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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R ETERN@L BLUE』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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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5, 2017 20:25에 작성됨.

이전화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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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는 겁도 없이 앞으로 쭉 걸어가다가, 방의 출입구 쯤에서 우뚝 멈춰섰다.

 

그르르륵.....

 

문과 벽을 사이에 두고, 알 수 없는 괴물의 탁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이상이 생긴 거로구나. 치하야는 천천히 한 손을 들어올려, 유일한 방어막인 문을 향해 뻗었다.

 

"거봐, 분명 있다고 했지? 거기 가만 있어. 돌파할 방법을 찾아낼테니까."

 

리츠코가 가져온 짐을 뒤져 도움 될 만한 것들을 찾아보는 사이, 하루카가 나이프를 뽑아들고는 치하야 곁에 섰다.

 

"그.....치하야."

 

치하야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하루카는 그 쌀쌀맞은 반응에 멋쩍어하면서도, 어떻게든 말을 붙이려고 애썼다.

 

"에헤헷, 다짜고짜 이름으로 부르는 건 역시 좀 싫으려나. 치하야쨩이라 부를까?"

"치하야, 쨩?"

"아, 미안. 그것도 싫은 것 같네"

".....마음대로 하시길. 그건 그렇고 무슨 용무인가요?"

"그러고 있으면 위험해. 괴물들이 언제 처들어올지 모르잖아? 아무래도 물러서 있는 편이....."

"아니오."

 

치하야의 짧은 대답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문을 향하고 있던 손에서 푸른 빛이 확 뿜어져나왔다.

 

쾅!

 

마치 종잇장처럼 박살나버리고 마는 문. 흩날리는 돌조각들 사이로, 기사의 상반신과도 같은 모습을 한 수정들이 검을 치켜든 채 날아들어왔다.

 

좀 전 초록색 구역에서 마주했던 괴물들 중에서, 가장 강했던 녀석. 저 검에 스치기만 해도 위험. 만약 직격당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치하야쨩!"

 

하루카가 치하야 앞에 뛰어들기도 전에, 치하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노래와도 같은 주문을 외웠다.

 

화아악!

 

그러자 바닥에서 푸른 빛덩어리들이 새어나와, 수정괴물뿐만이 아니라 주변을 포위하고 있었던 여타 다른 것들까지 한꺼번에 감싸버리더니 그대로 소멸시켰다.

 

"어.....?"

 

마치 지우개로 괴물들이라는 그림만을 깨끗하게 지워버린 것만 같았다. 눈으로 보고도 믿겨지지 않는 광경에, 하루카와 이오, 리츠코는 벙찐 얼굴로 치하야와 부서진 문짝, 그리고 한 때 괴물로 가득했던 장소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굉장하다......"

"정말, 마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럴, 까나."

 

셋이 감상을 풀어놓는 사이, 치하야는 푸른탑의 출구를 찾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 그래도 같이 가자!"

 

하루카가 치하야의 뒷모습에 대고 외쳤다. 치하야는 거기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 하루카는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이고는 그 뒤를 쫒았다. 리츠코와 이오도 하루카를 따라갔다.

 

7층, 6층, 5층, 4층, 3층.

 

층수를 내려가면 갈수록 대체 어디서 숨어있었던 건지도 모를 괴물들이 잔뜩 튀어나와 앞길을 막았다. 일행들 중 가장 맨 앞에 서 있던 치하야는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 계속해서 주문을 노래하며 그들을 지워없앴다.

 

".....아주 대단한 예능력이야. 이미, 사람을 초월하고 있다고 해야할까."

 

이젠 몇 번이 되었건만,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풍경. 리츠코는 솟아오르는 경외심을 말의 형태로 풀어내었다. 치하야를 보호하려고 했지만, 정작 자기들이 치하야에게 보호받고 있는 셈이었다.

 

"정말 뭐하는 사람이지, 치하야는."

 

하루카의 어깨에 올라와있던 이오가 떨리는 목소리로 하루카에게 속삭였다. 하루카는 눈을 떼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모르겠어. 그렇지만, 저 사람은.....치하야쨩은 마왕이 아니라고 생각해."

"하긴. 진짜 마왕이었다면, 우린 진작에 죽은 목숨이었을테니까."

 

리츠코가 힘없이 웃고는, 하루카의 팔뚝을 툭 치더니 스쳐지나갔다. 앗하는 사이에 이미 모든 청소를 끝낸 치하야가 멀찌감치 떠나가고 있었다.

 

"아앗! 이럴 때가 아니야. 빨리 가자 하루카. 언제 또 괴물이 쫒아올 지 몰라."

