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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사생일SS)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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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9, 2013 03:39에 작성됨.

*765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즈사씨의 생일입니다. 그래서 피곤하지만 힘내서 새벽에 완성해보았습니다!
아즈사씨 생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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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사는 이른 아침부터 부스스한 머리로 거울 앞에 서 있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짧은 흑색의 단발. 머릿결이 자주 좋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동시에 왜 머리를 짤랐냐고 아깝단 소리를 듣는다. 어딘가 태평해 보이고 멍청해 보이는 듯한 웃는 얼굴. 하지만 그것은 본인만 그리 생각한다. 주위에서는 그런 자신을 예쁘거나 아름답다고 하면서 어른스럽다고도 말한다.
곤란한 소리다. 자신의 나이는 21살. 아이돌로서 많을지 몰라도 사회에서 보자면 갓 밖으로 나온 햇병아리나 마찬가지다. 사무실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많아 어른대접을 받고 있지만 평범한 직장이었다면 아마 막내나 애송이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나마 사무실에는 코토리나 프로듀서 같은 어른들이 있어 완전 연상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사실 아이돌을 하기 전에는 전문직에 일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태평한 성격인지라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일을 그만둬야 했다. 아니, 사실은 짤리지 않을 방법은 있었다.
아즈사는 그 때를 생각하며 자신의 큰 가슴을 스스로 만져본다.
자신에게 치그덕 되던 남자가 있었다. 회사간부로서 원한다면 곧장 정직원으로 채용해줄 용의도 보였다. 하지만 그런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둔한 자신이라도 알 수 있었다. 아니, 이런 몸으로 살았기에 더욱 금방 알 수 있었다. 둔하단 소리를 듣지만 남자들의 시선은 알고 있었다. 그것이 너무나 부끄러워 반응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대강은 안다. 그 때문에 도망치듯 회사를 그만두었다.

“하아-”

아즈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늘 자신의 가슴은 남자든 여자든 모두의 시선을 모은다. 어쩌면 자신이 아이돌을 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가슴은 자신의 자랑이 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예전에는 이 큰 가슴이 싫었다. 남들은 어찌 생각할지 몰라도 사실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만 만났다. 성추행을 당하고, 치한을 만났다. 두드러지는 신체는 그저 좋지 않은 주목만 이끌 뿐이었다. 하지만 아이돌이 되고서는 그것이 좋은 쪽으로 변화였다. 

“사실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아즈사는 웃으며 핸드폰을 킨다. 거기에는 프로듀서와 단 둘이 찍은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이 사람 또한 자신의 가슴을 자주 응시한다. 하지만 다른 남자들의 시선과 달리 어쩐지 두근거리는 기분이었다. 그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만을 바라봐주었으면 할 때가 있다. 그 때문에 가끔은 과감하게 가슴을 강조하는 옷들을 입어보기도 한다. 사실 자신 정도의 크기라면 평범한 티셔츠만 입어도 가슴이 두드러진다. 그런 와중에 가슴을 강조하는 옷을 입으며 저절로 남녀 상관치 않고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게 된다. 그런 옷을 입고 사무실에 올 때는 곤혹스럽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가슴에서, 자신만을 바라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웃게 된다.
희미한 이른 아침의 햇살이 방안에 들어와 푸근한 기운을 가득 채운다.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아침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밖으로 나오자 곧장 바뀌어 버렸다. 최근의 아침은 너무 덥다. 저번까지 장마였던 영향이 큰 듯 했다. 장마 내내 하늘은 먹구름에 갇혔고, 그런 먹구름 위로 내려오지 못한 한 여름의 열기가 고였다가 한꺼번에 쏟아진 듯도 싶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태평한 성격과 더불어 길치인 덕에 일부러 집에서 일찍 나온다. 그렇게 해도 사무실에 늦어질 때가 있어 점점 집에서 나오는 시간을 빨리했다. 처음에 그러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느긋하게 산보를 하며 주위를 구경하는 것도 자주 이어지다 보면 늘 익숙한 곳이라 지루해질 뿐이다. 그 때문에 일부러 모르는 곳으로 갈 때도 있다. 이런 방식이 길치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모르는 곳으로 가 길을 잃고는 했다.
하지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프로듀서가 자신을 데리러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길을 잃지 않고 한 곳으로만 가고 있다. 더 이상 그가 자신을 찾으러 올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오늘도 이곳에 계셨네요.”
“아라~ 안녕하세요? 이상하게 길을 헤매다보면 이곳으로 오게 되네요. 프로듀서를 만난 의지할 수 있어서인가 봐요.”

