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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라 우즈키가 어른의 계단을 오른 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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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4, 2017 22:57에 작성됨.

 그것은 우리 뉴 제너레이션즈가 데뷔 무대 3주년을 맞은 기념의 스페셜 라이브가 있던 날 밤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때 나와 시부린, 시마무, 그리고 우리의 프로듀서는 호프집을 겸한 카페에서 당일의 라이브 이야기, 그리고 3년 전 데뷔 무대의 이야기를 가지고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프로듀서를 포함시켜도 될지 고민하였으나, 마음속으로는 파안대소하였으리라 믿고 함께 적기로 하자) 그 가게는 우리의 뒤풀이를 위해서 그 밤 동안만 잠깐 빌린 작은 가게라서 우리 이외의 사람은 없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아무튼 그때, 이 혼다 미오 역시 특유의 쾌활함을 발휘하여 대화를 이끌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나는 그때 마음속 어딘가에서 상당히 불편한 가시 같은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누가 원인인 것이 아니라, 이 날, 이 라이브가 지니는 의미가 나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데뷔 무대. 그 어떤 아이돌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 무대를 별로 아름답고 유쾌한 순간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그날의 마무리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날의 마무리가 좋지 못했던 것은, 무엇을 숨기랴, 전적으로 나의 탓이다. 하여 그 날이 되면 나는 유달리 감정적으로 약해진다. 약해진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 나는 더 활기찬 목소리로 말하고 더 밝은 표정으로 미소짓는다. 아마 다른 세 사람도 그런 내 심사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일부러 데뷔 라이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게 느껴졌으니까. 그래서 내가 데뷔 시절의 이야기에서 화제를 돌리려고 하필 그런 말을 꺼냈을 때 다들 맞장구를 쳐주었던 거겠지.

  

 “맞다, 시마무! 시마무 이젠 술 마실 수 있지? 여기 맥주도 파니까 한 번 마셔 보면 어때?”

 

 “네….? 술이요?”

 

 “응응! 우린 아직 틴에이저지만, 우리 시마무 언니~는 스무 살이잖아? 생맥주 같은 거 기울이면 좀더 어른스러워 보일지도!”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였다. 동경할 게 없기로서니 뭣하러 음주가무를 동경하느냔 말이야. 그때의 나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그때는 정말 ‘술'이란 게 어른들을 위한 특권으로 보였단 말이죠. 다들 한번쯤은 그런 생각 하지 않나요? 카에데씨라든가 사나에씨가 술 이야기를 하는 걸 볼 때마다 ‘과연, 저게 어른의 매력인가!’라는 느낌이 어느 정도는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른들의 술자리에 끝까지 껴본 적이 없는 내가 그 끝이 얼마나 참혹하고 카오스적인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결론이 뭐냐면, 그때의 나의 바보 같은 주둥이를 냅다 쳐주고 싶다.

 

 “어, 어른…. 언니인가요… 알았어요! 시마무라 우즈키, 생맥주 열심히 마시겠습니다!”

 

 “시마무라 양, 이전에 술을 마셔본 적이 있으십니까?”

 

 “아니요. 헤헷, 실은 지금이 술 첫 도전이에요!”

 

 “헤에, 우즈키는 대학 같은 데서 마셔본 적 없는 거야?”

 

 “헤헤, 뭐랄까… 스케줄이 바쁘니까요. 그런 동기 모임 같은 데는 낄 틈이 잘 안 나더라구요. 어쩌다 참석해도 오래는 못 있고… 그리고 솔직히 너무 주목받으니까 좀 불편한 점도 있고요.”

