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히비키「프로듀서가 병문안 왔다고」

댓글: 28 / 조회: 1943 / 추천: 0


관련링크


본문 - 08-02, 2013 23:15에 작성됨.


"으으……."


다양각색의 동물들이 모여있는 방. 그곳에서 히비키는 신음을 흘리며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려보았다. 척하고 올리기만 했을 뿐인데도 확연히 손에 느껴지는 열기. 뜨거운 열의 기운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히비키는 이내 연신 기침을 해대었다.

 

"우, 이럴 때에 감기에 걸리다니……."

 

하아, 하고 내쉬는 한숨.


히비키는 어리석었던 어제의 자신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감기가 걸리게 된 계기는 단순. 한여름에 찾아온 무더위에 가족(동물)들이 몸을 추욱 늘어트리며 무더운 방 안에 헥헥거리는 것이 안쓰러워서 히비키는 얼음이며 아이스크림 등을 사가지고 와 밤 늦게까지 그들과 광란의 아이스 축제를 벌였던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참으로 시원했다. 입에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혀를 살살 달래며 체내에 시원함을 안겨주고 얼음찜질은 가족들은 물론 자신의 피부에 문질러지면서 짜릿하고도 차가운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었으니. 그런 시원한 속에서 히비니는 어제 하루 꼬박 일을 한 후유증으로 피로감이 몰려와 그만 얼음에 젖은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로 가족들과 함께 그대로 자버리고 말았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


히비키는 시원함을 대가로 여름감기를 얻어버렸다.

 

"에취──!"

 

그것도 아주 독하게.

 

"으으, 추워. 아니, 더워, 뜨거워……."

 

정신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심각한 감기. 히비키는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들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일단 피요코에게 전화를 해 사무소에 도저히 못 나가겠다는 말은 이미 전해두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레슨만이 있던 날. 최근 물이 오른 765 프로에선 자신을 포함한 모든 아이돌들이 기세를 타고 있어 이런 시기에 빠지는 것은 제법 타격이 크지만, 몸이 재산인 아이돌에게 있어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사실을 무엇보다 잘 알고 있기에 765프로의 사무원인 코토리는 히비키가 감기로 쉬는 것에 걱정을 하면서 오늘 하루 푹 쉬라고 신신당부를 전했다. 몸에 좋은 음식이며 감기엔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둥, 병원에 꼭 가보라는 둥의 말을 전하면서 일정은 이쪽에서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푹 쉬라고. 전화 후에 친하게 지내는 아이돌들에게 문자세례가 왔지만, 일일히 다 볼 정신이 없어서 히비키는 단체메일로 '조금 쉴게'란 메세지를 보낸 후 휴대폰을 저만치에 던져버렸다.


일단 사무소측은 이걸로 어떻게든 처리했는데…….


병원에 역시 가야할까. 상태가 좋지 않긴 한데. 그렇지만 쓸데없이 돈을 쓸 수는 없고. 프로듀서의 앞에서 이것저것 돈 들어가는 일이 많다고 투정까지 부렸는데. 감기 정도는 푹 쉬면 낫겠지?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밥을 줘야하는데. 그렇지만 열기에 지배당한 몸은 활력을 빼앗아버려 히비키에겐 자리에서 일어설 기력조차 없었다.


가족들을 키우려면 여러가지 신경써줘야 하는데. 저 아이는 오늘 산책을 시켜줘야 하는데. 먹이는 냉장고에 있는 신선한 야채를 주지 않으면. 고기는 그제 사온 닭고기면 되려나. 햄조는 해바라기 씨앗이면 될 테고 부타타는…….

 

"여, 역시 안 되겠다고. 어서 밥을 줘야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념에 히비키는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우, 우와앗?!"


비틀비틀, 털썩.


무리하게 일어나 가족들의 아침을 챙겨주려던 히비키는 그대로 다시 뒤로 쓰러져버렸다. 열기가 몸을 지배하고 있어 기력이라고는 거의 없는 상태인데 억지로 일어나 걸으려했으니 쓰러지는 것은 당연. 그래도 히비키는 자신이 아니면 챙겨줄 이 하나 없는 가족들을 위해 어떻게든 일어서려 했다.

 

"기, 기다리라고. 금방 마련해줄 테니까……."

[………….]

 

열기에 취해 헤롱헤롱거리면서 일어서려는 히비키.


그런 히비키를 안쓰럽게 보고 있던 히비키가 기르는 동물들.
애를 써서 일어서려는 그 마음은 고맙고도 감사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컹."

"에, 에엣?"

 

히비키가 기르는 동물 중 하나인, 커다란 몸집에 비해 온순한 성격을 지닌 강아지 이누미. 녀석이 두발로 일어서더니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히비키의 어깨를 짓누르듯 앞발로 밀어내며 그녀를 침대에 다시 눕혔다.

 

"……뭐하는 짓이야, 이누미. 자신, 너희들에게 해야만 할 일이 있다고."

"끄응."

 

도리도리

"……에? 안 해도 좋아? 그렇지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도리도리


이누미도, 사무실에 히비키가 줄곧 잘 데려가는 햄조도, 그 외의 다른 가족들도 히비키를 바라보며 마치 자신들은 괜찮다고 말하는 것처럼 저마다의 몸짓으로 어필한다.


주인의 사랑은 고맙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의 건강이기에.

 

"고맙다고……."

