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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치하] Connection

댓글: 8 / 조회: 819 / 추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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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4, 2017 19:30에 작성됨.

 
오늘은 덥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태양이 저 높이 점령하고 있는 하늘을 슬쩍 올려다본다. 햇살이 엄청나게 따갑다. 이래서 하루카가 나갈 때 꼭 썬크림을 바르라고 사주기까지 했던 건가. 마음은 고맙지만, 어쩐지 연인이 아닌 아이가 된 것 같아 기분이 그다지 좋진 않다. 그런 생각에 한숨을 내쉬며, 다시 촬영에 집중한다.
하루카는 오늘 오프인 사람들이랑 쇼핑을 간다고 들었는데. 날이 더운데 괜찮은걸까? 잡지 촬영만 아니면 짐꾼으로라도 따라갔을텐데. 치하야는 물방울이 뜨거운 공기중으로 퍼져나가는 걸 보면서 그런 쓸모없는 생각을 했다.

당연히 매일같이 넘어져도 상처하나 없이 일어서는 하루카가 그렇게 연약한 체질은 아니다. 물론 이런 계통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리고 만약 치하야가 직접 따라왔더라면, 치하야는 따라온 것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하루카가 끌려온 곳은 여성용 속옷 매장이었으니까.


"...설마 이런 곳을 데려올 줄은 몰랐어. 굳이 이렇게 큰 곳으로 와본 건 처음인데..?"
"처음?"
"으응. 보통은 근처 작은 가게에서 사니까?"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며 작게 하루카가 중얼거리는 말에, 옆에 서 있던 미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모습에 에? 하고 하루카가 당황해서 돌아보자, 역시나 조금 기가 막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마미가 말했다.


"무슨 소리 하는거래? 하루룽은 치하야 언니랑 애인이잖아?"
"에? 그건... 그게 왜?"
"그게 왜냐니-.."


멍하니 돌려준 말에 머리가 아파오는 듯한 표정으로, 마미가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미키는 음, 하고 씁쓸하게 웃고선 말했다.


"그럼 평소엔 어떤 거 입고 다니는거야?"
"네? 그냥 딱히 신경 쓰지는 않고 평범한..어차피 댄스 레슨도 자주 해야하니 스포츠용이라던가... 아, 왜, 왜 그런 표정을 짓는건가요, 아즈사씨까지?!"
"어머, 아무것도 아니란다."


뒤에서 아즈사가 엑, 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 얼굴이 붉어져 그렇게 외치자, 아즈사는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 대신 미키가 하루카의 어깨를 붙잡곤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루카, 혹시 아직까지 치하야씨랑 한 번도 그렇고 그런 일 한 적 없는거야?"
"에?"


멍한 표정으로, 미키를 마주본다.
그런 일? 그렇게 되묻는 듯한 표정에 미키의 표정에서 힘이 빠지려는 순간, 하루카가 뭔가를 떠올린 듯, 그녀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동시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설마, 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루카의 시선에, 미키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해주었다.


"한 적 없어? 한 번도?"

 
시선이 따갑다. 그렇게 느끼며, 하루카는 식은땀을 흘렸다. 점차 얼굴에 열이 몰리는 것을 느끼며, 머뭇머뭇 거리던 하루카는, 푹 고개를 숙이곤 말했다.


"...한 적은... 있지만..."


그것도 얼마 전에. 그렇게 생각하며 대답하자, 놀란 듯한 표정으로 미키가 다시 되물어 보았다.


"그런데도 속옷에 신경 쓰지 않았던거야?"
"자, 잠깐만! 이런 거에 왜 신경을 써야 하는건데? 그, 그리고, 나 아직 치하야쨩이랑 얼마 전에 한 번밖에 안했...고..."
"...한 번?"


당황해서 내뱉은 말이 실수라는 것을 깨닫고 말 끝을 흐리지만, 이미 뒤늦은 일이었다. 미키는 그녀의 실수를 정확히 들은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미키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 아니냐는 듯 다시 한 번 물어왔다.


"아직까지 한 번밖에 안 했다고? 그것도 얼마 전."
"...으, 응."


피할 수 없다. 솔직하게 답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 순간, 뒤에 서 있던 아즈사가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다.


"하루카쨩이랑 치하야쨩, 3년이나 사귀었잖니? 그런데도?"
"초등학생 연애도 아니고... 치하야 언니랑 하루룽답다면 답다고 해야겠지만..."
"초, 초등학생이라니 너무해!"