 

 아, 그건 알 것 같다. TV에 나오는 아이돌이 같은 과 모임에 참석한다, 그것만으로 뜻하지 않게 주인공 취급을 받게 마련이다. 나도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 참석한 OT 때 그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분명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을텐데 어느샌가 40여 명의 기자들을 앞에 둔 인터뷰 회장이 되어 있었지. 임기응변과 친화력이 자랑인 미오양이지만 곤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돌 하고 있는데 꼭 대학을 다녀야 하나? 라는 생각도 했지만, 프로듀서가 ‘많은 것을 배워놓으면 더 많은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법입니다' 라면서 가끔이라도 좋으니 대학 공부를 할 것을 권했기 때문에 셋 다 일단은 대학에 진학한 것이다. 나는 연극영화과, 시부린은 실용음악과, 그리고 시마무는 무용과. 뭐 보면 아시겠지만 송충이는 솔잎만 먹는다는 딱 그짝이지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즉 시마무는 이 날의 생맥주 한 잔이 인생 최초의 음주 경험이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당시까지 우리는 그 누구도 깨닫지 못했다.

 

 “그치만 저 혼자서 마시기는 좀 그런데… 프로듀서님도 같이 마셔주실래요?”

 

 “예? 저 말씀입니까?”

 

 “그거 좋네. 우린 주스에 커피인데 우즈키 혼자만 술 마시고 있으면 어째 붕 뜨잖아. 프로듀서도 같이 술 상대 해 줘.”

 

 “아니, 하지만… 저는 조금 있다 차로 여러분을 모셔야 하기 때문에, 음주는 안 됩니다.”

 

 “후후후… 변명이 무르군, 프로듀서!”

 

 “?!”

 

 “설마 우리가 그런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고 본 겐가! 괄목하여 보게나! 내 손에 들려있는 이것을!”

 

 “그, 그건…. 운전 면허증!?”

 

 “와아. 미오, 면허 있었어요? 언제 딴 거예요?”

 

 “학기 시작하기 전에. 깔끔하게 따놨지. 후후후, 이것으로 프로듀서의 쥐구멍은 봉쇄되었다! 운전은 이 리더 미오님에게 맡기고, 얌전히 잔을 받으시게, 프로듀서!”

 

 뭐, 굳이 꺼낸 얘기는 아니지만 따는 데 고생 좀 하긴 했다. 운전이야 금방 익숙해졌지만 연습을 할 짬이 별로 안 났던지라. 하지만 만약 유닛 안에 운전이 가능한 멤버가 있으면, 뉴제네의 활동도 좀 더 유동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자투리 시간을 거듭 투자해서 받아내고야 만 게 이 자그만 종이조각이다. 더 쓸일이 많을 것이란 생각에 까다롭더라도 대형차 면허로 땄다. 아카네찡이랑 함께 교습을 받았는데, 이번 시험에서 아카네찡은 필기는 턱걸이로 통과했으나 실기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액셀 홀릭'이라는 명예로운 별명과 함께 말이지. 여러분, 앞에 방지턱이 있을 때는 ‘장애물이 앞에 있을 때야말로 진정 불타올라야 할 순간입니다!’ 라는 말을 하면서 액셀을 밟으면 안 돼요. 솔직히 아우토반 전용 면허라도 발부하지 않는 이상 아카네찡이 운전하는 차를 탈 날은 요원할 것 같다. 더 솔직해져 볼까? 타라고 해도 거절할 겁니다.

 

 “미오는 대단하네요! 저는 아직 면허가 없는데… 언니인데도, 우우…”

 

 “괜찮아 우즈키. 나도 없는 걸. 그보다 프로듀서, 프로듀서 것도 시켜도 돼지?”

 

 “하아…..네. 대작 잘 부탁드립니다. 시마무라 양.”

 

 “헤헷, 네! 잘 부탁드려요 프로듀서님.”

 

 조금 있다 500cc 생맥주 두 잔이 시마무와 프로듀서 앞에 나왔을 때, 시마무는 ‘와아~ 진짜 언니 같은 기분이에요!’ 라며 또 해맑게 웃었다. 일단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진짜 언니십니다. 그 와중에 시부린은 맥주잔을 들고 싱글거리는 시마무의 얼굴을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다. 누가 보면 이쪽이 술 가르쳐주는 줄 알겠네.