 

그들의 지닌 마음을 느낀 히비키는, 아픈 와중에도 환한 웃음을 지었다. 홀로 상경해 올라와 외로운 시기에 맞이한 가족들. 그들에게 베푼 사랑만큼, 그들이 자신을 아껴주는 것만 같았다.

 

"그럼 조금만 자겠다고. 자신, 일찍 건강해지도록 노력할 테니까."

 

히비키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그러고보니 프로듀서를 오늘은 못보는 구나……. 조금 아쉬울 지ㄷ………….)

 

 

──맴맴


햇빛이 내리쬐이는 오후. 뜨거운 햇살에 달궈진 땅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여기저기서 시원함을 찾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그 속에서 한 사내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맴맴맴

 

뜨거운 여름에 맞게 울려퍼지는 매미의 울음. 올해도 여김없이 찾아온 여름에 매미는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힘차게 운다. 무더운 여름날의 정취에 맞는, 매미의 울음. 그렇지만 그 울음은 때로는 소움이 되어 사람을 괴롭힌다.


──맴맴맴
──띵동띵동♪
──맴맴맴맴

(우으으……!)


더운 와중에도 어떻게든 감기로부터 나으려고 몸에 힘을 빼고 푹 쉬기 위해 침대에 누운 히비키는 들려오는 매미의 울음때문에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열이 내려 잠시 물을 먹고 돌아온 침대. 그 침대에 드러눕자마자 어디선가 소리높여 우는 매미의 울음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맴맴맴.
──띵동띵동♪
──맴맴맴맴

(으…….)


들으면 들을 수록 신경을 건드리는 매미의 울음.


무시하자, 무시하는 거야, 라고 뒤척이면서 신경을 껐음에도 귀에 들려오는 소리는 어쩔 수 없어서 히비키는 고운 이마를 찡그리면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짜증은 비단 히비키뿐만이 아니라 히비키의 가족들도 마찬가지.


성질을 건드리는 매미의 울음에 예민해진 그들은 밖에 시선을 던지며 어디 붙어있는지 알 수 없는 매미를 향해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게다가 매미 소리에 묻혀진, 누군가의 방문벨소리까지 들리고 있어서 신경은 더욱더 날카롭게 변화. 안 그래도 주인이 쉬어야하는데 이렇게까지 시끄러우면 대체 어쩌자는 건지.


히비키도 누군가 벨을 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차피 방문판매의 사람같은 쓸데없는 방문이라 생각해 이태껏 무시하고 있었는데 상대는 물러섬없이 계속 벨을 누르고 있었다.


──맴맴맴        ──맴맴맴
──띵동띵동♪    ──띵동띵동♪
──맴맴맴맴      ──맴맴맴맴


"으, 으으으으으으……."


부글부글부글


계속해서 누르는 벨. 점차 소리높여 우는 매미. 시끄러우 벨소리. 올라가는 짜증!


결국 히비키는

 

──철컥, 콰앙!

 
"우갸──! 누가 매너없이 이렇게 계속 벨을 누르는 거야!"


폭발했다.


안에 있는 사람을 생각지도 않고 계속 벨을 누른 작자의 얼굴을 보는 한편, 좀 따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히비키는 자신의 몸을 지배하는 열기를 잠시 잊은 체 소리를 지르며 문을 열어제꼈다.


그리고 그녀는 볼 수 있었다.

 

"미, 미안해, 히비키."

"어, 에, 에…… 에엣?!"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미안한 얼굴을 하고 뒷머리를 긁적이는 자신의 프로듀서를.
그리고 그는 어째서인지 자신을 보자마자 살짝 볼을 붉히면서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미안. 벨을 눌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길래 혹시나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해서 벨을 계속 눌렸어."

"에, 아? 그, 그런거였어? …… 아, 아니 그것보다 프로듀서! 지금 일하는 시간이잖아. 지금 이 시간에는 왠일인거야?"

"왠일이라니. 당연히 히비키가 걱정되어서 찾아온거잖아. 병문안 온거라고, 병문안."

"벼, 병문안이라니. ㅈ, 자, 자신을 그런 거 필요없다고! 게다가 프로듀서는 문맹이야?! 휴대폰이 버젓이 있는 벨을 계속 누르다니 민폐라고! 왜 전화를 안 쓴거야?"

"그야 히비키의 휴대폰이 꺼져있으니까지. 아침부터 계속 꺼져있었는데 몰랐었어?"

"엣?"

 

그러고보니 어제 충전도 안 했었었지. 메일보내고 난 후 방전된 건가……


그, 그것보다 프로듀서가 왔다고?!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집에 프로듀서가 병문안을. 지금 청소도 안 되어있어서 너저분한데. 머리도 아직 감기 전이라서 엉망인데! 그리고 프로듀서의 앞이니까 조금 좋은 옷을…… 옷을…… ㅇ……

 

"아……."

 

자신, 지금 뭘 입고 있지?


불현듯 드는 생각에 히비키는 프로듀서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고보니 프로듀서, 자신에게 눈을 마주치지 않고서 이야기하고 있었지. 게다가 묘하게 뺨을 붉히고…….


지금도 저렇게나…….


히비키는 천천히 고개를 내려보았다. 고개를 내리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가슴이 들여다보이는 조금 펑퍼짐한, 그리고 가슴 아래까지밖에 가리지 못하는 짧은 흰 티셔츠. 자신의 사이즈보다 한치수 큰 흰 티셔츠는 머리가 위에 있는 프로듀서에게 가슴골을 여심히 보여주고 있었고 그 가슴골을 목격한 프로듀서는 '자신은 아무것도 안 본거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거다' 라고 속으로 수십, 수백번을 내리 읋으며 마음의 평정을 가하고 있었다.