아즈사에 이은 마미의 타박에 하루카는 얼굴을 붉히며 반박했다. 나름대로 엄청난 고민과 숙고와 결정의 시간을 통해 결정한 일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초등학생 연애라는 소리를 듣다니. 엄청나게 억울한 느낌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하루카의 어깨를 놓은 미키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 얼마 전이 언제인데?"
"한... 네달전... 잠깐, 왜 그런 걸 물어보... 왜 또 시선이 그래?"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들에, 하루카는 당황해서 주춤했다. 그리고 으음, 하고 머리를 짚은 미키가 대표로 말했다.


"그렇게 치하야씨가 좋다고 따라다니면서 네달동안 손도 안 댔다는 거야? 반대도 그렇고."
"에? 아니 뭐...애초에 일 때문에 그리 자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으음- 뭐랄까, 하루룽..."


뒤에서 마미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하루카의 어깨를 잡으며 말을 꺼냈다. 하루카가 마미를 되돌아보자, 마미는 '정말로 추측이지만' 이라고 덧붙이고선 입을 열었다.


"자신에게 치하야 언니를 끌어당길 만한 색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뭐?"


그 말에, 멍한 표정으로 마미를 바라본다. 그리고 뒤에서 아즈사가 음, 하고 수긍하며 꺼내는 말이 들렸다.


"하루카쨩은 아무래도 색기라기보단 그냥 평범한 여고생 이미지잖니."
"역시 여성스러운 매력이 부족한걸까나?"
"미키미키처럼 먼저 달려드는 쪽도 아니고 말야."
"아핫, 요즘 트랜드는 적극적인 여성이니까!"


차례차례 아즈사와 미키, 마미의 말을 하루카는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아니, 반박할 수 없었다.

그건 자신도 사실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자신을, 치하야는 왜 좋아해주는 걸까.
치하야의 이상형이 그런 여자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치하야의 행동으로 볼때, 취향을 생각해 본다면 야요이처럼 조금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타입이 취향은 아닐까. 그런데도, 치하야는─ 자신을 좋아해주고 있다.
그 마음을 당연하다고 믿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그런걸까...?"


문득 떠오른 불안감에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 중얼거림에, 모두가 하루카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하루카가 어쩐지 위험한 듯한 느낌을 받았을 땐 이미 늦었다.


"그래도 역시 하루카는 기본이 받쳐주니까~"
"...에?"
"그렇지, 몸매도 좋고, 가슴도 크고. 가장 기본부터 좀 신경쓰면 치하야 언니도 쉽게 넘어가지 않을까낭~"
"자, 잠깐, 손대지는 마!"
"아, 그러게. 몇 쓰는거야? 미키나 아즈사보단 아니지만, 가슴 큰데-"
"괜히 스포츠용도 사용하는 게 아닌걸..."


하루카가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린 말에, 응? 하고 되묻는 듯한 표정으로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했다. 그 시선들에 하루카는 멈칫했다가 다시 우물우물거리며 답했다.


"...아무튼, 몇?"
"....."


들릴듯 말듯 한 그 대답에, 질문한 이들이 멍한 표정으로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그 정도면 한 85? 고등학생때보다 더 커진거야?"
"하루카도 좀 불편하겠구나."
"굉장하네 하루룽~ 반칙급인 미키미키나 아즈사언니 때문에 몰랐는데, 가슴, 보는 것 보다 더 크구나!"
"마, 만지지 말라니까?!"

 

 

 

 

 

 

 

 

 

 

"...하─아."


돌아오는 길, 석양이 길게 내리는 거리를 걸으며 하루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그 뒤로 타겟은 자신이 되어서, 하루카에게 어필을 할 수 있을 만한 속옷을 입히자! 라는 것까지 가더니, 정말로 자신은 본 적도 없는 이상한 속옷들까지 골라주지 않나, 최후에 최후엔 돈이 없다는 핑계로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했더니 치하야와 하루카를 위해서 우리가 사줄게! 라는 분위기로 몰아가져서 결국 생각도 못한 것들을 떠맡아졌다. 그 결과물인 손에 들린 쇼핑백을 내려다 본 하루카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거, 부끄러워서 어떻게 입으라는 거야.
치하야에게도 절대 보여줄 수 없다. 레이스와 쉬폰, 프릴에 리본이 가득한 속옷이나, 최대한 마음을 넓게 잡아서 가터벨트 정도는 애교로 입어 줄 수 있지만, 아즈사씨의 선물은 눈물이 날 만큼 다른 세계였다. 이런 것, 진짜로 입는 사람이 있습니까? 라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야하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지금 이 손에 들린 쇼핑백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울고싶어..."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푹 떨군다. 이런 걸 어떻게 치하야쨩 앞에서 입으라는거야? 지금 억지로 시착한 게 어울린다고 우겨서 입은 채 돌아오게 된 속옷 세트만 해도 눈물나게 부끄럽다. 성의는 감사하지만, 역시 이건 집에 두고 잊어 버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라고 생각한 하루카는 완전히 지친 발걸음으로 사무소를 지나 집으로 가기 위한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하루카!"
"..치하야쨩?"


