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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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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4, 2018 22:11에 작성됨.
링크 - 신세기 임팩츠 /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의 제작사 스튜디오 카라에서, 2015년 일본 애니메이터 견본시에서 공개한 에반게리온 세계관 속 일상&백합물 단편작)
에반게리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프로듀서님 덕분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이 작품에 대한 추억이 다시금 살아났네요! 처음 에반게리온을 접한 건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의 일이지만, 저에게는 이 작품을 알기 이전과 이후를 나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굉장한 영감과 큰 충격을 주었던 작품입니다.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 내에서도 약 20여년 전의 작품을 두고 팬들이나 평론가 마다 각종 해석들이 한가득인 미스터리한 작품이죠. 에반게리온은 건담과 같은 '로봇 SF 애니메이션'을 기대하고 처음 감상을 시작한 제게 정말 놀라움의 연속을 선사하였는데요, 가장 신선하게 다가왔던 건 (대사도전용범용인형결전병기인조인간/對使徒專用汎用人型決戦兵器人造人間) '에반게리온'이 '살아있는 외계인'을 잡아다가 구속시켜놓은 형태의 '생체 병기'라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작중 전투 장면에서 에반게리온이 피를 흘리고 살이 뜯겨져나가는 상당히 고어한 연출들이 자주 나오지요/ 정신연결된 파일럿들이 이 감각을 그대로 느끼며 괴로워하는 연출은 덤...)
기존의 '파일럿들에 의해 조종되는 로봇 병기'에 익숙해져 있던 저에게 '스스로 폭주하고, 파일럿 말 안듣고, 영혼을 가지고 있는', 이 거대한 살아있는 괴수는 정말 경이와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신비로움과 공포가 혼합된 복합적인 감정이었네요. 인간이 어떻게 외계인을 잡아가두었는지(말그대로 외계인 고문...이네요.)는 잘 모르겠지만, 작중에 나타나는 제 3 도쿄 신도시의 최첨단 모습이나 여러가지 미래적인 오버테크놀러지들은 그런 궁금증을 어느정도 납득시켜 주었답니다.
분명 처음에 볼때는 세기말 에일리언 아포칼립스 배경이나 SF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보았었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점차 인물들의 상처와 내면, 그리고 억눌린 욕망 등의 연출에 집중하면서 인간이란 무엇이지? 우리는 서로에게 대체 어떤 존재인거지? 등의 의문들이 쏟아졌었죠. 등장인물들 모두가 저마다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또 서로에게 가진 다양한 감정들이 있었지만 작중의 상황 혹은 인물의 행동과 성격 등으로 인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매번 꼬이기 일수였습니다. (극의 마지막까지 등장인물 가운데 진정으로 행복했던 사람이 있었을까....그런 슬픈 기분이 들었네요.)
(모두에게 에반게리온을 알린) TVA 판이나 (모두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었던) 구극장판, (모두에게 난해함과 알수 없음을 증폭시킨) 신극장판 그리고 기타 매체들로 이어지며 에반게리온은 여전히 살아있는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죠. 제가 에반게리온을 알고 난 이후로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지만 저는 아직도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또 앞으로 무엇을 보여줄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에반게리온을 통해 여러가지를 보고 들으며 많은 것을 느꼈지만 어느 하나 확실하게 전혀 이해하진 못한 기분...정말 묘한 작품이네요.
그러고 보니 시대가 변하고 구극장판에서 신극장판으로 변하며 여러가지 묘사들이나 작중 설정들이 달라졌었죠.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움이 가중되고 또 새로운 개념들과 잘 모르는 요소들이 잔뜩 나오면서 저는 결국 질려버리고 말았네요. 완전히 다른 전개의 신극장판을 도저히 따라갈수 없었던 제게, 에반게리온은 구극장판까지로 추억되고 있군요.
거대한 살아있는 로봇과 그것을 타고 지구를 구하는 아이들....(당시로서는 참신했지만) 이제는 이런 설정이 평범하다면 평범한 설정이 되었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지금도 제게 많은 영감을 주고있죠. 그래서 가끔 유독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찾아서 다시 보곤 합니다. 제게 에반게리온은 해석될 수 없기에 끊임없는 사색이 가능한 퍼즐과 같군요.
프로듀서님들 중에서도 혹시 에반게리온을 좋아하시거나 좋아하셨던 분이 계실까요?
오랜만에 추억의 작품을 회상하니 특별한 기분이네요. :-)
1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구판도 그러했는데 신극장판은 정말....안노 감독님의 독자적인 세계관이 한층 두터워진 여파로, 너무 어려워서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알 수 가 없더군요. 아직 인류에겐 너무 이른 것인가...그렇다면 미래에는 과연 어떠한 해석과 평가를 받을지...알쏭달쏭한 문제들의 정답은 후손들에게 맡겨야겠네요.
몇 번씩 다시 돌려보면서 느끼는 충격과 전개는 지금도 새롭지요.
하지만 역시 신극장판의 영문을 모를 전개는 조금 의외였네요...
저음 에반게리온을 접하였을 때는 작중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복선들이나 다양한 소재들에 대해 갑론을박이 가득해서 정말 특이한 작품이라 생각하였답니다. 이런 저런 의견들이 있는 덕분에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들이나 감상이 한층 풍부해져서 저도 무척 많은 도움을 받았답니다. (다만 그만큼 머리가 복잡해지는 부작용이...!)