 

 아무튼, 두 사람은 맥주로 그리고 나와 시부린은 주스로, 이번 3주년 기념 라이브의 성공 축하와 더불어 향후 뉴제네의 왕성한 활동을 기원하는 건배를 나눴다. 그리고 프로듀서와 시마무의 입술 속으로 그 망할 음료가 들어갔는데….

 

 비극은 이렇게 해서 그 서막을 열었다.

 




 

 “에헤헤, 에헤헤, 에헤헤~ 왠지 기분 좋네요오~.”

  

 생맥주를 반 잔 정도 들이킨 시점에서 시마무는 완전히 헤번주그레해졌다. 아니 뭐 평소에도 상시 미소 모드이긴 한데, 뭐랄까, 그 상태는 생글생글하다기보다 실실거린다는 느낌? 그렇다고는 해도 취한 상태에서도 웃다니, 미소가 본능에 박혀있는 것인가 하고 쓸데없이 감탄했다. 역시 우리 시마무, Born To Be Idol 다운 미소의 프로로다! 참고로 시부린은 그런 시마무를 보면서 ‘우즈키… 취한 모습도 귀엽네…’ 라고 중얼거렸다. 동감이긴 하지만서도. 그러니까 이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다.

 

 “후훗, 우즈키 벌써 취했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예.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혼다 양, 부탁드려도 될까요?”

 

 “옷스 옷스 밧치시! 이 미오님의 두뇌에는 이미 시마무와 시부린의 주소 데이터가 다 입력되어 있다구.”

 

 “미오도 참 자신만만하네. 그러다 헤매게 되면 체면 어떡해?”

 

 “에에~ 벌써 가려구요? 더 있다 가요오~.”

 

 “쿡쿡, 시마무. 계속 마시고 있다간 우리한테 창피한 꼴을 보여주게 될 것 같은데?”

 

 “차앙피~? ….미오는, 내가 창피해요?”

 

 “응? 아니아니, 지금 시마무 모습이 완전 풀어져서―”

 

 “창피하며언! 그냥 창피하다구 말해애!!!”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었다. 화났나? 하고 얼굴을 살펴보니 웃음기 가득한 얼굴 그대로다. 아까보다 훨씬 시뻘개져 있긴 한데…. 아무래도 시마무가 술 때문에 좀 예민해진 것 같네, 하하하. 그러면서 적당히 설득해서 데리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마무가 선수를 쳤다.

 

 “나두 아라요. 나 챙피하지? 언니인데. 언니가 되가지구, 아무것도 모타구. 술도 못먹구~ 운전도 모타구~ 나 같아두 챙피할 거야, 으응.”

 

 “아, 아냐 시마무. 그런 게 아니라, 시마무도 더 못 마실 것 같으니까, 이제 여기까지 하자는…”

 

 “글쿠나~ 내가 술을 잘 못 먹어서 그런 거네? 그래서 다들 이렇게 일찍 가는 거구나…. 미안해여어~ 미안해애~.”

 

 그러면서 시마무는 뭔가 분한 표정으로 반쯤 남아있던 맥주잔을 번쩍 들더니, ‘나 아직 더 머글 수 이써여! 이 까잇 거! 이까 꺼 때문에 우리 린이랑 미오가 가야 된다니~ 에잇, 나쁜 술!’ 이런 영문을 알 수 없는 매도를 술에다 쏟아붓더니 냅다 들이켜버렸다. 대충 봐도 200cc는 남아있던 것 같은데?!

 

 “뿌하~ 봤져? 나 아직 더 마실 수 있는데? 그러니까아, 다들 자리에 안자요. 더 놀자~”

 

 “아니, 우즈키 때문이 아니라니까. 그냥 시간이 늦어서 그래. 봐, 벌써 열한 시 반이잖아? 좀 있으면 날이 바뀌니까.”

