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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게 겨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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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2, 2018 22:50에 작성됨.
쌓이지도 못하고 흩날릴 가루눈같은 하루가 또 끝나갑니다.
오늘은 도쿄에 큰 눈이 와서, 일이 1시간 정도 빨리 끝났습니다. 아싸 개꿀! 을 외치며 당당하게 회사문을 박차고 나왔지만 양복 한 장과 와이셔츠 하나와 난닝구만으로 버티기엔 날이 좀 춥더군요.
쌓인 눈을 보니, 집 생각이 납니다.
강릉은 눈이 많이 내려서, 반 농담삼아 30센티미터 이하는 눈 취급 안한다고들 말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내려도 교통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동네는 조금 다르네요. 도쿄 23구에 10센티정도 쌓였는데 전차는 늦어지고 역에서 바람 맞으면서 기다리고 손님은 없고 스노우체인도 없는 차들이 빌빌거리면서 돌아다닙니다. 어쩌면 이게 대도시의 눈풍경이라는 걸까요.
구둣발은 축축하게 젖어선 얼어버려서 불편하다 못해 아프고, 길에선 몇 번인가 미끄러져 넘어질 뻔 하고, 쌓인 눈은 한번 밟힐 때 마다 분풀이라도 하듯 발목을 잡고 늘어지고..... 직장인에게 눈이란 이런 거겠죠. 군대에서 보는 것 보다야 낫지만 그리 반갑지는 않은, 그런 똥가루요.
.....하지만 눈 보니까 즐겁네요. 절로 미소가 나오고, 한구석에 서있는 눈사람을 보고 무심코 웃어버리고. 그러다가 골목길에서 눈 치우는 아줌마와 세상 모르고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보며 참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싶은 마음에 집에 가고 싶어집니다.
2주 남았으니, 좀만 더 힘내고 참을까요. 어차피 내일부터 어쩌다보니 4일 연휴를 받았으니.
역시 겨울엔 눈이 내려야, 마음이 좀 포근해지는 것 같습니다. 눈오는 날 히터 틀어놓고 귤 까먹으니 이리 좋을 수가 있나.
1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어제 외박 나왔다 들어갔는데 지금 뭘 할지...
한 편의 시처럼 무척 아름답고 낭만적이네요. (확실히 눈이 원래 자주 오지 않는 동네에서는 약간의 눈도 '공포' 그 자체지요.)
제가 있는 곳도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지역이다보니 제설 설비나 장비가 열악하여,
약간만 눈이 쌓여도 일상생활에 엄청난 사건 사고들이 터지는 곳이네요. (눈꽃과 함께 꽃피어나는 애로사항)
그래도 눈이 귀한만큼 눈이 내리는 모습은 언제봐도 정말 신기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눈이 내린 날 맞이하는 특별한 연휴. 따뜻한 차라도 한 잔 하시면서 모쪼록 느긋하고 평안히 보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fiGSDywrX1Y Zion.T – '눈(SNOW) (feat.이문세)
사실 골목길 아닌 큼지막한 길들은 출근시간 전후로 거의 정리되는 수준입니다. 집 앞은 직접 하지만요. 다만 1미터 이상 내릴 땐 역시 골목길까지 소형 포크레인과 트럭을 동원하긴 합니다. 버리는 건 근처 강이나 바다쪽.
눈을 자주 보는 동네인데도, 눈 내리는 건 여전히 좋네요. 눈 내린 바다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