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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느긋하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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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30, 2017 20:13에 작성됨.

---11

레슨실 문을 열자 트레이닝복을 입은 하루카와 야요이가 둘을 반겨주었다. 하루카는 반가워서 달려오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하루카?”

 

“아으... 또 넘어지고 말았어. 치하야 오랜만이야.”

 

멋쩍게 웃으며 일어나는 하루카의 뒤로 야요이도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도 치하야 씨도 오랜만입니다.”

 

“타카츠키 양까지?”

 

“이렇게 765 프로의 새 유닛 멤버들이 모두 모였군요.”

 

‘유닛’이란 말에 세 아이돌의 시선이 프로듀서에게 쏠렸다. 가장 놀라워한 것은 야요이였다.

 

“으에엑? 유닛이요?”

 

“프로듀서 씨, 저희로 새 유닛을 결성하신다는 말씀인가요?”

 

“예. 여러분으로 새 유닛을 결성해서 활동할 계획입니다. 사장님의 결재를 받아야겠지만, 여러분의 동의를 구하는 게 우선이겠죠.”

 

“그럼 프로듀서 씨, 질문이 있는데 왜 저희인가요?”

 

하루카가 조심히 손을 들어 나머지 둘도 가진 의문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간단한 대답을 내놓았다.

 

“세 분이 함께라면 분명 좋은 유닛이 될 거란 느낌이 왔거든요.”

 

셋에겐 쉬이 납득가지 않는 답변이었지만, 프로듀서는 확신에 차 있었다. 다만 아이돌들은 주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 아직 노래도, 춤도 부족해요.”

 

“전 아직 무대 데뷔도 못 한 걸요…”

 

“프로듀서, 저도 유닛 활동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유닛 활동은 서로를 도와주는 것이고, 여러분이 성장하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의 류구나 페어리처럼요. 그리고 아마미 양, 타카츠키 양을 만났을 때마다 두 분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야요이, 늘 누구와도 친한 따뜻함을 지닌 하루카를 본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노력하는 두 아이돌이라면 치하야와 함께 금세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다.

그래도 세 아이돌은 저마다의 이유로 고민하고 있었다. 유닛 데뷔는 자칫하면 아이돌 활동에 지장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프로듀서가 말한 대로 분명 성장의 계기가 될 좋은 기회였다.

깊은 고민 끝에 가장 먼저 찬성한 것은 야요이였다.

 

“그럼 저 프로듀서를 믿고 두 분이랑 정말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읏우! 드디어 무대 데뷔다!”

 

야요이는 개인 활동은 하고 있지만, 아직 무대 데뷔를 못 했다. 아무래도 개인 활동을 먼저 시작한 치하야, 하루카와 함께 무대 데뷔를 한다는 점에서 끌린 것 같았다. 야요이의 뒤를 따라 하루카도 고민을 끝내고 손을 들어 찬성을 표했다.

 

“저도요. 치하야랑 야요이와 함께 많이 배울 것도 있고, 무엇보다 유닛 활동이라니 두근두근 기대돼요!”

 

“프로듀서, 유닛 활동은 괜찮다 생각하지만… 유닛 활동을 하면 춤도 춰야 하잖아요?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그건 보컬리스트로서...”

 

거절하려는 치하야의 팔을 하루카가 덥석 잡았다.

 

“치하야, 우리 같이 해보자. 치하야라면 분명 춤도 잘 출 거야. 그리고 난 무엇보다 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뻐!”

 

“하루카... 그래도 난 춤은...”

 

“치하야 씨도 함께한다면 완전 든든할 거예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열심히 할게요. 정말로요!”

 

야요이까지 나서서 공손히 부탁하자, 치하야의 얼굴이 빨개졌다. 아무리 치하야라도 하루카와 야요이의 진심 어린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런 두 아이돌의 진심에 당황했는지 프로듀서를 바라봤다. 프로듀서도 확신에 찬 눈빛으로 치하야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잘해낼 수 있을까?’

 

다른 사람과 함께 노래한다는 것, 춤을 춰야 한다는 것 등에 아직 막연한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마음속엔 걱정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 뜨거운 것이 샘솟으며 얼음 같은 걱정을 천천히 녹였다. 치하야는 이 감정의 이름을 몰랐지만, 세 사람의 격려로 얻은 ‘용기’였다. 그리고 치하야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자신 없지만 나도 해볼게... 그런데 프로듀서, 리더는 누가 하는 거죠?”

