동하는 회원이었습니다. 아이커뮤를 근 4년 간 다니면서 많다면 많은 글을 썼습니다. 누군가가 내가 쓴 소설을 읽고 즐거움이나 슬픔, 때로는 감동을 얻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짜릿하고 흥분되는 경험이었고, 때문에 인생을 살아오면서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이커뮤 활동을 할 때에 가장 많은 글들을 썼습니다. 그 전부터 어렴풋이 갖고는 있었지만 막연한 진로 중 하나에 불과했던 작가라는 꿈을 확실하게 설정하게 해 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치기이고 오만이었지만요.


아이마스를 좋아했고, 소설도 좋아했던 제게 아이커뮤만큼 만족스럽게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는 없었습니다. 거의 생활을 쏟아부어 글을 썼던 적도 있고, 종일을 창댓 스토리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나, 장편 연재를 빨리 해야 하는데, 하는 초조한 마음으로 보냈던 적도 부지기수입니다. 야간 편의점에서 물류를 다 처리하고 앉아서 자그마한 블루투스 키보드로, 강의 시간에 늦어 허겁지겁 잡아탄 택시 속에서 깨알 같은 스마트폰 자판으로, 심지어 군대에서 취침 소등 후 독서연등을 신청하고 노트 위에 샤프를 굴려서까지 아이마스 SS를 썼습니다.

열정이라는 표현이 그럭저럭 어울리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패스트푸드에 가까운 것이기도 했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목적이 글 자체보다도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타인으로부터의 인정과 칭찬, 추천으로 완전히 변했음을 알게 된 순간, 그리고 그것이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성찰의 끝에 기다리고 있을 작가라는 꿈의 성취 없이도 간편하게 당겨 쓸 수 있는 중독성 있는 쾌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된 순간, 저는 쉽사리 글을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여전히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비록 이렇다 할 업적은 무엇 하나도 이루지 못했지만, 제가 손에 쥐고 있는 재주라곤 오직 그것 하나뿐이고, 그게 없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인간이기에. 그래서 저는 아이커뮤를 완전히 떠나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의 대리만족은, 이미 완성된 캐릭터들과 골라 쓰기 좋게 마련된 스토리라인들을 갖고 짜맞춰 재구성할 뿐인, 비틀린 자기현시의 창구밖에 되지 않는 창작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SS 창작을 두고 한 말은 결코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지난 시간을 그런 식으로 깎아내리는 것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에 한해서만은 그렇게 생각해야 제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 일정 부분은 사실이기도 할 테니.


하루카가 주인공인 장편을 끝내 완결짓지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는, 동시에 제 장편을 기다리고 계시거나 혹은 기다렸던 적이 있으신 분께 사과드립니다.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지금은 선을 긋습니다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완결만은 짓고 싶다는 안타까움이 여전히 남습니다. 다만 그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도, 그 때에도 여전히 765 프로덕션의 SS를 읽어 줄 사람이 남아 있을지도 저로서는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분쟁, 혹은 그 비슷한 것을 일으켰던 적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것은 저 자신이었지만 원인 역시 자신이었기에 누구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대부분 안 계시겠지만 그 때 실망시켜 드렸던 분들께도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자기가 마치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은 투의, 무슨 소리인지 영문도 알 수 없는 글을 운 나쁘게 클릭하시고 만 분들께도 사과드립니다. 자기만족에 어울리게 해 드리고 말았습니다. 회원 탈퇴는 하겠지만 글은 따로 지우지 않을 생각입니다. 혹시라도, 단 몇 분이라도 제가 남긴 글로부터 무언가를─설령 그것이 정말 짧은 한 순간의 소소한 감정의 변화라고 해도─얻으실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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