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밴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작품들에 대한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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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0-10, 2016 00:33에 작성됨.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마츠시타 쿄스케입니다.

 

요즘에는 대학원생(석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중인데 그 와중에 노동조합의 지부간부로 스카웃되어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내다보니 요즘에 접속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랜만에 들어와서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자주 못 오고, 오랜만에 왔더니 좀 무거운 주제로 글을 다뤄야 하는 사실에 죄송하기도 합니다.

 

우선 이번 글은 단순히 [BanG Dream!]에 대해 단순한 비난을 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물론 작품을 만드는 제작진들의 노고는 그 누구도 감히 평가절하를 할 수 없는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은 저도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허나 이번 [BanG Dream!]뿐만 아니라 기존에 밴드에 대한 이해가 가면 갈수록 떨어지는 작품들이 종종 보여 이전에 밴드를 했던 한 명으로써 안타까운 심정을 자제하고 있다가 좀 기회를 얻어 몇 자 적고자 합니다.

(쓰라는 애니마스 팬픽은 안 쓰고!)

 

여러분은 ‘밴드’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락이나 메탈이란 단어를 시작으로 아마 ‘벡’, ‘케이온’, ‘키라키라’ ‘디어드롭스’ 등 뭐, 많은 작품들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여기에도 어느 정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애니나 만화에서 음악이 작품에서 주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멀티미디어 시다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부정하기 힘듭니다. 저도 아이마스 뿐만 아니라(뭣이라!?)다른 애니나 게임을 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언컨대 ‘음악(OST)의 퀄리티’를 꼽습니다. ‘희로애락’을 담은 선율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전 믿습니다.

 

이런 시대에서 특히 현대음악은 단언컨대 밴드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전 짚고 싶습니다. 요즘 국내 음악시장에 아무리 기계로 만든 음악이 아이돌그룹에 힘입어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또는 신디사이저)가 만들어내는 선율은 단언컨대 음악의 물줄기를 크게 뒤바꿨습니다. 오죽하면 교회에서도 ‘라이브워십’이란 용어를 사용하지만 사실상 밴드가 이런 종교음악까지도 영향을 끼쳤겠습니까?

 

유명한 밴드의 라이브를 보면 정말로 화려합니다. 그리고 그 라이브의 열기는 팀의 에너지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환호가 함께 어우러져 정말로 상상 그 이상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참으로 밴드의 멤버들은 하루하루 뼈를 깎는 고통에 시달립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음악을 무대에서 연주하기 위해 카피, 창작, 합주 등을 반복합니다. 여기서 웬만큼 소리를 잘 내주는 악기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연습실과 공연에 쓰일 무대를 설치하는 것, 관객들을 대상으로 매표하는 것 등은 돈이 안 들어가는 곳을 찾기가 정말로 극소수에 불과합니다.(학교 내 축제라면 적어도 유료입장은 아니니까요.)돈으로만 음악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각 포지션 별 악기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각각의 악기들의 음색에 대한 조율은 정말로 교과서가 없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웬만한 뮤지션들은 악기를 포함한 장비의 수가 많아 보이는데 그것은 그들이 연주한 음악이란 작품에 합당한 악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고가의 장비가 그 만큼 값어치를 한다고 하지만 입문용으로 구입하는 저렴한 악기들도 그 세부 종류별로 다르게 조합하면 그 음색이 각각 다름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타만 하더라도 ‘스트라토케스터(스트렛)’, ‘텔레케스터(텔레)’, ‘슈퍼 스트라토케스터(슈퍼스트렛)’, 레스폴, SG 등... 정말로 무궁무진합니다. 하다못해 드럼 역시 기통의 수와 제작사 별로 그 음색이 모두 다릅니다. 정말로 ‘무한대’라는 말이 아깝지 않죠. 마치 백지위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과 같다고 전 비유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역시 ‘벡’과 ‘케이온’이었습니다. 두 작품은 모두 작품의 무게감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진중한 ‘벡’과 케쥬얼한 ‘케이온’ 모두 각각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악기에 대한 이해에 관심을 보인 점은 전 인정합니다.(물론 케이온이 다과회적 요소가 강하다 하지만...)악기를 구입하기 위해 많은 경험자들의 조언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합주를 통해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잘 그려냈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실제로 저도 밴드에서 작사와 보컬을 담당했지만 기타를 약간이라도 배우고 싶어 수많은 지인들과 현장의 딜러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또 그에 따른 부속장비도 하나하나 맞춰나가면서 악기를 선택하는 일 부터가 참으로 낭만적인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연습도 힘들지만 간단한 곡부터 연주해나가기 시작하는 것처럼 뿌듯한 것도 없지요.

