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11-11, 2014 23:53에 작성됨.
백일장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학창시절에 몇 번인가 해 보셨을, 혹은 지금도 학생의 신분이시라면 경험해 보실지도 모르는 행사죠. 요즘도 학교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열리곤 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학교에 다닐 때에는 몇 번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들 아시겠지만 백일장이라고 하면 보통 일정한 주제를 공개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주제에 대한 글을 쓰도록 해서 그 중에서 가장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별하여 시상하는 행사입니다. 시간은 짧으면 1시간, 길어도 2시간을 넘지 않는 걸로 기억하고요.
글이라는 게 차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미리 어느 정도의 플롯 비슷한 것이라도 구상해 둔 채로 쓰기 시작해도 결코 양질로 뽑아내기 쉽지 않은데 그것을 갑작스러운 주제로, 그것도 지극히 짧은 시간 안에 써내야 한다는 건 굉장한 악조건이자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그러한 조건을 안고서도 글을 너끈히 써내어 수상도 하고 그러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수상 경험 같은 게 없지는 않지만 어디까지나 수수한 교내 백일장 정도고, 한 번은 전국 고교 백일장에 학교 대표로 뽑혀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나름대로 치기 어린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낙관 반 긴장 반으로 미묘한 우월감마저 가진 채로 참여했는데, 이게 웬걸. 주제를 받고서 거의 제한 시간 2시간 중 1시간 30분 정도를 머리 싸매는 것만으로 낭비하고서 겨우겨우 글의 구색만 갖춘 졸작을 써내는 게 고작이더군요. 정말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중에서 가장 큰 패배감을 느낀 날들 중 하나로 남아 있네요. 어찌어찌 상 같지도 않은 장려상 끝자락에 겨우 걸쳤지만 기쁘다기보단 차라리 비참했다고 할지... 지금에 와선 부끄러운 기억입니다.
정말로, 백일장에 자신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방금 전까지 한 시간 반만에 글을 써내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도중에 다 지워 버리고서 하게 된 생각입니다.
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진짜로 한정된 주제로 한정된 시간안에 글을 뽑아내는 사람들은 대단한거같습니다
'악인이여도 변호받을 권리가 있는가' 를 영어로 서술하시오 였으니 진짜 작가분들이 대단함;;
이게 약간의 딜레마가 있어요.
고정적으로 제 글을 읽어줄 독자분을 확보하려면 정기연재를 해야하는데
정기연재를 하면 그 정기 연재일자에 쫓기게 되죠 ㅋ.....
백일장은 '너 평소에 단련을 했니?'라고 묻는 거 인거 같습니다... 근데 저도 백일장에서 상 타는 사람들이 신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