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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리[짝사랑]SIDE P

댓글: 16 / 조회: 1746 / 추천: 0



본문 - 08-19, 2013 03:04에 작성됨.

이 글은 예전에 제가 쓴 코토리[짝사랑]의 다른 시점 글입니다. 나란 놈은 언제적 글을 우려먹는거람(...)

저번 글을 읽으시는 게 조금이나마 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딱히 캐릭터가 망가진다거나 얀데레가 나온다거나 하진 않지만 글 분위기 자체가 좀 거북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1은 코토리[짝사랑]의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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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입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이런 것일까. 아니, 방탕하게 살아온 과거에 대한 벌일까. 내 복잡한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의사란 양반은 계속해서 자기 할 말을 한다.

“항암치료를 권하고 싶지만, 이미 말기라 완치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
“치료를 하지 않을 시 아마 일 년 정도가 남지 않을까 합니다.”
.......
“어쩌시겠습니까.”

의사가 하는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간간히 들리는 말에 고개를 주억거린 뒤 병원을 나섰다. 하늘이 무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맑다. 무심코 품속을 뒤적거리다 피식하고 쓴웃음이 나왔다. 품속에서 꺼낸 것은 내모난 작은 상자. 담배갑이다. 폐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녀석이 담배를 찾다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담배갑을 연다. 나란히 늘어서있는 담배 열 두 가치. 공교롭게도 의사가 말한 내 남은 수명과 일치한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이쯤 되면 누군가 악의적인 장난을 치고 있는 건 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실없는 생각에 킥킥 웃으며 담배를 하나 꺼내 물어 불을 붙인다. 허공에 퍼지는 뿌연 연기를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저렇게 연기로 변해 사라지겠지 란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이 지나고 담배는 필터만 남긴 채 전부 재와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음! 팅하고 왔다!”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있자니 돌연 누군가가 외친다. 돌아보니 중년 남성이 날 보고 있었다. 뭔가 원하는 것을 찾았는지 얼굴에 화색이 완연하다.

“자네! 나랑 같이 일할 생각 없나?”

남성이 날 보며 말한다. 왠지 수상쩍은 느낌이 나기에 일단 거부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가 생각을 바꿨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곧 스러져 사라질 몸이다. 뭘 하나 별 상관없겠지. 반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남성을 따라갔다.
그리고 나는 1년 단기계약으로 프로듀서가 되어있었다.
.......어째서?

얼떨결에 취직하게 된 765프로덕션이란 곳은 작고 허름한 예능 기획사이다. 구성원은 사장, 나, 사무실 소속 아이돌 이렇게 셋뿐인 아담한 곳이다. 건강했을 땐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던 취직을 다 죽어가는 몸이 되니 덜컥 해버렸다. 아이러니함에 웃음이 날 것 같다. 문득, 뭔가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뭐든 해서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내 이름과 모습을 남겨두고 싶다. 이곳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사무실 소속 아이돌을 프로듀스해서 톱 아이돌에 올려다 놓으면 실현되지 않을까. 톱 아이돌은 무리더라도, 적어도 그 아이돌의 가슴 속에 날 박아 넣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난 웃었다. 그런 생각을 해낸 나 자신을 칭찬하면서, 그런 이기적인 생각밖에 못하는 날 저주하면서 웃었다.

.
.
.


오토나시 코토리, 765프로덕션 소속 아이돌이다. 자연스럽게 내가 프로듀스하는 아이돌이 된다. 조금 부끄러운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 아이에게 반해버렸다. 외모가 문제가 아니다. 이 아이의 반짝거리는 모습에 반한 것이다. 아이돌 랭크가 낮아도 개의치 않고 웃으면서 자신이 할 일을 한다. 그래서 반짝인다. 과거 길바닥을 버르적대던 내 모습을 가려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순 없다.

“프로듀서! 프로듀서! 프로듀서!”

아, 벌써 끝났나보다. 황급히 의식을 되돌린다. 오늘은 오토나시 코토리의 첫 번 째 라이브.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할 수 있겠다. 코토리는 도도도 달려와 내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것을 순간 휘청, 하면서도 끝까지 받아낸다.
감격스러울 것이다. 라이브를 성공적으로 끝마쳤으니까.

“저 어땠어요?”

붉게 상기된 얼굴로 코토리가 물어본다. 내가 대답할 건 한가지로 정해져있다.