그런 프로듀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히비키는 멍하니 자신의 하의에 시선을 주었다. 내려다보이는 것은 바로 자신의 맨다리. 보기좋은 라인을 지닌 매끈한 다리가 옷이라는 방어막을 걸치지 않은 채로 눈 앞의 사내에게 모든 것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다리뿐만이 아니었으니.


혼자 있는 집이다보니 히비키에게는 밤에 편안히, 되도록 거의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자는 습관이 있다. 어젮밤도 마찬가지라 잠들기전 편히 입은 옷을 그대로 계속 입고 있던 것인데…….


종합해보자면


히비키는 현재 가슴골과 배꼽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짧은 길이의 흰 티셔츠와 아래에는 팬티 한 장을 걸치고서 프로듀서의 앞에 서있다.

 

"저기, 일단 들어가는게 좋지 않을까, 히비키. 아이돌로서도, 아니 아이돌을 넘어서 여자아이가 그런 차림으로 이렇게 바깥에 나와있는 것은…… 히비키?"
"……."


이순간 히비키의 사고는 완전히 정지되어 있었다.


지금 내 앞에 누가 있어? → 남몰래 좋아하고 있던 프로듀서 → 지금 내 차림은? → 시원한 여름에 어울리는 잠자리 차림 → 그걸 지금 누구에게 보여주고 있지? → 프로듀서 → 나는 어떤 상태? → 감기 → 즉, 이것은……

 

"아하, 꿈이구나! 아하하핫!"

"히비키?"

"아, 역시 꿈인거야. 응, 그렇고 말고. 아하하핫, 그렇지 않으면 프로듀서가 문병안와줄 리가 없잖아. 내가 이런 차림을 하고 있을 리도 없고. 응응, 역시 꿈이라고. 아, 다행이다. 프로듀서에게 이 차림을 보여주었으면 부끄러워서 죽어버렸을 거야. 정말 다행이라고."

"어, 어이?"

"꿈 속에서도 나오다니 프로듀서는 스토커라고."

"어째서 꿈에 나왔는데 스토커 취급을?!"

"아니, 그래도 자신 기쁘다고……. 프로듀서를 이렇게나마 볼 수 있으니, 까아……."

 

아하하하, 이상하네.


꿈인데 왜이리 리얼하게 아픈거지. 아까전부터 정신이 오락가락하니 머리가 흔들흔들거려…….


꿈이라서 그런 걸까? 응……. 그런 걸ㄲ……

 

"히비키, 괜찮아? 열이 굉장해!"

"……에."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우선 침대로!"

 

……프로듀서의 얼굴이, 가까이에.


그의 얼굴이 눈 한가득 들어온다. 올곧은 의지가 담긴, 내가 좋아하는 눈을 가진 프로듀서의 눈이. 무심결에 넘어진 척하며 가까이에 달라붙으며 맡았던 그의 체취가. 몰래 훔쳐보던 입술의 사이에서 나온 그만의 숨결이 지금

 

(아……)

 

이렇게나 가까이에.


……


───퍼엉


"우, 우갸아……."

"에? 히비키? 히비키!!"

 

꿈이 아니었어.
이것은 현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히비키에게는

 

"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을 것만 같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라 그만


───뻐어억!!


"커허어억!!"


프로듀서의 복부에 깔끔한 클린 히트를 가격하고 말았다.

 

 

"……미안해, 프로듀서."

"아냐아냐, 괜찮아. 내가 여자라고 그럴 수 있었을 거야, 아마……."

"무으……."

 

현관에서의 소동 뒤 프로듀서는 히비키의 집에 들어갔다.


히비키는 소동 후 바로 머리에 차오른 열기에 정신이 혼미해져 바닥을 향해 기우뚱. 히비키의 깔끔한 타격에 아주 살짝 숨쉬기 곤란한 지경까지 갔던 프로듀서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쓰러지는 히비키를 두 손으로 간신히 받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직후 프로듀서는 히비키를 공주님 안기로 침대에 눕혔고 정신을 차린 히비키는 자신이 한 짓과 자신의 차림에 한껏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올라 이불로 끌어올려 얼굴을 가렸다.

 

"……으으, 바보같이 자신 무슨 짓을."

 

얼굴을 가린 채 이불 밑에서 조금 전의 일에 대해 후회를 하고 있는 히비키. 평상시의 포니테일을 풀어헤치고 잘익은 사과처럼 달아오른 얼굴을 이불로 가린 히비키를 보면서 프로듀서는 그 모습이 참으로 귀엽고 어쩐지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물론 조금전의 일격이 꽤 아팠지만, 그거야 부끄러우면 그것을 잊으려고 혹은 잊게하기 위해 돌발적으로 한 일이 아니겠는다. 누구나 다 부끄러운 기억을 잊게할 수 있다면 그러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에 프로듀서는 맞은 일에 대해선 가볍게 넘어가버렸다.


어찌됐건 자신은 지금 히비키의 병문안을 온 거니까.

 

"가, 감기 옮기면 큰 일이라고. 어째서 온거야?"

"지금같은 시기에 감기걸리는 일은 좀처럼 없어. 있다면 여름감기 정도에 걸릴 정도로 몸을 차게하는 사람들 정도지."