 

그런데 최근 작품들에서는 이러한 배경들이 무시되고 마치 ‘고가의 유명한 장비면 만사 OK이다.’라는 풍조가 드는 것 같아 저는 한 편으로는 고증해나가면서도 참으로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 중에서 얘를 들면 [BanG Dream!]이란 작품은 지인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서 저도 작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분석을 했지만 이 작품처럼 밴드의 악기들에 대한 이해도가 이다지도 없는 작품은 태어나서 처음 만났습니다. 특히나 주인공 팀의 메인기타(솔로기타), 리듬기타(세컨기타), 베이스를 어느 한 브랜드를 특정하여 마치 그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인 양이 되었습니다. 제가 여기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실제로 그 브랜드의 해당 모델들 중 일부는 범용적인 곡에 쓰이기 어려운(얘를 들면 메탈에만 한정해서 널리 쓰이는...)제품이 버젓이 쓰이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다 다르고 좋아하는 음색이 다양함은 저도 절대로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양함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마치 양산형을 찍어내는 공장과도 같은 악기배정을 보고 솔직히 저는 ‘기획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저 악기들을 한 번이라도 만져봤나?’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애니마스 팬픽에서도 작중 쿄스케가 속한 ‘아맥스 프로젝트’ 각 멤버의 악기 설정도 제가 일일이 홍대와 낙원상가를 오가며 그 악기들을 직접 만져보고 딜러 및 연주자들에게 부탁해 직접 소리를 듣고, 또 제가 (형편없는 실력이지만...)직접 연주도 해서 하나하나 어렵게 설정을 하고 또한 그 악기들의 음악적 조합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검증을 거쳐 설정한 것이고 그에 맞춰 이야기를 하나하나씩 만들고 원작과 조율을 하느라 굉장히 진행 속도가 늦습니다. 이 점은 독자분들을 향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고증이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은 이 또한 죄송하지만 내려놓을 수 없는 저의 고집이기도 합니다.

 

[BanG Dream!]이란 한 작품뿐만 아니라 밴드가 나오는 수많은 작품들에 대한 동일한 문제도 제가 일일이 나열하기도 시간이 부족하며 그만큼 비슷한 문제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OST만 잘 뽑아내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아마 이런 풍조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음악을 현장에서 실제로 연주한다는 건 정말로 고된 일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그런 밴드 세션(연주자)들의 노고를 더는 가볍게 여겨 먹칠하지 말기를 간절히 분노를 글에 담아 호소를 하는 것입니다. 가상의 세계가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받기 위해 그만큼 현실에 대한 고증이 절실합니다. 이는 역사 속 유명한 소설 및 작품들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제가 소위 ‘꼰대’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 글을 올리며 제 생각을 표하는 것이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밴드와 그 팀이 연주하는 음악의 세계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관점에서 누군가는 한 번이라도 이런 아쉬움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후의 작품들에 반영되어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성숙해 나갈 수 있음을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돌아와 무거운 주제로 무거운 분위기를 만든 점을 다시 한 번 사죄드리며 아이마스 작품들의 음악적 발전도, 아니 모든 작품들의 음악적 발전을 기원하며 이상으로 견해를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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