 

“아마미 양입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프로듀서의 대답에 하루카는 손사래를 쳤다.

 

“제가 리더라뇨! 전 리더할 자격이 없어요.”

 

“유닛은 단순히 개개인의 실력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다 같이 화목하게 무대를 즐기는 것, 그게 유닛에 우선입니다. 그리고 그걸 이끌어주는 것이 프로듀서가 아닌 리더고요. 그래서 저는 모두에게 상냥하고, 항상 노력하는 아마미 양이 리더로서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찬성이에요. 하루카 씨가 리더면 완전 듬직할 거 같아요!”

 

“하루카라면 저도 찬성입니다.”

 

야요이의 적극적인 찬성과 치하야의 짧고 굵은 찬성에 하루카는 다시 고민했다. 하지만 결심 굳힌 표정으로 승낙했다.

 

“그럼 저 리더 해볼게요. 앞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테니 프로듀서 씨도 잘 프로듀스해주세요. 그리고 두 사람에게도 앞으로 잘 부탁할게!”

 

이제 남은 것은 타카기 사장의 승인이었다. 타카기 사장은 프로듀서가 며칠 밤을 지새우면서 만든 제안서를 흥미롭게 살펴봤다.

 

“키사라기 군, 아마미 군, 타카츠키 군으로 유닛 결성이라?”

 

“네, 그렇습니다. 아마미 양을 리더로 하는 것으로 세 아이돌 모두 찬성했습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조합이구먼. 이 유닛을 결성하려는 이유를 듣고 싶네만.”

 

“저희 프로 유닛 중 가장 인기 높은 류구는 어른스러움과 아이스러움을 동시에 갖췄습니다. 어리지만 어른스러운 면도 갖춘 미나세 양을 중심으로 성숙한 미우라 양, 천진난만한 아미 양의 매력이 한데 모여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카즈키 씨의 프로듀스도 이에 따라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호,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네.”

 

“그리고 페어리는 춤과 노래 모두 뛰어난 재능들로 결성한 유닛입니다.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시죠 양, 춤으로는 누구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가나하 양 사이에 둘 다 뛰어난 호시이 양이 가운데에 서서 좋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당당하면서도 쿨한 매력, 이게 페어리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유닛 결성은 아이돌들의 각기 다른 매력이 합쳐져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유닛은 어떤 새로운 매력을 만드는 건가?”

 

“’조화’입니다. 타카츠키 양은 늘 즐겁고 밝은 모습으로, 아마미 양은 따스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치하야 양이 유닛의 분위기가 너무 들뜨지 않게 잡아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금방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셋 중에서 키사라기 군만 너무 다르지 않은가?”

 

“치하야 양이 어려워하는 방송이나 행사에서 타카츠키 양과 아마미 양이 치하야 양을 끌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무대 경험이 부족한 타카츠키 양에게 아마미 양과 치하야 양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유닛 멤버들끼리 즐거워야 한다는 점도 있어야겠죠. 그 중심이 바로 리더 아마미 양입니다.”

 

한 번은 유닛의 ‘조화’에 대하여 류구 멤버인 이오리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다. 사실 미나세 가문의 막내 아가씨인 이오리가 다른 아이돌들과 유닛을 결성한 계기가 궁금한 것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미나세 양은 왜 류구 멤버가 된 것인가요?”

 

“왜 류구 멤버가 됐냐고? 혼자보단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거야.”

 

“어떤 점이요?”

 

“엄청 넓은 무대에 홀로 서는 것보단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있는 편이 낫잖아. 그리고 아즈사나 아미, 리츠코랑 함께 하는 게 즐겁기도 하고.”

 

“예를 들면요?”

 

“아즈사는 길치지만, 노래를 잘 부르고 맏언니답게 다정다감하잖아? 그리고 아미는 장난이 심해도 무대에서 떨지도 않아. 뭐, 아미가 류구의 즐거운 분위기를 이끄는 것도 있어. 리츠코도 레슨할 땐 무시무시한 도깨비 상사지만, 항상 열심히 우리를 프로듀스하고 있어. 그런 점 때문에 류구 활동이 즐거운 거야.”

 

“그런 점이 있었군요.”

 

“물론 슈퍼 미소녀 아이돌인 나 혼자서도 톱 아이돌이 될 수 있지만, 유닛 활동은 해볼 만하잖아. 아니, 그보다 먼저 프로듀서라면 그런 걸 다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것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해?”

