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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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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0, 2012 13:41에 작성됨.


765프로를 그만뒀다. 자의에 의해서가 아닌 명백히 타의에 의해. 계기는 사소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가 잘 어울리는 아이돌, 765프로의 가희인 치하야와 주말에 음악CD를 사기 위해 돌아다녔을 뿐이었다.
그 뿐이었다. 하지만 같이 음료수를 사서 공원 벤치에 앉아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질이 나쁜 저급한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찍혔다.
키스를 한 것도 아니고, 껴안은 것도 아니었다. 단지 우연히 서로 음료수를 집다가 손을 맞잡았을 뿐이다. 단지 그런 사진만으로 일을 부풀려 스캔들을 크게 만들었다.
나의 부주의가 일으킨 일이었다. 
아이돌들은 더 이상 내가 처음에 왔을 때처럼 무명이 아닌, 지금은 잡지의 판매량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는 A랭크의 인기 아이돌이었다. 그것을 오랜만의 여유로 잊고 있던 것이다.
아이돌들은 서서히 톱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하나인 치하야가 그 길을 나 때문에 망칠 위기에 놓여있게 되었다. 어쩔 수 없다. 이 스캔들을 끝내기 위해서는.

“자네가 그만 둔다고 끝날 일이 아니야.”
“맞아요 프로듀서! 프로듀서가 그만둔다면 오히려 그걸 빌미로 일을 더 크게 만들지도 몰라요!”
“다른 방법이 있을 거에요. 좀 더 신중히!”

내 뜻을 전했을 때 사장은 곧바로 반대를 했다. 더불어 리츠코와 코토리씨도 반대를 했지만 난 완고하게도 내 뜻을 이어갔다.

“지금 당장은 피할 방법이 있다 해도, 이미 스캔들이 났던 프로듀서가 계속 곁에 있는 건 아이돌 이미지에 좋지 않습니다.”

아이돌의 스캔들은 이래서 치명적이다. 아무리 거짓이라 해도, 나중에 거짓이라 밝혀져도 그 대상이 계속 곁에 있으면 사람들은 또 다시 의심을 하게 된다. ‘거짓이라 밝힌 사실’을 거짓이라 의심하게 된다. 즉 난 더 이상 765프로의 프로듀서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더 이상 난-
어떤 아이돌의 프로듀서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스캔들을 일으킨 프로듀서를 고용할 사람도 없고, 나도 그 아이돌에게 피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 
이 사실을 이미 세 사람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날 끝까지 감싸주려는 그 행동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우리의 아이돌들을 톱 아이돌로 이끄는 거. 그게 저의 꿈이었습니다. 그러니-” 

난 잠시 말을 멈추고서 회의를 위해 비어버린 사무실 안을 보았다. 
……이제 더 이상 올 수 없는 이곳.

“그 꿈을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내 확고한 의지에 결국 코토리씨는 울어주었고, 리츠코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장은 말 없이 나를 쳐다보다가 내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수고했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은 더는 사무실에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셨다. 난 코토리씨를 보았다.

“하하,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럼 아이돌들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리츠코?”
“……네.”

리츠코와 시선이 마주치자 웃어보였다.

“이후를 부탁할게. 아마 새로운 프로듀서가 올 때까지는 힘들겠지만, 우리 아이돌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프로듀서는 너뿐이니깐. 부탁할게.”
“네…… 우윽!”

결국 눈물을 흘리며 울음소리가 나올 것 같은 입을 막고 리츠코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샤워실에서는 강하게 튼 샤워기물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이렇게 난 765프로를 그만두었다.