“엄청 즐거워보였어. 잘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하자 코토리는 기분이 좋은지 배시시 웃으면서 내 손길에 몸을 맡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그분이 푸근해진다. 이번 라이브를 시작으로 코토리는 더욱 날아오르리라. 그것을 옆에서 끝까지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불가능하겠지.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으니까.

“돌아가자. 라이브 기념으로 사장님이 파티를 연댔어.”

울컥 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꾹 눌러 삼키며 말한다. 코토리는 파티란 말에 기쁜 듯 다시 배시시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난 과거의 나에게 맹렬한 야쿠자 킥을 꽂아 넣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아이를 내 개인적인 이유로 이용하려 하다니, 정말로 쓰레기에 최악이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차 안, 나는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부디, 시간이 조금이라도 천천히 흘러갈 수 있도록. 내 남은 시간이 다 되기 전에 코토리를 저 높은 곳, 정상으로 올려놓을 수 있도록.
덧붙이자면 파티는 매우 즐거웠다.
옥상. 다른 사람들은 전부 먼저 퇴근했다. 나 혼자 남아 이렇게 담배를 물고 있다. 달마다 한 번, 이렇게 사무실 옥상에서 담배를 피운다. 나름대로 의식이라면 의식이다. 갑 안에 남은 담배. 그것이 나에게 남은 시간이다. 그것을 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건지를 생각하는 의식. 후- 하고 한숨을 내뱉자 담배연기가 허공으로 흩어진다.
앞으로 9개월. 담배도 아홉 가치가 남았다.

.
.
.

“아! 프로듀서! 또 담배피시는건가요?!”

오늘도 사무실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려니 코토리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코토리가 화난 표정으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늘의 월례행사 시작인가. 도발하듯 히죽, 하고 웃으며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내 모습을 본 코토리가 분기탱천해 다가오지만 내가 내뿜은 담배연기에 다시 멀리 떨어진다. 그 모습이 귀여워 웃어버렸다.

“이건 다음 달에도 잘 해보자는 의식 같은 거라고.”

내 말에 코토리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만든다. 뭐 코토리도 지금 이 상황을 월례행사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 같으니까. 적당히 타들어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슬쩍 갑 안을 바라보니 남은 담배는 여덟 가치. 나에게 남은 시간도 8개월 정도인가.......
슬며시 중얼거리자 코토리가 이상한 듯 쳐다본다. 적당히 얼버무리며 같이 사무실로 들어갔다.

시간이 지났다. 갑 안에 남은 담배가 네 가치인걸로 봐서 4개월이 지난 것 같다. 늦은 시간대, 하루 일정을 끝내고 혼자서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코토리가 찾아왔다.

“저, 저기 프로듀서!”

갑자기 코토리가 입을 열었다. 무슨 할 말이 있나 싶어서 돌아보니,

“좋아합니다!”

폭탄을 투하했다.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누가? 코토리가. 누구를? 나를. 뭐라고? 좋아한다고.

“코토리.......”
“저, 저 어느 순간부터 프로듀서가 좋아져서, 너무 좋아져서, 그래서.......”

와들와들 떨고 있다. 관객이 가득 들어찬 무대에서도 기죽지 않고 노래 부르고 춤추던 아이가 지금은 정말 작게 보일만큼 떨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뻤다. 당장이라도 꽉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럴 수 없다. 프로듀서란 입장도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이 있으니까.

“....... 미안하다.”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완곡한 거절. 똑똑한 코토리니까 알 수 있을 거다.

“그, 그건 아이돌과 프로듀서란 관계 때문인가요?”

코토리가 다시 말한다. 인정하기 싫은 것일까? 두 눈엔 오기마저 서려있는 듯 하다.

“.......아니. 코토리는 매우 매력적이란다.”

코토리의 질문에 조금 고민한 뒤 부정한다. 말할 수 가 없다. 겁이 나기 때문에. 내 상태에 대해 알게 되면 이 착해빠진 아이는 크게 상심할거다. 아이돌 활동에 지장이 갈지도 모른다. 프로듀서란 녀석이 아이돌의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 이것이 나를 겁먹게 했다.

“지금은 말 해 줄 수 없지만....... 나중에 코토리도 알게 될 거야. 내가 왜 거절하는지.”

