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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 「하루카씨를 죽여야 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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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9, 2017 20:53에 작성됨.

 

 

 

-혐 오 주 의-

 

 

1. 

심호흡을 하고, 사무소 문을 잡고 열어본다.

후끈한 열기가 얼굴에 다가온다.

문 안에는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것'도.

 

하루카「안녕 히비키?」

 

인사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내 시선은 눈 앞에 그 놈을 향해 고정되어 있다.

왜 아무도 모르는 거야?

 

하루카 「하루카씨도 인사해야지?」

 

하루카씨 「...」

 

사무소 바닥을 기어온 '그 것',

..하루카씨가 나를 비웃듯 씨익 하고 웃는다.

묘하게 하루카를 닮은 놈의 아가리 속에 가득한, 길고 가느다란 송곳니들이 전등 빛에 반짝인다.

소름이 끼쳐서,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하루카씨라 불리우는 그 괴물을 발로 차버렸다.

 

하루카씨「꾸에엑!」

 

치하야「무슨 짓이야 히비키!」

 

하루카 「하루카씨가 놀랐잖아 히비키..」

 

유키호 「우우..하루카씨가 불쌍해에..」(울먹)

 

야요이 「웃우! 저도 히비키씨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히비키 「...」(울컥)

 

저 괴물이 나타난 것은, 765프로 올스타 라이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사무소 건물 옥상에서 모두들 함께 유성을 구경하며 소원을 빌었던 그 날 이후였다.

그 다음날부터, 마치 당연히 있었다는 것처럼 푸치마스 하루카씨라는 이름으로 괴물이 사무소를 점령해버렸다.

이제는 아무도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아이들도, 프로듀서도, 리츠코도 코토리도 모두들..

나 빼고 모두들 세뇌당한 것 같다.

아이들의 눈에는 저 괴물이 하루카씨라는 귀여운 친구 정도로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하루카씨의 진짜 실체가 뚜렷하게 보인다.

 

아이들이 하루카씨라 부르는 저 괴물은 마치 빈대처럼 툭 튀어나온 혐오스런 배에

벌래의 털 같은 굵은 강모로 뒤덮힌 가느다란 팔다리

그리고 기괴하리만치 하루카를 닮은 듬성듬성한 형태의 붉은 머리털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수많은 검은 겹눈을 반짝이며

마치 식충식물을 연상케하는 크고 거대한 아가리에 가득한, 점액으로 번들거리는 송곳니들이 가득한 괴물일 뿐이다.

 

놈이 다가온다.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물러난다.

내가 겁을 먹고 물러나자, 괴물은 그 거대한 아가리를 놀랍도록 교활하게 비틀어 히죽거리면서 나를 비웃었다.

 

타카네 「실망이군요, 히비키! 

어째서 작은 동물에게 상처를 주시는 겁니까!

하루카씨가 슬퍼하는 것이 보이질 않는지요!」

 

저게 슬퍼하는 거라고?

하루카씨는 아이들에게 혼나는 나를 보고 히죽거리다가,

이윽고 자고 있는 미키의 머리 위로 올라가서 괴이하고 망측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래 깔린 미키는 악몽을 꾸는 모양이다.

돕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처럼 보인다.

벌써 이주째다.

저것 외에도, 괴물은 히터가 과열될 때까지 하루종일 튼다던가

혹은 정수기에 무언가 이상한 액체를 구토한다던가, 아니면 아이들을 깨물어서 피를 빤다던가 하면서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런데 그게 내 눈에만 보이니,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타카네까지도 이렇게 될 줄이야. 이제는 정말 혼자가 된 느낌이다.

모두들 하루카씨에게 넘어가버렸다. 

이제 날 믿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난 아이들을 지킬 거다죠!

나 혼자서 안 된다면, 이누미랑 모두랑 같이!

 

이누미 「멍!」

 

하루카씨 「꾸에엑!」

 

몰래 다가가서 크게 짖은 이누미 덕에, 미키의 쇼파 위에서 춤추던 괴물은 제 발에 제가 걸려 넘어져버렸다.

미키도 그제서야 악몽에서 깨서 일어났다.

