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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X40k 유니버스] Guns and Flowers 2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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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22, 2013 07:12에 작성됨.

'살다살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는 옛말이 있죠.

입 대 하루 남겨두고 한동안 쓰지 못할 팬픽을 업로드하면서 생각해봤습니다. 돌아와서 이걸 쓸 여건이 되나 생각도 해보고, 이걸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결과는 Fail.


그래도 마지막 한 분까지 봐주시는 분들을 위해 글을 올립니다. 극단적인 상황 외에는 연중은 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Guns and Flowers 26편




정 차한 차량들의 공회전하는 엔진음은 주변에서 급히 움직이는 군인들의 움직임에 어우러져 긴장감을 자아냈다. 맞서싸워야만 할 적들을 찾는 것마냥 사방으로 전개되고, 차량에 남아있던 병사들 중 일부는 거치된 중화기를 능숙히 다루기 시작하였다.

레빈스 III의 현재 정세와는 상관없이 대부분의 가드맨들이 실전 투입의 경험으로써 착실히 행동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연대 단위로 부름받은 이유를 따진다면 이는 갖춰야만 할 능력이라고 여길수도 있었다.


동원되는 군인들의 숫자나 그들이 벌이고 있는 일률화된 행동은 누구에게나 주의를 강요하였다. 헬멧을 눌러쓰고 라스건을 준비하는 상황에는 누구라도 예외가 없었지만, 주변의 상황과 대치되는 부조리함은 상당한 수준으로 다가왔다.

꽉 찬 도로가 남북으로 양단한 평원에는 어떤 위협도 느끼지 못할 농경지가 가득 펼쳐져 있었다. 간혹 오두막이나 창고 비슷한 목제 건물들이 둘셋 세워져 있지만, 소문으로만 듣던 전쟁터의 악담 따위와 연관짓기는 원치 않았다.


행렬 중앙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아채지 못할 것이지만, 경계하며 기다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수 분 내로 차량에 승차하기를 바랬다.

본 대에 복귀할 시간만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에, 보이지도 않고 존재한다는 장담도 없을 적을 주의하는 태세는 상당한 피로를 안겨주었다. 이런 고생을 수 년간 연달아 겪는 군인들은 익숙하겠지만 일주일도 안되는 기초 훈련만 받은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경험이다.


"음........"

여전히 미미한 진동을 일으키는 닫힌 본네트의 위로 두 얼굴이 드러났다. 그나마 운전석 쪽에 가까이 지켜보던 사내는 말없이 라스건 한 정을 곁에 두었지만, 바로 왼쪽에서는 골똘히 생각하듯 턱을 괸 채로 소리를 내었다.

"이건 일정에 없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무슨 뭐...... 적이나, 그런 거 같은거라도 나타난 건가요?"


"애초에 그런 상황이였으면 당장 땅바닥에 머리 쳐박았을 겁니다." 몇 번 개머리판을 비적거리다가, 약간 단축시켜 몸에 맞추던 맥피어슨이 인상을 쓰며 카터의 혼잣말에 반박했다. 

"아니, 어쩐 일로 머리를 땅바닥에 갖다댄다는 건지....... 잠깐." 몇 초 동안 맥피어슨의 라스건에 눈을 흘겨 쳐다보다, 카터는 고스란히 땅바닥에 올려둔 라스카빈 한 정을 찾았다.

그리고 겁이라도 먹은 듯 재빨리 라스카빈의 피스톨그립을 집었다.


"이럴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습니까?"

"돌아가는 길에서 어떻게 예측할수가 있나요. 그냥 운이 나쁜 거면 나쁜 거였지, 피한다고 피하는 것도 아니고."

푸념했지만, 짜증과 절망까지는 치닫지 않은 카터는 저 너머를 계속 지켜보았다. "그래도 이상한 일만 아니면 그럭저럭 괜찮으려나 싶은데요. 그냥 눈에 띄지만 않아도......."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이목을 끄는 겁니다. 봤는데, 침묵을 지키는 편이 나을 겁니다."




카터는 무슨 소리인지 감을 잡기 위해 시야를 좁혀 자세히 보았다.