그렇게만 말하며 나는 슬며시 웃었다. 아마 조금 슬퍼 보이는 미소였을 거다.

.
.
.

영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해는 이미 저물어 가로등이 곳곳에서 길을 밝히고 있다. 길을 걸으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승승장구 톱 아이돌을 향해 나아가던 코토리에게 벽이 나타났다.

히다카 마이.

저건 진짜다. 천부적인 재능을 무기로 삼아 파죽지세로 나아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코토리와 정면충돌을 불가피하다. 사무실은 앞으로의 방침으로 타도 히다카 마이. 조만간 있을 IA에 참가해 정면승부를 벌여 승리한다는 계획이다. 코토리도 잘나가고 있으니 지금 상태라면 좋은 승부가 될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걱정인 점은 나와 코토리의 관계. 고백을 거절한 후 표면적으로는 예전처럼 살갑게 지내곤 있지만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관계. 얼마 지나지 않아 썩어 문드러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 전에 끝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 겠, 다.

“쿨럭?!”

갑작스레 기침이 터져 나왔다. 입을 막아보지만 기침은 그치질 않고 계속해서 나온다. 이윽고 틀어막은 손 사이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피를 토했다. 전에 기침을 하다 간혹 피가 섞여 나온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아프다. 가슴속에 있는 것을 모조리 긁어내는 것 같다. 아파서 움직일 수 가 없다. 그저 쭈그리고 앉아 입을 틀어막고 있다.
계속해서 피를 토한다. 슬슬 위험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가 되었을 때 언제 그랬냐는 듯 기침이 뚝 그쳤다. 후들거리는 몸을 간신히 추슬러 일어난다. 목이 컬컬하다 기침을 너무 해서 목이 쉬어버린 걸까. 주변을 둘러본다. 다행히 인기척은 없다. 사무실에서 가까운 곳이라 사장님이나 코토리에게 들키면 어쩌나 싶었지만 기우로 끝난 것 같다. 일단 돌아가자. 지금은 뭘 할 기운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으로 확실히 깨달았다.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담배가 네 가치 남았을 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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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토한 후, 난 미친 듯이 일에 매진했다. 불안했다. 코토리와 함께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대량으로 피를 토하는 횟수도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 들키지는 않았다. 얼마간 피를 토하게 되니 이젠 피를 토하기 직전 낌새를 감지할 정도가 되었다. 그것을 이용해 피를 토할 것 같으면 슬며시 자리에서 물러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피를 토하곤 했다. 그것을 보고 두려워져 더욱 일에 매진했다. 자연스럽게 몸이 망가져 피를 더 토하게 됐다.
악순환. 내가 처한 상황에 딱 어울리는 단어이리라. 하지만 이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마지막이 다가온다면 적어도 코토리를 톱의 자리에 가까운 곳에 이끈 뒤에 맞이하고 싶다.
거의 다 스러져가는 몸뚱이를 억지로 끌고 가는, 보잘 것 없는 나의 작은 소원이다.

사무실. 사장님과 코토리는 퇴근한 늦은 시간. 나는 아직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IA가 가까워져 옴에 따라 내가 찾아서 하지 않아도 일거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목이 타서 잠깐 물이나 마실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다.

“커흑?!”

가슴 안쪽에서 통증이 몰려왔다. 정말이지 불시의 일격. 가슴을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기침이 터져 나왔다. 당연히 피도 같이 튀어나왔다. 검게 죽은피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커- 크- 하악!”

숨이 쉬어지질 않는다. 아프다. 눈물이 흘러나오는지 눈앞이 뿌옇다. 아프다. 입에선 계속해서 피를 토해낸다. 아프다. 의식이 흐려진다. 아프다.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되는데.......

“프로듀서?!”

누군가 외치는 것이 느껴진다. 코토리다. 들켜버렸구나. 나란 놈은 여기까지 와서 저 아이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건가. 분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니, 눈물은 벌써 흘리고 있던가.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다.
의식이 사라졌다.
남은 담배는 두 가치. 여기서 난 더 버티지 못하고 스러졌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미 상황은 끝났겠구나. 헛웃음이 나왔다. 코와 입을 가리고 있는 산소호흡기가 불편하다.
의사가 와서 내 상태를 말해줬다.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퍼져나갔단다. 약도 수술도 전부 소용없는 단계까지 갔다고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편히 누워있다 가는 것이 내게 남아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미 옛날에 들어서 별 감흥이 없었다.
잠시 후, 사장님이 찾아오셨다. 사장님은 나를 보며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며 한탄하셨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아픈 사람을 끌어다 썼다고. 정말 큰 죄를 지었다고. 후회하셨다. 난 말했다.

