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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마「아이돌이 되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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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8, 2017 19:32에 작성됨.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은 건, 아주 어린 시절의 일이었다.

 

우연히 아버지와 함께 간 콘서트장. 내가 앉은 자리는 맨 뒤의 자리였다. 대형 스크린의 화면을 통해서 아이돌이 춤추는 건 보였다. 노래는 앰프를 통해서 크게 잘 들려왔다. 귀가 아파올 정도로.

 

그렇지만, 그런 것들 모두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그 광경에 매료되었다.

 

화려하게 반짝이며, 물결처럼 흔들리는 사인라이트의 불빛들. 환호성을 지르는 관객들. 반짝반짝 거리는 무대 위에서, 웃고 춤추며 노래하는 아이돌.

 

그 후, 잠깐의 여유 시간, 한 아이돌이 마이크를 통해서 외쳤다.

 

모두~! 맨 뒤에까지 잘 보이고 있으니까~!
"...?!"

 

그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첫눈에 반했냐고? 아니 그런게 아니다. 흥분으로, 떨림으로 변한 것이다.

 

나도 저 무대에 서 보고 싶다. 저 무대에 서서, 저 아이돌과 똑같은 말을 해보고 싶다. 정말로 저 위치에서, 우리가 있는 위치가 제대로 보이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 아이돌은 2년 후 은퇴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나의 아이돌(우상)로서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그리고, 나는 그 날 생긴, 톱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과 함께 연예사무소 중 하나인 961 프로덕션에 입사했다.

 

*

 

솔직히 말해서, 조금 얕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1, 2, 3, 4. 1, 2, 3, 4"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받는 레슨. 당연히 곧바로 아이돌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연습생으로서 레슨은 받아야겠지. 그 정도의 상식은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나 하드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좋아. 잠깐 휴식"
"허억...! 허억...!"

 

입에서 단내가 난다. 뻘뻘 흘린 땀으로 인해, 등과 허리 그리고 가슴팍까지 전부 젖었다. 끈적거리는 땀의 감촉과 여기저기서 근육통을 호소하는 듯한 몸까지. 괴로웠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만으로도 폐가 쪼그라들다 다시 펴지는 듯 하다.

 

여기에 있는 다른 연습생들은 모두 내 경쟁자들. 하지만, 이 녀석들에게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난 이 녀석들처럼 나약하지는 않으니까.

 

동료니, 뭐니 그런 핑계를 대면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마음에 안 들어. 자기들의 실력을 향상시킬 생각도 없이, 비슷한 녀석들끼리 뭉쳐서 레슨이 너무 빡세다느니, 뭐라느니 불평만 하고 있을 뿐이다.

 

차라리 전부 제대로 된 라이벌이라, 경쟁심리를 느껴,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레슨에 참여한다면 또 모를까, 그것조차 아니다. 학원에 공부를 하러 가는게 아니라, 친구들과 놀러 가려는 듯한─그런 조합이었다.

 

대체 961 프로덕션은 왜 저런 녀석들을 연습생으로 받아들인 거지? 저런 녀석들 수십명보다 나 같은 사람 2, 3명을 받아들이는게 훨씬 더 효율적일텐데.

 

그때, 끼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트레이너가 반갑게 맞이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격한 트레이너의 성격 상 저런 말을 하는 걸로 보아, 우리들과 같은 연습생은 아니다.

 

누구일까. 트레이너의 친구? 아니면 이미 데뷔한 아이돌? 그도 아니면 회사의 간부?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아, 어서오십시오, 쿠로이 사장님."
"흠. 수고하고 있군."

 

쿠로이 사장? 사장이라는 직책을 가질 정도면, 이 961 프로에서 가장 높은 사람?!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연습생들도 경악하며 일어서 바로 허리 숙여 인사한다. 대체 이런 대기업의 사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뭐하러 연습생들을 보러 오는 거야?!

 

'아니...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여기서 사장의 눈에 띄면, 지금보다 더 빨리 아이돌로서 데뷔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트레이너. 여기 있는 연습생들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건 누구지?"
"저기 있는 아마가세 토우마입니다."