이곳은 그가 퇴근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는 남들보다 일찍 사무소에 오는 편이다. 그런 그와 같이 간다는 것은 곧 자신도 일찍 나온다는 것이지만, 피곤하지는 않다. 그와 같이 아침을 시작한다면 그보다 기운을 복돋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최근의 일들은 더욱 힘낼 수 있었다. 이렇게 아침부터 그와 함께 하는데 힘이 안 날 리가 없다.

“최근 아즈사씨는 더욱 아름다워지시는 것 같아요.”
“아라~ 그리 비행기태우셔도 아무것도 안 나와요?”
“하지만 사실인걸요. 그런 이야기는 팬덤에서도 자주 나오고 있다고요. 무슨 비밀이라도 있나요?”
“음- 흔히 소녀는 사랑하면 예뻐진다고 하잖아요? 소녀라 할 나이는 아니지만…….”
“하하, 무슨 말씀이세요? 아즈사씨는 여전히 어리다고요. 아이돌로서도 21살이면 사실 최근에는 많은 나이는 아니에요. 전성기라고 할 수도 있죠. 그보다, 설마 진짜 사랑을?”

그는 웃으며 그리 말하다가 어쩐지 살짝 곤란한 얼굴로 자신을 본다. 둘의 걸음은 신호 앞에서 멈춰 섰다. 평소보다도 더 걱정 없이 걸어가고 있다. 그와 같이 간다면 길을 잃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자연스럽게 서로 손도 맞잡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이 길을 잃을까 잡았던 손이 이제는 무언의 약속이 되어 단 둘이서 걸을 때는 이렇게 손을 잡아주었다.

“아라~ 제가 사랑을 하면 곤란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일단은 인기 아이돌이니깐 당연히 곤란하죠.”
“그뿐인가요?”

자신이 다시 물으며 마주보자 프로듀서는 시선을 돌렸다. 그 반응이 싫지 않다. 고개를 돌렸다는 건 자신과 마주보기에는 떳떳하지 못한 감정이 있다는 것인데, 이 상황에서 떳떳하지 못할 감정이라는 것은 자신에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 뿐입니다.”
“아라~ 아쉽네요.”
“네?”

자신의 단순한 말에 그가 크게 반응한다. 작게 쿡쿡 웃으며 신호가 바뀌어 그의 손을 잡고 앞서 나간다. 그의 손을 잡는 동안은 앞서나가도 괜찮다. 잘못 된 길로 가면 그가 당겨주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말에 당황하면서도 이끌려 간다. 그 얼굴에는 묘한 기대감도 어려 있는 것이 자신의 마음에 든다.
아이돌과 프로듀서. 그 입장은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당장은 제대로 된 어프로치는 하지 못한다. 하지만 서로에게 마음을 가지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하고 아즈사는 생각한다. 연인은 되지 못해도 마음만 품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면 괜찮을 것이다.
실제로 아즈사는 프로듀서를 자신에게 빠지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자신의 나이를 고려해 곧 은퇴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아이돌을 그만두면 서로 눈치 볼 것이 없다. 은퇴한 바로 직후는 서로 조심해야겠지만, 1년 정도 지나면 연인으로서 제대로 데이트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즈사는 그의 손을 꼬옥 잡고 사무실을 향해간다. 늘 가던 길이다. 이 길만은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다. 당당히, 같이 걸어갈 때 그가 자신의 손을 잡아당긴다. 어째서일까? 길은 틀리지 않았다. 그가 멈추게 할 이유는 없다. 그렇게 의아해 하며 돌아보자 그는 웃으며 자신에게 말했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아라~ 알고 계셨군요?”

