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잠들어서 오늘에서야 올리는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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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05, 2017 10:56에 작성됨.

어제 가게에서 주방 요리부를 혼자 담당하게 되서 쎄빠져라 요리하고 재고 떨어진 재료를 준비하던 중에, 갑자기 홀에서 홀 직원분들이 저를 찾았습니다. 사장님을 찾는데 안 계신다고 하니 그럼 그 다음 사람 부르라고.

...스멀스멀 풍겨오는 불길한 예감에 몸서리치며, 일단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물어보니...
할아버지 한분이 들어오셨는데, 멀뚱히 앞에 서있기만 하길래 자리에 앉으시라고 얘기를 했더니, 단체석으로 안내판낼 걸고 비워둔 자리에 앉으시길래 잘 얘기해서 다른 빈자리로 안내했답니다. 그런데 항아리에서 집게로 덜어먹어야하는 김치를 수저로 퍼서 덜으시길래 옆에 집게와 국자가 있다고 알려드렸더니 대뜸 사장 나오라고 그러더라는 겁니다.

...두통을 느끼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특유의 접객미소를 띄우며 홀로 나갔습니다. 정말 가기 싫었지만 일단 반푼이긴해도 매니저고..당장은 제가 책임자니 어쩔수 없죠.

그 테이블로 가서 '어디 불편하신 점이라도...?'라고 하니, 대뜸 제가 책임자냐고 물으시며 제 명찰을 보셨습니다. 그렇다고 했습니다. 제가 지금 여기 총 책임자라고. 그러자

"여기서 처음 일해?"

라고 물으시길래...'대충 2년은 넘었는데요'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잘 누르고 '아니요, 조금 됐습니다.'라고 대답해드렸습니다.
"나 알지?"
라고 하시는데...제가 사람 얼굴은 지독히도 못외우지만 적어도 이렇게 갑질하시려는 분을 기억 못할리가 없지만...그냥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했죠.
"내가 여기 사장하고 아는사이인데, 그냥 사장한테 직접 얘기할거야."
...아. 저희 사장님하고 잘 아시는 사이이신가요. 일단 '사장님께서 주말이라 퇴근하셔서... 어디 좀 멀리가셔가지고 오늘은 못나오실 것 같습니다'라니까 사장한테 직접 말한다는 말만 반복하시더니 그냥 보내주셨습니다. 책임자라고 나온 녀석이 생각외로 어려서였을까요.



...뭐 한동안 별 문제없이 조용하더니, 갑자기 주방쪽에 얼굴을 불쑥 들이밀고(?!) 또 책임자 있냐고 저를 찾으십니다.

일단 뭐라 말하려는 거 다 컷하고 주방은 외부인 출입금지니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홀로 끌고나왔습니다.
나가보니... 요리는 누가 만드는거냐고, 물어보시길래 제가 다 직접 만든다고. 대답해드리니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그러시덥니다. 그렇게 칭찬을 먼저 하시더니 그제서야 겨우 한시간 가까이만에 본론을 말씀하시는데...

'손님한테 잔소리하지 말아라'

...아무래도 들어오시자마자 이래라저래라 했던 홀직원들이 마음에 안드셨던 모양입니다. 제가 다시 교육하겠다고 얘기하고 돌려보내는데 나가실때까지 나중에 사장 만나면 다시 이야기하겠다고 그러시네요.
음... 뭐, 아시는 사이면 잘 이야기가 되시겠죠?





우리 아버지하고.





오늘의 교훈-갑질할때는 그냥 팩트만 씁시다, 진짜...

P.S. 덕분에 작업 꼬여서 재고 준비 못한 죄로 30분 추가근무했습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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