"으, 응!"

 

이오의 재촉에 하루카는 서둘러 두 사람의 뒤를 쫒았다.

 

.....

 

네 사람이 겨우 푸른탑을 나와, 정원으로 발을 딛었을 때였다. 계속해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던 치하야가 돌연 그 자리에 멈춰섰다.

 

"치하야쨩?"

 

리츠코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쭉 그 뒤를 쫒고 있던 하루카가, 조심스럽게 치하야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여기가, 미우라가 만든 세계."

 

치하야는 하루카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혼잣말만을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정원을 좌우로 둘러보았다. 아주 미약하게, 미우라의 예능력을 느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치하야가 찾는 미우라 그 본인의 기척까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미우라는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이제 곧 이 세상에 커다란 위기가 닥쳐오려고 하고 있는데.

 

아니, 무엇보다도. 미우라는 왜 그 큰 위기를 그냥 방치하고만 있는 거지?

 

톱 아이돌은, 우상 중의 우상. 세계와 그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생명들을 관리하고, 이끌고, 지켜줘야만 하는 존재이거늘.

 

"치하야쨩, 혹시 몸이 안 좋기라도 해?"

 

거듭된 물음에도 응답없는 치하야에게, 하루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 번 더 물었다. 치하야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마침 저 쪽에 미우라 상이 있으니까 기도하고 가자. 그럼 어느 정도는 괜찮아질거야."

"미우라 상?"

"저기 앞에 보이는 조각상.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면, 상처나 피로 같은 걸 말끔하게 치료해줘."

"과연, 저건 미우라의 힘을 조금 빌려오는 장치라는 겁니까. 비록 후보생이긴 하나, 저 역시 엄연한 아이돌. 배려는 고마우나 그럴 필요 같은 건....."

 

치하야의 대답이 중간에 끊겼다. 하루카, 그리고 그 뒤에 있던 리츠코와 이오까지 급하게 주위를 살폈다. 돌연 아주 낮고, 불길한 웃음소리가 이 주변에 넓게 울려퍼졌기 때문이었다.

 

"으흐흐흐....."

 

주변이 순식간에 어두컴컴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맑은 하늘이었는데. 이유를 알 수 없는 변화에 다들 긴장하는 사이, 치하야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 같은 짓을 벌인 장본인의 이름을 내뱉었다.

 

".....조파!"

"잘 왔도다, 푸른별의 잠자는 공주여."

 

그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뱀과 같이 구불거리는 검은 그림자가 스르륵하고 모두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함께, 이젠 어두워진 것도 충분하지 않는다는 듯 공기마저 탁하고, 끈적하게 변했다.

 

"이번에는 또 뭐야....."

"이야.....이제서야 진짜 마왕님이 납셔주신 것 같은데."

 

온 몸에 휘감아드는 것 같은 불쾌한 기분에, 모두의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그림자는 하루카나 이오, 리츠코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직 치하야만을 그 검붉은 눈으로 응시했다.

 

"참 오랜만에 보는구나. 그 동안 몸 건강히 잘 지냈는지 궁금해지는군."

"어째서.....너 같은 놈을 미우라가 가만 놔두고 있는 거지."

 

치하야는 마치 자기를 놀리듯 계속해서 그 모습을 바꾸는 검은 그림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좀 전만 해도 무덤덤하고 쌀쌀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던 치하야였지만, 지금은 이제껏 본 적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증오를 드러내고 있었다.

 

대체 저건 뭐지? 치하야하고는 무슨 관계? 그리고 치하야는,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거고?

 

하루카는 의문투성이의 시선으로 치하야와, 조파라고 하는 이름의 검은 그림자를 지켜보았다.

 

"미우라인가.....글쎄, 뭘 하고 있을까? 아무래도 그 쪽이 직접 확인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할 수만 있다면 말이야."

 

흐하하하. 조파는 자기를 향한 크나큰 증오를 오히려 반기고 있다는 듯 껄껄 웃었다.

 

".....닥쳐!"

 

저 증오해야할 존재는, 다행스럽게도 아직 완전히 부활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굳이 미우라의 손을 빌릴 것도 없이 자기 혼자서도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치하야가 한 손을 어두컴컴해진 하늘로 번쩍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힘껏 소리쳤다.

 

"대지를 관장하는 푸치돌의 힘이여! 나, 푸른별의 치하야가 명한다! 조파를 없애버려라!"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치하야가 당황하며 들어올린 손을 바라보고 있을 때, 조파는 그 앞에서 버젓이 꿈틀거리며 그녀를 비웃었다.

 

"으응? 어떻게 된걸까 이건?"

