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눈길

댓글: 0 / 조회: 1063 / 추천: 2


관련링크


본문 - 02-23, 2017 03:13에 작성됨.

하기와라 유키호가 사라졌다. 주변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모모코는 지친듯한 머리를 크게 흔들며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아무리 모모코의 몸집이 작다고 해도 작업용 간이 의자는 모모코보다 조금 더 작아서, 그 직후 모모코는 얼굴을 찌푸리며 상체에 힘을 넣어 자세를 바로 잡았다. 유키호 씨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힘겹게 중얼거리는 그 말은 모모코 외의 사람들은 결코 듣지 못하겠지. 누가 듣든 말든 모모코로서는 알 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얼굴이 뜨거워 손등을 이마에 닿게 했다가 몇 초 후에 다시 떨어트렸다. "설마 감기인 걸까"
 
바로 뒤, 무대에서 쿵쾅쿵쾅 울리는 음악 소리가 모모코의 머리에 울리며 두통을 더욱 악화시킨다. 물론 일은 제대로 할 생각이고, 자신이 두통을 앓고 있다는 건 스태프조차도 알지 못하게 연기할 생각이었지만, 무대 뒤에서 아이돌이 감기에 걸렸다는 상황은 하기와라 유키호가 사라졌다는 사실과 겹쳐져 모모코에게 생각을 억지로 넘겨주고 있었다. 
 
'유키호 씨는 잘도 이런 상황에서 웃으며 날 챙겨줬네'
 
비꼬는 게 아니었다. 순수한 감탄이었다며 아무도 듣지 않는데도 변명을 하던 모모코는 그럴 기운도 사라진 듯 힘 없이 팔을 내려놓았다. 스케쥴을 다 끝내면 유키호 씨를 찾으러 나가보자. 이미 몇 번이고 생각하고 몇 번이고 실행하고 몇 번이고 실패한 것을 중얼거리며 모모코는 주변에서 준비를 하라는 스태프의 목소리에 하나도 아픈 곳이 없는 '아이돌 스오 모모코'를 연기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
 
"모모코 쨩, 혹시 내가 어디론가로 사라지게 된다면 날 찾아주지 않겠니?"
"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유키호 씨?"
 
생각해 보면 그때의 유키호 씨는 어딘가 이상했다고 모모코는 차 안에서 가만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는 단순히 평소에 겁을 내며 자주 내던 약한 소리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화를 조금만 하다보면 알아서 모모코의 말 속에서 답을 찾아 내고서 약한 소리를 했던 것을 사과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도 하기와라 유키호는 모모코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준 긍정의 대답을 들은 후 이상한 소리를 해서 미안했다며 옅은 미소를 내놓았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하기와라 유키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무실은 커녕 학교에도, 심지어 집에도 오지 않았다며 모모코의 프로듀서가 말했다. 어차피 어디에 구멍 하나 파놓고 거기에 들어가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거 아니냐며 장난스럽게 누군가가 말한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실제로 누군가가 판 듯한 구멍은 발견되지 않았다. 누구나 부정하던, 모모코조차 부정하던 사실을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그 누구나가 하기와라 유키호가 사라진 것을 인정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이미 몇 주가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사무실은 물론 TV에서 시끄럽게 울리던 온갖 추측과 소설이 슬슬 진전 없는 상황에 질려 자취를 감출 시기였다. 아직 살 안을 파고들어 뼈에 닿을 것 같이 춥던 날씨는 어느새 얇은 자켓을 입어도 살짝 덥다고 느낄 정도로 풀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 진정된 분위기 속 사무실 안쪽 구석자리에서 수많은 아이돌들을 눈에 담고 있던 모모코의 시야 안에서 그 정도의 시간동안 하기와라 유키호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모모코는 생각했다. 하기와라 유키호는 아무 이유 없이 자신에게 온 일을 내팽겨치고 아무런 연락도 없이 이렇게나 오래 모습을 감추는 사람은 아니라고. 정신이 흔들리며 그들의 프로듀서와 말다툼(이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하기와라 유키호가 정신 없이 목소리를 올리며 이것저것 말을 내뱉은 느낌이지만)을 하고서 냅다 도망친 적은 있었다고 들었지만 찾으면 분명 발견될 장소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고, 때로는 스스로 돌아오기도 했다고도 말했던 것을.
 