살짝 눈가 위를 찌르는 앞머리를 헬멧에 집어넣느라 상처가 갓 아물은 손바닥에 자극이 주어졌다. 아예 소매를 더 내려 손바닥까지 덮은 후에 왼손으로 본네트를 잡고 손가락 마디와 눈가 윗쪽만 노출시켜 그들의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중갑을 입은 나이든 남자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감히 말도 걸지 못할 분위기를 지닌 중년은 갑옷을 입은 몸을 이끌어 손짓과 함께 명령하기 시작했다.

예 상외로 그의 말투는 우렁차지 않고 침착하며 적당한 음량이였지만, 상상하지도 못할 높은 자리 때문일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듣도보도 못할 부류였지만, 몇 명의 군인들은 동행하던 청년과 유사한 외양을 지녔다.


이렇게 진을 친 채로 기다리는 상대가 누군지는 아직까지 몰랐다. 사전 정보조차 차단당한채 갑자기 멈춰선 것이니 그녀와 몇몇 지원병들과 더불어 익숙해졌을 가드맨들조차 관심을 가졌다.

이미 보고를 천천히 받은 무전병과 지휘관 몇몇을 빼놓고는 마주보는 쪽에서 접근하는 다른 차량 행렬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귓가 주변으로는 계속 무전음이 떠돌아다녔지만 상황 파악에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래도 무슨 고함이 터지지도 않고, 저 너머에서 으르렁대는 분위기는 단 하나도 없이 목숨을 걸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본질적인 위기감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가 동행하고 있는 자들의 소속을 떠올린다면 평범한 신민으로써 생각할 당연한 걱정이였다.


수십명의 부하를 직접 거느리고 있는 갑옷을 입은 중년은 바로 앞에서 달려오는 차량 행렬을 맞이하였다. 다행히 반응을 보아 갑작스러운 총격전이나 전투는 벌어질거 같지 않았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많은 군인들로 주변에 둘러싸였지만, 걱정이 사실이라면 지금쯤 맥피어슨이 말한 것처럼 땅바닥에 머리를 쳐박았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속 력을 늦추며 다가오는 모습이 카터의 눈에 아른거렸다. 아마 자신이 타고 온 행렬도 이럴 거라고 생각하니 긴장감이 더해져 손바닥이 끈적거렸다. 무게 덕분에 얼얼한 손바닥과 팔 전체를 다시 인지한 것도 이때였으며, 피스톨그립이 땀에 미끄러지지 않게 닦아낸 다음 총끈으로 등에 매었다.

"말년에는 떨어지는 단풍 낙엽도 조심해라" 라고 한 가드맨이 농담삼아 말한 것을 몇 번이고 되새겨졌다.


참 으로 와닿는 말이 틀림없었다. 애초에 그녀가 합류한 수행단 자체가 오르도 제노스 인퀴지터의 명 아래에 있으니 당연할 노릇이라 판단되었지만, 곁들여서 나타난 자들은 그나마 평정을 유지하려던 카터의 금 간 정신력에 마지막 대못을 박아주었다.


특히 그 나타난 사람들의 정체가 바르고스 섹터의 지배자이며 마땅히 존경해야만 할 로그 트레이더 가문의 가신들이라면.



돌아오는 길에 자신만만하게 수첩을 적던 모습은 슬쩍 보던 앨리스 카터에게서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그들의 권위있는 모습을 다른 가드맨들과 긴장하며 주변을 경계하던 앳된 지원병만이 라스카빈을 챙겨 엄폐하고 있을 뿐이다.

그녀의 바로 옆은 물론이요, 그 주변에서는 라스건과 같은 개인화기로 무장한 가드맨들도 몸을 숨기며 현장을 보고 있을 뿐이였다.


두 명의 신속대응팀 부대원을 대동한 이단심문관은 상대방 일행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주 변에 녹아들지 않는 제복에 사복 요원들을 동원한 모습은 오르도 제노스의 수행단과 언뜻 비슷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보여지는 막중한 책임감은 비슷하면서도 확고히 다른 점이 있었다. 당장 그들의 직위에서만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였다.


"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대동하니 항상 소문을 불러일으키는 수밖에."

추수절이 가까운 계절에 바람이 두 사람의 사이에 불어왔다. 두껍지만 맵시있는 롱코트를 입은 사나이는 천천히 걸어오며 계속 입을 열었다.

