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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마스터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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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2, 2012 22:25에 작성됨.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치하야와 함께 765프로 사무소에 도착했다. 오늘은 카에데 누나가 현장직행이라며 일찍 나갈 준비를 하는 탓에 덩달아 일찍 일어나게 되어, 평소보다 출근이 조금 빨랐다. 그래서 그런지 사무소에는 오토나시 씨와 하루카밖에 없었다.

“어머. 프로듀서 씨. 치하야쨩.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네. 뭐. 오늘은 왠지 일찍 오고 싶었다고 할까. 이 시간대는 역시나 한산하군요.”

“다들 20분 정도는 더 있어야 오기 시작할 테니까요.”

“그런데 하루카는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던가요? 왜 이렇게 빨리…”

“하루카쨩은 항상 가장 일찍 오는 편에 속해요. 집이 머니까 상당히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하나 봐요. 조금 더 여유 있게 와도 될 텐데.”

음. 역시 멀수록 빨리, 가까울수록 늦게 오게 된다는 법칙 성립인가. 그나저나, 저 녀석. 뭘 하고 있는 걸까. 무슨 종이쪽지 보면서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어제 새로 받은 곡이라고 하네요. 오늘부터 레슨을 받을 텐데, 그걸 연습하고 있는 중이에요.”

호오. 그런 건가. 치하야도 새로 받은 곡이라는 말에 흥미를 가지고 하루카에게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하루카?”

“………”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치하야가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언가 막히는 부분이 있는지 끙끙대고 있다.

“하루카…?”

“와이--!!”

WHY???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하루카의 외침에 가장 가까이 있던 치하야는 물론 나와 오토나시 씨도 기겁을 했다. 저 녀석. 노래 가사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영어공부라도 하고 있었던 건가?

“어이. 하루카. 지금 뭐하는 거냐.”

하루카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자신의 옆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치하야와, 자신의 앞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 있는 나와 오토나시 씨를 보더니,

“우와앗--!! 바, 방금 건, 그러니까아-”

순식간에 우리가 알고 있는 하루카로 돌아왔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그걸 고민하고 있었던 거냐, 지금까지?”

“네, 네에…”

하루카의 말인즉슨, 작사가 분이 하루카에게 직접 노래가 시작할 때의… 음. 기합이라고 해야 할지 추임새라고 해야 할지에 대한 부분을 맡겼다고 한다. ‘원 투 쓰리 (!!) 식으로.

“그건 아무거나 해도 되지 않아?”

“하지만… 노래 가사가 꽤 하드하다고 해야 할지. 그래서 노래에 맞게 기합을 잘 넣어야 할 것 같아요.”

하루카의 말에 가사를 쭉 훑어보니, 맙소사. 하루카의 이미지랑은 완벽하게 동떨어진 노래였다. 이런 걸 하루카에게 주다니, 그 작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이런 가사를 소화해낼 녀석은 우리 사무소에 이오리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저에게 주신 거니까요. 힘내서 한 번 불러보려고 해요.”

“그래, 그래. 그런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와이!는 안 돼. 누구한테 뭘 물어보는 거냐, 도대체.”

“그럼 어떻게 해야…”

그 이후, 나, 치하야, 오토나시 씨에게 별의별 기합소리가 다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원 투 쓰리 하이-!는 어때요.”

“…10대 미국 여자아이의 발랄한 인사로밖에 들리지 않는데요. 아니면. 에잇-! 이라던가.”

“어디 싸우러 가시나요?”

“윽.”

“그럼… 하앗-이라던가.”

““무슨 초사이어인이냐./초사이언이니?””

치하야는 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치하야에게 믿을 건 가사지 저런 기합소리는 무리인가보다.
더 이상의 말없이 네 사람이 소파에 앉아 골똘히 생각하던 중, 치하야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일단… 그 곡을 들어봐야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아. 응. 틀어볼게.”

하루카는 곧바로 곡을 재생했다. 기타인지 뭔지 모르는 음이 작게 들려오다가,

“이 부분이에요. 이 부분에서 원 투 쓰리 봐이-!라고… 에?”

“봐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해괴한 기합소리다. 아니. 왠지 이건 이것대로 어울린다는 느낌인데.

“그거 다시 해봐.”

처음부터 다시 재생.

“원 투 쓰리 봐이-!”

“이거다.”

“이거네.”

“괜찮을지도.”

삼심 합의 전원일치 판정승. 하루카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보였다. 과연 그쪽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카에게 일임했으니 별다른 딴죽은 걸지 않겠지.
하지만 봐이-!로 해결됐다고 쳐도, 하루카에게 남은 벽은 엄청나게 많았다. 이번엔 또 노래 가사 중 한 구절이 문제였다.