게다가 사람이 이렇게나 깔끔하게 사라질 리가 없었다. 그런 건 픽션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 진심으로 믿고 있었던 모모코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연기를 하며 같은 소속사의 아이돌들이나 현장의 스탭, 지나가는 일반인들에게 유키호에 대해 물어봐도, 짬을 내서 작고 얇은 다리로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찾아 다녔지만 정말로 비슷한 사람 한 명 찾았다는 소리도,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 하기와라 유키호에 대해 언론은 이렇게 떠들고 있었다. 유괴, 살해된 후 시체 은닉, 해외로 출국... 옆에서 마코토 씨의 정말 멋대로 말하는 게 아니냐는 분노 섞인 말을 들으며 모모코는 그 말을 고개를 기계적으로 끄덕이며 긍정하고 있었다. 그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그 옆에서 모모코를 걱정하며 어깨를 빌려주는 코토리의 체온에 모모코는 마치 연기라도 하는 것처럼 눈을 감으며 기대는 것 또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기에 한 일이었다.
 
대체 왜 사라진 걸까, 어째서 사라지게 된 걸까. 마치 겨울이 끝나고 봄을 맞이하면서 눈이 녹아 물이 되고, 그 물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하기와라 유키호는 그 이름처럼 눈 위를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발자취를 남기며 걷는 사람이지 눈 자체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 이미지를 떨쳐낼 수는 없었다. 모모코는 하기와라 유키호가 사라지고서 최근까지의 일을 떠올리는 것을 잠시 멈추며 자동차 내부 천장을 바라본다.
 
그럼에도 차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모모코는 참지 못하게 된 것처럼 자신의 옆에서 조용히 악보를 바라보는 파랑새의 가희에게 고개를 돌려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질문을 날려봤다.
 
"유키호 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어떤 걸 말하는 걸까 잘 모르겠어. 내 눈으로 본 하기와라 씨를 말하는 건지 하기와라 씨가 사라진 것에 대한 건지가ㅡ"
"...둘 다"
 
모모코의 질문에 악보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올린 치하야의 진지한 고민이 담긴 옆 얼굴을 바라보며 모모코는 이상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이유는 몰랐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모모코는 그런 자신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서 치하야의 답을 기다렸다. 그런 모모코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치하야는 몇 번 들썩이던 입술을 드디어 열었다.
 
"실패하면 어쩌지, 실패해서는 안 돼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내가 걱정하면 '나중에는 어떻게든 되더라고' 라고 말하며 기어이 성공시키는 사람. 그러면서도 실패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울먹이면서도 자신이 느낀 실책을 읊어대며 울먹이는 사람...이라는 게 내 눈으로 본 하기와라 씨"
"응..."
"하기와라 씨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라면... 하기와라 씨네 집은, 정확히는 아버지 쪽이 대단한 사람 같으니까 언론에서 떠드는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 도망쳤다는 것도 논외. 하기와라 씨는 당신도 알다시피 멀리까지 도망가지는 않아. 게다가 요즘엔 도망가지도 않는 걸. 그러니까 사라진 이유는 하기와라 씨 개인이 가진 이유가 원인일 거라 생각해"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유연하고 막힘없이 치하야는 그렇게 말했다. 하기와라 유키호의 개인적인 이유가 하기와라 유키호를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치하야의 말을 들으며 아까 전부터 사라지지 않는 녹은 눈의 이미지를 그리던 모모코는 툭 내뱉듯이 조금은 볼륨이 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치하야는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모모코의 말에 답했다.
 
"유키호 씨는 봄이 오니까 녹아버린 게 아닐까. 따뜻한 기온에 사르르 모습을 감추는 눈처럼..."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어"
"다를지도 모르겠다니?"
"응, 저번에 하기와라 씨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라서 말이야"
"응..."
"하기와라 씨는 '눈길이 봄에 잡아 먹혀 길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면 눈길 위만을 걸을 수 밖에 없는 여행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고 말했었거든"
 
몰랐다. 유키호 씨가 그런 말을 했었다니. 모모코는 연신 눈을 깜빡이며 생각했다. 눈길 위만을 걸을 수 있는 여행자가 봄이 와서 걸을 수 없어져서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말, 자신이 사라지면 찾아주지 않겠냐는 말. 퍼즐을 맞추려고 하지만 맞는 파츠를 찾을 수 없다.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답답함과 짜증을 입술을 깨무는 것으로 참으며 모모코는 생각했다. 두 가지 말이 전혀 맞지 않을 뿐더러 애초에 아무리 유키호 씨를 찾아도 안 보이거든요. 찾길 원한다면 좀 나와주세요. 
 
학교의 수학 공식도 이것보다는 난이도가 훨씬 쉽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고 있었다. 모모코는 떨떠름하게 말을 돌리며 대답해줘서 감사했다는 말을 하며 고개를 돌린다. 그런 모모코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치하야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가볍게 대답하고선 다시 시선을 악보로 돌리며 음악 속 세계관에 빠져들고 있었다. 안 되겠다며 모모코 또한 무릎 위에서 자고 있던 드라마 대본을 잡고 펼치며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대사를 억지로 머릿속에 집어 넣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프로듀서의 도착했다는 말이 들리고 있었다.
 