 

 시부린은 스마트폰 시계를 보여주며, 시마무가 술을 앞으로 한 드럼통 마실 수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늦었으니 더 이어가기 곤란하다고 설득을 시도했다. 하지만 시마무는 시부린의 착실한 설득에 피식 웃더니,

 

 “아하하! 그게 뭐야~ 리인, 바보에여? 왜 그래애~?”

 

 “으, 응? 바보?”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있을 수 있는 건, 열두 시 까지라구여?”

 

 “그, 그렇지. 그런데 그게 왜?”

 

 “그치만 여기느은! 무도회가 이미 끝났으니까! 열두 시 넘게 이써두 된다, 이거예요~ 헤헤헷!”

 

 “무, 무무, 무슨 논리지? 뭔가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되는 것 같기도 한…..?”

 

 취한 시마무의 궤변에 순간적으로 착란 상태에 빠진 시부린에게, 시마무가 와락 안겨들면서 말했다. “우즈키는 린이랑 더 있구 시퍼어~” “에? 그, 그런가? 조금만 더 있는 정도는 괜찮….을지도?!” 글렀다! 시마무의 3인칭화 + 스마일 + 포옹 어택에 시부린의 두뇌는 완전히 스턴 상태! 도저히 냉정한 판단을 기대할 수 없어! 이렇게 되면 리더인 내가 나설 수밖에. 그렇게 마음먹고 시마무를 데리고 나가려는 내게 시마무가 버럭했다.

 

 다시 말한다. 버럭했다고. 그 시마무가!

 

 “떽! 언니가 안즈라면 안자야지, 미오! 안자!”

 

 “???!!!”

 

 아, 안즈라면 안즈라구요? 저 이제부턴 혼다 안즈인 겁니까? ….그런 말장난이 순간 떠오른 걸 보면, 내가 어지간히 당황했거나 카에데씨한테 어지간히 물들었거나 둘 중 하나다. 아무튼 이때가 되어서야 난 사태가 굉장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았다. 그런 와중에도 시마무는 헤실헤실 거리는 얼굴로,

 

 “어쭈? 어쭈우? 언니가 말하구 이짜나 언니가. 니들, 언―니― 말이 안 들려? 얼렁 안자야지! 못써요! 떽!”

 

 나와 시부린은 난처한 표정으로 잠시 시선을 교환하다가 프로듀서를 쳐다봤다. 이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 그건 아마도 영업직으로서 온갖 종류의 취객들을 상대하는 데 잔뼈가 굵었을 이 자리 유일의 어른다운 어른, 프로듀서뿐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프로듀서가 돌덩이가 된 것처럼 멈춰 있다.

 

 “.........!!!!!!!!”

 

 “프, 프로듀서?”

 

 “시, 시, 시마무라 양이 저, 저, 저, 저런 말을…. 제, 제제제가 뭔가 서운하게 해 드린 게 있는 걸까요….?”

 

 “틀렸어! 이 사람도 패닉 상태야!”

 

 미소의 여신이었던 시마무의 저런 모습을 보고, 순간적인 상황 변화에 반응하지 못한 건가! 생각해보니 우리 프로듀서 의외로 임기응변력이랄까 방어력 낮았어! 큰일 났다. 시마무를 누군가 말려야 하는데…. 라고 우려의 마음을 담아 시마무를 다시 쳐다보니, 갑자기 앞 테이블에 2000cc짜리 커다란 생맥주통이 나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언제 시켰어! 그것도 2000cc?? 야, 점원 나와! 장사만 하면 장땡이란 거냐!

 

 “그은데 있자나, 오늘 우리~ 데뷔 무대 그거… 그거자낭, 그치?”

 

 이젠 완전히 존댓말 스위치가 꺼진 채로 시마무가 말했다. 데뷔 기념 라이브 말인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말투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여전히 완전 큐트하긴 한데, 기묘한 불안감이 불쑥불쑥 치솟는다.

 

 “우리 그때애~ 미오, 막 울면서 나갔자나, 그거. 언니 화났다구우?”

