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댓글: 10 / 조회: 938 / 추천: 4
일반 프로듀서
Winter Aid - The Wisp Sing
여전히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초가을.
석양이 지는 근처 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네요.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붉게 물들고
그 너머의 하늘은 짙푸르게어둠에 잠기며
하나 둘 불을 밝힙니다.
가을이지만 아직 가을은 아닌,
그렇다고 여름이기엔 너무나 늦어버린
그런 시간.
태풍의 소식도 잠시, 아직은 후텁지근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시간
그렇지만 한창일 때의 그런 무자비함은 온데간데 없군요.
가로수들 사이에서 귀를 때리던
매미 소리가 부쩍 사그라든 가운데 보도 블럭 위로 종종 바스라진 그네들이
개미떼들에 둘러쌓인 채로 부지런히 조각나고 있습니다.
파아란 하늘을 유유히 흘러가는 거대한 적란운들 아래에서
공원의 능소화들은 하나 둘 떨어진 채로 말 없이 썩어가고
아이들은 꽃잎들을 짓밟으면서 재잘거리며 바닥 분수 주위를 뛰노네요.
여름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나버린 지금
아직까지는 파릇파릇한 잎사귀들도 머잖아 곱게 단풍이 들겠죠.
이렇게 또 계절이 흘러가는군요.
뭐랄까, 불과 시간상으로는 며칠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지만
마음은 벌써 여름에게 한참 전부터 작별 인사를 건넨것만 같습니다.
물론 여름은 대꾸도 없이 떠나버렸지만요.
너무 덥지도 너무 습하지도 않았던 올 여름.
장미철 비 오는 해변에서의 무난한 여름 휴가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도심 빌딩 속을 오가다 소나기에 갇힌 기억도
이젠 모두 과거가 되었군요.
이런저런 일들로 올해 여름도 다사다난했지만...
특별히 별 일도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어머나,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손가락 위로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 흐르고 있군요.
정말이지 한 낮의 열기 속에서 몽롱한 백일몽을 꾼것만 같습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채, 저만치 떠나보낸 시간들.
홀로 이 계절을 짝사랑한것만 같아 부끄럽기도 하네요.
이맘때 쯤에는 좀 더 여름다운 여름을
보내지 못한 것을 늘 후회하곤 합니다.
미련과 회한을 담아 한 웅큼 베어무는 아이스크림.
부드러운 바닐라향이 차갑고 달콤하게 여운을 남깁니다.
확실히 여름은 비록 차를 마시기엔 너무 더운 계절이지만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는 시절이죠.
추운 겨울 덜덜 떨면서 먹는 아이스 캔디와는 달리 자연스럽기도 하고요.
다른 계절은 떠나가도 아무렇지 않지만
유독 여름만은 아쉬움이 큰 까닭은 무엇인가...
일년의 절반이 지나갔다든 것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어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이제 모든 것이 시들고 떨어지고 죽어가는 것만이
남은 것을 알기에 그런 것일까요.
찬란했던 햇살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짙푸른 바다는 너무나 멀리 있으며
철지나 버린 샌들은 이제 신발장 속에서
다시 수감되는 신세
녹아버린 아이스크림과 얼음만 남은 채로
달그락 거리는 유리잔을 보면서
사라져 가는 여름날을 잠시나마 붙잡아 두고 싶어지네요.
언젠가 옷깃을 여미며 이 열기가 그리운 때가 온다면
손 끝에 스며든 바닐라 향을 기억해야 겠습니다.
헤어진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서.
안녕. 안녕. 안녕.
여름이여 안녕.
총 38,185건의 게시물이 등록 됨.
1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잔잔한 선율로 감성을
자극하는 가사가 인상적인 곡!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는
이런 노래가 듣고 싶어지네요.
마치 비가 계절의 장막인 것만 같군요. 올해의 2막이 지나갔습니다.
한풀 꺾인 더위와 너무 춥지도 않은 바람.
지나간 시간이 아쉬워도 지금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있으니
지금은 지금만을 신경쓰며 남은 한 해를 보냅시다!
비는 계절의 장막.
무척 인상적인 표현입니다!
확실히 떠나간 시간들을 아쉬워하기보다는
앞으로의 나날들에 충실한 것이 아무래도 좋겠지요.
그럼에도 저만치 사라져버린 어제를 생각 할때면
아련한 기분에 잠기곤 하네요.
다가올 시간들...
개인적으로 매서운 추위의 겨울은 정말 싫어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다는 겨울 바다가 가장 고요하고 짙푸른 것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여름과 달리
겨울은 하루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겨울에도 겨울만의 매력이 있으니 너무 미워하진 말아야겠군요.
:-9
한풀 꺾인 더위에
새삼스레 가을의 기운을 느끼는 하루입니다.
유월의 초여름이 언제왔냐는 듯 훌쩍 지나가버리고
이제는 저물어가는 늦여름이 사무치게 그립네요.
모든 것이 흩어지고 사라지며 거두어지는 계절인 가을.
청명한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또 어떤 삶을 살아갈까요.
가을옷을 다림질하고, 못다 읽은 책들을 꺼내들면서
선글라스와 하와이안 셔츠를 다시 서랍장 속에 넣고 있자니
설레면서도 아련한 기분이 드네요.
그다지 무덥지도, 후텁지근하지도 않았던 여름이지만
나름대로의 멋이 있었던 녀석이라 기억되네요.
그래도 어느새 지나갈건 다 지나갔고..그렇게 계절은 돈다 또 수박이 그리워질 날이 오겠지
저는 더위는 어느정도 견디겠지만
추위는 도저히 못 견디는 그런 체질이라서 그런지
웬만큼 덥지 않고서는
여름을 그럭저럭 잘 보내는 편이네요.
(반대로 겨울은 조금만 추워도 엄청난 고생을...)
지난번 여름이 기록적으로 더웠던 탓인지
평범한 올해의 여름은 비교적 선선하게(?) 느껴졌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았겠군요.
다음 해의 여름까지는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지나가는 계절에 대해 더욱 아쉬움이 큰걸까요.
저만치 다가온 가을을 앞에 두고서
잠시 숨을 골라 봅니다.
짧아지는 해넘이 속에서
잎새들이 물들어 가기를 기다리면서.
개꿀
작년 여름이 너무나 더웠던 탓인지
올 여름은 상대적으로 덥다기 보다는 따뜻하게 느껴지는
아이러니함이 있었죠.
본래 여름이 이렇게 무난했었나...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특색있는 무더위도, 지루한 장마도 그리 길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별다른 어려움 없이 혹서기를 지낸 건
큰 행운이라 생각됩니다.
다음 번 여름은 어떤 모습일런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