“내 앞에 무릎 꿇으렴! 내 앞에-! 내- 우우…”

감정이입이 제대로 안 되는 모양이었다. 원채 착한 녀석이니까 말이지. 이런 남을 위압하는 가사를 제대로 부르기 어려워하는 건가. 저것뿐만 아니라 그 밑에는 ‘좀 더 울어보렴!’이라는 가사도 있으니 말 다했지. 아무리 생각해도 하루카에게는 미스매치 아닌가.

“그러니까, 당당하게 서서 싸움에서 진 개를 바라보는 눈으로 팟-!하고 내 앞에 무릎 꿇으렴! 이라는 느낌으로 해봐.”

“싸움에서 진 개…요?”

이 녀석에게 그런 이미지를 생각하는 걸 바라는 건 무리인가. 한숨을 쉬고 있는데 오토나시 씨가 다가와서는,

“프로듀서 씨. 소질이 있는데요? 저 노래. 프로듀서 씨가 대신 부르는 건 어때요?”

“거절합니다.”

“후후훗.”

아무래도 이오리가 와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그 녀석이라면 한 큐에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결국 다들 모인 앞에서 이오리에게 ‘강의’를 해줄 것을 권유했다.

“나, 나를 너무 이런 쪽으로 몰고 가는 거 아냐?”

“하지만 사실이잖아. 한번 보여줘. 하루카의 머릿속에 팍하고 영감이 떠오르게.”

“…한 번 뿐이니까.”

모두가 보고 있는 앞에서, 이오리는 하루카를 향해 손가락을 척 내밀더니,

“내 앞에! …윽. 마, 막상 멍석 깔아놓으니까 못 하겠어.”

“에에-? 이오링. 약한 모습 보여주지 말구.”

“평소대로 해. 평소대로.”

“내, 내 평소의 모습이 너희들에겐 어떻게 보였다는 거야?”

다들 말 안 해도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오리는 아직까지 우물쭈물. 보다 못한 아미가 한 마디 더 거들었다.

“그래! 타겟을 오빠로 해보는 게 어때?”

“우째서?”

“…한 번 해볼게.”

하루카에게서 몸을 돌린 나는, 창문 쪽에 서 있던 나를 바라보았다.
맙소사. 그녀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하루카에게 원했던 바로 그 눈빛. 싸움에서 진 개를 보는 눈빛이었다.

“우째서?”

“내 앞에 무릎 꿇으렴!”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했다. 살짝 무릎이 굽혀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낼 정도로 그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아앗-! 됐다!”

“좋아. 이게 1꾸벅이야.”

“1꾸벅은 대체 뭐하는 단위냐!”

“그야 하루룽에게는 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할 테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한 번씩 해보는 거야-”

“…좋아. 거기엔 이견이 없다만, 근데 왜 다들 내 앞으로 몰려드는 거냐고!”

“그거야 오빠가 측정단위니까.”

“우째서?”

하지만 이미 시동이 걸려버린 녀석들이 내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참가번호 1번. 가나하 히비키.

“내 앞에 무릎 꿇으라구!”

“싫-어.”

박력이 하나도 없어. 그냥 바보 같다. 덮어놓고 소리만 지른다고 될 것 같냐? 정말 히비키다운 사고방식이구만.

“우갸-! 너무하잖아, 그 발언은!”

“됐어. 뭐하고 있냐? 저 바보 치워.”

참가번호 2번. 하기와라 유키호.

“저, 저기… 내 앞에 무릎 꿇어주세요오…”

“넌 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거냐. 안될 거 뻔한 녀석들은 치워버려. 좀.”

“너, 너무해애…”

참가번호 3번. 미우라 아즈사.

“내 앞에 무릎 꿇어주세요~ 우후훗.”

곧바로 그 자리에 넙죽 엎드렸다.
도게자라도 할 수 있어!

“저건 무효인 거지?”

“무효네, 무효.”

참가번호 4번. 키쿠치 마코토.

“내 앞에 무릎 꿇으렴!”

안 꿇었다간 한 대 맞을 것 같은 기세였다. 살짝 움찔했더니 두 쌍둥이가 쪼르르 달려와,

“이 정도면 0.5꾸벅이네!”

“그러니까 도대체 이 측정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거냐고.”