 

끝에 가서 이오리에게 혼나고 말았지만, 유닛이란 것이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돕는 계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라서 즐겁다는 점이 주요했다. 이는 류구, 페어리를 관찰하면서 깨달은 점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치하야 양은 노래를 이끌어주는 역할입니다. 세 사람의 음색이라면 좋은 노래가 나올 것입니다. 이처럼 이 유닛은 상황에 따라 세 아이돌의 장점이 고루 나타나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러한가? 보컬이었던 자네의 감에 따른 것인가?”

 

“예. 좋은 화음이 나올 거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원래 마코토, 유키호, 마미도 고려 대상이었다. 하지만 치하야의 푸른 차가움을 상쇄시키려면 하루카와 야요이가 보컬로서, 멤버로서 더욱 낫다는 판단이 섰다. 얼음을 녹이려면 따뜻하게 해야 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보컬 출신인 프로듀서가 생각해도 유닛 멤버끼리의 음색이 어울리는 것이 중요했다. 비록 하루카나 야요이의 가창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도, 의외로 치하야의 음색과 잘 녹아들 것 같은 느낌이 왔다. 모두 무대와 보컬 레슨을 지켜본 결과를 토대로 결론이었다.

푸른 차가움에 붉은 따스함, 주황빛 즐거움이 합쳐진다면 아름다운 화음과 즐거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치하야도 즐겁게 노래를 할 것이고, 하루카와 야요이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들을 토대로 프로듀서는 세 아이돌로 유닛을 결성하겠다고 결심하였다.

 

“내게 좋은 단어를 배워서 잘 써먹는구먼. 사실 자네 제안서를 보자마자 느낌이 팟! 하고 왔다네.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지. 유닛 이름은 정했는가?”

 

“기획서에 적혀 있는 대로 ‘you-i’입니다.”

 

“’유-아이’라고 읽는 것인가 ‘유이’라고 읽는 것인가?”

 

“간단하게 읽어서 ’유이’입니다. 제가 생각한 컨셉 따라 ‘너와 나’의 조화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입니다.”

 

“오오, 좋은 의미로구먼. 그러면 승인하도록 하지. 다만 아쉽게도 예산은 많이 할당 못 해줄 것 같다네.”

 

결재 도장을 받은 프로듀서는 타카기 사장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이렇게 765 프로의 새 유닛 ‘you-i’가 아이돌 업계에 뛰어들었다.

데뷔 준비를 위해 치하야는 계속 하루카, 야요이와 같이 레슨을 받기로 하였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최근 스케쥴이 늘어난 페어리의 프로듀스까지 도와야 했다. 세 아이돌에게 유닛 결성을 승인받았다고 연락한 뒤, 곧장 한 대학교로 향했다.

대학교 축제에 참여한 페어리의 공연은 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셋의 매력으로 채워진 무대는 학교가 무너지라 들리는 환호로 끝을 맺었다. 프로듀서가 듣기에도 우아하고 신비한 타카네의 자주색, 자신감 넘치는 옥색의 히비키, 미키의 독특한 연두색이 어우러지는 노래를 들으며 그 환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뜨거웠던 공연을 마친 페어리 멤버들이 프로듀서의 차에 탑승했다.

 

“수고 많았어요.”

 

“안녕, 프로듀서. 미키는 졸리니까 좀 자겠단 거야.”

 

조수석에 탑승한 미키는 안전띠를 매자마자 잠이 들었다. 저렇게 빨리 잠드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고생이 많으신 프로듀서 씨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하옵니다.”

 

‘실버 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우아한 시죠 타카네였다. 말투와 분위기는 후타미 자매가 별명으로 부르는 ‘공주’와 같았다. 치하야와는 다소 다른 ‘공주’ 같은 신비한 분위기를 무대에도 잘 녹여내고 있었다.

 

“본인을 프로듀스할 수 있는 걸 영광으로 여기라고!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아.”

 

수많은 동물들과 함께 지낸다는 오키나와 출신 가나하 히비키는 765 프로 아이돌 중 춤 실력이 가장 뛰어났다. 그래서 안무를 짤 때도 직접 관여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가창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고, 항상 페어리의 레슨 분위기를 활발하게 주도했다.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히비키 역시 천재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이돌이었다.

 

“세 분 다 뛰어나서 제가 딱히 프로듀스할 것도 없는걸요.”

