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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마스터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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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4, 2012 15:52에 작성됨.

그래도 사무실에 한 번 들어가 볼까. 미키한테 먼저 이 소식에 대해 전하는 것도 좋을 테고. 마저 뒷정리해야 할 것도 남아있으니까.
목적지를 정했다면 곧바로 이동하는 게 좋겠지. 차를 몰아 사무소에 도착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인데 아무도 없나.”

“아. 프로듀서 씨.”

오토나시 씨가 주방 쪽에서 오토나시 씨 전용 머그컵인 병아리가 그려진 머그컵을 들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어? 아. 오토나시 씨. 미키는 어디 있나요?”

“미키쨩. 그대로 놔두면 밤까지 자버릴 기세라서 깨워 보냈어요. 혹시 미키쨩에게 볼일이 있어서 일부러 오신 건가요?”

“아니, 아닙니다. 내일 페어리의 세 사람이 다 모이면 할 말이기도 하고, 제 자리 정리도 안하고 가기도 그렇고 해서요.”

“후훗. 그거라면 제게 맡겨도 되는걸요.”

“선수시절부터 제 건 제가 정리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요. 비록 집은 안 그럴지 몰라도…”

라고 말하기엔 요즘 누나 때문에라도 집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애초에 프로듀서가 된 이후 집을 어질러놓을 시간조차 부족해졌지만.

“오신 김에 커피 어떠세요? 마침 끓인 물이 남았네요.”

“예. 부탁합니다.”

그래. 기왕 온 김에 페어리의 이번 수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자료를 찾아보자.
리츠코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자료의 위치를 확인했다. 막 전화를 끊고 리츠코가 이야기한 파일을 꺼내는 것과 동시에 오토나시 씨가 내 몫의 머그컵을 들고 내게 내밀었다.

“리츠코 씨와 통화하신 건가요?”

“네. 페어리의 일 때문에. 사실은 사장님께서 방금 케이블 방송국 PD 분을 소개시켜주셔서 만나보고 오는 일이거든요. 꽤 유명한 뮤직토크쇼라는데…”

내가 프로그램의 이름을 이야기하자 오토나시 씨는 대번에 반색이 되어서는,

“그, 그 프로그램. 케이블 내에서는 엄청나게 유명한 프로라구요? 역시나 사장님! 대단하시네요!”

“그 정도에요?”

“네! 케이블 시청자들 중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할까. 웬만한 메이저 방송에 맞먹는 인지도를 지니고 있어요.”

어째 이 말만 들었을 뿐인데도 부담이 되는 느낌이다. 물론 사장님께 미리 언질을 받긴 했지만, 오토나시 씨가 말하는 정도의 인지도를 지니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어허허…”

“뭐죠? 그 어색한 웃음은.”

“…솔직히 엄청나게 부담이 됩니다. 그렇게 인지도 있는 프로그램에 데뷔하게 된다니… 그 애들을 제가 조금이라도 더 빛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한숨으로 식히며 말하자, 오토나시 씨는 빙긋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 다음 내게 용기를 북돋아주려는 듯 왼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게 부담 갖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해요. 프로듀서 씨는 전직 운동선수인데다 아직 경력이 일천한 것에 비해선 잘 하고 계시니까요.”

“잘하고 있다고 느낄 만큼 뭔가 활동을 한 것도 아닌걸요.”

“프로듀서의 자질을 일하는 것으로만 판단하면 안 되죠. 프로듀서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이돌들이 얼마나 힘을 얻는지. 실제로 프로듀서 씨가 온 뒤로 다들 한층 밝아진 분위기가 된 것. 알고 계신가요?”

“그렇습니까. 저야 뭐 제가 오기 전의 상황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요.”

“후훗. 조급해하실 필요 없어요. 히비키쨩도, 타카네쨩도, 미키쨩도. 세 사람 모두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잘 아는 아이들이니까, 프로듀서 씨가 옆에서 서포트만 제대로 해준다면 다들 잘 할 수 있을거에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네. 반드시.”