"윽!"

"뭐, 그건 넘어가고 아이돌이 아프다는데 프로듀서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 그래도 감기걸리면 정말 큰일이라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돌아ㄱ……."

"오늘 어지간한 일은 이미 끝마쳤어. 오늘 일정에 딱히 큰일은 없었으니까. 나머지 일은 코토리 씨와 리츠코가 어떻게든 해주겠다고 했으니까 부탁하고 여기에 왔으니 돌아가도 할 일은 없어. 아니, 있지만 가지 않을 거야."

"……그건, 혹시 자신때문이야?"

"히비키때문이라면 일단 맞다고 할 수 있겠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은 하지 마. 자신때문에 모두에게 폐를 끼쳤다, 라는 생각같은 걸 말이야."

"웃……."

"뭐, 폐라면 폐라지면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히비키는 우리 사무소의 소중한 동료이자 아이돌이니까. 아픈 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그래도 폐인걸……. 게다가 모처럼 그렇게 일찍 일이 끝났다면 조금 쉬는 편이 좋잖아, 프로듀서는. 우리들을 돌봐주느라 매일 잔업에 야근까지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해서 쉬는게 좋지 않아?"

 

히비키의 질문에 프로듀서는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어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서 여기에 왔잖아."

"어?"

"히비키를 간병하고 싶어서 온 거라고."


두근


"무, 뭐, 뭐뭐뭐뭐뭐야? 간병을 하고 싶어서 왔다는게!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봐봐, 이렇게나 쌩쌩하"

 

비틀

 

"……소리지르지 말고 얌전히 누워있어. 아프면서 왜 무리를 해?"

"……그야 프로듀서가 자신을 간병하고 싶어서 왔다느니 뭐라하니까……." 중얼

"응?"

"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히비키는 조금전부터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면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프로듀서는 태연하게 그런 말을 잘도 하네. 자신은 이렇게나 두근거리고 있는데…….

 

"그러고보니 네 가족들은?"

"저기 있다고……."

"헤에, 오늘은 얌전한데. 저번에 한 번 찾아왔을 땐 꽤 난리였는데."

"……프로듀서를 적이 아니라고 인식했으니까."

"그렇구나."

 

게다가 오늘은 나를 위해 얌전히 있어주기로 한 기특한 아이들이라고, 말하며 히비키는 프로듀서를 향해 씨익하고 평상시에 그에게 짓던 그 웃음을 얼굴에 그렸다.


히비키는 정말로 가족들을 아끼고 있구나.


"그런데 여기는 제법 매미 소리가 시끄럽네."

"매미는 소음의 주범이라고. 덕분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주변에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는데."

 

매미때문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히비키는 불만을 토했다.

 

"그래도 여름을 알리는 곤충이잖아. 7년 동안이나 땅속에 있다가 간신히 이제야 나와서 빛을 보는 애들인데 너무 안좋게 보지 말라고."

"뭐어? 그건 보기나름이라고."

"응?"

"매미들은 다른 곤충들이 부화해서 막 3개월, 5개월 길어야 1년동안 성장하고 살아남고 경쟁해서 후손을 남기고 그렇게 막 치열하게 사는 동안 매미들은 땅 속에 나무 뿌리 하나 잡고 느긋하게 들어 앉아서 빨대 꽂고 뭉기적대면서 꿀이나 빨다가 이제야 '아, 한 번 나가 볼까' 이러고 슬슬 기어 나오는 게으른 놈들이라고!"

"……신선한 관점인데?"

 

은근히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면서 프로듀서는 히비키의 상태를 살폈다.

 

"감기는 뭐 나아진 것 같지 않네. 그래도 다행이다. 아주 심각한 것은 아니라서."

"내일쯤이면 나을 거라고."

"병원도 안 다녀왔으면서 어떻게 장담하는 거야? 자, 여기 약봉투 받아."

"……어째서 자신이 안 갔다는 걸 아는거야?"

"그야 히비키의 방에 약이라고는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가족들 식비에 오키나와에 있는 부모님에게 송금에 네 생활비에 이것저것 들어가니까 감기정도는 하루 푹 쉬고 나아보자란 생각에 병원에 가지 않았겠지. 안 그래?"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안다고, 프로듀서."

"그야 네가 나한테 그런 걸 털어놓았으니까. 아, 스포츠 드링크 마실래? 감기에는 수분 보충이 중요하니까."

"으응."

 

조금 목이 말랐기에 히비키는 프로듀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다음 행동눈을 크게 뜨고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기, 프로듀서?"

"응?"

"어째서 자신의 등에 손을 대고 일으켜서 물을 먹여주려고 하고 있어?"

"그야 히비키는 감기걸렸으니까. 마시게해줄려고."

"우, 우갸! 이런 건 스스로 마실 수 있다고! 괜히 내 몸 건드리려고 그런 거지? 변태, 변태, 변태 프로듀서!"

"그, 그런, 그런거 아니라고! 난 히비키가 감기로 힘들어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니까!"

"으, 우, 우으, 으……."

 

확실히 몸의 기력이 그다지 없어 움직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게다가 잠을 조금 자 회복한 기력도 아까전에 이미 제로가 된 거나 마찬가지고.


그래도 무, 물 정도는 혼자서 마실 수 있어!


"……이리줘."