자신의 21살 생일을 축하해주는 첫 번째 사람이 그라는 것이 기뻤다. 그는 축하해준 후 어쩐지 머뭇거리다가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낸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든 아즈사는 그를 본다.

“저, 이것은?”
“…….”

그는 고민하는 듯 알려주지 않는다. 아즈사는 그런 그의 얼굴을 보다가 상자를 열어보려고했다. 그럴 때, 그가 손으로 그 상자의 뚜껑을 누르며 자신을 보고 미소짓는다.

“……아직은 안 됩니다. 잠시, 기다려주시겠어요? 내년 생일 때까지 말이죠.”
“후후, 그건 어떨지. 내년이면 저 이 사무소에 없을 거라고요?”
“그래서 미리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대답은 내년에 돌아올 오늘로.”

아즈사는 그의 말에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를 품에 안았다. 서로 말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자신에게 그 마음은 전해졌다. 상자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대강 상상이 간다. 그래도 굳이 입으로 꺼내지도, 상자를 열어 확인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 나름대로 프로듀서로서 선을 지키며 용기를 낸 것이고, 자신은 그것을 아이돌로서 지켜줄 따름이다.
1년. 겨우 1년만 기다리면 된다. 그 때까지 이 상자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소중한 보물상자가 되어 둘의 관계를 지켜줄 것이다.
바람이 선선이 불어온다. 바람 결에 자신의 단발 머리카락이 흔들려 그것을 누른다. 

“바람이 시원하네요.”
“그런가요? 날씨는 더운데 말이죠.”
“더우니 더 시원한거에요.”

아즈사는 눈웃음과 함께 그리 말하고서 상자를 소중하게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 뒤를 프로듀서도 웃으며 설레설레 고개를 젓고 뒤따라간다.



프로듀서는 자신의 자리에서 통화를 하거나 자료를 정리한 후 영업을 하러 나간다. 아즈사는 그런 프로듀서가 힘내어 받아온 일들을 웃으며 해낸다. 그런 것들을 반복하다보니 어느 사이엔가 일을 찾아오는 것이 아닌 골라오게 되거나, 혹은 아이돌 본인이 프로듀서가 가져오거나 추천해준 일 중에서 원하는 일을 고르게 되었다. 둘의 위상은 본인들이 깨닫는 것보다 더 빠르게 변해간다.

“‘곁에…’란 곡의 성공이 정말 컸죠.”

프로듀서는 오랜 만에 그녀와 단 둘이 커피를 마시며 그리 이야기를 꺼냈다. 아즈사는 두 손으로 커피를 감싸 들고서 고개를 끄덕인다.

“좋은 노래라고 생각했지만, 모두가 그리 생각해줄 줄은 몰랐어요.”
“그 노래를 살린 건 아즈사씨라 가능했지만요. 설마 아즈사씨가 그리 노래를 잘할 줄은 몰랐거든요. 그 노래는 사실 치하야도 소화하기 힘들어하는 곡이었어요. 그걸 아즈사씨가 그리 쉽게 부르실 줄은…….”

그런 아즈사의 모습에 치하야가 더 자극을 받아 힘내게 되었던 것도 오래전 일이다. 아즈사의 머리가 아직 장발일 때의 이야기다. 그 후 아즈사의 곁에는 불후의 명곡이 되었고, 아즈사는 가수로서 더 유명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아즈사는 그리 많은 곳을 부르지 않았다. 바로바로 새로운 곡들을 쏟아내는 요즘 아이돌에 비해 아즈사는 본인 성격에 맞추어 자신의 노래를 오래도록 방송에서 부른다. 오래라고 해도 타 아이돌에 비해 약 두 달 정도 더 유지할 뿐이다. 그 때문에 다음 곡도 충분히 준비하여 질 좋은 노래를 계속 팬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 아즈사는 만족하고 있었다. 대신 여러 앨범을 파는 것에 비해 수익은 부족하지만, 앨범 하나하나의 판매량은 타 아이돌과 수준을 달리했다.
1년 전에 비해서 둘은 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아즈사의 손을 프로듀서는 자주 잡아준다. 그녀가 길을 잃지 않도록. 그리고 아즈사는 그 온기에 푸근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그가 자신을 이끌어주는 듯 했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는 자신에게 알려주었다.
우리는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걸어가고 있다고. 서로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고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각자의 길에서 같이 걸어가고 있다고. 아즈사는 빛내는 무대 위에서 팬들과 대면한다. 프로듀서는 그런 아즈사의 무대 뒤 어두운 곳에서 웃으며 그녀를 지켜본다. 서로 명암은 다르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같이 있었다.
노을 지는 언덕을 걸어갈 때 둘은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서로의 손을 찾아 잡았다.

