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 찜뽕 없는 중국집에 갔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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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7, 2017 22:51에 작성됨.

 

 동생에게 밥을 사준다고 광고를 몇 주 동안 때리다 드디어 오늘에서야 여기로 데려왔습니다. 마침 동생이 여의도에서 알바도 하겠다, 해서 제가 직접 여의도로 갔습니다. 고오급 스시야들을 제외하면 먹을 곳이 없다는 여의도로...;;

 

 ...는 들어가자 마자 사장님이 문 앞에서 웨이팅을 관리하더군요. 안을 들여다보니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자리를 빼곡히 차지하며 술과 음식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옆 가게에도 손님으로 가득하던데, 알고 보니 그 중국집에서 가게를 통째로 빌렸더군요.

 

 안의 상황이 이러다 보니, 밖에도 저와 제 동생 말고도 세 팀이 웨이팅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10분 남짓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저희 차례가 됐는데 사장님이 술을 마실 거냐고 묻더군요.

 

 '않이 칭따오를 파는 곳에선 칭따오도 마셔줘야지'란 생각에 술도 먹고 밥도 먹을 거라고 이야길했더니 갑자기 난처한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그리고 곧바로 괜찮다면서 들어오라고 했네요. 그래서 칭따오 두 병을 시켰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과두주를 시키지 않은 게 너무나도 후회스럽군요;;

 

 일단 가게 내부는 꽤 비좁았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한 네다섯 팀이 있었고요. 주문은 어차피 들어가면서 쌈빡하게 잡탕밥과 오향장육을 시켰으니 저흰 그냥 먹고 돈을 내기만 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만두가 맛있단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볼 것도 없이 서버 분을 불러서 군만두를 시켰습니다.

 

 꺼라위키 가라사대, 볶음밥을 시키면 짬뽕국물을 주는 곳은 하류요, 계란국을 주는 곳은 상류라고 했으니, 저는 플레이팅에 계란국이 올라온 걸 보고 놀랐습니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서요;;

 

 그 동안 가본 중국집에선 죄다 짬뽕국물을 줬고, 왠만한 경우라면 계란국보다 짬뽕국물의 맛이 훨씬 좋았거든요. 그래서 별 기대 안 하고 맥주잔을 비우기 전에 한 술 떴는데 계란국으로 맥주 한 병을 비울 수 있을 정도로 맛있더군요.

 

 그리고 제일 먼저 서빙된 잡탕밥... 그런데 잡탕밥의 상태가??!

 

 제가 그 동안 속고 산 것 같아서 너무 억울했습니다. 볶음밥 위에 잡탕이 올라간 게 오리지널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에서는 당연히 볶음밥이 한 수 위더군요. 그러고도 가격은 찐밥으로 만든 잡탕밥과 똑같이 만 삼천원... 소스도 자극적이지 않고 맛있었고요.

 

 만두에선 육즙이 흘러나오더군요. 샤오롱바오 정도로 육즙이 국물처럼 떨어지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반적인 중국집에서 먹는 만두, 특히 군만두는 공산품을 그대로 튀겨서 내놓는데 그거에 비하면 ㄹㅇ 양반... 맛을 제대로 못 느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향장육이 왔습니다. 한자로 적어놓으니 뭔가 있어보이는 요리지만 그냥 얇게 썬 족발에 여러 야채를 곁들어먹는 요리

 

 ...였다면 이렇게 장황설을 늘어놓지 않았을 겁니다. 고수와 채썬 고추가 고기와 양배추로 쌓은 섬 위에 수풀처럼 우거지게 뿌려진데다 채 썬 짠슬 조각도 올라와야 진정한 오향장육- (이상으로 오향장육을 처음 먹어본 맛알못의 소감이었습니다.)

 

 고수도 처음 먹어보고 짠슬도 처음 접해봐서 시키면서 살짝 후회를 했는데 이것도 맛있었습니다. 고수에선 특이한 맛이 나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고 짠슬도 향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고 짠 맛이 심한 것만 제외하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고기를 들어내니 채 썬 양배추가 무더기로 있던데 양배추에 고기랑 짠슬, 고수를 올려먹으니 정말 맛있더군요. 물론 짠슬은 두 개 이상 올려서 먹을 게 못 된다는 걸 모른채로 무작정 먹었으니 나중에는 고기 조각만 남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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