 
***
 
하루 뒤 오디션을 마치고 모든 스케쥴을 마친 모모코는 이미 그렇게 정해진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하기와라 유키호를 찾고 있었다. 너무 먼 곳이었고, 하기와라 유키호가 잘 가지 않을 듯한 곳이었지만 혹시나하는 마음과 함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이 모모코의 등을 밀고 있었다. 거친 숨소리와 땀에 의해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은 모모코가 얼마나 몸을 움직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였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나와줘.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모모코는 이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유키호 씨와 만나는 게 아닐까 같은 생각이 멀리서부터 뛰어오고 있었다. 이곳만 확인하고 돌아가자. 그런 가벼운 생각과 함께 피로가 가득 얹혀진 어깨를 들썩이며 골목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모모코의 운동화 끝이 무언가와 닿고 있었다. 모모코는 그 감각의 원인을 향해 시선을 향했다.
 
"안녕, 모모코 쨩..."
"으, 응... 안녕... 유키호 씨..."
 
그곳에는 모모코가 그렇게 찾아다니던 소녀, 하기와라 유키호가 그늘에 무릎을 감싸고 앉아 있는 모습이 있었다.
 
 
***
 
그렇게 찾아다니던 유키호를 처음 보고서 모모코가 한 첫 말은 왜 여기에 있냐는 질문이었다. 유키호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모모코는 연기를 하는 과장된 움직임으로 유키호에게 다가가 그대로 그 옆에 붙어 앉았다. 엉덩이에 닿는 차가움에 눈쌀을 찌푸렸지만 팔에 닿는 유키호의 체온에 금방 모모코의 눈을 감게 만들고 있었다. 모모코는 눈을 뜨지 않는 채 속삭이는 것처럼 유키호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어?"
"조금 돌아다니고 있었어"
 
고개를 조금 유키호의 팔 안쪽으로 기울이면서 계속 물었다.
 
"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왜 일은 커녕 사무실에도 안 온 거야?"
"찾아달라면서 왜 못 찾게 숨고 있었어?"
 
모모코가 과장된 톤으로 질문을 한다.
 
"사장님께는 말씀드리긴 했는데... "
"조금 혼란스러워서"
"미안... 그치만 모모코 쨩은 이렇게 날 찾아줬잖아? 대단하네"
 
그런 모모코의 질문에 유키호는 그저 담담하게 모모코의 옆모습만을 바라보며 답하고 있었다.
 
"어째서 숨은거야?"
"그건..."
"치하야 씨에게 말했던 '눈길이 봄에 잡아 먹혀 길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면 눈길 위만을 걸을 수 밖에 없는 여행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는 질문과 관련이 있어?"
"...응... 내가 눈길 외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걸까 알고 싶었어"
"여기도 눈은 없잖아?"
"물리적인 의미가 아닌데..."
 
모모코의 퉁명스러운 말에 유키호는 쓴웃음을 숨과 함께 내보낸다. 거기에는 불안해졌다고 바로 어디론가 나갈 정도의 행동력을 보이고, 잘도 수많은 사람들과 경찰, 언론의 눈까지 피하면서 몇 주라는 시간과 함께 모습을 감췄던 유키호를 어이없어하면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이 있었다. 좋은 의미로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유키호 씨는 단지 자신이 눈길이 없어도 걸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걸 실험하기 위해 일도 내팽겨치고 모습을 감췄다고 말하는 걸까, 그런 생각 속에서 모모코는 분노 또한 기억한다.
 
그거 결국엔 아이돌이기 이전에 사람 실격 아니야? 유키호 씨는 자신이 지금 어느 자리에 있는건지 제대로 자각하고 있긴 해? 모모코의 날카로운 말이 유키호의 가슴을 통해 마음으로 들어간다. 모모코는 진지한 소녀니까 이런 말을 듣는 건 당연하다는 것처럼 유키호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모모코의 말에 응이라는 대답만 하고 있었다. 그것이 더 짜증나서, 이런 사람을 찾기 위해 몇 주를 그렇게 돌아다니며 안절부절 못한 거냐는 어긋난 감정까지 받아들이고 만다.
 
그렇게 찾고 싶었던 사람을 찾고, 이유를 듣고 있으니 긴장도 힘도 모든 것이 풀려버리며 동시에 모모코의 나쁜 생각까지 고개를 내밀고 만 것을 모모코는 모른 척하고 있었다. 애초에 실제 눈길을 말한 게 아니라고 해도 눈길 외의 길을 못 걸어서 어쩔 줄 몰라하고, 결국엔 모두에게 민폐까지 끼치면서까지 모습을 감추고서 이리저리 돌아다닌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어느 누가 하나의 길만 걸을 수 있겠냐는 생각이었다. 심지어 자동차조차 요즘엔 사계절 타이어가 나오고, 그게 없더라도 겨울에 쓰는 타이어로 교체하지 그냥 달리겠냐. 그 생각을 그대로 툭툭 불평과 함께 내뱉었다.
 