하지만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는,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자, 웃으며 손을 흔드는 푸른 머리칼의 여자가 있었다. 그 미소에 마주 미소지으며, 하루카는 그 쪽으로 다가갔다.


"하루카는 이제 돌아가는거야?"
"아, 응. 겨우 쇼핑 끝냈어... 촬영이 오래 걸렸나봐? 진작에 끝날 시간 아냐? 아직 옷도 못갈아입고.."
"오늘은 찍어야 할 게 좀 많아서. 약간 초과근무라고 할까, 후훗. 그래서 이제 막 사무소로 올라가려던 참이었어."
"에~ 바빴겠네. 날씨도 더운데 혼자서 하려면."
"다들 도와주시니까 괜찮아. 일단 사무소에서 조금 정리해서 가지고 나올 것도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사무소 창문쪽을 힐끗 올려다 본 치하야는, 살짝 웃고선 말했다.


"하루카, 잠깐 사무소에서 잠깐 기다려주지 않을래? 바래다 줄테니까."
"괘, 괜찮지만..."


그 권유에 하루카는 상당히 곤란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자신의 손에 들린 쇼핑백이나, 입고 있는 속옷을 생각해보면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다. 불편하거나 그런 건 없었지만 스스로가 부끄러우니까. 그렇다고 여기서 거절하면- 치하야는 표현은 안해도 굉장히 실망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실망한 표정을 짓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사랑만 받는 쪽은 아니다. 자신도 치하야를 좋아하고 있다. 그러니까 치하야에게서 그런 표정은 되도록 보고 싶지 않다. 그 경계에 자신의 머릿속에선 한참이 되는 시간을 고민한 하루카는, 결국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알았어. 같이 돌아갈까. 정리할 게 있다고 했지? 나도 도와줘?"
"응? 하루카는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아. 앉아서 기다려도 되니까, 자, 자."
"아, 알았다니까?"


그리고 하루카의 예상대로, 치하야는 치하야 나름대로의 환한 표정을 지으며 하루카를 떠밀었다. 그 손길에 난감한 듯한 표정으로, 하지만 조금 미소 지은 채 하루카는 사무소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약냉방중. 시원했다.


"코토리씨는 휴가중이니까 그렇다쳐도..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 갔지?"
"프로듀서는 타카츠키양과 미나세양의 로케에 따라가고 리츠코는 집에 일이 생겨서 급히 돌아갔다는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은 오프거나 이미 일이 끝났고. 그래서 스케쥴 상 오늘 마지막에 들릴 나한테 리츠코가 부탁을 했거든."
"그랬구나. "
"그럼 탕비실 쪽 좀 더 정리하고 올게. 하루카, 뭔가 마시고 싶은 거라던가─"
"에이, 치하야쨩, 그럼 컵을 다시 닦아야 하잖아. 하루카씨는 괜찮으니까 천천히 하고 오세요~."
"아..후훗, 그럼 얼른 끝내고 올게."


그렇게 하루카를 소파에 앉힌 치하야는 하루카의 핀잔에 탕비실 쪽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아있던 하루카는, 치하야가 보이는 위치로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치하야는 탕비실의 의자와 컵들을 차례차례 정돈하고 있었다.


"...잘 어울리네, 그러고보니."


문득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뱉어 버린다.
촬영용 정장이지만, 입고 있는 저 복장은 치하야에게 꽤 잘 어울린다고 하루카도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테마가 인텔리전스 레이디라고 했던가? 장발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슬랜더한 타입이라서 그럴까. 아 이 말은 했다간 치하야쨩, 화내겠지.