도통 이해불가였다. 하지만 내 말에도 굴하지 않고 차례차례 도전해왔으나 모두 그저 그랬다. 미키도, 치하야도, 두 쌍둥이도. 생각해보니 이거 좀 심각한 거 아닌가. 아이돌이라는 녀석들이 연기력이 이렇게 부족해서야 되겠어?
결국 점수인지 뭔지를 따낸 녀석들은 야요이(너무 귀여워서)와 타카네(정말 여왕님이 일갈하는 줄 알았다.)뿐이었다.

“흐음. 이걸로 히메찡 1.5꾸벅, 야요잇치 1꾸벅인가.”

“다들 한 번씩 했지… 아! 릿쨩!”

“에에?”

우리들의 치태를 뒤에서 멀거니 보고 있던 리츠코는 마미가 자신을 지목하자 깜짝 놀라더니 손사레를 치기 시작했다.

“나, 나는 그다지…”

“빼지말고 와봐.”

“이게 다 하루룽을 위해서니까!”

하루카를 위해서라기보단 그저 자기들의 흥밋거리겠지. 정정해라. 이 녀석들아.
어쨌거든 리츠코는 몇 번 더 빼다가 두 녀석에게 거의 끌려오다시피 해서 내 앞에 섰다.

“자, 해봐.”

리츠코라면 잘 할 것 같기도 하고, 원채 날카로운 말을 잘 하는 녀석이니까.

“내 앞에 무릎 꿇으렴!”

오오. 세다!
이 정도면 1위다…라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건…”

“이 정도면 2꾸벅인가.”

“1.5꾸벅 아니야?”

두 심판의 판정이 일치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한동안 나를 투명의자 수준으로 고문한 끝에야 리츠코의 잔소리를 듣고 만장일치 2꾸벅 판정을 내렸다.
그 녀석들의 기준으로 현재 1위였다.

“그럼 남은 건 피요쨩이네.”

“나, 나도 하는 거니…?”

“당연하지!”

이젠 아이돌도 아닌 사무원을 끌어들이는 거냐. 역시나 그냥 저 녀석들 흥미본위구만. 오토나시 씨는 내 앞까지 끌려와 뭔가 잔뜩 눈에 힘을 준 표정으로 날 보았지만, 그래봤자 거의 야요이 수준의 귀여움만이 있을 뿐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나보다 꽤 연상인 것 같았는데, 저 나이에 저렇게 귀여운 것도 어떻게 보면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앞에 무릎 꿇으렴!!”

연상의 힘!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가슴에 다가오는 건 있었다. 이건 강제로 무릎을 꿇리는 힘이라기보다는 알아서 무릎을 꿇게 만드는 설득력이라고 할까.

“1.5꾸벅!”

“상위권이네!”

그 다음엔 이오리와 타카네와 리츠코와 오토나시 씨가 하루카를 데리고 가서 이것저것 레슨을 빙자한 개조를 시키게 되었다. 나는 책상에 앉아 파일첩을 뒤적이면서도 자꾸 그쪽으로 시선이 가게 되어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
뭐. 괜찮겠지. 나머지 셋이 못미더울지라도 765프로의 유일한 상식인 리츠코가 있으니까 나쁜 쪽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늘 오전엔 그 누구도 일이 없다. 그에 따라 나는 자연히 오전 내내 책상에 머리만 처박고 파일첩을 뒤적였다. 어째선지 하루카의 우는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이겠지, 아마.

그렇게 점심때가 다 되어서야 하루카는 네 사람의 손아귀(라고 표현하고 싶다.)에서 풀려났다. 뭔가 몇 시간 만에 급격히 나이를 먹은 것 같은 모습이 되었는데, 대체 이 녀석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하루카는 지쳐버린 표정으로 좀비처럼 내게 다가오더니, 방금까지의 움직임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손가락을 내게 척하고 겨누고는,

“내 앞에 무릎 꿇으렴!”

내가 의자에 앉아있었던 게 아니었더라면 정말 무릎을 꿇었을 정도의 포스를 뿜어냈다. 어째 눈동자가 탁해진 것 같은데, 넷이서 이 녀석에게 다크 포스라도 심어놨던 건가.

“어, 어떤가요?”

“대단해. 하면 되잖아?”

내 감탄에 하루카는 힘없이 웃으며,

“다들… 도와준 덕분이에요.”

“솔직히 말해봐. 넷이서 네게 뭔 짓을 한 거냐? 세뇌라도 했냐?”

“그건 말할 수 없어요.”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어투의 대답에 내 고개는 자연스럽게 네 사람에게 돌아갔고, 넷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 시선을 피해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내가 리츠코와 다스베이더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할 때, 하루카는 유키호의 앞에 서서 ‘좀 더 울어보렴!’으로 유키호를 정말로 울려버리고 말았다.