“이건 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한 일입니다.”

라고. 실제론 숨쉬기도 벅차서 헐떡이며 겨우겨우 말한 거지만. 사장님은 침통한 표정으로 한동안 침묵하시더니 자주 찾아뵙겠다고 하시며 떠나갔다. 굳이 안 찾아와도 되는데 말이지. 나 같은 것을 찾아올 바에야 좀 더 코토리에게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코토리는 지금쯤 어쩌고 있을까. 역시 충격이 컸을까. 어린 여자아이가 볼만한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몹쓸 짓을 해버렸다.

며칠 후, 문득 깨달았다. 오늘이 내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숨쉬는 날이란 것을. 죽을 때가 된 사람은 나름대로 그 사실을 알게 된다는데 정말이었다.
인기척이 느껴져 시선을 돌리니 코토리가 우두커니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이 어둡다. 역시 충격이 컸나보다. 정말이지, 못난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다.

“....... 알게 된다는 것이 이런 거였나요?”
“그래.”

내가 답하자 코토리의 표정이 확 일그러진다.

“왜 미리 말 안 해주신 거죠! 왜! 어째서!”

소리친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채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 때 말해주셨다면 저도 포기할 수 있었잖아요! 얼마 못산다! 그렇게 말하셨다면 저도 어쩔 수 없구나 하고 포기했을 거라고요!”

엉망진창.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슬퍼 보인다. 한참 분통을 터트리던 코토리는 이윽고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아아- 미안하다. 하지만 난 나 때문에 코토리가 슬퍼하길 원하지 않았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의식이 흐려진다. 슬슬 때가 다가오고 있는 건가.

“프로듀서! 정신 차려요! 아까 한 말은 거짓말이에요! 저는 프로듀서가 좋단 말이에요! 포기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정신 차려요! 나아주세요!”

코토리가 달라붙었다. 잘 움직여지지 않는 손을 움직여 코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코토리의 얼굴은 눈물콧물로 엉망진창이다.
정말이지, 아이돌이 그런 얼굴 하면 못쓴다고?
서서히 눈이 감긴다. 시야가 좁아진다. 코토리는 입술을 꾹 깨물며 울음을 참고 있다.
몸에 힘이 빠진다.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정말 최후다. 몸에 남은 모든 힘을 혓바닥에 옮겨서 입을 달싹거린다. 코토리에게 전해줄 최후의 말을. 내 솔직한 마음을.

“---.”

어라? 제대로 전해졌나? 내가 말하고도 소리가 들리지 않아 잘 모르겠다. 제대로 전해졌길 바란다.
코토리, 정말로 미안. 그리고 안녕.

.
.
.

“프로듀서.......”

프로듀서를 불러봅니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네요. 정말로 싫지만, 이해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프로듀서는 멀리 떠났다는 것을 말이죠.
곧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분들이 들어와 프로듀서의 얼굴에 흰 천을 올립니다. 이걸로 프로듀서는 죽은 사람입니다.
침대를 끌고 병실을 나가는 의사선생님의 모습을 보니 몸에서 힘이 빠집니다. 정신이 몽롱합니다. 마치 저 혼자만 이 세상에서 격리된 것 같아요.
멍한 머리지만 단 한 가지. 프로듀서가 마지막으로 해준 말은 계속해서 귓가를 맴돌고 있습니다. 매우 작은 소리였지만 전 똑똑히 들었습니다. 프로듀서가 마지막으로 해준 말은.......

“좋아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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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여기까지 난해한 글을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7페이지 12kb 나왔네요. 최대한 한페이지에 꽉꽉 눌러담으니 이렇게 나오는군요. 괜시리 뿌듯합니다.(...)
다만 읽을 때는 가독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네요 OTL
거기다 마지막은 왠지 모르게 흐지부지한 느낌이 듭니다. 죄송합니다. 체력이 다 떨어졌어요.(...)
아무튼 이렇게 몇달 전에 썼던 글 우려먹기가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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