 

프로듀서의 손에서 스포츠 드링크를 뺏어낸 히비키는 뚜껑을 따 음료수를 입에 흘려넣었다. 역시 누군가가 자신에게 먹여주는 일은 부끄럽다고. 그런 짓하면 자신은……. 생각만해도 부끄러운 상상에 다시금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낀 히비키는 고개를 저으며 망상을 흩어내려했다.

 

"갑자기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라고……."

 

히비키는 의아해하는 프로듀서에게 먹다남은 드링크를 건네주었다.

 

"정말로 괴로워 보이는데, 괜찮겠어?"

"자신 괜찮다고. 오늘 푹 쉬면 나을 테니까."

"그러지말고 병원에 가자. 약국의 감기약을 사오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걱정해줘서 고맙지만, 자신 정말로 괜찮아!"

"그래도……."

 

걱정이 깃든 프로듀서의 눈에 히비키는 어쩐지 조금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에게 호감받고 있는 프로듀서가, 좋아하고 있다는 감정을 숨기고서 지켜만 보았던 그가 지금 자신의 곁에서 자신의 몸을 걱정하고 있다. 그 사실이 어쩐지 기뻐서, 자신을 봐주고 있다는 것이 어쩐지 행복해져서 히비키는 자신도 모르게 자그마한 미소를 피우고 있었다.

 

"그래도 히비키, 그렇게나 땀을 흘리고 있는데."

"─────!!!"

 

순간 히비키의 몸이 경직됐다.


마, 맞아!


그러고보니 자신, 땀냄새가 가득이라고! 어제도 제대로 씻고 자지 않아 엉망진창이나 다름없는 몸인데! 거기에 지금도 잔뜩 땀을 흘리고 있으니까 틀림없이 프로듀서는 자, 자신의 땀냄새를……!


흘긋, 하고 그의 눈치를 살폈다. 순간 마주치는 눈. 그 눈을 보는 순간, 히비키는 살짝 정신이 패닉상태에 돌입했다.

 

"……ㅅ, 샤, 샤워하러 갈 꺼야!"

"에? 잠깐만, 기다려! 감기걸렸으면서 무슨 샤워야!"

"땀을 흘렸으니 닦아야한다고! 이거 놔, 프로듀서! 자신, 샤워실로 들어갈 테니까!"

 

땀 냄새가 나는 여자아이라니. 그런 거 남자도 싫어한다고! 이런 모습 프로듀서에게 실례라고! 당장 씻어야 해. 옷을 갈아입어야 해!

 

"그러니까 이 손을 놔, 프로듀서! 왜 허리를 감고 있는 거야!"

"환자가 무슨 샤워야! 참아!"

"우갸! 변태 프로듀서! 자신의 몸을 만지작거렸지?!"

"아, 아아아니야! 이건 피치 못할 상황이라 ─ 아."

 

그때 프로듀서의 눈이 아래로 향했다.


아래로 향한 그곳에는 훤하게 존재를 드러내는, 앙증맞은 동물이 그려진 속옷이 한 체.


히비키는 깜빡했다.
자신이 어떠한 상태인지를.
이불이란 방어벽을 치운 순간, 땀 냄새보다 더 중요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 프로듀서가 자신의 속옷 바로 위, 뒤의 허리에 얼굴을 묻고 허리에 두 손을 감고 있음을.


이 순간 히비키의 뇌내는 전쟁이 터지고 있었다.

 

「함장님, 제 1 방어선 분쇄되었습니다!」
「제 2 방어선 옥쇄!」
「제 3 방어선 대갈채!」
「모든 방어선이 뚫렸습니다!」

수많은 작은 히비키들이 꺄아꺄아, 거리는 자그마한 함선. 히비키의 마지막 정신줄 마지노선을 지키는 히비키들 사이로 다른 작은 히비키들보다 아주 약간 큰 히비키가 탄식을 했다.

「이것이 우리의 끝인가…….」

그 말을 끝으로 함선은 몰려오는 프로듀서라는 이름의 생각의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았다.


이것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우, 갸아……."

─펑, 털썩

"히비키?!"

 

기절했다는 것이다.

 

"이런……."

 

프로듀서는 자신의 팔 안에서 풀썩 쓰러지는 히비키를 보고 깜짝 놀라 그녀를 서둘러 침대에 눕혔다. 혹시나 감기가 심화되어서 히비키가 쓰러진 것일까 했지만, 아무래도 방금 있었던 일에 부끄러움이 달하여 머리에 열기가 몰려버려 정신을 잃은 듯 했다. 하긴 그 상황이라면 부끄러울 만도 하지. 스스로 조금 전 경솔했던 자신의 행동에 반성을 하면서 프로듀서는 히비키의 곁에 앉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

 

항상하던 포니테일을 풀고 땀에 젖은 채로, 상당히 야시시한 느낌이 드는 상하의 차림을 하고 있는 히비키.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몸의 라인을 따라 흘러내려 가슴을 적시고 굴곡있는 매력적인 몸매를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에 빛을 튕겨내 피부를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이 나도록 유도한다.


히비키의 스타일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아니, 이 작은 몸집에 비해 그 가슴은 반칙이라고나 할까. 항상 자신은 완벽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몸매는 그 말대로 완벽을 기하고 있어서 프로듀서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켜버렸다.


이렇게 물끄럼히 보는 것은 실례이지만, 본인은 기절해있고 이것은 그 뭐라고나 할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볼 수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태양빛에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와도 같은 눈동자. 생각외로 긴 속눈썹. 가지런한 콧날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울 것만 같은 입술. 환하게 웃으면 마치 눈부신 태양처럼 환하게 빛나는 히비키가 눈을 감고 자는(기절해있는) 모습에 프로듀서는 웃음을 입에 머금었다.