“벌써 가을이네요.”

아즈사가 시원한 바람에 기분 좋은 눈웃음을 지으며 그를 보았다. 주홍빛의 옅은 물감 같은 색상이 햇빛에 섞이어 점점 퍼져가고 있었다. 그 색은 아즈사의 매력을 다른 색으로 만들어준다. 이 순간 프로듀서는 깨닫는다. 
지금의 아즈사는 자신이 독점하고 있다고.
서로를 바라보고 말이 없다. 언덕을 오를 때도, 언덕에 다 올랐을 때도 서로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의 아즈사 말이 언덕에 와서 처음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대답을 바라지 않고 아즈사는 프로듀서를 보며 눈을 감는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그런 아즈사의 얼굴을 보다가 자신도 눈을 감으며 서서히 얼굴을 가까이 한다.
노을에 의해 그림자가 너무나 길어졌다. 너무나 길어진 두 사람의 그림자는 쭉쭉, 서로를 향해 대각선으로 뻗어가다가 이내 겹쳐진다.  



아즈사는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사무실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일을 정리하고서 곧 기다리는 그녀에게로 내려왔다. 둘은 장갑을 끼고서도 서로의 손을 잡는다. 손을 잡는 것까지가 서로의 거리다. 하지만 그걸로 만족한다. 서로의 곁에 서로가 같이 있다.
곁에만 있다면 그것으로 현재는 만족할 수 있다.
기다리기로 한 1년. 그 중 절반이 지났다. 기다리는 1년은 괴롭지 않았다. 이렇게 서로의 곁에서 서로를 지탱하다보면 그것조차 즐거운 일이었다. 지금의 이 거리도 즐거운데, 1년 뒤에 좁혀질 그 거리는 얼마나 즐거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둘은 겨울의 거리를 걸어간다.
눈이 쌓여있다. 세상은 평범한 말로 온통 하얗게 물들어버렸다. 하다못해 입김조차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하얀색이었다. 뿌득거리는 눈 밟히는 기분 좋은 소리가 발끝에서 들린다.

“겨울이 왔네요.”
“가을이 지났으니깐요.”

당연한 대답을 멋없게 말하는 그의 말이 어쩐지 웃겨 아즈사는 쿡하고 웃는다. 웃길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웃는 모습이 좋아 그도 웃고 만다. 
뿌득뿌득, 두 개의 다른 눈 밟는 소리가 거리에 퍼져간다. 하얀 입김과 추위가 두 사람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숨겨준다. 딱히 들킨다고 문제될 장면은 아니지만, 그래도 둘은 겨울의 하양에 감사하며 다정하게 같이 걸어간다.



봄. 이제 슬슬 푸른 새싹들이 돋아나려하고 있었다. 아즈사의 머리는 어느 사이엔가 어깨까지 길어져 있었다. 다시 돌아올 여름의 자신의 생일이면 다시 머리가 예전처럼 허리까지 자랄지도 모른다. 좋은 일이라고 아즈사는 생각했다. 단발보다 장발이 더 웨딩드레스에 어울린다고 프로듀서가 문득 중얼거리던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제가 웨딩드레슬 입을 때는 누가 옆에 있을까요?”

그 질문에 프로듀서는 시선을 회피했다. 노코멘트-. 그렇게 그는 짧게 대답했지만 그 입술은 어쩐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무엇을 상상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도 어쩐지 그와 똑같이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옆에는 소중한 그가 서 있었다. 그것만으로 어쩐지 히죽이죽 웃게 된다.