"하루카? 소파에 앉아있지 왜 불편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때, 어느새 탕비실을 모두 정리하고 온 치하야가 고개를 갸웃하며 하루카 쪽으로 걸어왔다. 심란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표정이 안 좋았겠지. 하지만 그런 사소한 표정 변화에도 치하야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걱정한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하루카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치하야쨩을 좀 더 보고 싶어서?"
"뭐야 그게.."
"에헤헤.. 정리 다 끝났어? 근데 옷은 입고 가는 거야?"
"아...원래 입고 있던 옷이 어쩌다보니 다 젖어버려서...오늘은 그냥 입고 가고 내일 반납해달라고 하셨어."


그렇게 떠드는 동안에도, 어느덧 바깥은 어둠이 하늘을 덮으려 하고 있었다. 미리 켜둔 사무소의 예등의 빛만이 안을 어슴푸레 비추고 있었다.


"그럼 이제 가면 되려나?"
"응. 미안하네, 하루카. 기다려줬는데 뭐 마실 것 하나 못주고..."
"괜찮다니까, 정말. 얼른 돌아가자."
"아, 하루카, 쇼핑백..."
"에? 에, 앗!"


하루카가 테이블을 짚고 일어서는 반동으로, 테이블 위에 있던 쇼핑백이 비틀거리는 것에 치하야와 하루카는 동시에 당황하며 쇼핑백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것을 붙잡기 이전에, 쇼핑백이 테이블 아래로 털썩, 떨어졌다.
그리고 안에 있던 종이 상자가 툭, 하고 열렸다.


"...응...?"


흩어진 천조각들에, 치하야는 멍하니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치하야는 그것을 주워들었다.


"하루카, 이것들은...?"
"아, 아아!! 바, 바보, 보지마!!"


그 질문에 뒤늦게야 정신을 차린 하루카는 황급히 그렇게 외치며 치하야의 손에서 속옷을 낚아채 쇼핑백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치하야는 멍한 표정으로 그런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자신이 본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분명─ 팬티였던 건 같지만.


하루카가 샀다고 보기에는 엄청나게 야했던 것 같은데?


"어...그러니까, 오늘 가서... 쇼핑해 온 게 그거?"
"......"
"아, 아니, 뭐라고 할 생각이 아니라, 그, 좀 대담하지 않을까...라기보단, 으음.."
"...안 어울리는 건 나도 알고 있다구..."


새빨개진 얼굴로, 쇼핑백을 끌어안은 채 하루카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아직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지 못했던 치하야는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하루카는 쇼핑백 안의 내용물을 절대로 치하야에게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꼭 품에 끌어안은 채로 말을 이었다.


"이런 거 안 어울리는 거 알고 있어... 그런데, 오늘 가서... 그..."
"...?"


하루카답지 않게 말을 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하루카가 시선을 들어 자신의 표정을 힐끔 훔쳐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하루카씨는, 야요이처럼 애교가 많다거나...귀엽다거나...그저 평범한 소녀로 불리니까, 그렇지만 치하야쨩은 그런 쪽을 좋아할테니까..."
"아?"
"그래서 문득 모두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불안해져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했더니, 모두들 추천한다면서 사들려준 것 뿐이야... 나, 난, 이런 거 어울리지 않는 거 잘 알고 있고, 별로 앞으로도 입을 생각은 없으니까!!"


웅얼웅얼대듯 말을 잇긴 했지만, 하루카의 모든 말들이 치하야에겐 하나하나 똑똑히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치하야는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새빨갛게 물든 얼굴. 괜히 말했다, 라고 후회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 표정.


"응,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
"그것들, 날 생각해서?"
"어째서 요약이 그렇게 되는 건가요?!"


'부끄러운 말'에 버럭 그렇게 외쳤던 하루카는, 아, 하고 실수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치하야는 그만 풉, 하고 웃어 버렸다.
아, 뭔가 오해를 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손을 뻗어 하루카의 뺨을 쓰다듬는다.


"내가 하루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게 그렇게도 전해지지가 않았어? 그런 고민을 할 정도라니."
"그렇지만... 당연한 일은 아니니까."


자신의 말에 되돌아 온 답에, 치하야는 미소지었다.
그 말은, 이 사랑은 자신만의 일반적인 사랑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카 또한 자신에게 사랑받고 싶어하고, 하지만 자신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주 당연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당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에게 신경쓴다. 그 만큼 하루카에게 있어서 자신이라는 존재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실감한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하루카는 그런 면을 좋아한다고."
"에?"