 

미키 「우응..무슨 일인거야! 꿈자리가 뒤숭숭한거야.」

 

히비키 「헤헤.」

 

하루카 「히비키!」

 

히비키 「아 미안 미안. 그럼 나중에 봐!」

 

치하야 「요즘 히비키, 이상해졌어.. 예전에는 저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리츠코 「그러게. 불쌍한 하루카씨나 괴롭히고 말이야.」

 

뒤에서 아이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애써 무시해본다.

여기에 더 있어봤자, 세뇌당한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설득도 되지 않는다.

저 못된 괴물을 없앨 방법을 찾아야 한다죠!

하지만, 나는 그때 보았어야 한다.

문 밖을 나서는 나를 증오 속에 노려보는, 하루카씨의 수많은 검은 눈들을..

 

2.

다음날, 그 전날처럼, 혹은 전에 전전날처럼, 각오 속에 문을 열고 사무소에 들어갔다.

역시나 또 뜨거운 바람이 훅 하고 느껴온다. 

'괴물놈. 왜 자꾸 히터를 뜨겁게 트는거냐죠!'

괴물을 빼고는, 평소와 똑같은 일상이 날 기다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속에 그려려니 하며 들어간다.

그러고보니, 이누미는 어디갔지?

괴물에게서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아침 일찍 보냈는ㅡ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비릿한 피 냄새.

불길한 기분 아래, 반쯤 열다 말은 문을 억지로 다 열어버렸다.

그리고는, 무슨 말을 해야될지 알 수가 없었다.

구역질이 치밀어 오른다.

 

눈 앞에서, 이누미가..이누미가..처참하게..

 

분명 이누미인데도, 순간 속이 치밀어 올라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이누미가, 식탁에 올라와 있었다.

머리통만 남은 채로.

식탁은, 이누미의 붉은 피와 살로..

아이들은 식탁에 옹기종기 앉아, 이누미의 생살을 즐겁다는 듯이 썰어서 먹고 있었다.

괴물은 그 위에서 나를 바라보며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키 「히비키, 어서 와서 백숙 먹는거야!」

 

야요이 「웃우! 맛있는 거에요! 아즈사씨가 직접 잡아준 생닭으로 만들어줬어요!」

 

아즈사 「아라아라. 닭 잡는건 어려운게 아니였단다. 다 같이 붙잡은 다음에, 칼로 쑥쑥 하고 푹푹 하고..」

 

아즈사 「괴로워하는 닭은, 마지막에 목을 비틀어서ㅡ」

 

프로듀서 「그렇죠? 저 닭의 목이 그렇게 잘 안돌아가는지는 몰랐어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바닥에 토해버렸다.

이누미는 자신이 이길 수 없으니까, 아이들을 조종해서 이누미를ㅡ

아이들이 다가온다.

온 손에 이누미의 피를 가득하게 묻힌 채로.

구역질에, 아이들의 손을 뿌리쳐버린다.

 

타카네 「히비키!」

 

히비키 「만지지마!」

 

히비키 「이 괴물! 죽여버릴꺼야! 우아아악!!」

 

식탁에서 칼을 집어다가, 괴물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아이들이 내 손에 쥔 칼을 치워버렸고, 프로듀서가 날 붙잡아 눌렀다.

 

프로듀서 「히비키,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위험하잖니!」

 

하루카「봐봐! 하루카씨도 겁먹었다고!」

 

마미 「히비킹!..이상한거야」(울먹)

 

아미 「하루카씨가 뭐 어쨋다고 그러는거야 히비킹!..(울컥)」

 

저게 겁먹은 거라고? 날 바라보고 실실 웃고 있잖아!

괴물새끼! 죽여버릴꺼야!

이누미! 이누미! 이누미!

 

한참을 이누미만을 불러본다.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무너지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그나마 이누미의 피묻은 목걸이를 수습하고는 사무소를 도망치듯 나서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

 

3.#

타카네 「..이상하군요 히비키 (우물우물)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저렇게나 울부짖고 날뛰는 히비키를 본 적은, 정말로 한 번도 없었기에

타카네는 놀라는 한편 마음 한 편이 불편했다.

가장 친한 친우의 어려움을 미리 못 알아보았기 때문에..

 

타카네 '그러고보니, 요즘 하루카씨 일 때문에 자주 싸워서..

히비키는 왜 저렇게 하루카씨를 싫어하는 것일까요?

나중에, 모두와의 화해라도 주선해야겠군요..'