"그, 렇구나..."
 
유키호는 모모코의 기관총 같은 발언들을 그대로 맞으며 고개를 하늘로 향했다가 내리며 자신의 신발을 응시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는지 신발이 작게 들썩이고 있었다. 신발을 바꾸면 되었구나. 그런 씁쓸한 느낌이 묻어 나오는 말을 모모코는 못 들은 척하며 감았던 눈을 더욱 강하게 힘을 넣으며 질끈 감았다. 
 
"미안해, 모모코 쨩. 나 겁냈던 것 같아"
 
유키호가 툭 그런 말을 내뱉었다.
 
"눈길이 사라지게 되면 그 위를 걷던 나도 그대로 사라지게 될까 무서웠어. 그런 느낌이 들었을 때 모모코 쨩에게 날 찾아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던 거야. 그렇지만 눈길이 사라진다고 나도 사라질 리가 없었는데... 나는 그저 신발을 바꿔 신으면 됐었는데. 바꿔 신을 신발이 없다면 맨발로도 봄길을 걸을 수 있었을 텐데..."
 
바보 같네, 나. 결국 난 도망치고 말았던 거구나. 아무것도 모르고서. 아무것도 생각하려고 하지 않고서. 피를 토하듯이 유키호는 씁쓸한 맛이 느껴지는 말을 바깥으로 내보냈다.
 
한 번 불안해지면 주변이 안 보이면서 폭주하는 스타일이구나, 유키호 씨는. 뜨거운 분노 속에서 어느새 눈을 뜨고 유키호를 바라보던 모모코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긴 불안해지면 구멍 파고 들어가겠다고 하면서 정말로 구멍을 파고 들어가는 걸 보면 그런 걸 모를리는 없었다고 감상을 생각하던 모모코는 유키호에게 기대고 있던 자신의 머리에 힘을 넣어 올렸다.
 
"치하야 씨는 유키호 씨가 도망칠 리가 없다고 했었는데 말이지"
"...치하야 쨩에게도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
"치하야 씨 뿐만이 아니야. 오빠, 코토리 씨, 그리고 모두에게 제대로 사과해"
"받아줄까..."
"사과를 받기 위해서 사과를 하는 게 아니잖아?"
"응, 그렇, 네..."
 
유키호가 중얼거리는 그 옆에서 모모코는 아무런 말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을 뻗어 유키호의 무릎을 잡고 있던 오른손을 잡고 그대로 힘을 넣어 잡아 당겼다. 모모코의 힘이 유키호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유키호의 몸은 모모코의 팔을 따라 움직이며 앉은 자세에서 선 자세로 바뀌고 있었다. 어느새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로 서있는 형태가 되어 있었다.
 
맞잡은 두 손을 풀지 않고 유키호의 얼굴을 흘깃 보던 모모코는 갑자기 생각난 듯 소리를 올리면서 유키호의 오른손을 잡은 자신의 손을 살짝 들며 자신은 당당하다는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유키호 씨가 못 걷겠다고 한다면 내가 이렇게 손을 잡고서 억지로라도 잡아끌 거니까 유키호 씨는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모모코만 따라와"
"에헤헤, 듬직하네. 모모코 쨩... 응..." 
 
그러니까 돌아가자, 돌아가서 제대로 사과하고 쉰 만큼 제대로 일하라고. 모모코의 다소 퉁명스러운 말에도 겁먹는 대신 옅게 미소를 지으며 긍정하는 유키호는 갑자기 생각난 듯 모모코에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질문을 입에 올렸다.
 
"근데 모모코 쨩... 돌아갈 방법 있어?"
"유키호 씨, 교통비 없어?"
"...없어..."
"...나도 없어... 이, 일단 오빠에게 전화해보자"
"아, 내가 해볼게. 아... 핸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졌었어... 어, 어쩌지?"
"그럼 내가 해볼게. ........전화기가 꺼져 있..."
"으으..."
"... ...설마해서 물어보는 건데 유키호 씨가 몇 주 정도 안 보였던 건... 핸드폰 배터리도 없고, 교통비도 없어서 그랬던 거야?"
"......응..."
"... ...어쩌지..."
"......."
"......."
 

--------------------------------------------

전형적인 용두사미 오예 전형적인 캐붕 오예

물론 깊은 생각 없이 그냥 손 가는대로 쓰기는 했는데 중간부터 집중력 끊긴 게 바로 보이네요. 에라 모르겠다.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