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댓글: 4 / 조회: 829 / 추천: 1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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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프로듀서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며칠 전 올해 처음으로 매미소리를 듣게 되어 새삼, 여름이구나 하고 실감하게 되었답니다. 쓰르라미의 으스스한 울음이 아닌 참매미의 경쾌한 노래를 들으니, 풀벌레 소리 사이에서 숲속으로 곤충채집을 다니던 여름을 향한 들뜬 마음들이 솟아납니다.
여름은 어째서 묘한 기분을 들게하는 건지, 어릴적부터 참 신비로웠답니다. 항상 무더위와 열대야에 잠 못들고 밤을 지새면서도, 여름이 지나고나면 서늘해진 가을 바람 속에서 그해 가장 뜨거웠던 열기와 열정과 끈적함 마저 그리워하게 되니까요.이상하리만치 다른 계절은 밋밋하게 흘러가더라도 여름날의 시간들은 정말이지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강렬한 추억들이 되더군요. 그건 나이가 들어서도 변함이 없네요.
아직까지 밤낮으로 일교차가 커서 그런지 완연한 여름이라기엔 다소 부족한 느낌이지만, 한낮의 뙤약볕과 몽글 몽글 피어나는 적란운들을 바라보면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고 있죠. 피서철은 머나먼 이야기지만 한낮의 이글거리는 도심 속에서 점심시간 거리로 나온 직장인들의 땀에 젖은 와이셔츠를 바라보면 시원한 바람이 이는 산과 파도가 치는 해변이 그리워집니다. 산더미 같은 미팅 스케줄 과 결재 서류철을 뒤로한 채 올해는 부디 제때 휴가를 갈 수 있기를 실낱같이 바라보지만 글쎄요. 출근길의 능소화만이 미소지을 따름이네요.
아직까지는 생소한 매미 소리지만 조만간 녀석들이 온 도시를 가득 울리며 노래를 하게된다면 벌써 여름의 절반이 지나갔겠군요. 한참을 정신없이 땀흘리고 또 어지러운 일사병에 시달리며 수 차례의 태풍과 장마를 견디여 지내다보면 올해도 끝나 있겠지요. 항상 올 여름은 알차게 보내야지하고 다짐하면서도 매번 미련과 후회를 안고 낙엽을 밟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 징크스가 빗나간다면 좋겠습니다.
매해 앓게되는 초록색 열병을 앞두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드네요. 바다는 아직 머나먼 곳에 있지만 새로 산 하와이안 셔츠를 바라보는 기분으로 다가올 또다른 여름날을 맞이해야겠습니다.
p.s. 요즘은 여름방학 숙제로 더 이상 매미를 잡지 않않는다던가요. 비록 이미 너무나 많은 매미들이 희생되었지만, 한 철 울고나면 떨어져 바스라질 그네들이 기나긴 기다림 끝에 맞이한 제철인만큼 방해받지 않고 마음껏 울고 가기를 바랍니다.
사람도 매미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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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벌써 1년의 반이 지나갔다니!
벌써 올해도 절반이 지나갔군요.
여름이 지나고나면 한 해가 다 가버린
쓸쓸함이 느껴진 게 기분탓만은 아니었나봅니다.
여름을 가장 좋아해서 그런지 항상 이맘때가 되면 마음이 들뜨네요. 현실은 갑갑한 도심 속 빌딩들 사이에 갇혀있지만 마음만은 구름과 파도 사이를 노니며 파란 수평선을 바라보는 꿈을 꿔봅니다.
무더운 하굣길의 아이스크림. 방학과 계절학기의 시간들. 해변의 즐비한 파라솔과 비치발리볼. 서핑보드와 낚싯대. 알록달록한 빙수와 생과일 주스. 밀짚모자와 선글라스. 휴가날 아침의 설렘과 잠 못드는 밤의 불꽃놀이.
매미소리엔 정말 많은 추억들이 깃들어 있네요. 올 여름도 즐거운 시간들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
생각해보니까, 요즘 매미 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군요. 어릴 적만 해도 지금에 비함 꽤 자주 들렸는데 말이죠...
멋진 음악을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름하면 떠오르는 매미소리지만
삭막한 도심에선 점차 듣기 어려워지는현실이네요.
점차 여름의 풍물시들이 사라져가는 가운데 매미가 없는 여름이라니. 나무가 없는 숲이나 바다가 없는 항구만큼이나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언제부턴가 그런 날들이 올지도 모른다는 알 수 없는 불안감도 드는군요.
분명 그런 여름은 무척 조용할테지요.
다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