아이돌들에게 내 뜻을 전하는 건 사장님과 코토리씨, 리츠코에게 부탁했다. 직접 본다면 더욱 떠나기 힘들고, 그 후 아이돌들의 반응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사이가 좋아졌던만큼, 이런 식의 이별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원래 준비하려 했던 스캔들의 해명은 무산이 되었다. 때 맞힘 우리들의 스캔들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스캔들을 쥬피터가 터트려 주었기 때문이다. 쿠로이사장이 손을 쓰기도 전에 터진 그 스캔들은 그 내용 때문에 우리가 금방 묻혀버렸다.
이럴 때는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은 모두 잊어버리게 된다.  
덕분에 해명 때 만났을 지도 모를 아이돌들을 만나지 않아도 되었다. 
휴대폰은 꺼놓았다. 컴퓨터를 켜놓으니 아이돌로부터 많은 메일이 와 있었다. 읽지 않고 삭제를 하였다. 약해질 마음을 다잡을 자신이 없었다. 짐을 정리해 놓고 고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2달 정도 고향에 있으며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맞추고, 그곳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준비했다. 이번 스캔들로 얼굴이 알려줘 바로 취업하기가 힘들었고, 거기다 연예계 일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노력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 난 매일 술을 마시게 되었다. 피지 않던 담배도 찾았다.
성실했던 만큼 적금은 또래에 비해 제법 많았지만, 평생을 놀고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난 술과 담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힘들고 답답했다.
이제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 힘들었다. 그리고 아이돌을 위해 노력했던 그 시간들이 기억나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정신적으로 힘들어 술과 담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내 꿈이었고, 목표였다. 그것이 한순간의 실수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내 스스로도 중독이 되어 가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자제할 수 없었다. 더불어 성격도 거칠어지고, 괜히 치하야를 원망하기까지 하다가 내 잘못임을 자각하기를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아이돌들과 헤어지고 술에 빠져산지 4달.
밖의 슈퍼에 술과 담배를 사러 나갔다 온 어느 날, 그녀는 우리 집 앞에 있었다.
그녀, 키사라기 치하야가.

“…….”

그녀를 보고 놀랐다. 어떻게 찾아온 것일까? 몸이 흔들렸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머리가 어지럽고 중심을 잡기 힘들었다.

“저기……. 사과를 하고 싶었어요.”

역시 그 성격대로 내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던 것 같다. 아마 그녀 성격이라면 나를 따라 아이돌일을 그만두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주위 어른들과 프로듀서인 리츠코가 필사적으로 말렸겠지. 지금 그만두면 내 희생이 의미 없어지는 거라고. 보답하는 것은 아이돌로서 성공하는 거라고.
……사실 이제 와서는 치하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우습게도 프로듀서일을 그만두고 나니 처음 두 달만 신경 쓰게 되지, 술에 빠져 산 뒤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됐다. 이제 그녀들은 나와는 완전한 남남이었다. 그녀들이 성공하든, 망하든 나랑은 상관이 없었다. 그녀들이 어찌되든 지금의 내 인생은 더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사과라, 예전이라면 친절하게 말해주었지만 그 또한 어찌되든 좋다.

“사장님에게 이야기를 들었지?”

내가 시선이 맞지 않는 눈으로 묻자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코토리씨와 리츠코에게도 들었지?”
“네.”
“그럼 잘 알고 있겠네.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말을 할수록 목소리와 말투가 거칠어져 갔다. 알던 모습과 달라서인지 치하야가 움찔 몸을 떨었다. 생각해보니 지금 내 모습 상당히 엉망이다. 머리도 다듬지 않고, 수염도 깍지 않고. 더불어 술냄새가 장난이 아닐 것이다.

“그럼 잘 가.”

그렇게 말한 후 집 문에 열쇠를 꽂고 돌렸다.

“저기…….”
“더는 할 말 없어. 널 원망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하지 말고 아이돌 일이나 열심히해.”

그렇게 차갑게 말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집에 돌아갔는지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설사, 그녀가 울 것 같은 눈으로 날 보았다해도 말이다.
다음 날 아침, 술에 깨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후 간단히 세수를 했다. 거친 수염이 제법 길었다.
면도를 해야 할까?
그러다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면접도 없다. 오늘은 이 상태로 있어도 좋다. 아침을 먹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침대에 누워있다가 술과 담배가 다 떨어졌음을 알고 귀찮지만 사러 나왔다. 문 앞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녀가 있었다.
옷을 보니 밤을 센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일이 끝나고 다시 찾아온 것일 거다.

“저, 프로듀서…….”
“이제 프로듀서가 아니야.”

그렇게 답하고 곧 바로 계단으로 향했다. 내 대답에 상처를 받은 듯 그녀는 울 것 같았다. 아니, 울었을 것이다. 계단을 내려갔을 때 흐느끼는 소리가 아주 작게나마 들렸으니깐.
슈퍼에서 대충 안주와 술을 사고서 집으로 돌아오니 그녀는 우리 집 문에 기대어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자 이번에는 밝게 웃었다. 어떻게든 밝은 분위기로 바꾸기 위해 자기답지 않게 노력하는 것 같았다.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하루카라면 자연스럽게 되었을테 지만, 그녀는 그것이 아주 어색했다.