"당신 소식은 우리쪽에서도 항상 접하고 있습니다. 뒷처리는 우리 일이니 행동에 유념하였으면 더욱 좋겠습니다만......."


이쯤되면 안부를 전해 인사하자는 건지, 아니면 걸어오면서 시비라도 거는 것인지 짐작하기 힘들어 보였다.

이단심문관을 호위하던 두 부대원들이 경계심으로 그를 째려보았지만, 그들의 눈가를 가리는 전술 고글 탓에 굳은 표정밖에 내비치지 못했다.

물론 이 부대원들은 눈빛을 가리는 전술 고글조차 없이 살기가 노출되어도 미나세 가문의 가신들은 개의치 않을 작자들이였다.


두 그룹의 대립에 끼어있는 살얼음을 깨트리는 자는 놀랍게도 이단심문관이였다. "그 점은 염두에 두고 개입하고 있다만, 다시 상기시켜주니 고맙소."

"역시 말이 통하는 자가 우리편에 있으니, 이것보다 든든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수 개의 임페리얼 가드 연대들, 나의 헨치맨들의 목적만을 생각하면 낙관적으로 판단할수는 없네. 당장 행성 하나의 안보에 대한 존망이 달려있는 문제이니."


"그 문제라........ 굳이 이 위치를 고집하며 택한 것도 그 때문입니까?"

오르도 제노스의 인퀴지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나세 가문의 로그 트레이더가 처음에 지적하였듯이, 이 사방으로 노출된 밀밭들은 매우 불안하게 비추어졌다.

인적이 드문 위치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빈 공간의 틈을 완전히 잡아낼 기민하고 유능한 군인들이 필요했다.


오르도 제노스의 정예 부대이자, 인퀴지터의 헨치맨으로써 동원된 신속대응팀 대원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주변을 지켜 차단하였다.

그들에게 나머지의 등을 맡긴 채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두 명은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단심문청만이 집행할수 있는 권위로써 들어도 듣지 않을 가드맨들이 강습차량을 중심으로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의 곁으로 지나치던 로그 트레이더는 가장 먼저 '고기방패'라는 역할을 떠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 병사들을 동원한 오르도 제노스의 가치관 탓에 가신 대부분은 당연하게 여기며 지나쳤다.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경악할 자들도 속에 섞여있었지만, 상당수는 자신들의 처지에 납득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지원대의 인력 자원까지 요구할줄은 생각치도 못했습니다만, 오르도 제노스 측에서도 여전히 소극적으로 나서는 겁니까?" 대다수 가드맨들이 로그 트레이더에게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개의치 않고 물어보았다.

"그들이 진정 전쟁을 원했더라면 궤도상을 군함들로 가득 채웠겠지. 제국 행정부에서는 아직 바르고스 섹터의 세입에 높은 중요성을 두는 모양이군."


"바르고스 섹터에서 우리 가문의 활동을 보장받는 가장 큰 이유이니 그들도 그렇게 판단하는거 아니겠습니까."

강 한 긍정과 함께 그들을 대표하는 로그 트레이더는 뒷걸음과 함께 슬쩍 보여주듯 팔을 올렸다. "당장 레빈스 III의 안정이 현재 최우선적인 목적입니다. 이 드넓은 평야가 행성 단위로써 섹터 내 식량 생산량의 17퍼센트 이상을 담당하니."

과연, 레빈스 III는 이단심문관이 지금껏 보아온 그 어떤 행성보다 느긋하면서도 전원적인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섹터 전체가 옛 전설이나 설화에 나올법한 평온한 밀밭의 낙원을 닮았고, 강대한 제국의 영향력으로 문명이 세워진 도시들조차 퓨델 월드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바르고스 섹터 전체의 수준에는 크게 낙점되어 시선을 끌지 못할 것처럼 보였지만, 엄연히 적은 그 속에서 암약하기 시작했다.

오직 오르도 제노스가 상대하는 적의 정체, 그리고 그들의 교활함으로 빚어지는 기만에만 중점을 두어야만 했다. 그런 시점으로 지켜봐야만 적들의 의도를 파악할수 있기에.


"그렇기에......." 이단심문관은 잠시 뜸을 들이며 말을 끊었다.

