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곳에서 등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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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7, 2017 23:00에 작성됨.

이것은 일본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은철이 겪은 믿을 수 없는 실화이다.

 

그날도 1시간 반 출퇴근길에서 돌아와 양복은 다른 옷들이랑 같이 빨아도 될까말까를 고민하던 실버메탈은, 시원한 샤워와 함께 피로를 조금 씻어내고 온 후 방에서 뒹굴다 문득 인터폰으로 눈길을 돌렸다. 큰 이유는 없었다. 굳이 이유를 뽑자면 컴퓨터가 인터폰 옆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실버메탈의 시선은 인터폰을 무의미할 정도로 살짝 스쳐 지나갔지만, 그의 척추는 시선이 스쳐지나가는 짧은 시간동안 척추반사를 일으켰다. 그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돌아간 그 자리에서, 인터폰은 푸른 불빛을 껌벅이며 방문자의 존재를 그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는 황급히 인터폰의 버튼을 눌러, 대체 누가 온 것인지 확인하였다. 나름 편리한 시스템의 은혜 덕분에, 그는 몇 시간 전 자신을 방문한 자의 신원을 대략적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우체국 집배원이었다. 애초에 제목부터 등기라는 말이 나온 시점에서 우체국 의외의 가능성은 없었다. 그는 황급히 방에서 달려나와, 건물 문 앞의 공용 우체통을 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주인을 잊고 켜켜이 쌓인 우편물들이 그를 반겼다. 자기를 집어가길 고대하는 우편물들 사이로 손을 집어넣은 그는, 잠시 후 하얀색 종이를 발견하였다. 사무적이고 정중한 글자체와, 시대에 너무 늦은 듯 한 테디베어 인형 그림. 그리고 미수령 우편물을 위한 안내절차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하였다. 자신의 이름을 영어로 정중히 써서 보낼 사람이라면, 분명 자신도 아는 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잠시 후 그는 기억에 없는 여섯 영문자의 조합으로 된 이름의 의미를 놓고 고뇌하기 시작했다. 기억에 없는 이름이었다. 대체 누구지? 물건을 시킨 적도 없고 범죄를 저지른 적도 없고 요금 안 낸 것도 없고 독촉장 같은 거 받을만한 짓은 하지 않았는데. 2014년도에 3달동안 안 내고 잊어버린 인터넷 비용이 1만엔이 넘어버린 것을 본 적이 있는 그는 기억을 필사적으로 쥐어짜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MIZCHO'라는 이름은 기억해낼 수 없었다. 미즈쵸, 라니. 기이한 이름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대체 어떤 중2병 부모가 이딴 이름을 지어준 것일까. 그 또한 중2병이었지만 그는 자신에게 관대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관대한 인간 답게, 자신은 별 일 없을 거라고 어떻게든 안심시켜가며 인터넷을 통해 우편물 재발송 의뢰를 하였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두들길 때 마다 그의 심장이 요동치고 뇌의 혈관이 찢어지는 듯 했지만 특유의 무신경함과 자기관리 및 위기감 부족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그의 막돼먹은 인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급성 심장마비나 뇌졸증을 막아주었다.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빠지지 않던 뱃살(애초에 다이어트를 제대로 한 적이 없지만, 그는 자신의 무가치한 반복적 행위를 '노력'이라고 포장하며 자위하고 있다) 에 난 털이 간지러움을 호소하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배를 긁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출근 전까진 익혀두는 게 좋을 카탈로그 서류들을 찾기 시작했다. 할 일이 있다는 걸 핑계로 눈 앞의 공포에서 도망치는 것이다. 덤으로 난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자아도취감까지 느끼는 것이다. 자기는 잘난 인간인 줄 알지만 사실은 순 찌질이인 그의 인성에 걸맞는 행동이었다.

그러던 그는, 문득 그 철자에 약간의 이상함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더 이상 피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는 공포 앞에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 도망쳐 불편한 평화를 누리고 있었지만, 주인과는 반대로 성실히 일하는 눈과 척추는 주인의 불편한 평화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내쉬고, 다시 들이쉬며, 하는 사이에 빠르게 숨쉬며, 그 안내 서류에 적힌 발신자의 이름을, 그 정체불명의 영단어 6단어를 응시하였다. 불러선 안 될 그 이름을, 한 글자, 한글자. 그리고 그의 발음은 세 번째 알파벳에서 끝나고 4번째 알파벳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그 4번째 알파벳인 'C'에서,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위화감이 치솟아오른 것이다. 하필 재수없게도 4번째였다. 그렇게 그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C는 어느 새 그의 눈을 통해 머리에 파고들어와버렸다. 그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방금 전 그를 지켜준 두터운 신경과 지방은 무가치한 위안조차 되지 못했다.

그 C는

그 C는

그 C는!

 

 

 

 

 

 

 

 

 

 

 

 

 

 

 

 

 

 

 

 

 

 

 

 

 

 

 

 

 

U

 

 

 

 

 

 

 

진짜 놀랬다고

드디어 나한테 일본 우체국통장 말고 제대로 된 월급통장이 생겼단 말이야.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고. 이 기세로 다음 달엔 신용카드도 지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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