 

"흠흠……."

 

일단은 이불을 덮어두도록 할까.


그러고보면 히비키는 어째서 갑자기 샤워를 하려고 했었지? 아, 땀을 닦아야한다고 해서 그랬었지. 그렇지만 감기 걸린 환자가 스스로 욕실로 들어가 씻도록 하는 것은 무리다. 이렇게나 기력이 없으니까. 그렇다고해서 자신이 씻겨줄 수는 없는 일. 만약 그런 짓을 한다면 그건 경찰서로 바로 간다고 해도 할 말이 없어진다.


희롱이나 능욕을 당했다고 히비키가 울고 늘어지면 그땐 그야말로 파멸이랄까. 어찌됐던간에 그런 일은 하지 않을 테니 상관없지만. 무엇보다 그런 짓 했다간 히비키가 싫어할테고 내가 그러고 싶…… 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응, 하지 않았어. 그래, 응. 하지 않았……


……
……
……


솔직히 말해 아이돌이, 그것도 잘 나가는 아이돌의 매력적인 몸을 면전에서 봐놓고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게 사람이겠는가? 프로듀서와 아이돌의 관계라 그런 생각은 자제하는 편이지만, 공과 사를 떠나 남자로서 이런 여자아이를 보고 그런 생각하지 않을 수 없잖아?


게다가 히비키라면 상당히 마음이 끌리는 아이기도 하니까…….

 

"……생각은 그만하고 일단 여기서는 땀을 닦아주기로 할까."

 

땀이 신경쓰인다면 닦아주는 것이 좋을 터다.


씻어내는 것이 제일 빠르고 베스트인 방법이지만, 그것은 NG. 그렇다면 다른 수단으로 닦아내면 될 일이다. 히비키 본인에게 부끄러운 일이 될 테지만,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고.


그렇게 됐으니 해보도록 할까…….

 


"으음……."

 

부끄러움에 기절했던 히비키는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 의식 속에서 누군가 자신의 몸을 문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을 떴다.


부드럽게 매만지면서, 그러면서도 어쩐지 시원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뭐지, 이건? 하고 고개를 드는 순간, 히비키는 프로듀서와 눈을 마주쳤다.

 

"아, 일어났구나."

"에, 에에……?"

 

프로듀서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히비키는 자신의 다리를 보고 놀랐다.

 

"우갸! 프로듀서 변태! 자신의 다리를 매만지고 있다니 최악이야!"

"잠깐만, 잠깐, 기다려! 잠깐만 기다리라고! 어, 어이 그거 던지지 마. 시계 던지려고 하지 마! 잘 보라고! 내 손에 뭐가 들렸는지!"

"변태변태변태변태변태애! 손에 뭐가 들렸든 만진 거잖─── …… 어?"

 

막 시계를 던지려는 찰나, 히비키의 눈에 프로듀서의 손에 들린 것이 들어왔다.

 

"물, 수건……?"

"그래. 이걸로 히비키의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고."

"무, 으, 으웃! 미, 미안, 프로듀서."

"아니, 괜찮아. 오해할 만 하니까."

 

정성스럽게 히비키가 흘린 땀을 닦아주는 프로듀서. 수건 너머로 다리를 매만지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히비키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보니 팔과 다리에 시원한 느낌이 나는게 아마도 프로듀서가 닦아준 모양. 다른 곳은 아직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 안닦은 것 같다. 만약 닥아냈다면 자신, 시집 못 간다고……. 프로듀서에게 갈 수 밖에 없다고.


……그런데 조금 그렇네.


프로듀서는 자신의 몸을 닥아주면서 아무런 생각도 안 드는 걸까? 남자라면 조금 그, 그렇고 그런 일을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은 취향이 아닌 걸까. 조금 더 가슴이 큰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저기 프로듀서."

"응?"

"나는, 매력적이지 않아?"

"……엣?"

 

!


내, 내가 무슨 말을!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에 후회를 했지만, 이미 흘러엎어진 물. 프로듀서는 약간 벙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런 질문을 받아 곤란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어떻게 돌려말할까 고민하는 걸까. 기대되는 마음. 흔들리는 불안감. 초조함을 담아 고개를 숙이며 힐끔 그의 입술을 훔쳐볼 때, 프로듀서의 말이 들려왔다.

 

"히비키는 충분히 매력적이야."

"……에."

"쭉 너를 봐 온 나이기에 말할 수 있어. 히비키는 매력적이야."

 

수건으로 다리를 문질러주면서 프로듀서는 잔잔한 웃음을 띄우며 히비키의 물음에 답했다.


그것은 너무나 기쁘고, 너무나 달콤한 말이라 히비키는 한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해 횡설수설을 해버렸다.

 

"아니, 자신은 작고 그다지 댄스도 마코토에 비해 뒤쳐지고 얼굴로 미키에 비해서 떨어지고 무엇보다 작고, 아니, 작지 않아! 인데 작은 건 틀림없고 그렇지만 작은 건 아닌데, 그 무ㅡ 아니, 그러니까 그게……."

"다시 말할게."

"으, 으응?"

"히비키는 매력적이야. 반해버릴 정도로."

"그, 아, 아하하하핫! 프로듀서도 참. 에, 에헤헤헤……."