 

내가 지명되었다. 사장이 나를 바라보자 조금 긴장하기는 했지만, 애써 당당하게 보일 수 있도록 가슴을 쫙 펴고 사장을 응시했다. 그는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더니, 피식, 웃고는──.

 

"어이, 아마가세 토우마라고 했던가. 한 번 자신있는 노래나 댄스를 보여봐라. 이 내가 직접 평가해주지."
"......당신이?"

 

트레이너라거나, 전직 아이돌이라면 모를까, 그저 회사를 경영하기만 할 뿐인 사람이 나를 평가한다니...내 실력을 제대로 알아 볼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아, 아마가세 군...! 상대는 사장님이야, 그런 언행은...!"
"아니,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만만하게 더 마음에 드는군. 그런 말을 할 실력은 있겠지?"
"흥. 당연한 소리를. 내가, 최고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실력에 대해서만큼은 그 어떠한 이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니까.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뒷받쳐주고 있는 내 실력을 있는 힘껏 자랑했다. 방금 전의 레슨으로 지쳤던 것은 이미 다 잊었다. 내 실력을 보여주는데, 체력을 조금 사용한 것 따위, 핸디캡조차 되지 않는다.

 

사방이 유리거울과 문으로 막힌 레슨실 안에서 울려퍼지는 노랫소리에 맞춰서 격렬하게 움직인다. 그동안 줄곧 연습해 온 스텝이나,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다른 연습생들은 경악한 듯, 그리고 경이롭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입을 쩍 벌렸다.

 

흥, 나처럼 노력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면서, 자기가 재능이 없다고 자학하는 녀석들은 짜증이 난다.

 

그리고 노랫소리가 끊긴 뒤, 나는 당당하게 사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때, 끝내주지?"
"훌륭하군. 매우 훌륭해."

 

짝짝짝, 박수를 치는 사장. 나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 실력이라면, 아이돌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경영인이라도 감탄하게 만들 수 있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합격점이다."
"...잠깐, 지금, 그냥 듣고 넘어가기는 힘든 말을 한 것 같은데?"

 

부족한 점? 부족한 점이라니? 내 어디가 부족하다는 거지? 외모, 노래, 댄스 그 무엇도 부족한 것이 없을텐데?!

 

"내 어디가 부족하다는 거야. 납득이 가게 설명해봐."
"호오...나에게 질문을 한 건가? 당돌한 놈이로군. 보통 같았으면 바로 혼을 냈겠지만, 좋아. 오늘의 나는 기분이 좋으니 특별히 말해주도록 하지. 네 녀석은 단순히 인형처럼 춤추고 노래하면─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거냐?"
"...?!"

 

노래하고 춤추는 인형이면 충분하냐고? 그렇지 않다. 절대로 그렇지 않아. 그런게 되자고 여기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 내가 바라는 아이돌은──.

 

"오늘의 경우에는 단순히 내가 네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없겠지만, 진짜 무대 위에서는 다르다. 관객들을 즐겁게 해 줄 마음이 담기지 않은 노래와 댄스는 결국 인형놀이에 불과하지. 대중은 그렇게 쓸데없으리만큼 미세한 부분에서 예민하다."

 

마지막에 은근히 감정이 실린 듯한 어조로 쿠로이 사장은 말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던 듯 하지만, 일일히 캐물을 생각은 없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사연 한두 개 정도는 있을 테니까.

 

"...팬들을 즐겁게 하지 못 하는 아이돌은, 아이돌 실격이겠지. 고마워, 아저씨. 한 수 배웠어."
"아, 아마가세 군...?! 사장님을 그런 식으로 부르면 안 돼!"
"막지 말도록, 트레이너. 아저씨든 뭐든 좋다. 난 왕자(王者)가 될 수 있는 아이돌이라면 어떤 녀석이든 좋으니까."

 

사장─쿠로이 아저씨는 내게 물었다.