오토나시 씨는 내게 빙긋 웃어준 다음 머그컵을 비워냈다. 오토나시 씨를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동안이구나. 아미와 마미에게 들은 바로는 오토나시 씨. 분명 스물여ㄷ…이라고 했었는데. 끝까지 못들은 이유는 오토나시 씨가 급하게 달려와 두 녀석의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이를 생각하면 굉장한 동안이라는 점은 다를 게 없다.

자… 그럼 커피도 다 마셨으니, 오늘은 조금 늦게 퇴근을 하더라도 페어리의 첫 데뷔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누나에게 늦을 것 같으니 저녁을 먼저 먹으라는 메일을 보내놓은 다음 파일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

주방에서 오토나시 씨의 콧노래가 들려왔다. 프로듀서가 된 이후에 늦게나마 연예계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어째 요즘 노래는 아닌 것 같은데도 귀에 익은 멜로디였다. 하긴 그 케이블의 뮤직토크쇼도 처음 알았던 주제에 멋대로 요즘 노래가 아니라고 판단하기에도 그런데. 하지만 확실히 귀에는 익은 멜로디다.

“가을에는 밤을 힘껏 견뎌내고… 응?”

어. 이 노래. 확실히 알고 있어. 언제였지? 꽤 된 노래인 걸로 기억하는데? 이 노래 제목이…
아. 콧노래가 끊겼다. 컵을 닦던 물소리도 멎고, 다시 오토나시 씨가 주방에서 나와 내 맞은편 책상 의자에 앉았다.

“프로듀서 씨. 오늘은 퇴근이 늦으시네요?”

“네. 자료들을 조금 더 보고 가려고요.”

“헤에. 오늘은 저도 약간 늦어질 것 같은데. 혼자가 아니라 좋네요.”

“아. 오토나시 씨.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방금 전에 컵 닦으면서 불렀던 콧노래. 어떤 노래인지 알고 계신가요?”

“예에?”

코토리 씨는 눈에 띄게 놀란 표정을 보였다.
왜 그러는 거지? 난 단지 노래 제목 물어봤을 뿐이라고.

“뭡니까. 그 반응은.”

“아, 아니. 그게… 저…”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하던 오토나시 씨는 곧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구고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노래. 사실 제가 부른 거거든요.”

“엥?”
“하늘. 제가 아이돌 시절에 불렀던 노래에요.”

그래. 생각났다. ‘하늘’이라는 이름의 노래였지. 중학교 때 야구에 전념하느라 다른 녀석들이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돌에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지만, 이 노래만큼은 기억하고 있다. 학교에 갈 때, 집으로 돌아갈 때, 항상 이 노래를 흥얼거렸었지.

“프로듀서 씨가… 중학생일 때였군요.”

오토나시 씨는 갑자기 우울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중학생 때라면 오토나시 씨가 현재 아미 마미가 이야기한 그 나이와 일치한다는 가정 하에 아마 타카네 정도의 나이였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시간이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멋진 홈런을 치는 것을 꿈꾸며 어느 아이돌이 부른 노래를 흥얼거리던 중학생은 지금 아이돌 사무소의 프로듀서가 되었고, 그 노래를 부른 아이돌은 프로듀서와 같은 아이돌 사무소의 사무원이 되었다는 건가. 뭔가 인연이라면 인연이군.

“그 노래. 정말 좋아했었는데, 설마 오토나시 씨가 부른 노래였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 그런가요… 이걸 좋아해야 할지…”

“새삼스럽지만 사인 좀 부탁합니다.”

“에에? 노, 농담이죠?”

깜짝 놀라 허둥대는 오토나시 씨는 역시 나이에 맞지 않는 귀여움이 있었다. 아즈사 씨는 나보다 연하인데도 누나라는 느낌이라면, 오토나시 씨는 나보다 연상인데도 왠지 동년배 같다고 할까. 고등학교 때 동급생이랑 대화하는 기분이 드는데, 내가 고등학생일 때에는 야구에 전념하느라 여학생과 대화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기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 그래. 오토나시 씨.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어요? 부탁 들어주시면, 더 열심히 765프로를 위해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뭔가요? 왠지 프로듀서 씨가 말하는 부탁의 내용. 알 것 같지만.”