“왜 그렇게 웃으세요?”
“그러는 프로듀서는요?”

서로 히죽이죽 웃다가 서로의 얼굴을 발견하고서는 이내 서로를 보고 즐겁게 웃어버렸다.



여름. 6월 달에 아즈사는 마지막 콘서트를 마치며 아이돌에서 은퇴했다. 사무소의 모두가 자기 일처럼 기뻐하였고, 프로듀서는 별다른 말없이 간단히 수고했다고 말해주었다. 그 단순한 말이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를 끝내는 것이었다.
은퇴콘서트 후에 사무실 사람들과 회식을 하며 아쉬운 마무리를 이어간다. 그는 그 때까지도 아이돌로서의 자신을 치하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아즈사는 정말 아이돌로서의 자신은 끝났구나-하는 감상을 가지며 섭섭함과 개운함을 느꼈다.
아이돌로서 자신은 끝났다. 이제 새로운 자신의 길을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은 그가 같이 해줄 것이다.
파티가 끝난 후 아즈사는 그와 같이 집으로 돌아갔다.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의 곁에 누가 있는지 확인한다.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는 끝났다. 이제 이런 관계도 끝이다.
대신, 새로운 관계가 다시 시작 될 것이다. 그것을 믿고 아즈사는 새로운 시작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 자신의 생일이 돌아왔다. 아즈사는 기뻐하며 자신의 방에서 소중히 간직한 그의 작년 생일선물을 꺼내본다. 소중히 보관해온 보물 상자. 아즈사는 그 상자를 들어 보이며 한 곳을 보고 웃는다. 

“약속한 오늘이 왔네요. 후후, 이제 상자를 열어봐도 되는 거죠?”
“…….”
“아라~ 당신도 기다리다 지쳤다고요? 참, 그러면서 그리 강한 척 하시기는. 하지만 급한 건 없으니 천천히 열어 보죠.”

아즈사는 상자를 안고 즐거운 듯 한 바퀴 춤추듯 돌다가 이내 제자리에 멈추며 상자를 열어본다. 보라색 상자는 천천히, 그녀의 느긋한 움직임에 맞추어 열린다. 그리고 열린 그 상자에는 금색에 작은 다이아가 박힌 반지가 나타난다.

“……아라-”

아즈사는 예상했지만, 그 이상으로 귀해보이는 반지에 놀라며 조심스럽게 상자에서 반지를 꺼낸다. 그것을 그의 눈앞에서 조심스럽게 손가락에 끼어본다.
반지의 자신의 손가락에 딱 맞았다.

“아라아라~ 이건 어떤 의미일까나~?”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지만, 그 손놀림은 너무나 조심스러웠다. 혹시나 반지가 더러워질까 조심하며 그의 앞에서 손가락을 쫙 펴본다.

“후후, 이렇게 비싼 반지를 커플링으로 선물했다고 거짓말하시려나?”
“…….”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다. 아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기에, 아즈사는 그저 기쁘게 웃는다.
그러다가 생각났다는 듯 말한다.

“아, 우리 밖으로 나가요. 요즘 방안에만 있어서 데이트를 해본 적 없잖아요? 이 반지를 끼도록 허락한 건, 이제 괜찮다는 거죠?”
“…….”

부끄러운 듯 또 말이 없다. 하지만 부정하지 않았기에 아즈사는 그것만으로 기뻤다. 그의 팔에 자신의 팔을 엮어 팔짱을 낀다. 어쩐지 너무나 가벼운 것이 어디든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오랜 만에 그 언덕까지 같이 걸어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곁에 서로가 있다. 서로를 느끼고 있다. 이것보다 더 안심되고 기쁜 일은 없다. 
방안에서 나오고 그와 같이 걸어가려니 자신의 어머니가 자기들을 반긴다. 사위를 보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아즈사 어디 가니?”
“후후, 제 운명의 사람과 언덕에 좀 다녀오려고요. 저녁은 이 사람거까지 해서 준비해주세요. 같이 돌아올테니 말이죠.”
“…….”