 

페어리의 무대를 보면 이 셋으로 유닛을 꾸린 사람의 혜안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유닛 분위기도 워낙 화목하다 보니 프로듀서가 해줄 수 있는 피드백은 많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가 이번에 새 유닛을 만들었다며? 바쁘지 않아?”

 

“이름이 ‘you-i’라고 들었사옵니다.”

 

“예. 세 분이 같이 합동 레슨을 받기로 했고, 조만간 곡이랑 안무도 나올 겁니다.”

 

“저만치 앞서가는 류구코마치에 이어 새로운 유닛까지 나왔다라. IA(Idol Award)까지 경쟁이 치열하겠는데? 물론 본인이 있는 페어리가 최종 승자겠지만 말이야.”

 

“그러니 저희도 더 열심히 해야겠사옵니다.”

 

“그야 물론이다조!”

 

두 아이돌의 말처럼 765 프로의 아이돌들은 서로를 선의의 경쟁 상대로 삼으며 아이돌 활동의 동기 부여로 삼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모든 일을 마치고 난 저녁에야 you-i의 레슨을 보러 갈 수 있었다.

 

“흐아, 어렵다 어려워.”

 

춤 레슨이 막 끝났는지 하루카가 땀을 흘리며 털썩 앉아 있었다. 강도 높은 레슨이다 보니 하루카 양 옆에 앉은 치하야와 야요이도 지쳐 보였다.

 

“흐으, 아까 배운 스텝이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 그럼 같이 한 번 맞춰볼까?”

 

하루카와 야요이는 레슨에서 배운 스텝을 맞춰보기 시작했다. 치하야는 가만히 앉아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앉아 있는 치하야를 하루카가 끌어당겼다.

 

“치하야도 한 번 같이 해보자.”

 

“응?”

 

“아까 치하야 잘하던걸?”

 

마지못해 일어났지만, 치하야는 능숙한 스텝을 선보였다.

 

“역시 치하야라면 잘할 거 같았어.”

 

“그래도 난 보컬리스트인데 춤은...”

 

“치하야 씨 정말 잘하셔요!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만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계속 스텝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야요이의 부탁이었다. 주저하던 치하야는 아까보다 천천히 스텝을 밟았고, 야요이가 그대로 따라 했다. 조그만 체구의 야요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신중히 보고 따라하는 모습은 프로듀서가 상당히 귀여웠다. 그리고 하루카와 치하야도 그 모습을 보고 활짝 웃고 있었다.

스텝을 마친 야요이는 다른 사람들이 왜 자기를 보고 웃는지 몰랐다.

 

“에? 저 혹시 뭐 잘못한 거 있었나요?”

 

그런 야요이에게 치하야는 친절히 웃어 보였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타카츠키 양을 보니 저도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서요.”

 

프로듀서 예상대로 확실히 you-i의 레슨 분위기는 좋았다. 치하야가 유닛에 진지한 분위기를, 야요이가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면 리더인 하루카가 둘을 이끌어주며 레슨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프로듀서는 자매와 같단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레슨 스케쥴이 생기면서 치하야도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돌들과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보컬 레슨을 마코토, 유키호와 같이 하던 날, 마코토가 치하야에게 다가와 자신의 노래인 ‘에이전트 밤을 가다’의 악보를 보여주었다.

 

“이거 내 노래인데 여기 후렴 부분을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 궁금해서. 혹시 불러줄 수 있을까?”

 

치하야는 마코토가 보여준 악보를 몇 번 살펴보곤 능숙하게 불러보았다.

 

“저, 저기, 치하야. 나도 궁금한 게 있어어...”

 

곧 솔로 데뷔를 앞둔 유키호가 조심히 다가왔다. 치하야는 조용히 악보를 받아 들고 천천히 불러보기 시작했다. 유키호도 따라 불러보는 모습을 지켜보던 하루카가 말했다.

 

“유키호랑 치하야 둘의 화음이 잘 맞는 거 같아.”

 

“응? 나랑 하기와라 양이?”

 

“으아아아, 아니야아.”

 

“정말 잘 어울렸어. 둘이 함께 불러봐!”

 

“내가 들어도 치하야랑 유키호 목소리가 정말 어울리던데?”

 

하루카와 마코토의 재촉에 두 사람은 천천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루카와 마코토의 말 때문인지 치하야는 유키호의 목소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차분해. 하지만 보컬로서 하기와라 양만의 느낌이 강해. 옅은 것 같아도 깊이 들어보면 짙어. 내 목소리를 조금 약하게 내본다면...’

