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우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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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09, 2019 23:40에 작성됨.

원래부터도 우울증 성향이 있어서 사람도 잘 못 사귀고 무언가에 대한 의욕도 쉽게 꺾여버리는 편이었는데, 요새 더 심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슬슬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다보니, 우선적으로 자소서 때문에요.

자소서 쓰는 법 자체야 지난 달에 교내에서 관련 특강도 듣고 했으니까, 소재만 있다면 주제에 맞게 써내려가면서 다듬으면 될 테죠.

근데 문제가 뭐냐면,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니 제가 지원하려는 기업에 어필할 수 있는, 자소서에 녹여낼 무언가가 하나도 없더라는 자괴감이 들어오더군요.

물론 단순히 특이한 경험이 다가 아니라, 사소한 경험이라도 그것이 나의 어떤 역량을 보여주는지, 해당 기업에 있어서 어떻게 중요한 것인지를 녹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건 압니다.

근데 그걸 감안하고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특히 대학생활 중 팀플레이 경험은 더더욱요.

아무래도 회사생활이라는 게 조직 생활이다보니, 팀플레이 경험이 묻어있지 않은 자소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특별히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보였던 시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 직업적으로 나아가야 할 분야와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취미적으로도 정말 하고 싶어 죽을 것 같을 정도로 열정이 넘쳐서 진득하니 오랫동안 쭈욱 빠져 있었던 적이 없네요.

지금까지 쌓아온 학벌이나 학점도 다 소용없다는 무의미감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사실, 수많은 역경을 겪었던 다른 많은 분들에 비하면 저의 고민은 그야말로 티끌에 불과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생각은 자꾸 부정적으로만 기울어가네요.

이전까지는 기사다 토익이다 토익 스피킹이다 해서 따놓아야 할 스펙이 있어서 그걸로 생각을 회피할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아니죠. 올 하반기부터 원서를 넣어야 하는 지금, 이젠 더 이상 현실을 회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제가 어떤지 보니 그야말로 빈 껍데기.

아무리 자소서를 생각해야 한다고 해도 하루종일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다고 해서 특별히 무언가 생길 리 없을 터인데,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기분전환을 하거나, 다른 열정을 보일 영역을 찾아나서거나 하는 생각도 거의 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헛되이 흘려보내는 실정입니다.

으으... 왜 진작에 이런 숫기없고 나약한 성격을 고치지 못했을까...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꿈속으로 도피하고 싶어, 안즈처럼 재능 있는 니트라서 인세로 먹고 사는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어.....!


근데 생각해보면, 우울증 치료받으려고 시도한 적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처음 있었던 시도는 고등학생 때였고, 이후에도 몇 번 상담치료를 시도해본 적이 있었죠.

재작년이었나에도 시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에서 1년인가 상담을 받았던 적이 있었고...

물론, 그 결과로 나아졌으면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 테죠.

지금도 이대로 있다간 안 되겠다 싶어서 이번 달 말부터 고대병원에서 정신과 진료 일정을 잡아두긴 했는데, 사실 반신반의하는 심정입니다.

게다가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면, 진단을 받는 과정도 무서워요.

사실 정신과 찾았을 때 결과가 좋았던 적이 없었거든요.

아니면 병원이 아닌 교내/시내 상담센터를 찾았을 경우든가.

정신과 진료를 여러 차례 받은 경험이 있는 한 친구의 이야기에 따르면, 병원의 규모와는 관계없이 좀 의사선생님에 따른 운이 많이 따라야 하는 모양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소극적이고 열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면 심란하네요.


뜬금없이 자소서 걱정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여기다 올리게 된 점은 사과드립니다.

사실 취업 커뮤니티나 아니면 현직자 조언 같은 쪽을 이용하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가닥이 잡혀 있어야 가능하다보니...

그러니만큼 여기서 명쾌한 답을 얻어가려고 한다든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딘가에는 털어놓고 싶었어요.

주변 사람들은 다들 저한테 부족한 게 뭐가 있느냐는 입장이고, 또 그나마 이해를 해줄만한 친구한테도 너무 반복적으로 우는 소리하면 언젠간 인내심의 한계가 올 게 분명하니까요.

그럼, 제 두서없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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