…저걸로 노래를 더 잘 소화할 수 있게 된다면 괜찮겠지. 프로듀서의 입장으로 생각하자. 그래.



점심을 먹고 오후, 나는 하루카를 태우고 레슨을 위해 이동했다.

“저. 잘 할 수 있을까요?”
“충분히 잘할 수 있어. 정말로. 내가 보증할게.”

“그렇게 말해주시니 조금은 힘이 나네요. 한 번 노력해볼게요.”

“그래, 그래.”

도착하자마자 하루카와 함께 보컬 트레이너를 찾아 인사부터 했다. 저번 스튜디오처럼,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뜻이 담긴 인사였다. 안경을 쓰고 서글서글하게 생긴 보컬 트레이너 씨는 인상만큼 선하게 나를 맞이해주셨다.

“자. 아마미 양. 곡에 대해서 잘 파악해봤니?”

파악했죠. 엄청나게 잘.
내가 이번엔 타카네와 다스베이더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어느새 트레이너 씨가 오디오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나는 조용히 문이 있는 곳까지 물러나서 하루카를 보았다.


1,2,3 봐이-!

♬ I Want - 아마미 하루카


마치 거친 파도처럼
등줄기를 가로지르고 마음을 미치게 하는 만남
그래, 만남

꿈속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순수함에 빨려들어 갈 것 같은 눈동자
그래 눈동자

(그래 그대 가까이 와줘 아주 가까이 손이 닿을 때까지)


사무소에서 한 거라고는 봐이-!랑 무릎 꿇으렴밖에 없었는데, 저렇게 소화하는 걸 보면 역시 어제 당일 집에서도 부단히 연습을 한 모양이다. 하루카야 뭐 765프로의 아이돌 중에서도 가장 노력파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니까. 보고 있는 트레이너 씨도 약간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달조차도 부끄러워하는 이 무대에서
잊지 못할 꿈이야, 오늘 밤은
채찍질하는 새빨간 증명
좀 더 좀 더 불타올라라!

무서운 꿈. 아파, 아프지만 달콤해


뭔가 무시무시한 가사로구만. 물론 하루카의 악보를 보긴 했다만, 직접 부르게 되니 약간 섬뜩하다고 할지. 이거 만든 녀석은 뭔 생각으로 이런 노래를 하루카에게 줬는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하루카의 노래가 끝나고, 트레이너가 다가와 이것저것 잘못된 것을 짚어주면서 다시 한 구절 한 구절 불러나가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내 앞에 무릎 꿇으렴!’은 꽤나 칭찬을 받은 것 같다. 오늘부터 시작해서 다듬어나가다 보면, 나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부를 수 있겠지. 하루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아. 저. 이렇게 칭찬받을 줄은 몰랐어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하루카는 아까 네 사람에게 풀려난 직후에 비하면 훨씬 밝은, 원래의 하루카다운 모습으로 돌아와 말했다.

“그래? 뭔가 많이 지적당했었잖아.”

“하지만, 저. 노래는 조금 약해서… 에헤헤. 솔직히 잘하는 게 없다는 게 맞는 말이지만요.”

“잘하는 게 없을지는 몰라도, 너는 그만큼 노력하잖아. 노력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 나조차도 ‘노력하면 기회는 온다.’라는 말은 믿고 있으니까. 너도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

“그럴까요… 역시 그렇겠죠?”

“물론.”

“하지만. 프로듀서 씨가 하신 말 중에 한 가지는 틀린 것 같아요.”

“뭐가?”

“프로듀서 씨. 충분히 노력하고 계시니까요.”

“내가?”

“네. 프로듀서 씨가 프로듀서가 된 이후, 많이 노력하셨다는 거, 다들 알고 있어요.”

“고작 파일첩 뒤적이는 걸 가지고 노력이라고 하진 않아. 너희들의 노력에 비하면.”

“하지만, 프로듀서 씨는 프로듀서 씨 전문분야도 아닌 일에 이렇게 열심히 매진하고 계시잖아요. 노력의 신이 있다면 분명히 프로듀서 씨도 봐주실 테니까요.”

역시나 긍정이 넘치는 녀석이구만, 정말. 아이돌을 격려해줘야 할 내가 아이돌에게 격려를 받으면 어쩌자는 거냐. 여러 가지로 아직 프로듀서 실격이구만.