두꺼운 양장본과 가벼운 장비들이 부착된 요대에서 파우치 하나를 찾아 손을 집어넣었다. "오르도 제노스의 명령 아래에 군세가 집결한 거겠지. 그것 탓에 시끄러운 것은 자네 가문 쪽에서도 인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설명한 이유로 7개 임페리얼 가드 연대가 투입되었다는 겁니까."


"그, 속칭........ 해방군이라고 칭해지던데. 그렇게 부르며, 동시에 이들의 진압에 대한 의심조차 불충이라고 누군가 말하겠지."

경 멸감이 그의 말에서 묻어나왔지만, 이단심문관의 평탄한 얼굴에서는 잠시뿐인 씰룩임만 나왔다. 주변의 눈치가 곧 모두의 눈치가 될 쯤, 오르도 제노스에서 파견나온 그에게서 무슨 소리라도 나오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로그 트레이더에게는 더 묻어나왔다.

자신의 실수 하나가, 곧 가문과 섹터 전체의 재앙이 될 수도 있었기에.


미나세 가문 출신의 젊은 로그 트레이더는 입술을 깨물던 윗니를 속에 감추었다. 롱코트가 덥게 느껴질 정도로 속은 후덥지근했으며, 이마 안쪽에서 무언가 박박 긁는듯한 통증은 낮짝에 간신히 가려질 수준이였다.

차라리 헬멧에 표정이 가려진 가드맨들보다 그 사이에 섞인 지원병들과 동질감을 느낄수 있었다.


이단심문관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차, 단 한 치의 얼어붙음도 없이 당당한 오르도 제노스의 부대원 한 명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단심문관이시여, 해머 팀이 근방 정찰 및 수색을 완료, 귀환중입니다."

"알겠다, 집결하라." 정말 때를 골라도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로그 트레이더의 머릿속을 스쳤다. 복스 캐스터를 장비하여 옆에서 나타난 IST 대원 중 한 명과 이단심문관은 주변의 싸늘한 공기는 개의치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욱씬거리는 아픔에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 머리카락 속의 이마를 누를 쯤, 황금빛 초원처럼 보이는 밀밭에서 수 명의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병사들에 대해서 언급할 점은 많지는 않았다. 미나세 가문을 이 자리에서 대표하던 로그 트레이더가 동원한 경호원들과 그 복장과 장비가 유사하게 보였으니.

그러나 그들의 처음 보는 종류의 오토건, 복장과 장비들의 세세한 특징은 쉽게 드러났다. 특히나 그들의 왼쪽 팔뚝을 덮는 소매에는 인식표 대신 진홍빛 천조각이 묶여 소속을 파악케 만들었다.


이단심문관을 향해 그들은 가볍게 뛰어왔다. 그 전에도 이미 그들이 달려온 밀밭의 넓이는 대단했건만 부대원들에게 지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부대원들에게는 초인적인 체력은 엿보여지지 않았다.

대신, 수 년간 복무한 숙련병이든 신병이든 고도의 훈련을 받아 체력을 쉽게 유지했다. 그 특징은 이번이 세 번째 실전투입인 청년에게도 별 차이는 없었다.


"북북서, 반경 500m 내 도보 정찰. 적 동태 및 징후에 대한 파악 완료, 적대 목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징후 또한 포착되지 않음. 스키머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이곳에 적이 발을 들인 적은 없었을 겁니다."

쉰 살은 넘었을 법한 이단심문관을 상대하는 군인은 채 스물도 넘지 않았을 것이라고 로그 트레이더는 판단하였다.

체격은 그들 중에서도 평균을 살짝 웃돌았으며, 장비의 수준은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이곳에 있는 상당수의 사람들과 다른 점이라면, 전술 고글로 가려진 눈가와 얼굴에서 띄는 열의였다.


"황제 폐하께서 우리를 도운 모양이군. 국교회에서 파견나온 자들의 말을 잘못 들었다가는 아예 중대 단위로 끌고 왔겠어."

말없이 그의 언동에 집중하던 로그 트레이더는 그들도 당도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나마 제국 국교회의 성명을 따른다면 '정세 혼란에 대한 구제'라고 밝혔지만, 그들과 방향을 달리하는 집단의 일원으로써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오르도 제노스에서 파견된 이단심문관조차 이렇게 부정적으로 언급할 수준이였으니.