 

"아마가세 토우마, 라고 했었지? 나는 너를 상당히 높게 평가한다. 너를 톱 아이돌로 만들기 위해서 아낌없이 투자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너는 내 기대에 부응할 자신이 있나? 아이돌들의 정점. 왕자(王者)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겠냐는 말이다."
"당연한 말을. 한 번 시작한 이상, 정점을 노린다. 한 번 결정한 것은 반드시 실현하고,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켜. 간들거리며 사이 좋은 척 하는 녀석들에게는 절대로 지지 않아. 모두에게 나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겠어! 그리고 납득시킨다! 이 내가, 톱 아이돌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라는 것을!"
"야심이 넘치는군. 배짱있는게 마음에 들어. 그렇다면 샤워실에서 씻고 따라와라. 지금 바로 CD 앨범을 준비할 테니까."

 

지금 바로?! ...아니,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얼마나 빠르든 간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아이돌이 될 수 있다면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무대 위에 올라가라고 하더라도, 그에 응해줄테니까.

 

그 후, 녹음실에 도착했다. 이런 장소는 TV로 밖에 본 적이 없기에 솔직히 조금 당황하고 긴장했다. 설마 진짜로 곧장 이런 곳으로 오게 될 줄이야. 기다리고 있었던 듯, 쿠로이 사장이 말했다.

 

"이전부터 만들어둔 곡들이 여러 개 있긴 하다. 그 중에서, 네 마음에 드는 걸 하나 골라봐."

 

수십 개의 음악파일들이 보였다. 나는 헤드셋을 끼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들어보며 마음에 들면 음을 따라서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렀다. 쿠로이 사장은 그런 내 모습을 계속 지켜보았다.

 

그리고 남은 노래는 5개 정도로 좁혀졌다.

 

"좋아. 이것들 전부 하나의 앨범에 담아서 발표하도록 하지. 가사가 완성될 때까지 계속 레슨을 받으며 기다려라."

 

사장이 현장에 찾아가 직접적으로 내리는 명령. 복잡한 중간과정을 거칠 것 없이 일이 바로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경영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 라고 의문이 들 정도다.

 

"이봐, 아저씨...우리 만난지 1시간도 안 되었어...아낌없이 투자를 한다고 했지만, 너무 과한 것 아니야?"
"나는 내 선택에 단 한치의 의심도 품지 않는다. 아니면 뭐냐, 이제와서 겁이라도 난 건가?"

 

아저씨의 말은 내 자존심을 자극했다.

 

"아니거든! 누가 겁을 먹어! 오히려 흥분과 기대로 떨려서 그런 거야!"

 

961 정도 되는 대기업, 대형 프로덕션의 사장이 직접 나를 선택하고, 앨범 제작도 엄청난 속도로 진행시킬 것을 명령했다. 이 정도의 특혜를 누리는 아이돌은 세상에 나 밖에 없을 것이다.

 

"빨리...최대한 빨리 무대 위에 서고 싶어..."
"흥. 데뷔는 한달 후다. 작사에 대해선, 네가 참가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라.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명심해둬라. 나는 내 선택을 믿는다. 내 선택을, 내 믿음을 배신한다면──곱게 끝나지는 않을 거다."

 

서슬 퍼런 말을 하는 아저씨.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쫄까 보냐. 나는 이미 엄청나게 멀리 와버렸다고.

 

"헹, 얕보지 마시지, 아저씨. 나는 이미 아저씨랑 한 배에 탔다고. 이제와서 도망칠까 보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전력으로 덤벼주지. 그리고 톱 아이돌이 되어주겠어! 앞을 막아서는 건 전부 내 실력으로 뛰어넘어, 가볍게 톱 아이돌의 자리를 쟁취하겠다, 이거야!"
"배짱 한 번 두둑하군. 그 대담함, 마음에 든다. 그럼 이만 돌아가도록."

 

녹음실에서 나왔다. 데뷔는 한달 후. 작사 과정에는 당연히 나도 참가할 거다. 음악을 들으면서, 나름 속으로 생각해 둔 것이 있긴 하니까.

 

'이전보다 더...꿈을 이루는 길에 가까워졌다. 힘내도록 해야지!'

 

이대로, 조금 더 노력해서, 내 꿈을 이루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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