“저, 프로…….”
“프로듀서가 아니야.”

그렇게 말한 후 문에 열쇠를 꽂으려 했다. 그녀는 당황하다가, 이내 내 손에 들린 비닐 봉지 속의 술병을 보더니 이내 내 팔을 잡았다.

“저, 매일 술만 드시는 거에요?”

난 대답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그래서는 몸에 안 좋아요!”

그녀는 나름 엄하게 말했지만, 난 귀찮을 뿐이었다. 더는 그녀에게 상냥하게 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를 노려보며 지금 감정을 그대로 말했다.

“너 귀찮아. 왜 계속 찾아오는 거야? 더는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 일이나 열심히 해.”
“남, 남이라니!”
“그만 꺼져주지 않을래?”

내 마지막 말에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눈물이 떨어지기 전에 난 차갑게 문을 닫았다.


그날은 회사면접이 있었다. 그리고 결과를 듣지 않아도 알았다. 그들은 내 얼굴을 알고 있었다. 연예계랑은 전혀 관련 없는 회사였는데……. 아마 한 달은 더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몸을 깔끔히 하고 나왔는데 의미가 없어졌다. 슈퍼에 들러 술을 사갖고 갔다. 그리고 오늘은 그녀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에 아이돌일이 바빠 안 오더니, 다시 온 것이다. 심한 소리를 듣고 찾아오다니, 나름 강해진 듯하다.

“오늘도 술이신가요?”
“…….”

대답하지 않고 곧 바로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녀가 내 팔을 잡았다.

“술만 드시면 몸에 안 좋아요!”
“너랑 상관 없다고 했을텐데.”
“상관있어요!”
“없어. 난 더는 너의 프로듀서가 아니니깐.”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 작게 부탁했다.

“……그럼 최소한 식사라도 제대로 해주세요. 재료는 제가 갖고 왔으니, 들어가서 만들게만 해주세요.”

그녀의 손에는 슈퍼에서 산 듯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바구니가 있었다. 난 그 부탁을 거절했다.

“내가 뭐 때문에 프로듀서 일을 그만뒀는지 잊었어?”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으려 했다.
그 순간, 닫히는 문 사이로 치하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듀서-”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아팠다. 속도 안 좋은 것이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다. 어제의 기억이 없다. 필름이 끊긴 건 처음이었다.

“아, 머리야.”
“아, 일어나셨어요 프로듀서?”

부엌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놀라 그 쪽을 보니 치하야가 있었다. 왜 그녀가?

“왜 네가 있는 거야?”
“……기억 안 나세요? 어제 프로듀서가 들여보내줬잖아요. 저녁 만들어주게 해달라는 제 부탁에…….”

그랬었던 건가? 술 때문에 기억이 안 난다. 

“……우리 집에서 잔거야?”
“네, 아침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 원래는 아침만 만들고 바로 가려고 했는데 죄송해요.”

그녀의 행동에 위화감이 느껴진다. 왜 긴머리로 오른 쪽 뺨을 가리는 거지?
……설마?

“차하야, 오른뺨 좀 보여줘.”
“에, 네?”

내 말에 그녀가 당황했다. 그 모습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

“아, 안돼요!”
“보여줘!”

거칠게 가리려는 손을 치우고 머리카락을 치웠다. 뺨이 붉게 부어있었다. 

“너, 이뺨…….”
“아, 아니에요! 프로듀서가 그런게!”
“……역시 내가 그런거구나.”

어째서? 설마 술 먹고 감정이 격해져서. 난 그녀의 몸을 자세히 보았다. 복장은 흩으러지지 않았다.

“그 외에 내가 이상한 짓 하지 않았어?”
“프로듀서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어요!”

 난 내가 누웠던 자리로 돌아와 침대 위를 들쳐보았다. 내가 잔 흔적외에는 별다른 흔적이 없었다. 그녀의 말은 진실인 듯 했다. 그녀에게로 돌아와 그 손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프로듀서?”
“돌아가.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마.”
“프로듀서!”
“……그리고 미안해.”