"이, 이게 무슨....."

"이미 네 푸치돌의 힘은 봉인시켰다는 것이다. 남은 건 이제 너뿐. 자아, 받아랏!"

 

쿠콰쾅!

 

잠깐. 하루카가 미처 말소리를 내기도 전에, 어두운 하늘에서 한줄기 커다란 번개가 내려와 그대로 치하야를 관통하고 말았다.

 

"꺄아앗!"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진 치하야. 떨리는 손으로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치하야쨩!"

 

하루카가 뒤늦게 그 쪽으로 달려갔다. 리츠코와 이오도 뒤따라 치하야의 상태를 살폈다.

 

"어떠냐 치하야. 넌 이제 저기 있는 무력한 인간과 마찬가지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못할 수도 있겠군. 크흐흐, 데뷔도 못해서 억울할텐데, 그 자리에서조차 끌어내려져 하등한 인간보다도 못한 신세가 된 기분은 과연 어떠시려나?"

"으으윽, 크으으......!"

"어디 한 번 끝까지 발버둥쳐서, 이 나를 즐겁게 해주도록 하거라.....하하하하!"

 

마지막으로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만을 남기고, 조파가 사라졌다. 혹시 또 무슨 짓을 할 것 같아 앞을 가로막고 서 있던 하루카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카, 하루카!"

 

이오가 쪼르르 하루카에게 달려와서는, 푸른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 행동이 의미하는 대로 하루카가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아직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치하야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젓는 리츠코가 보였다.

 

"리츠코 씨, 빨리 치하야쨩을 미우라 상으로!"

"틀렸어! 저주에 걸렸어, 이 애는!"

"네에엣!?"

 

하루카가 경악의 목소리를 높였다. 저주나 질병 같은 건 미우라 상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경지를 한참 벗어나고 있었다.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적어도 각 마을에 있는 신관에게 부탁할 필요가 있었다.

 

"이대로 가단 목숨이 위험해.....죽고 말거야."

"그, 그게 정말이야?"

"응."

 

따지듯이 묻는 이오한테, 리츠코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큭, 하아, 크흑, 하앗."

"치, 치하야쨩!"

 

치하야가 괴로운 숨소리를 토해냈다. 하루카가 어쩔 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귀에 리츠코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일단 업어! 우리 집에 저주를 푸는 방법에 대한 책이 있으니까, 우선 그걸로 어떻게든 해보자고!"

"네, 넷!"

 

하루카가 급하게 치하야를 등에 업고는 벌떡 일어섰다.

 

"조금만 참아, 금방 낫게 해줄테니까. 알았지?"

"으윽.....안 돼.....조파......네 놈을 그냥 놔둘 수는.....빨리 미우라에게......"

"치하야쨩....."

 

딱 봐도 심상치 않았는데, 이렇게 업고 나니 더더욱 잘 알 수 있었다. 치하야의 상태는 아주 심각했다. 온 몸이 마치 불덩이와도 같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리츠코의 말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무리하면 안 돼. 자고 있어. 집까지 돌아가면, 분명 리츠코 씨가 어떻게든....."

"악플신.....조파의 힘에.....대항, 할 수 있는 건.....오직....."

 

열에 들뜬 목소리가 하루카의 귓가에 닿아 부스러졌다. 하루카는 두려워졌다. 오늘 처음 만난 이가 돌연 자기 등 위에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만 아니었다.

 

정확히 무슨 탓인지는 몰라도, 이 사람을 절대 죽게 놔두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듬과 동시에, 이 사람은 결국엔 죽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그게, 굉장히, 싫고, 무서워서.....

 

안 돼. 약해지면 안 돼. 이러다 정말 죽어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하루카는 지금 당장 울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꼭꼭 집어삼켰다.

 

두다다다!

 

그러고는 무작정 앞만을 향해 내달렸다.

 

"이오, 이리 와!"

 

리츠코도 가만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들고 있는 육척봉을 이오를 향해 내밀었다. 그러자 이오가 냉큼 그걸 타고 올라와, 마치 커다란 다람쥐와도 같이 탁하고 리츠코가 메고 있는 등짐에 안착했다.

 

"옳지. 꽉 잡고 있어. 놓치더라도 난 책임 못진다."

"조용히 하고, 빨리 하루카나 쫒아가. 저러다 꼭 넘어질 것 같으니까."

 

리츠코는 알았다는 대답 대신, 힘차게 바닥을 박차며 먼저 떠나가버린 동료의 뒤를 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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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인지 하루에 1편, 아니 이번에는 2편도 올려버렸지만 곧 연재주기가 엿장수 마음대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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