 

치하야는 유키호와 화음을 맞춰가며 경험해본 적 없는 감정을 느꼈다. 간혹 유키호의 음정이 불안해지거나 박자를 놓치면 따라올 수 있도록 맞췄다. 그러면서 치하야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유키호의 목소리를 의식하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듀엣이란 게 이렇게 즐거운 거였구나.’

 

한 사람의 목소리로 낼 수 없는, 두 사람의 아름다운 화음이 빚어졌다. 그러면서 치하야도, 유키호도 서로의 노래를 느끼며 듀엣을 즐겼다. 둘의 환상적인 듀엣이 끝나자 지켜보던 하루카, 마코토, 야요이가 박수를 쳤다.

 

“둘 다 정말 대단해!”

 

“나중에 둘이 듀엣 해도 괜찮겠는걸?”

 

“읏우! 정말 굉장했어요.”

 

“나, 나 음정도 박자도 이리저리 많이 틀렸는거얼! 히이익, 나 같은 건 그냥 구멍 파고 숨어 있을게에!”

 

갑자기 삽을 꺼내 든 유키호가 울먹이며 레슨실 바닥을 파내려고 했다. 그러자 마코토와 하루카가 다급히 유키호를 말렸다.

 

“으아 유키호! 그러면 안 돼. 레슨실 바닥 비싸다고!”

 

“유키호, 그러지 말고 진정해!”

 

“아니야아! 이거 놔아아!”

 

“하기와라 양…?”

 

둘이 유키호를 말리는 걸 보면서 치하야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치하야 옆에서 그 광경을 같이 지켜보던 야요이는 의아했다. 야요이가 듣기에도 두 사람의 노래는 아름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하야와 유키호 둘의 표정이 평온하고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즐겁게 노래할 때와 달리 구멍을 파려는 유키호와 난처하게 보는 치하야를 보며 둘이 이해되지 않았다. 분위기가 아무래도 동생들을 화해시킬 때처럼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았다.

 

‘안 되겠어. 내가 뭐라도 해야겠어.’

 

“저기, 치하야 씨가 유키호 씨를 진정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제, 제가? 글쎄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직 사람 대하는 게 서툰 치하야는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 치하야에게 야요이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우우움, 유키호 씨랑 노래 불렀을 때 느낀 마음을 그대로 말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아, 칭찬이요 칭찬!

 

“느낌이라... 칭찬…”

 

“네! 두 분 정말 행복하게 노래하시던 걸요! 그 느낌 그대로 말하면 될 거예요.”

 

치하야는 유키호와 듀엣을 하면서 느꼈던 마음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래서 더욱 크게 느껴진 감정이었다.

야요이의 작지만 큰 응원에 힘입어 치하야는 큰 용기를 냈다. 치하야가 다가갈 때도 여전히 유키호는 구멍을 파려고 했다.

 

“하기와라 양.”

 

“에? 치하야?”

 

“나, 하기와라 양의 목소리가 엄청 좋다고 느껴졌어... 듀엣이란 게 이렇게 즐거운 건지 몰랐어. 그래서... 정말 좋았고 하기와라 양에게도 고마웠어.”

 

고맙다는 말을 평소에 안 하는 치하야였기에 모두들 놀랐다.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던 유키호는 치하야의 말뜻을 이해하고는 삽을 내려놨다.

 

“으, 정말 고마워어! 나도 치하야랑 정말 노래해서 정말 즐거웠어어.”

 

그 뒤에도 치하야와 유키호는 몇 번 더 노래를 같이 불렀다. 둘의 목소리가 어울리는 만큼 마음의 거리도 점차 가까워졌다. 유키호도 차근차근 치하야와 피드백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야요이는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동생들을 화해시켰을 때의 뿌듯함을 느꼈다.

이 일 이후 치하야는 먼저 다가가진 못해도, 다가오는 다른 아이돌들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치하야는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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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제 올리려 했는데 갑작스런 일로 못 올려서 오늘 올립니다ㅠ 12화도 곧 올리겠습니다.

작 중 등장하는 유닛인 'you-i'는 같은 멤버 구성으로 '아이돌 마스터 Radio for you!'에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노래로는 'fo(u)r', '당신의 한마디'가 있습니다

이전에 같은 멤버로 'Engage!'라는 유닛명도 사용했지만, 이야기 내용에 더 걸맞는 이름인 'you-i'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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