그녀를 억지로 밀어 밖으로 내보낸 후 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쌌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상관없다며,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다 해놓고서는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르다니. 술 때문인가?
자괴감에 한 동안 그대로 있었다.
그 후로도 치하야는 날 계속 찾아왔다. 그리고 그 때마다 그녀를 돌려보냈지만, 다시 기억을 잃을 때가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일어나니 그녀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녀 옆에는 내가 던진 듯한 재떨이가 있었다. 

“미안해, 미안해 치하야.”
“괜찮아요. 제가 프로듀서에게 한 짓에 비하면…….”

그럼에도 그녀는 오히려 나에게 미안해하며 자책하고 있었다. 
그 후로 난 술과 담배를 끊었다. 더 이상 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없었다.
그리고 더는 날 찾아오는 치하야를 내쫓지 않았다. 더는 그녀를 멀리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제와 그런 심한 짓을 한 내가 그녀를 내쫓을 뻔뻔함이 없었다.

“프로듀서, 이제 저 아이돌을 은퇴할까 해요. 정확히는 은퇴가 아니라 가수 쪽을 전업하려 해요.”
“그래? 드디어 꿈을 이루는 거구나. 축하해.”
“네. 고마워요, 프로듀서.”

날 프로듀서라 부르는 그 말에도 더는 태클 걸지 않았다. 그보다 취업이 문제다. 

“저기, 프러듀서.”
“응?”

난 취업전단지를 보던 시선을 치하야에게 돌렸다.

“제가 가수로 전업하면 다시 한 번 제 프로듀서가 되어주실 수 없을까요?”

난 시선을 다시 취업전단지로 돌렸다.

“안 되는 거 알고 있잖아.”
“…….”

치하야는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내 밝게 웃었다. 그녀의 손에는 술병이 들려있었다.

“그럼 절 축하해주지 않으시겠어요? 전 마시지 못하니 프로듀서가 대신.”
“……술 말고 쥬스로 안 될까? 술은 위험해. 알잖아 치하야?”
“한 병 정도도 안 되나요?”

순간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술을 끊긴 했지만 싫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순간 나도 모르게 ‘한 병 정도는…….’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리고 치하야와 같이 조촐하게 축하파티를 하였고, 다음 날 아침 또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나고 말았다.

“미안해, 미안해 치하야. 평생, 평생 널 책임 질테니…….”
“……후후, 기뻐요 프로듀서. 그럼 다시 저의 프로듀서가 되어주시는 거죠?”
“응. 그럴게.”

치하야의 팔에 감긴 붕대를, 그 속에 흉터로 남을 정도로 생긴 큰 상처를 난 이 아이에게 내고 말았다. 그 후 난 다시 치하야의 프로듀서가 되었고, 얼마 안 있어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와 연인이 되었다. 그녀의 팔에는 여전히 내가 낸 흉터가 나 있었다.
술에 취해 기억에 없는, 식칼로 낸 듯한 상처가.


-치하야
“그만 꺼져주지 않을래?”

프로듀서에게 심한 소리를 들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 때문에 그는 이렇게 망가진 것이다. 그가 나를 원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그를 그대로 놔둘수는 없다. 이대로 망강져 가는 그를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한동안 바빠서 그를 찾아가지 못하다가 겨우 시간이 나 마취약을 준비해 다시 그의 집 앞으로 갔다. 오랜 만의 만나 그는 깔끔한 모습이었다. 취업면접이라도 보시고 오는 길인가?
하지만 그의 손에는 술병이 담긴 비닐봉지가 있었다.

“오늘도 술이신가요?”
“…….”

그는 대답하지 않고 그냥 문을 열려고 했다. 난 그런 그의 팔을 잡아 간절하게 부탁했다.

“술만 드시면 몸에 안 좋아요!”
“너랑 상관 없다고 했을텐데.”
“상관있어요!”
“없어. 난 더는 너의 프로듀서가 아니니깐.”

난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작게 부탁했다.

“……그럼 최소한 식사라도 제대로 해주세요. 재료는 제가 갖고 왔으니, 들어가서 만들게만 해주세요.”

난 손에 든 미리 장을 봐온 바구니를 보이며 말했지만, 그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내가 뭐 때문에 프로듀서 일을 그만뒀는지 잊었어?”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으려 하셨다. 그래, 나 때문에 그리 되셨지. 이런 사소한 일이 스캔들이 되어서. 하지만 이제는 상관 없어.