“만약 정말 노력의 신인지 뭔지가 날 봐준다면, 내 기회까지 전부 너희들에게 몰아주라고 하고 싶네.”

내 말에 하루카는 그저 빙긋 웃을 뿐이었다. 어쨌든 이걸로 오늘 업무도 끝인가. 오늘이야말로 퇴근하자마자 누나 방부터 알아봐야겠다.



아이돌들이 다들 돌아가고, 나와 리츠코와 오토나시 씨만 남았다. 나 역시 슬슬 퇴근하기 위해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사장실의 문이 열리더니 사장님께서 나와 리츠코를 부르셨다.

“무슨 일입니까?”

“엇흠. 자네. 우리 765프로의 프로듀서가 된 지도 어느새 보름이 다 되어가는구만. 지금까지의 생활은 어떠한가?”

“글쎄요. 보름 가지고는 아직 부족하다고 할지. 하는 일도 아직 별로 없고 말이죠.”

“확실히 그렇긴 하겠지. 리츠코가 맡긴 자료들은 다 숙지했나?”

“에… 솔직히 말해 아직 70% 정도?”

“흠. 그 정도면 충분하려나? 나는 어디까지나 자네를 믿으니까 말일세.”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영문을 모르는 나와 리츠코는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뭘 믿으시겠다는 건지 물어봐도 됩니까?”

“응? 오오오. 그랬지, 그랬지. 사실은 말일세. 자네에게 꽤 중대한 일을 맡길 예정이라서 말이지.”

“저한테요? 리츠코가 아니라?”

“리츠코 군은 이번에 서포트일세. 방금 전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자네의 능력을 믿고 있으니까.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하네. 자네에게는 이번 일이 첫 번째 시험관문인 셈이야.”

얼마나 중대한 일이길래.
내가 궁금해 못 참겠다는 표정을 짓자, 사장님은 껄껄 웃으며,

“앞으로 한 달 후에 열릴 아이돌 페스티벌에서 초대장이 왔는데 말이야. 우리는 세 명의 급조유닛으로 출연하기로 했네. 바로 그 세 명을 자네에게 맡기겠다는 뜻이네.”

“깜짝 놀랐네. 뭐 그 정도야… 네????? 그걸 어째서 제가 맡습니까? 리츠코는요?”

“말했지 않나. 자네의 첫 번째 관문이라고. 자네의 예전 직업으로 치면 프로 1군 첫 무대란 말일세.”

“어……”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놀란 표정으로 리츠코를 바라보니, 리츠코 역시 놀란 표정이었지만 나보다는 빠르게 평정을 되찾았다.

“그래요. 프로듀서라면 저도 믿어볼게요. 서포트는 맡겨주세요?”

“서포트라고는 해도 자네가 이번 유닛에 매진할 동안 리츠코는 다른 아이돌들을 맡아야 하니까 그렇게 서포트에 전념할 수는 없을 것 같네.”

설상가상이었다.
내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차 있을 때, 그런 내 머릿속을 알 리가 없는 사장님은 나를 더욱 더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발언을 했다.

“물론 이번 일은 자네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일이니 유닛에 포함될 세 명을 뽑는 것도 자네의 역할이네. 알겠나?”

“모르겠습니다.”

“응?”

“갑자기 뭡니까, 이게? 그런 중요한 일에 어째서 경력 보름짜리인 제가? 리츠코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리츠코도 있는데!”

“그럼 언제까지 사무소에서 자료만 뒤적이고 있을 겐가?”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이르잖아요!”

“고졸 신인 신분으로 첫 해부터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자네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믿네.”

“이거랑 야구랑 같습니까?”

“걱정 말게. 자네라면 척척 해낼 수 있어.”

“말이라면 지금 당장 얼티메이트 우승이라도 시켜 보이죠.”

내 말에 사장님은 껄껄 웃으시면서,

“성적은 내가 완전히 납득하지 못할 성적이 아니라면 연연하지 않겠네. 그러니 한 번 경험삼아 해본다는 식으로 해보게나.”

“저, 정말이죠?”

“암.”

“하아… 그럼 해보죠. 한 번 제 온 힘을 다해서 해보겠습니다.”

“바로 그걸세. 허허허. 그럼 자. 이 자료를 받게나. 그리고 앞으로 한 달 동안, 자네는 다른 큰 일이 없다면 이번 유닛에 집중해주기 바라네.”

뭔가 두툼해 보이는 서류뭉치를 받았다. 첫 장에는 이미 이번 유닛에 포함될 세 사람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뭔가 빽빽이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그 중에서 이번 유닛이 패스티벌에서 부를 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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