그에게 보고를 받자마자 이단심문관은 다음 행동으로 들어섰다. 계속 기다리던 로그 트레이더의 두려움은 중년의 말에 해빙되었다.

"지금 당장으로써는 적이 아니니 비겁한 자세는 치워두게. 죄책감의 원인이 실존하는 것이 아니면 떳떳하게 발언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왜 두려워했는지는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로그 트레이더는 당장 말하고 싶은 것도 마음 속에 산더미였지만, 끝내 화제를 돌리는 편을 택했다.


"그래도 상대하고 있는 적들에 대한 대처가 최우선이긴 합니다. 그쪽이 쥐고 있는 정보가 지금으로써는 더 신뢰성이 있는 듯 싶습니다."


"따라오게." 이단심문관은 다시 그를 끌고 로그 트레이더 일행이 찾아온 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종잡을수 없는 행동에 어깨를 들썩이고, 그가 쳐다보지 않았음을 확인한 다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해빙의 여파가 진을 치고 있던 가드맨들에게 미친 것은 그 후 수십초 뒤였다.




"레빈스 III에 이런 준동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당장 바르고스 섹터에서 우리 미나세 가문이 상대하는 적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간신히 마음을 놓은 로그 트레이더는 쌀쌀한 길을 걸어가며 읆어놓았다. 바르고스 섹터의 안위를 위해 항상 전쟁을 준비하는 자들답게 당연하다는 반응이였다.


"그래서 오르도 제노스가 소환된 당위성이 생긴거 아니겠습니까." 이단심문관은 그의 언급에 잠시 눈초리를 돌렸다.

"일단 단기간 내에 빠르게 해결해야 합니다. 추수절이 이 행성에 가까워진 이상, 적이 섹터 내 식량 공급의 차질을 노릴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그럴 거였으면 벌써 놈들이 저질러서 성공했거나, 아니면 그 전에 진압당했겠지."


로그 트레이더는 옆에 한 명을 호출하며 반박했다. "오르도 제노스와 임페리얼 가드의 억지력이 적용하고 있는 이상 놈들의 활동은 봉쇄되었을 거라고 판단하였습니다만."

"임페리얼 가드에게 차라리 그 공을 들인다면 말은 되겠지. 숫자로써 치안 유지를 실행할 자들은 그들밖에 없으니."

제 분수를 안다고 생각하며 로그 트레이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을 놓고 있던 차 이단심문관은 몇 마디를 흘려보냈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도 두려워질 말이지만, 그들의 의도가 단순히 자네들이 생각하는 것과 거리가 있어 보이더군."

"그것 탓에 오르도 제노스가 있는 거라고 항상 생각했습니다만." 그는 말을 이어 반박하며, 차라리 저 사람의 기우라고 밝혀지기를 바랬다.

"어차피 가문의 안위와 섹터의 재화를 노리는 작자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저희 가문도 그것을 감안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부귀와 권력에 대한 보잘것 없는 탐욕이였으면 당장 이 행성은 훨씬 더 혼란으로 가득찼겠지만, 무력으로 사태는 빠르게 끝났겠지."

"고려한 음모가 있다고 해도 5개 연대와 추가적으로 증원될 제국군 아래에서 스러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점점 그의 갈비뼈를 부스러트리고 심장을 파헤치는 듯한 느낌에 이단심문관이 비수를 아예 철저히 박아넣었다.


"이 일이 별 것이 아닐 거라고 바라고 있는 거겠지."

그에 비한다면 직접적인 경험 자체는 적은 로그 트레이더는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만 아래에 적들은 그들의 흉계로써 섹터 전체를 뒤흔들려고 한다. 그 사태를 막기 위해서 최대한 막고 있지만, 아마 놈들이 지닌 장기말은 우리보다 이미 더 많은 거 같군."


이제서야 로그 트레이더는 이단심문관이 상대하는 것을 눈치챘다.

인간의 병기창과 의지, 무력으로써 해결할 '적'이 아닌, 오직 목숨을 영달하고 살아남는 것만 가능할지 모를 '재앙'을 상대한다는 것을.