“프로듀서-”
“응?”

그리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현관에서 그는 원룸 안으로 넘어졌고, 난 그 위에 올라타 그의 입을 마취제를 뿌린 손수건으로 막았다. 그는 놀란 듯 버둥거리다가 곧 추욱 늘어졌다. 
이러면 된다. 더 이상 술을 마시게 할 수 없다. 그가 사온 술병은 내용물을 변기에 버린 후 마신 것처럼 해놓았다. 그의 방안은 굉장히 더러웠다. 제대로 정리를 안 한 듯 했다.
난 묵묵히 방을 치우고, 그를 침대로 끌고 가 눕혔다. 옷은 겉옷만 벗겨 놓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옆에서 같이 잠들었다. 오늘은 그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그의 아침을 준비했다. 같이 잔 것을 알면 그가 놀랄 테니 바로 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다 잘못해 문에 뺨을 부딪혔다. 이래서는 누군가에게 맞았단 오해를 받을지 몰라 머리카락으로 가렸다. 
하지만 그 얼굴은 생각보다 빨리 깬 프로듀서에게 들켰다, 이일로 프로듀서는 죄책감을 가졌다.
그 순간, 난 깨달았다. 이런 내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는 그를 보고. 
그 후 그를 매일 찾아갔다. 하지만 이 후 그는 술을 마시지 않아 계획을 실행할 수 없었다.
그러다 겨우 그가 술을 마신 날 찾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처럼 그를 마취제로 재워놓은 다음에 그가 아직 마시지 않은 술병도 내용물을 벌여 그의 근처에 두었다. 이러면 누가 보더라도 만취해 잠들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난 그의 재떨이를 집어들었다.

“……프로듀서. 이제 절 거부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 재떨이로 내 머리를 때렸다. 아팠다. 하지만 혹도 나지 않았다. 이정도로는 안 된다. 
퍽!
이 정도로 부족하다. 다시
퍼억!
머리에서 피가 흐른다. 피가 흐르는 머리를 거울로 본 후 웃었다.

“……후후. 이거면…….”

머리를 붕대로 싸맸다. 하얀 붕대에 피가 번져갔다. 아팠지만 웃었다. 이 정도라면 프로듀서는 앞으로 날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날 밀어내기 보다는 책임지려 할 것이다.
웃으면서 고통에 잠들었다. 그 날은 나보다 프로듀서가 먼저 일어났다.

“미안해, 미안해 치하야.”

사과하는 그에게 난 진심으로 미안해 말했다.

“괜찮아요. 제가 프로듀서에게 한 짓에 비하면…….”

아팠다. 하지만 이후 계획대로 그는 날 거부하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밀고 나가면 그는 다시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부족하다. 날 거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돌아오지도 않았다.
그래, 상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는 사라지지 않을 상처를!
날을 잡아 난 축하를 명목으로 그에게 다시 술을 먹이다가, 그대로 마취약을 살짝 섞어 그를 잠들게 했다. 
자고 있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만지고서 그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집에 있는 식칼을 집어 들어 그의 앞에 서서 내려다보았다.

“이러면 평생 사라지지 않겠죠? 그럼 프로듀서, 아니 P씨는 평생 절 책임져주시겠죠?”

난 식칼을 그대로 내 팔에 가져갔다. 속목은 피가 너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래서 팔목에 가져갔다.

“후후, 잘 부탁드려요, 평생-”

그대로 식칼을 그었다.
이 후 그는 나에게로 돌아왔다. 아니, 나만의 프로듀서가 되어주었다. 많은 아이돌을 책임지는 것이 아닌, 나만을 책임져 주었다.
흉터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사라질 뻔 했지만 그 때마다 칼로 그어 이제는 확실히 사라지지 않게 남아버렸다. 그 흉터를 보고 괴로워하는 그에게 미안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흉터 덕에 그는 나의 고백을 거절하지 않고 연인이 되어주었으니깐.
그리고 연인이 된 후 내가 20살이 되었을 때, 그는 나에게 프러포즈 해주었다.
난 너무나 행복하다. 우리의 사랑은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다.
이 흉터처럼 말이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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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가 평범하게 행복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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