자신의 엄마는 어쩐디 말을 이어가지 못한다. 자신의 운명의 사람도 말이 없다. 아즈사는 그래도 개의치 않고 그와 같이 어머니의 곁을 지난다. 아즈사는 걸아가면서 계속 말한다.

“그거 알아요? 너무나 몸이 가볍다는 거. 어쩐지 꼭 팔짱을 낀 것 같지 않아요. 꼭 혼자 걸어가는 것 같아요.”
“…….”
“아라~ 오늘 같이 기쁜 날에 그리 부끄러워만 하시면 어떻게 해요? 이제야 이렇게 당당히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는데.”
“…….”
“아, 이렇게 연인으로서 당당히 팔짱을 낀건 처음이군요. 그래도 익숙해져야한다고 생각해요.”
“…….”
“언덕을 올라가다보니깐 갑자기 옛날에 불렀던 ‘곁에…’가 생각나네요. 후후, 어째서일까요. 굉장히 그 노래가 그리워져요.”
“…….”
“언덕을 올라간다는 가사가 있어서일까요?”
“…….”
“아라~ 당신은 설마 거짓말쟁이가 아니겠죠? 후후, 저도 참 실 없는 소리를 하네요.”
“…….”
“이렇게 계속 제 곁에 있어주는 데 말이죠. 저, 보다시피 이렇게 머리가 다시 허리까지 길어져 버렸어요. 어때요, 웨딩드레스에 잘 어울릴 것 같나요?”
“…….”
“그렇다고요? 기뻐라~ 아, 가사 기억해요? 가사 중에 이런 부분도 있죠. ‘もし神様が いるとしたら 만일 정말로 신이 있다고 한다면’이라는- 아라,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지금과 상관없는데 말이죠. 정말, 한 달 전에 당신이 갑자기 쓰러져서 그렇잖아요. 그러니 평소에 건강에 좀 신경 쓰시라니깐.”
“…….”
“뭐, 이제는 걱정 없지만요. 이렇게 제가 곁에서 당신의 몸도 관리해줄 거니깐요. 당신이 아이돌인 저를 프로듀서로서 관리했던 것처럼 말이죠. 후후, 보이죠?”

아즈사는 노을을 향해 손을 쫙 피며 박게 웃는다. 손가락에 낀 반지가 노을에 반짝인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 빛에 아즈사는 매료된다. 그리고 팔짱을 낀 상대를 보며 말한다.

“계속- 계속 곁에 있어주시기예요? 당신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니깐요.” 

노을이 그 때처럼 그림자를 길게 늘려준다. 아즈사는 그 때처럼 그를 바라보며 눈을 감는다. 그의 온기가 느껴지면서 가까워짐을 느낀다. 아즈사는 최고의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어쩐지 눈가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슬픈일은 없을 텐데 왜 그런 걸까? 그러다가 아즈사는 그 이유를 깨닫는다.
너무 기쁘기 때문이다. 너무 기뻐서, 이제야 이루어진 사랑에 너무나 기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행복해질 일만 남았다.
그와 당당히 연인으로서 이렇게 팔짱을 끼고서 자주 데이트를 할 것이다. 자신이 아이돌을 그만두어도 그가 바쁘니 생각보다 자주 같이 있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자주 도시락을 싸주기도 하면서 그의 곁에 있을 테니깐.
그러다가 그에게서 정식으로 포로포즈를 받고 결혼을 할 것이다. 이렇게 웨딩드레스에 잘 어울리는 긴 머리가 자랐으니 틀림없이 그는 아름답다고 해줄 것이다. 그러면 자신은 기쁘게 웃고서 그를 꼬옥 안아줄 것이다.
그래, 부케는 코토리씨에게 던져주자. 자신의 행복으로 다른 사람들도 축복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계속, 계속 ‘곁에’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바닥에는 그 때처럼 긴 그림자가 움직인다. 하나의 긴 그림자만이 스스로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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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착한 아즈사씨에게 얀은 사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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