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가의 기묘한 건강검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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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30, 2017 19:04에 작성됨.

말이 부두노동자이긴 한데, 부산신항이 꽤나 엄격한 곳이라 직장인채용신체검사서(건강진단서)를 떼오라고 하더라구요.

2차 병원급 이상에서만 받을 수 있는 검사라서, 귀찮게 이런걸 왜 시키나 하고 피도 뽑고, 소변도 받아서 주고 했는데......

 

이틀 뒤 병원 원무과.

원무과 직원 「간수치가 매우 높게 나오고 있고, 소변에 혈액이 섞여나오고 있는 상태라 보류 판정 나오셨어요.」

카스가 「네?」

원무과 직원 「이 건강진단서는 떼셔도 직장에서 받아주지 않으실거 같은데요?」

 

그래서 저는 또 다른 병원을 찾아가, 곧바로 다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그 날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걸 수도 있다고 말이지요.

 

역시 이틀 뒤.

간호사 「지금 간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으시고, 소변에 혈액이 미량 검출되셨어요.」

카스가 「네?」

간호사 「저희 신장내과 과장님께서 직접 보시고는 진료는 한번 받아보셔야할거 같다고 하시는데, 받으시겠어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니, 종합병원인데 전문의도 아니고 과장급이 내 상태를 보고 진료를 받아보라고 그랬다고?'

 

덜컥 겁이 나서 진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참고로 의사 선생님이 여성 분이셨는데 너무 예쁘셨습니다.

 

카스가 「......」 안절부절

여의사 「일단 오늘 종합 혈액검사랑 소변검사 하시고, 내일 아침에 결과를 보고 CT를 찍어보도록 해요.」

카스가 「넵.」

여의사 「다만 CT는 찍는다고 생각하시고 물과 음식은 전혀 드시지 않은 상태로 오셔야 합니다.」

 

그 다음날.

물론 당연하게도 저는 CT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병원과 연이 없었던 저는 CT 촬영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원통형 기계 안에 누워있는데, 정맥주사로 혈관조영제를 푸슉하고 제 몸 속에 넣으니-

 

카스가 「어... 어어어~」 몽롱

 

온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고 정신이 몽롱해지며 어지럼증이 찾아왔습니다.

후에 알아보니, 저는 혈관조영제에 알레르기가 있으니 다음에 CT 촬영할 때엔 주사가 아니라 링거를 통해 천천히 주입해야하는 걸로 해야한다고 하시더군요.

 

어쨌든, 정신의 끈을 붙잡기 위해 속으로 '센카와 치히로는 25살이고 생일은 11월 28일, 센카와 치히로는 25살이고 생일은 11월 28일......'을 되뇌이면서 방사선과 선생님이 스피커로 저에게 지시하는 행동들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오후 3시.

결과가 나왔습니다.

 

카스가 「......」 안절부절

여의사 「환자 분, 지금 지방간이 있으시네요. 신장 쪽은 다행히도 병변이 보이지를 않는데......」

 

조금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여의사 「근데 지금 여기, 여기 보이시죠?」

 

선생님은 모니터 속의 제 CT 사진을 가리키며 말하셨습니다.

 

여의사 「지금 지방간이 매우 심각한 상태세요. 사람들이 지방간이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가는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방간이 딱딱해지면 건강한 간세포들을 공격해서 간경화를 일으키는게 밝혀졌거든요. 근데 환자 분이 지금 그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이세요.」

카스가 「네? 저기... 그러니까 간... 경화요?」

여의사 「네, 지금 직장이 문제가 아니라 몸 건강을 잡으셔야해요. 이 얘기를 들으시면 백중의 백이면 살이 쪄서 그렇다고 다들 헬스를 끊으시거나 하는데, 그러시면 안되구요. 지금 몸이 안 좋으신 상태라서 약을 드시면서 식단조절을 하셔야해요. 헬스보다는 가벼운 걷기 운동을 하시고요.」

카스가 「......」

 

결국 저의 '주주야야비비'로 일하는 부산신항에서의 신나는 모험은 시작되지도 못한채......

오늘 약 한 달치를 받고, 요양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몸건강 잘 챙기시길 바래요.

 

 

설마 내가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이런 뭉탱이로 약을 받게 되다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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