적대하는 자들의 모습은 훤히 보였건만, 그들이 짜고 있는 흉계는 오르도 제노스조차 완전히 파악하지 못할 수준이였다. 이 상태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남겨진 장기말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였다. 다만, 닥쳐올지도 모를 일에서 그 목적이 변질되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남길 바랠 뿐이였다.


이 사실은 오직 그들의, 나아가 모든 제국민의 절대적인 군주에게 바라는 소원에 지나지 않았다. 바깥으로 징조가 퍼져나간다면 분명 혼란이 들이닥칠 것이 틀림없었다.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니, 귀를 통해서 그의 뜻을 알아낸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생각을 읽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허, 그래서 이런 언급까지 나왔던 건가? 예상하지는 못했는데."

"그래....... 아하하. 나도 처음에 볼 때는 그렇게 말했지. 진짜 소름끼치더라고." 음침한 자연광을 대신해 전등으로 밝혀진 방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것이 호탕하거나, 아니면 폭소라고 할 것도 없이 한탄에 가까워 반응도 없었다. 비좁은 공간에서 누군가 말하면 곧장 답할 터, 여성의 헛웃음에 동료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


'로드'가 제공한 자료는 촉매가 되어 칼카스의 기억을 살렸다. 당시에 보고했던 청년의 지금 모습은 마지막에 '덧붙이듯' 언급된 처녀의 현재 모습을 바로 앞에서 마주한 채 보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듯 그도 카터의 용모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여겼다.

회 갈색의 광채를 띈 풍성한 금발, 눈물점 위의 벽안과 미묘하게 어울리는 녹안, 반쯤 감긴 듯 평온하지만 치켜올라간 눈썰미까지. 개인적인 평조차 아니라고 판단될 미모를 지닌 동안조차 세월은 앗아가지 못했다. 기껏해야 그 때로부터 7년 조금 덜 지난 것이였으니.


그러나, 그 사이에 있던 일들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건너편에서 카터는 자료를 오른손으로 집어서 자신의 쪽으로 가져다놓았다. "그래도 주변에 싸이커가 없기에 망정이였지...... 아 맞다. 그래서 내가 그쪽으로 온 거였지."

아늑한 생각에 고개를 젖히며 바닥을 두 손으로 짚었다. "생각하면 이 꼴이 난 것도 내 탓이였지....... 어쩌자고 내가 그런 소리를 했을까."

카터의 눈꼬리는 치켜올라갔지만 칼카스처럼 살의를 띈 것까지 치닫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낙천적이고 평온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살아남은게 어딘가 싶다만.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없고, 나와는 달리 이 행성처럼 안전하고 부유한 곳에 터를 잡았으니."

"그것도 너 덕분에 깨지게 생겼다." 짧게 답한 카터는 자료 속에서 조심스레 종이 한 장을 꺼내기 시작했다.

"당장 오늘 저녁만 해도 바깥에서 있을 계획이였는데 그것도 깨졌고. 내일이면 그쪽에서 뭘 할게 있고, 모레면....... 그래, 다시 작전이였지. 민폐도 이 정도면 죄악이라고."


"어쩔 수 없지 않나. 명령인데. 그것도 내가 직접 하달하는."

칼카스는 이곳에서 얻어낼 정보를 찾고, 카터의 도움으로 정리한 요약본까지 한 장 끼워넣었다.

"대충 감은 잡히지만, 놈들이 뭘 '정확히' 원하는지," 짜증섞인 얼굴로 칼카스가 오른손으로 손짓하며 이었다.

"아니면 어느 소속인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어스펙트 워리어조차 용병으로 가담한 기록은 찾아보면 아주 많으니까."


"그래, 그쪽....... 혼자 도맡았을 때는 없었는데 이게 무슨 꼴이냐." 몸을 편히 쉬듯 그녀는 두 팔에 의지한 채 앉아 뒤로 고꾸라졌다.

이단심문관이라는 직위만 아니였으면 구혼이라도 산더미처럼 받았을 친구에게서 칼카스는 눈을 돌렸다. 그나마 침울해진 기분 탓일까 어색한 농담만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 뿐이였다.




카터가 숨을 들이쉬다가 내뱉지 않고 양쪽 볼을 부풀렸다, 다시 내뱉으며 한숨을 쉴 쯤에 칼카스가 제안하였다.