“하늘. 한 번만 불러주세요.”

“아아… 역시.”

“안 되겠습니까? 저 정말 들어보고 싶은데! 정말 오랜만에 다시 듣게 된 노래인데! 저 진짜 힘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침 저밖에 없잖아요!”

내 강력한 요청에 오토나시 씨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내 몇 번째일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요. 정말. 프로듀서 씨도 참 짓궂으시네요. 대신. 보답은 받아요?”

“일 끝나고 바로 타루키정에서 정식 사드리는 걸로.”

어쩐지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요.”

자리에서 일어난 오토나시 씨는 내게 살짝 고개를 숙인 후에 이내 입을 열고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 하늘 - 오토나시 코토리


하늘이 되고 싶어요 자유로운 하늘에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으니까 멋지겠죠
하늘이 되고 싶어요 좋아하는 하늘에
구름으로 꿈을 그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 이 노래다. 중학교 시절의 추억이 그림으로 그린 듯 머릿속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노랫소리를 들으니 확실히 기억난다. TV를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야구에 몰두했던 나는 라디오로나마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랬었다. 이런 고운 목소리를 지닌 사람은 누구일까, 분명 아름다운 사람일 거야. 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 설마 그 실물과 같이 일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시작은 어디에 있는 걸까?
끝은 어디에 있는 걸까?
올려다보며 당신에게 물어보았더니

시작이든 끝이든
모두 이어져 돌아간다고 했어요
중요한 건 그만두지 않는 것과
포기하지 않는 것


이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했던 것도, 오토나시 씨의 목소리도 그때와 변한 것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그때처럼, 나 역시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게 되었다.


봄에는 꽃을 가득히 피워봐요
여름에는 빛을 가득히 빛내봐요
기적이 아니에요 운도 아니에요
자신을 좀 더 믿어봐요

가을에는 밤을 힘껏 참아내고
겨울에는 눈을 한껏 끌어안고
웃어도 괜찮아요 울어도 괜찮아요
왜냐면 돌고 돌아 다시 봄이 올 테니까
이어진 무지개처럼


“오오오---!!”

노래가 끝나고, 나는 열렬히 박수를 쳐주었다. 나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곡이었기에 감동은 두 배, 세 배로 느껴졌다. 애초에 워낙 좋은 곡이긴 하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오토나시 씨. 덕분에 힘이 났어요. 앞으로 3년은 더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아, 하하… 다행이네요. 저. 괜찮았나요?”

“괜찮다마다요. 정말 멋졌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페어리에 오토나시 씨를 넣는 건데.”

“에에? 너, 너무 비행기 태우지는 마세요.”

“정말인데요. 다시 아이돌 해보실 생각 없나요?”

솔직히 반은 진심이었다. 그 정도로 오토나시 씨의 노래는 훌륭했다. 그때와 다를 것이 전혀 없었다. 지금은 무반주로 부르는데도 불구하고.
하지만 오토나시 씨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훗. 괜찮아요. 지금의 저는 그저 우리 아이들이 톱 아이돌이 될 수만 있다면 그걸로 행복하니까요.”

“그렇습니까.”

“네. 그러니까 프로듀서 씨도 힘내주세요. 제가 무엇 때문에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노래했는지 생각해달라구요?”

집게손가락을 얼굴 옆에 척 펼쳐 보이는 오토나시 씨를 보며 나는 실없는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제대로 한 번 해볼 테니까요.”

일단은 페어리다. 페어리를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시키자고, 지금까지 계속 해왔던 다짐을 더욱 더 굳건히 했다.

“아. 그런데 오토나시 씨.”

“예?”
“아이돌… 어째서 그만두게 되신 겁니까?”
내 질문에 오토나시 씨는 다시금 빙긋 웃었다.