 

타카네는, 하루카씨를 슬며시 살펴보았다.

그러고보니, 하루카씨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타카네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먹던 '백숙'도 무언가 비릿한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아

더이상 입에 대지 않았다.

 

타카네 '무언가, 나중에 아이들과 한번 다시 알아봐야겠군요. 하루카씨에 대해서..'

 

타카네가 하루카씨에게 시선을 돌린 그 순간, 하루카씨의 수많은 겹눈이 타카네에게 쏠렸다.

히죽거리면서.

 

4.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이누미의 이름을 계속 훌쩍이며 부르다가,

집 안에 돌아와서는, 완전히 지쳐버려서 그대로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버렸다.

한참을 어두운 현관 앞에서 숨죽여 울었다.

이누미, 이누미, 이누미.. 

햄조가 무언가를 느꼈는지, 어디선가 기어나와서 내 팔을 붙잡고 같이 운다.

 

이누미랑 햄조랑 같이 처음 도쿄에 올라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땐 작은 강아지였는데..

이누미는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고..

그리고는 이제..

 

울다가, 울다가 지쳐서 그대로 눈을 감아버린다.

나, 너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야?

너의 빈자리가 너무 커. 이누미..

 

5.

훌쩍..울다가 지쳐 잠깐 잠들은 것 같아.

전화벨이 울린다. 시간은 자정.

스마트폰을 확인해본다. 타카네였다. 

..타카네?

이 시간에 왜..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아본다.

 

타카네 「히비키! 사무소이옵니다. 살, 살려시옵..꺄악! (우당탕탕)」

 

눈이 번쩍 뜨인다.

설마 괴물이 타카네까지도?

집에 있는 난로용 휘발유랑, 성냥이랑 라이터, 칼이랑 몽둥이까지 되는대로 다 주섬주섬 챙기고는

햄조와 함께 가방에 넣고 한 밤중에 사무소를 향해 뛰어간다.

조금만 기다려 타카네!

 

사무소의 문을 조심스레 열어본다.

달빛 아래, 타카네가 쇼파에 기대에 얹아 있었다.

툭툭, 쳐봤지만 타카네는 그대로 쓰러질 뿐이였다.

놀라서 호흡을 확인해보자

다행스럽게도 호흡에는 이상 없었다. 단지 잠들어 있는 모양이다.

오랬동안 잠자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소름이 싹 하고 스쳐 지나간다.

그러면 전화는 누가?..

 

어둠에 잠긴 식당 테이블 쪽에서, 타카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정확히는 타카네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하루카씨가 송곳니 가득한 거대한 아가리를 기묘하게 히죽거리며

끈적이는 피가 가득한 손으로 타카네의 전화기를 잡고 아가리를 웅얼거리며 놀랍도록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제..왔어..히비키??..키키..키킥..킥킥"

 

히비키 「우갸악!! 넌 오늘 죽었어! 이누미의 원수!!」

 

그대로 전 속력으로 달려들어, 괴물의 몸에 식칼을 박아버린다.

아니, 박아넣었다고 생각했다.

박히기 직전, 괴물은 기이하리만치 몸을 비틀고 구부려서 칼을 피해냈다.

괴물의 몸이 비틀리며, 몸 속에서 괴물이 먹어치운 이누미의 뼈들이 우득우득하는 혐오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팔꿈치가 따끔해서 내려보니, 선명한 붉은 선이 3개가 그어지며

피가 철철 흘러내린다.

손톱 끝에 묻은 내 피를 냘름거리며 히죽거리는 하루카씨는 이내 식탁에서 내려와서는,

갑작스럽게 내게 달려들었다.

 

히비키 「이누미의 원수!」

 

더이상 볼 것 없다죠! 

하루카씨의 혐오스런 몸뚱아리에, 칼을 내질러버린다.

 

엔딩.1

머리가 아프다. 우우..

무언가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죠..

여튼, 이상한 꿈이였던 것 같아.

그렇지 이누미?

 

이누미 「멍멍!」

 

무언가 뒤숭숭한 꿈이였지만, 역시 다 꿈이였다죠?

눈을 뜨니 다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아이들도, 프로듀서도 사무소도 이누미도..

 

그리고, 하루카씨도.

 

히비키「그렇지 하루카씨?」

 

하루카씨가, 씨익 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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