구극장판까지의 전개에 익숙해있던 많은 팬들에게 신극장판의 갑작스런 변화는 상당히 큰 충격과 놀라움을 주었죠.(저도 처음에 보고 제가 알던 에반게리온이 맞는가 의심했었네요...) 요즘 시대의 신규 팬들의 감각에 부합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면 참신하지만, 과거에 미처 풀리지 않았던 복선과 이야기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나 추가적인 설명을 기대한 올드 팬들에겐 또다른 숙제들이 한가득 생긴 셈이군요.......! (결국 그래서 저는 이해를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완전히 이해할수는 없지만, 결코 싫지는 않은 독특한 작품이랄까요.
에반게리온은 정말 신비로운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여러 의미로)
단순히 의지박약, 쿨데레, 츤데레, 만능게이로 일축하기에는 너무나도 상황과 심적변화, 성장환경, 작중역할 같은 것들이 캐릭터들에게 보다 입체성을 느끼게해 현실성을 부여해주었지요.
댓글로써 표현하기엔 너무도 길고 깊이있으며 보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시점과 관점을 보여주어 더더욱 난해하지만 탐구심이 생기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만화를 보며 인물상을 이해하고 동감한다고 생각했지만 알게모르게 '만화'라는 추상적인 틀을 통해 이래야만 한다는 "만화적 기준"을 무의식적으로 부여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그렇게 구체적이지도 남이 알기쉽지도 않은 굉장히 추상적 개념임에도
나도 못하면서 "캐릭터"라면 할 수 있어야지라며 답답해하고 이해하질 않았었어요.
한 가지 작품으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한층 확장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에벤게리온이라는 (어렵고 난해한)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라 생각되네요. 최첨단 SF물을 표방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의 가장 깊숙하고 여린 부분을 파고드는 점을 잘 짚으신 점 또한 굉장히 예리한 시선이라 생각되네요! 프로듀서님 덕분에 잊고 있던 이야기들을 다시 생각해보고 추억할 수 있어 정말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감사합니다!
안노가 작품 안쪽에 덕지덕지 칠해놓은 기호학적 함의를 제외하고서라도, 에반게리온은 충분히 명작입니다. 그런 인물들로, 그런 심리를 묘사한 게 정말이지.....
처음엔 분명 SF 로봇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인물들의 사연과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점차 캐릭터들의 아주 깊은 내면과 그로 인한 갈등에 주목하는 사이코드라마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바뀌어있더군요. (구극장판에서는 이것이 그야말로 절정에 이르렀지요.)
복잡다양한 주제를 가지고도 이런 독특한 작품을 일구어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네요!
아직도 작중의 설정을 잘 모르겠고, 신극장판은 다카포가 나와도 의문이 덜 풀릴 것만 같아요.
에바의 어른들은 뒤틀려있고, 아이들도 따라서 무너져갑니다. 의문으로 머릿속이 가득한 상태에서 멘붕까지 겹치니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애니메이션입니다.
하지만 전 로봇에 미친 인간입니다.
좋은 프라모델을 만지면 끊임없이 감탄하고, 정지된 로봇이 움직이며 눈에 불 들어오는 장면에 가슴 속 열기가 치밀어오르고 환호를 내지르는 변태입니다.
그런 사람으로써 장담하건대, 에바, 특히 신극장판은 로봇물로써 신지평을 열었습니다.
마구 쏴갈기고, 날뛰고, 때려패고, 달리고, 베고, 찢고, 포효하고. 생체병기 설정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야성적인 액션은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로봇=기계라는 인식을 타파함으로써 충격적이고 전율이 오는 액션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결론은 초호기 다이스키! 여러분 고토부키야 초호기 사세요! 어깨 구속구는 저처럼 부러지지 않게 조심하시고!
저도 처음엔 여느 열혈 로봇물을 기대하고 처음 에반게리온을 보았다가, 상당히 다른 뉘앙스의 로봇물이라는 걸 알고 상당히 신선하고 참신했었답니다. 확실히 작품이 다루는 주제가 무거운 편이라 가볍게 볼 수만은 없었죠. 그렇지만 에반게리온도 일단은 '로봇물'인만큼 '로봇'에 초점을 맞춰 감상하는 것도 아주 좋은 시각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에반게리온의 로봇 디자인은 정말 끝내주니까요! (말 그대로 정말 세련되고, 무엇보다 살아있죠!) 로봇은 딱딱하고 뻣뻣한 것이라는 저의 고정관념을 초호기와 여타 에바들의 날렵하고 날씬한 그리고 야성미 넘치는 면모가 아주 산산이 부수어주었네요.
로봇들의 싸움에서 피 튀고 와 살이 찢기며 내장이나 체액의 묘사가 이토록 상세하게 나오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나중에서야 이게 인간이 만든 로봇이 아니라, 외계인들을 잡아 가둔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처음엔 '로봇이 왜 울부짖고 피를 흘리지?'라며 굉장히 의아해했었네요.
그러고보니 파일럿과 로봇의 융화를 뜻하는 싱크로율 역시 에바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개념으로 유명하죠. 로봇이 느끼는 고통을 인간 파일럿이 그대로 느낀다는 점은 정말 끔직하지만, 그러한 장치 덕분에 팬들은 더욱 에바를 '살아있는 존재'로 느끼게 되는군요.
작중에서 다른 에바를 잡아 먹고 포효하는 에바의 모습은 확실히, 로봇이 아니라 야수 그 자체죠. 게다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