"일의 규모가 점점 거대해진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나. 어쨌든 두 명이니 묵묵히 다음 작전이나 계획을 준비해야하고."

"그 때도 몇 명이 있었지만 어찌 끝났는지는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 잠시 서류 한 장을 들여다보더니, 이내 냉담하게 그에게 돌려주었다.


"고맙군. 이만하면 이제 돌아가도록 하지." 서류를 건네받은 칼카스는 자료집 안에 집어넣고, 팔과 다리에 힘을 주어 가뿐하게 바닥에서 일어섰다.

그대로 발길을 돌리려다가, 어정쩡한 자세로 멈춰서며 카터를 쳐다보며 물어보았다. "잠깐, 온 김에 뭐 하나만 묻도록 하지."


"이거와 관련된 거면,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고." 눈높이를 조금이라고 맞추려고 다시 몸을 일으켜 시선을 높였다. 칼카스는 그녀가 환영하는 것과 같아 처음에는 앉으려고 들었다. 다음 말이 이어지기 전까지는.

"....... 그래도, 뭐 그것 때문이라면 안주라도 꺼내려고 했는데. 그냥....... 아니다. 오늘은 없어. 이틀 뒤에나 뒤풀이로 줄까 말까인데 뭘 바라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래. 어차피 내가 온 거니 뭐라 할 수는 없겠군. 알겠다, 알겠어."


칼카스는 어깨에 힘을 빼고 원래 앉던 곳에 살짝 흐트러진 채 앉았다. "그나저나 그쪽에서 파견시키기 전에 말이야."

"그래." 약간 불편하다는 듯 칼카스는 짧게 대답하며 가부좌 자세를 바꾸었다.

"이게 처음에는 불편한데, 그냥 적응해. 나도 그랬으니까." "망할...... 이렇게 생각을 읽으니 여기에도 언급되는게 아니냐."

어쩌다 이렇게 엮이게 되었는지 생각하기도 전에 카터가 "후훗." 하고 웃으니 뭐라 할 말도 사라졌다.


"굳이 이러지 않아도 표정으로 읽을수 있는데, 그래도 뭐 어쩌겠어."

카터의 사족에 칼카스는 아예 작정하고 빠르게 읆었다. "그거 말고도 다른 쪽에, 그 본부쪽에서도 자료 및 정보 부족이라고 파견했어.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짓을 하고 있으니 좀......."

"도와달라고? 설마 그거 말하는 거겠지, 수요일에 만난 사람들과?"

"그래, 그거." 카터의 강한 긍정은 절로 모르게 치는 박수와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이어졌다.


"도와주기는 도와주는데, 나도 4년동안 해오던게 있으니까 할 수 있냐 없냐는 미리 알려줄게. 전적으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니까, 진짜 필요할 때는 '카터'가 아닌 '카에데'로 연락하고."

" 그게....... 으아, 알겠다." 뭐라 말할줄 알았지만, 꽤나 빠르게 논의 끝났다는 사실에 칼카스는 가볍게 일어섰다. "언제든지 연락을 받을수 있도록 준비해놔. 그쪽에다가 명령 절차 보낼 테니까 12시간 전에는 함대에 연락해."


"오케이. 지금 자야 내일 날짜 맞춰서 일어나든가 하지. 내일 그쪽에도 일이 있는거 같으니까 잘 해봐. 뭐 재밌는거 있으면 만날 기회에 안주감으로도 늘어놔줘."

"그럴 게 있나 싶지만....... 알겠다." 일주일을 정리하면서, 칼카스는 계속 이렇게 진행되다가는 진지하게 메카니쿠스의 인공뇌 시술을 받아볼까 고민하였다.

옛 이단심문관들의 사례를 따져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지만, 6개월간 괜찮은 경험이 될 지도 모른다고 넘기며 카터의 거처 밖으로 나섰다.



빠른 시일이 언제가 될 줄은 이제 모르겠지만 그래도 잊지 말아야죠. 다음에 업로드(아주 잘되면 하루,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최소 3개월......)할때 만날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 육군으로 입대, 1년 9개월 뒤 전역입니다.

Semper Fidelis. 미 해병대의 격언이지만 군사 관련된 최고의 구절들 중 하나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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