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푸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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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4-19, 2017 00:46에 작성됨.

제가 있는 곳에 A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하고는 그전과도 인연이 있었어요. 재작년쯤부터 알던 사람인데, 작년 가을에 A가 하던 일을 제가 뒤이어 맡게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A가 인수인계나 여러 일처리 등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은 채 갑자기 쉬어 버려서 제가 초반에 엄청 헤맸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요.

이번 봄부터는 이 A가 다시 왔습니다. 아무리 이전에 그랬어도 저랑 하게 되는 일도 비슷하고 여기저기 같은 자리에 있을 일도 많고 해서 나름 친해졌었습니다. 근데 오늘 일이 하나 났죠.

다음주쯤에, 제가 있는 곳 사람들이 여기저기 혼자씩 가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배치는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해서, 지난주 목/금요일쯤엔 웬만큼 다 정했었습니다. 이 때, A는 목요일날은 개인적으로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그 때는 제외해 달라고 해가지고 A는 목요일에 배치하지 않고 월요일에 배치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이 A가 와서 말하기를 자기 일이 목요일에서 월요일로 옮겨져가지고, 월요일 꺼 뺄 수 있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목요일에 배치된 C라는 사람도 목요일날 좀 빠듯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지라 이 C한테 한번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오늘 C한테 물어보니 어려울 것 같다고 하더군요. 월요일은 자기도 시간이 안된다고. 그래서 A한테 톡을 했습니다. A와 C는 사이가 그렇게 좋지가 않아서, A는 C가 무슨 핑계를 댔는지도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말해 줬습니다. 그러니 A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길래 거의 없을 거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배치를 했으니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지요. 그러니 A가 이러더군요.

"못가면되지 뭐"

A의 본심이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처음 딱 보기엔 A의 말은 '난 어차피 월요일날 일이 있어서 못간다. (나머진 니가 알아서 처리해)'라는 식으로 보였습니다. 제가 "그렇게 나오는구나..." 했더니 좀 있다가

A: "? 네가 배치 했는데, 네가 바꿀사람 없어보인다는데 딱히 뾰족한 수가 있나. 내가 알아서 처리했어"

이러더군요. 이 뒤로는 관련한 이야기 조금 하다 끝났습니다. 이 때 A의 말들은 완전히 문어체급이더군요.

막상 이 때는 이 일이 어떻게든 처리되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만약 일이 펑크나면 책임은 저한테 돌아올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저녁때 다시 생각해 보니 이 A의 말들이 자기가 기분 나쁜 티를 엄청 내는 말이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솔직히 저도 기분이 나빠지더군요. 전 최대한 개인사정 봐주려고 먼저 목요일에도 빼줬고, 월요일날 안된다고 하니 C한테도 직접 물어보기 좀 그렇다고 해서 제가 물어본거고. 스스로 알아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면 진작 그렇게 하지...등등. 솔직하게 말해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 나쁠 정도로 제가 잘못한 게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뭐 저렇게 기분 나빠하니 앞으로는 그전처럼 친한 사이로 지내진 않겠죠.

이게 제가 A를 쳐낸 건지, A가 저를 쳐낸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그래도 나름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었지만 그 사람됨을 제대로 알게 되고 멀어지는 걸 정말 오랜만에 단시간으로, 실시간으로 겪은 날이었습니다. 정말 사람은 오래 대해도 그 본성을 모른다는 게 진짜인 것 같아요.
쓰고 보니 장편의 글이 되어 버렸군요. 푸념이랄지 한탄이랄지 아님 자기반성이랄지... 이야기할 데도 없고 해서 그래도 자주 오는 유일하다시피 한 곳인 이곳에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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