 

확신을 담은 말.


조금 전보다 기쁘고 기뻐져서 히비키는 쑥스러운 듯하면서도 기쁜듯이 웃음을 띄웠다.


아직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 했던 말. 그런 만큼 정말로 기뻐서, 이런 대답에 응해준 그가 너무도 좋아져서 히비키는 살짝 뜨거워진 열기를 느끼면서 말했다.

 

"자신, 완벽하니까 당연히 매력적인게 당연하다고!"

"그래그래, 히비키는 완벽하니까."

"그치? 그치? 좀 더 자신을 칭찬해줘, 프로듀서! 오늘은 특별히 변태짓한 것들 전부 눈 감아줄 테니까."

"그건 전부 오해잖아."

"흐흥, 그렇지만 경찰은 그렇게 말하지 않을 텐데 괜찮겠어?"

"눈 감아주길 부탁합니다, 히비키님."

"알았다고!"

 

헤헤헷, 하고 웃음을 그린다.


매력적인 섹시한 몸매와는 달리, 태양의 눈부심을 담은 천진난만한 미소에 프로듀서는 크게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차가운 얼음이 담긴 대야에 물수건을 담아 물을 짜낸 뒤 히비키를 불렀다.

 

"등을 닦아줄 테니까 조금 뒤돌아줄래?"

"엣? 저, 저기……."

"괜찮아. 등만 닦아줄테니까."

"우, 읏. 그, 그럼 부탁한다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끌어안고 히비키는 프로듀서로부터 등을 돌려 앉았다.


아직까지도 옷은 그대로. 등을 닦아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대로 자신의 등이 프로듀서에게 노출이 되는 거라고. 게다가 지금 속옷도 입지 않았는데…….


그래도 프로듀서가 자신의 등을 닦아주는 일은 없는 일이고…….

 

──스윽

"햐읏?!"

"히비키?"

"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등에 느껴지는 차디찬 물수건의 감촉과 함께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 괜찮다, 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만도 않았다.

 

"하웃!"
"아, 아으……"
"응, 아……."

 

수건이 등을 흝고 지나갈 때마다, 프로듀서의 손길이 수건너머에서 느껴짐에 따라 조금씩 울상이 되어져가는 히비키의 얼굴.


달짝지근한 숨이 히비키의 입에서 토해져나온다. 눈가에 살짝 흘러나온 눈물이 볼가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리고 수건이 등을 지날 때마다 가녀리게 흔들리는 몸.


달착한 숨을 내쉬며 히비키는 고개만을 뒤로 돌려 울먹거리는 눈망울로 프로듀서를 올려다보았다.

 

"프로듀서…….
 조금 살살해줘…….
 자신, 등이 약하다고……."

"……!"

 

양손으로 흰셔츠의 목덜미를 잡으며 애원하는 듯이 말하는 히비키를 보는 순간, 프로듀서를 머리에 쏠리는 열기와 코 안에 흘려나오려 하는 뜨거운 액체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아, 앞은 히비키가 알아서 하도록 해!"

"으, 으응!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뭐야, 이거.


귀여워. 사랑스러워. 집에 갖가서 기르고 싶을 정도야. 평소에도 히비키가 매력적이고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느꼈지만, 방금 그것은 반칙에 가까울 정도다. 이 히비키는 위험한 히비키다. 자신의 마음을 망치로 두들기는 것처럼 사정없이 뒤흔들어버렸으니까.

 

"저기, 프로듀서?"

 

히비키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푸훗, 하고 코피가 터질 뻔 했지만, 인내력으로 참아내었다. 정말이지 무방비한 상태로 그런 귀여운 모습 보이지 말아달라고. 참을 수 없게 되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엎드린 자세로 올려다보면 위험하잖아! 입고 있는 옷이 뭔지 좀 자각하고 있으라고!

 

"여기 고맙다고……."

"어, 으응……."

 

약간 개운해진 몸으로 히비키는 프로듀서의 곁에 앉았다. 하체는 베개를 들어 무릎위에 올려났으니까 어느정도 보이지는 않겠지.


그것보다 조금전부터 프로듀서가 힐끔힐끔 이쪽을 몰래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놀라서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여, 역시 가슴을 훔쳐보고 있는 걸까? 프로듀서는 역시 변, 아니 역시 남자라서 그러는 걸까.


어쩐지 아까부터 심장이 계속 두근두근거린다. 원래라면 서로 이렇게 접촉할 일이 없는 우리 둘 사이. 그런데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다. 그렇게나 수없이 만져졌다. 그렇기때문일까. 달아올라진 마음과 몸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것은.

 

"엇……?"

"……."

 

히비키는 프로듀서를 의지해 몸을 기울이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프로듀서와 함께 있고 싶어.
프로듀서가 기뻐해주었으면 해.
나로 인해 기뻐한다면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조금이라도 프로듀서의 마음을 알았으면 좋을텐데.
그가 무슨 마음을 자신에게 품고 있는지 알면 이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될텐데.
프로듀서의 상냥함에 기대고 싶어.
이 마음을 밝히고 싶어.
그렇지만 그럴 수 없는건, 자신에게 용기가 없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오늘 같은 날, 조금만, 아주 조금만 용기를 내보자.

 

"프로, 듀서……."

"응."

 

떨리는 마음. 불안에 가득찬 가슴. 갸녀리게 떨리는 심장 위로 손을 올리며 그에게 묻는다.