“여자에겐 누구나 말 못할 과거가 있는 법이랍니다?”



일을 다 끝내고 약속했던 대로 저녁은 오토나시 씨와 함께 타루키정 정식으로 해결했다.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벌렁 드러눕자, 오늘 있었던 일들이 마구잡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페어리의 레슨부터 사장님과 함께 PD라는 사람을 만나고, 오토나시 씨가 전직 아이돌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뭔가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하루다.
일단은… 내일 페어리 녀석들이랑 같이 데뷔방송에 대한 전략을 짜놓는 게 좋겠지.

한동안 백수짓이나 하다가 일을 하게 돼서 그런지 요즘 들어 자려고 누우면 순식간에 잠이 온단 말이지. 이번에도 역시 생각한지 얼마 되지 않아 눈이 저절로 감기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이날은 잠이 들기 직전까지 ‘하늘’의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었던 것 같다.



“안녕들 하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치하야와 함께 사무실에 도착. 하루카와 유키호에게 인사를 건네고, 아미와 마미의 기습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해낸 다음 이오리에게 추파를 던지다 얻어터질 뻔했다. 히비키와 타카네는 도착했지만, 미키는 언제나처럼 늦다. 다행이야. 언제나처럼 평화로운 아침이군.

미키까지 도착하는 것을 기다린 다음, 내부수리를 끝낸 기존의 댄스 연습실로 이동했다. 탈의실에서 트레이닝복을 입고, 내 사회인 야구팀의 모자를 거꾸로 쓴 다음 세 사람이 모두 옷을 갈아입고 나오길 기다렸다.

“몸이 근질근질 거려서 혼났어. 자. 오늘도 즐겁게 가보자구!”

“후훗. 매일매일이 기다려진다는 겁니까. 히비키.”

“응!”
“…하루 정도는 자면서 보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는 느낌?”

세 사람이 모두 나온 후, 나는 모두를 불러놓고 자리에 앉혔다.

“중대발표다.”

내 말에 앉아있는 세 사람은 동시에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흘 후에 있는 케이블방송에서 우리 페어리의 데뷔가 정해졌어.”

“으에엑---??”

“그렇게 빨리?”
“어떻게 된 일입니까, 프로듀서님.”

세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놀라움을 표현했고, 나는 그 반응에 웃음을 흘리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페스티벌에서 데뷔하는 것보다 미리 인지도를 쌓는 것이 당연히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과 이번 출연하는 방송이 얼마만큼의 인지도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페스티벌 이후에 대해.

“그 프로그램이라면 나도 몇 번 본 적 있다구.”

“미키도 보는 거야. 그 프로그램에 미키가 직접 출연할 수 있다니. 어쩐지 두근두근하다는 느낌?”

“저희들로 하여금, 다른 이들의 활로를 마련하는 첨병이 되라는 말씀이신지.”

“그래. 왜? 불쾌하다던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단지, 그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걸 느낄 뿐입니다.”

“너무 부담은 갖지 마. 너희들이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네. 프로듀서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

“자. 그럼 연습은 잠시 미루고 일단 전략회의다. 나흘 후에 있을 그 프로에는 오버 마스터로 하지 않을 거야. 각자의 솔로곡이랑 마지막은 단체곡으로 ‘나는 아이돌’이다. ‘나는 아이돌’은 모두 익혀놓고 있지?”

세 사람 모두 긍정의 뜻을 비쳤다.
토크라면… 솔직히 세 사람 모두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것을 비밀로 치부하는 타카네야 그렇다 치더라도, 히비키와 미키. 두 사람은 워낙 막나가는 경향이 있어서 무슨 발언을 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녀석들이다. 뭐. 이 점에 있어서는 내가 자중하게 하면 될까.

“센터가 필요하겠네. 원래 조금 시간을 두고 정하려고 했는데, 데뷔가 이렇게 가까워진 이상 빨리 정해놓지 않으면.”

“센터라는 건…”

“리더라는 말이지?”

“그런 셈이지.”