 

 “....!!”

 

 심장이 잠깐 멈췄다.

 

 프로듀서와 시부린도 정신을 차리고 나와 시마무를 보고 있었다.

 

 취한 상태에서 그 얘기를 꺼낼 줄이야. 역시 마음 한쪽으로는 못마땅해 하고 있었던 건가. 그야… 그야 당연하겠지. 인생에 한 번 뿐인 데뷔 라이브였는데, 내 어리석음과 한심함 때문에 데뷔 하루 만에 유닛이 파탄날 뻔했다.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 오히려, 그런 바보짓을 저지르고 돌아온 나를 계속 리더로 있게 해준 게 놀라운 거다.

 

 하지만, 하지만 역시 맨투맨으로 이렇게 듣게 되니, 버티기 힘들다. 벌써부터 속이 쓰려와…..

 

 “쉴 때 쉬더라도, 전화는 받아줄 수 있는 거자나!”

 

 “으, 응?” 뭔가 내 예상과는 다른 포인트에서 화가 나 있는데.

 

 “우리 미오가, 무지 상심한 거 가타서, 얼굴 보구, 꾸욱― 안아주려구! 그러려구 그랬는데! 전화를 안바드니까, 가치 이써줄 수가 업짜나!”

 

 혼자 그러케 부담 지지 말구 언니한테 기대써야지, 흥흥! 이라며 나를 야단치는 시마무. 일어나서 몸을 숙이더니, 손가락으로 내 양쪽 볼을 꾸욱 잡아 늘인다. 어라? 어라라?

 

 “우뤼 미오, 언니한테 시원~하게 얘기해주지 않은 거, 잘해써여 잘못해써여?”

 

 “자, 잘못했어요….”

 

 “웅, 웅!” 시마무는 내 뺨에서 손을 떼며 환하게 웃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입꼬리가 올라갔네. “첨부터 그러케 말해쓰면, 그냥 술 한 잔 나누면서 다아 털어버렸을 거 아니야아!” 아니,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 그땐 시마무도 고딩이었잖아. 그보다 시마무 몇 시간 전에 처음 술 마신 거잖아. 왜 ‘술은 인생의 친구!’ 같은 발언을 하는 거야. 너무 쉽게 친해지는 거 아니야?

 

 “아푸로는 울고 시픈 일 있으면 꼭 언니한테 말해야 대. 가치 울어줄 테니까. 알아찌? 약속!”

 

 “야, 약속….”

 

 뭐, 뭐랄까. 취해 있기는 하지만…. 역시 시마무는 시마무구나. 순간 안심했다. 그리고 갑자기 눈물이 팽 돌았다. 시마무는 그걸 아쉬워하고 있던 거구나. 내가 울컥해서 뛰쳐나간 사실이 아니라, 내가 힘든데도 자기한테 기대주지 않았다는 게 못내 아쉬워서. ...천사다. 이건 천사라고밖에 말할 수 없어. 아니, 동생녀석의 말대로 자애의 여신 그 자체다. 지금이라면 시마무라 교 교단 성금으로 전재산을 바칠 수도 있을 것 같아. 정말이지 시부린이 왜 그렇게 시마무의 미소에 정신을 못 차리는지 알 것 같은… 어라? 시부린?

 

 감동의 도가니에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마무는 시부린 앞으로 가 있었다. 그리고 덤으로 테이블에 있던 맥주가 이만큼 줄어들어 있었다. 언제 마신 거야? 어라? 설마 나 10분 넘게 이러고 있던 거?

 

 “리이인! 내가 이제와서! 응? 이제와서니까 하는 말인데, 그 트라이어드 거 있짜나! 나 솔직히 쫌 섭섭했다?”

 

 “엑.”

 

 “어라?”

 

 이번엔 시부린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반대로 시마무는 아직도 해낙낙한 표정. 그 여신의 미소 그대로 일장탄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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