 

"자신을, 어떻게 생각해?"

"……그건."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를 떠나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거야."

"……."

 

히비키의 말에 프로듀서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침묵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프로듀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답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답을 해야만 할 지 막막하여 어떤 말도 쉽사리 끄낼 수가 없었다.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를 떠나 히비키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사귀고 싶다면 이런 아이와 사귀면 좋지 않을까, 하고 그는 늘상 생각하고 있었다. 체구는 비록 작지만, 굴곡있는 몸매와 체구에 맞지 않게 커다란 가슴. 그리고 특유의 활발함과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취미는 가정적이기까지 하니 이런 여자친구가 있으면 행복하지 않을 수가 과연 있을까?


하지만 그것을 떠나 역시 아이돌과 프로듀서라는 서로 간의 거리가 걸림돌이 된다. 그렇기에 프로듀서는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고 그 침묵 속에서 무언가 서로간에 상처가 되지 않을 방안을 짜내려고 했지만, 무리. 무리. 무리.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역시, 자신은 안되려나……?"

"……."


조금 뜸을 들인 후 히비키가 말을 이었다.

 

"자신, 프로듀서를…… 좋아, 해."

"……!"

"좋아해. 너무나 좋아해. 좋아해서, 너무 좋아해서. 아니, 사랑한다, 고……! 함께 있고 싶어.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길을 걷고 싶어. 프로듀서의 곁에서 항상 있고 싶다고!"

"히비키……."

"갑작스럽겠지……. 하지만 자신은 진심이라고."
"그러니까 말해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날 좋아해달라고는 말하지 않을, 게……. 그저 솔직하게 프로듀서의 마음을 알고 싶어. 말해주면…… 안 될까?"

"……."

 

촉촉하게 물든 눈으로 프로듀서의 옷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면서 히비키는 프로듀서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런 대답이 없는 그. 무언가를 참아내는 듯한 그의 얼굴에 히비키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한 차례 좌우로 흔든 뒤에 해맑게 웃으면서 말하려했다. '사실, 농담이었어. 그냥 해본 거니까 잊어버려, 프로듀서'라고.


그렇지만, 그 말을 하기전에 프로듀서의 손가락이 히비키의 턱을 상냥하게 들어올려 입술을 위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웁?!"

"……."

 

마치 쪼아먹듯이 히비키의 입술을 탐하는 프로듀서의 키스. 숨을 쉬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쉴 새 없이 히비키의 입술을 탐하던 그를 히비키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저 놀란 눈으로 그가 하는 것만을 바라보았다.

 

"하아하아, 자, 잠……."

응, 응, 음…… 웁?!

(혀, 혀가!)

"우우웁?! 응, 우웅, 쪼옥……."

 

프로듀서의 숨결이 입안 가득히 들어온다. 혀가 안쪽에서 휘저을 때마다 움찔움찔 몸이 반응한다. 뜨거운 그의 입술. 이대로 그의 숨에 녹아버리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강렬한 키스에 히비키는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팔로 휘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하아, 하아……."

"후……."

 

한동안 이어져있던 둘의 입술이 떨어질 때, 은색의 실이 길게 늘어지면서 떨어져나와 끊어졌다.


잠시간의 숨고름.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히비키는 프로듀서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의 끝에 있는 프로듀서는 그녀를 향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프로, 듀서……?"

"……히비키는 귀엽구나."

"믓?! 가, 갑자기 그런 소리를!"

"사실이니까. 그건 그렇고 히비키가 먼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어."

"에……?"

 

조금 쑥스러운 듯한 그의 미소. 그 미소 뒤로 꿈만 같은 말이 뒤를 이었다.

 

"좋아해."

"……!"

"설마 히비키도 나를 좋아할 줄은 몰랐어."

"저, 정말? 진짜야? 거짓말 아니지? 거짓말이면 자신, 울어버릴 거라고."

"사실이야. 거짓말이라면 키스할 리가 없잖아."

"웃!"

 

기쁨이 차오른다.
행복이 넘쳐흐른다.


혼자만 품고 있던 마음이 이어짐에 환희를 느낀다.

 

"프로듀서!"

"와앗! 잠깐, 히비키. 위험하다고."

"에헤헷, 상관없다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지금의 이 순간.


프로듀서의 품에 뛰어들어 그의 모든 것을 느끼도록 그를 꼬옥 끌어안았다.


오늘은 기쁜 날.


그와 내가 맺어진 날.


기쁨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크고 커다라서, 지금 자신이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도 잊게해줄 정도로 커서. 기뻐서, 기뻐서, 너무 기뻐서 그의 가슴에 머리를 비비며 그를 한껏 느꼈다.


오늘은 기쁜 날.


그와 내가 맺어진 날.


이어짐의 키스는 달콤해서 시간이 흘러도 자꾸자꾸 그때의 감촉을 이끌어낸다. 부드럽고도 강렬한, 감기에 걸린 날의 인연의 키스.

 

"저기, 프로듀서. 있잖아?"

"응?"

"계속, 계속 자신의 곁에 있어줄거지?"

"물론. 완벽한 히비키랑 언제까지고 함께야."

"에헤헷, 프로듀서."

"응."

 

"정말, 정말 좋아해!"

 

-끝-

 

==================================

뭔가 어정쩡한 끝맺음.

에라 모르겠다 ㅇ>-< 올리고 보자. 에헤라디야.

히비키는 귀엽습니다.

반론따윈 사형이예요!

0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