“리더…입니까. 송구스럽지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세 사람의 고개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타카네에게 향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리더의 뜻을 그녀에게 설명했다.

“…꼬부랑 말은 역시 어렵군요.”

대충 이해한 것 같군.
자, 그럼 이 개성덩어리인 세 사람 중에 누굴 리더로 해야 할까. 급조된 유닛이라지만 앞으로 765프로를 책임질 유닛이 될지도 모르는데, 제대로 정해둬야겠지.

“흐흥! 나 이외에 리더감이 있을 리가 없잖아?”
가장 먼저 히비키가 번쩍 손을 들었지만, 곧바로 미키의 뚱한 표정과 마주했다.

“히비키는 왠지 믿음이 안가는 거야.”

“확실히, 미키의 말이 옳군요.”

“우갸--!! 어째서 단번에 그런 말이? 타카네까지!”

툴툴거리기 시작하는 히비키를 본체만체하며, 이번엔 미키가 벌떡 일어나 손을 들었다.

“역시 미키밖에 없다는 느낌이지?”

“미키 넌 수록 중에 잠이나 들지 않으면 다행이라구.”

역시나 곧바로 히비키의 딴죽이 들어와 미키는 볼을 부-하고 부풀렸다.

“미, 미키 이번엔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야!”

“그렇다면 이번엔 제가…”

“그런 프로그램에 나가면 역시 리더의 토크 파트가 많아질 텐데, 그럼 타카네는 곤란한 거야. 모두 비밀이라고 해버리면 프로가 엄청 재미없어질 거라고 생각해.”

“………”

이번엔 다시 미키의 딴죽. 타카네는 침묵했다.
이 녀석들이 어떻게 하나 가만히 보고만 있었더니, 서로 물고 뜯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러다가 리더는커녕 유닛 자체가 박살나게 생길 것 같다는 느낌에, 결국은 내가 중재하기로 했다.

“그만해. 이것들아. 역시 리더는 내가 정하는 게 좋겠어.”

“자! 그럼 내가!”

“미키가!”

“제가…”

“들러붙지 마! 내 말을 뭘로 듣는 거냐!”

아까부터 일어나있던 미키를 포함, 세 사람이 일어나 내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런 세 사람을 간신히 떨쳐낸 다음, 일단 머리를 식히기로 했다.

“다들 진정하자고.”

“빨리 정해야 한다고 말한 건 프로듀서라구.”

“머리를 식히던 뭐하던 간에 리더라면 역시 미키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프로듀서님이라면 분명히 현명한 선택을 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다들 지지 않겠다는 듯, 아까부터 계속 한 마디씩 해대는데 정신이 사나웠다. 달랑 3인 유닛으로도 이러는데 다시 모두와 함께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지, 아직 내 프로듀스 경험이 부족해서 이렇게 느끼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런 와중에, 세 사람이 모두 납득할 수 있게 리더를 정하는 방법이 생각났다.

“아이돌 유닛의 리더라면 역시 가장 아이돌다운 녀석이라고 생각하니까…”

““하니까?””

“지금부터 내게 어필해봐. 어째서 자신이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 그거야말로 아이돌다운 방식이겠지. 어필방법은 너희 마음대로 정해도 좋아.”

““호오--””

다행히 세 사람 모두 납득한 것 같았다. 세 사람 모두 서로와의 거리를 두고 나름대로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셋에게 어필할 방법이 떠올랐으면 내게 오라고 말한 다음 리츠코에게 다른 녀석들의 일에 대한 메일을 보냈다.
그러던 와중에 미키가 갑자기 도구실로 뛰어 들어가더니, CD와 오디오 플레이어를 들고 나왔다.

“미키. 정한 거야!”

“음. 좋아. 해봐.”

“아이돌이라면 역시 댄스와 노래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정공법이라면 정공법인가. 미키가 무엇을 할 건지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은, 미키에게 자리를 비켜주고 내 옆으로 모였다.
미키는 바로 CD를 플레이어에 집어넣고,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나에게 윙크를 했다.


♬ Day of the future - 호시이 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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