다른 한 손도 뻗어 양 뺨을 감싼 채 그렇게 말하자, 그녀가 놀란 듯한 눈동자로 눈을 맞추어 온다. 그 녹색빛을 띠는 깨끗한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뗀다.


"하루카는 충분히 귀여워. 사랑스럽고. 물론 타카츠키양에 비하면 한참 모자르지만 그건 타카츠키양이 너무 높은 곳에 있는거니까."
"칭찬을 하려면 칭찬만 해주는게 어떤가요 치하야쨩.."
"-그러니까, 난 이런 하루카를 좋아해."


그 조용한 말에, 하루카는 우물거리다가 시선을 내렸다. 솔직하게, 떠오르는 감정을 그대로 전하는 말에, 치하야도 그렇지만 하루카도 매우 약하다. 서로가 그만큼 솔직해지지 못하니까. 그런 하루카에게, 치하야는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에."


놀란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웃는 표정으로 대답해준다. 그 표정에 하루카는 치하야의 손을 떼어내곤 고개를 숙였다. 치하야는 다시 그녀의 뺨을 감싸 고개를 들어올려 이번엔 입술을 맞췄다.
사랑은, 쌍방이 하는 것.
한 쪽만의 사랑은 아니다. 증명된다. 거절하지 않는 것으로. 상대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체온을 공유하는 것으로.


좋아하고 있다고.

이렇게나 너를 좋아하고 있다고.

 

 

 

 

 

 

 

"그나저나... 대체 어떤 것들이 있던거야?"
"어, 어떤 것들이라니, 쓸데없는 건 묻지 말아줘. 애초에 이걸 쓰는 사람도 아는 속옷 종류가 없을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하루카도 꽤 대담하네."
"화낼거야?"
"후훗."


사무소 문을 닫고 나왔을 때는, 벌써 세상은 반은 어둠, 반은 붉은 빛에 잠겨있는 기묘한 분위기의 상태. 그런 거리를 둘이서 걸으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석양빛이 내리는 거리에서, 자신에 옆에 있는 연인은─ 너무 아름다워 보여서, 기쁘다.


"아, 그런데, 하루카, 내일은 일이 언제 끝나지?"
"응? 내일 스케쥴대로라면 오후 2시쯤부터 시작이라서 늦게 끝나. 오전에는 아무 일도 없지만, 왜?"
"어...그게..."


치하야는 잠시 멈칫했다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럼 오늘 남은 시간 동안은, 같이 있어주면 안될까해서..."


그 권유에 하루카는 멍하니 치하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그녀는 약간 부끄러운 듯 미소지어보였다. 그리고 조금 손을 꼭 잡고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채 말한다.


"어차피 막차 시간까지 아슬아슬한 상태이긴 했지만, 이렇게 해결해야 할 줄은 몰랐네."
"사실 그 점도 있긴 했으니까. 이 속도로 가면 분명 놓칠거야."
"그나저나 하루카씨를 집으로 부르는 걸 보니, 많이 외로우셨나 보네요, 치하야쨩~"
"글쎄, 딱히 외롭진 않은데. 요즈음에는 집에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서."
"에엣, 뭐야, 하루카씨 말고 다른 여자들을 집에 들이는 거야?"


입술을 삐죽이며, 하루카는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타인이 보기엔 그다지 티가 나지 않는 표정변화일테지만, 자신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만큼 자신은 하루카를 잘 알고 있다. 그런 확신을 가지고, 웃는다.


"치하야쨩? 왜 웃어?"
"조금 기뻐서."
"뭐가?"
"그런 것들에도 질투해주는게."
"...나 정말 화낼거야?"
"어머, 난 진심으로 기쁜건데?"


그렇게 놀리듯 대답하면서도 입가에선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그런 치하야를 보고 하루카도 피식 웃었다.
석양빛이 점점 짧아져 가는 거리.


두 사람의 손은, 연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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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개인적으로 메타픽션발언을 좋아합니다(?)

 

아무튼 어느덧 2월. 상병 5호봉에 진입한 Doppel이 죽지도 않고 또 왔습니다 ^호^

...여담이지만 유격훈련을 대신해서 대규모삽질이 한번 있는데

그게 또 전역하기 한달전에 해버려서 꼼짝없이 말년에 삽질지옥에 빠지게 생겼네요 으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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