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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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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14, 2013 01:52에 작성됨.

*아이돌들의 이미지가 많이 망가집니다. 면역 없는 분들은 보지마세요. 
*얀데레에 면역이 없어도 보지마세요.
*히로인이 구르는 것에도 면역 없음 보지마세요.
*이 소설의 리카는 소설 오리지날 성인캐릭입니다. 죠가사키 리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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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어머니에게 거절당한 후 리카는 쓰러졌다. 그것도 충격적인 소식을 함께 들으면서. 낙태만으로 리카는 한계에 이르러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내 방송에서의 의원과의 사건에 대한 보도, 어머니의 확실한 거절, 그리고 불임.
이 세가지로 인해 리카는 회생불가능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이것으로 몇 번째 쓰러지는 것인지 모른다.
톱 아이돌일 때는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묵묵히 견디어내며 최고의 공연을 펼쳤던 리카다. 그런 리카가 몇 번이고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의사에게 진찰 받기로는 스트레스에 의해 몸이 많이 약해져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에 관련된 합병을 얻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쓰러진 리카를 침대에 눕히고서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리카의 곁에 계속 있겠다면 말리지는 않으마. 너도 성인이니 그 정도 선택권은 있겠지. 하지만 우리에게 허락은 바라지 말거라. 우린 그 아이를 너의 아내로, 우리의 며느리로 인정할 수 없다.]

그런 확고한 대답을 자신의 부모로부터 들었다. 몇 번이고 설득하고 싶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자신의 말을 자르고 거절하는 거면 듣게 해서 설득하면 된다. 하지만 아니다. 몇 번이고 자신의 말을 모두 들은 다음에 자신들의 거절을 확고하게 전한다. 이것은 이미 설득이 불가능하단 말이다.
리카와 의원의 일에 화가나기는 자신도 마찬가지다. 단, 그것은 리카에 대해 화가 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의원에 대해 화가 나는 것이다.
의원과의 일은 자신이 프로듀서일 때 생긴 일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아이돌의 일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리카는 괴로워하고 있었을 것이다. 의원과의 일은 아이돌과 프로듀서로서, 그리고 연인으로서 자신을 배신한 결과가 된다. 그것을 리카가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받아들였다는 것은 의원이 뭔가 비열한 수를 쓴 거고, 자신은 그것으로부터 리카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다.
자고 있는 리카의 얼굴을 보았다. 굉장히 수척해지고 피곤해 보였다. 이대로 깨어나길 바라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러지 않길 바라고 있다.
그전까지의 일로도 충분히 한계를 넘어 망가지던 리카다. 그런 리카가 이번일로 깨어나 어디까지 망가졌을지 그것이 걱정 되었다.
회생불가능할 정도로, 거의 시체처럼 지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두려움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리카가 깨어나는 것이 두려웠다. 리카가 어떤 식으로 망가졌을지 보는 것이 무섭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자신과 리카는 그저 평범하게 사랑하고,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다. 미래에는 아이까지 갖고 평범한 가정을 이룰 계획이었다. 이런 평범한 행복을 원한 게 무슨 잘못이었다는 것일까? 
리카는 충분히 힘들어했고, 힘내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주었었다. 그런 여자를, 이런 바보 같이 순진한 여자가 행복해지는 것이 진정 잘못일까?
이런 불쌍한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바란게 자신의 욕심이었던 걸까?

“리카, 미안해.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침대에 누워 자듯이 기절한 리카의 손을 잡고 끝내 울고 말았다. 자신도 이미 한계다. 이런 리카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너무나 괴로웠다.
빨리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리카를 괴롭히는 이 나라에서 떠나 리카가 성공하고 행복해하던 미국으로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괴로워하던 중, 리카는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린 리카의 상태가 좋지 않다.

“난 톱 아이돌이니깐.”

그 말로 알 수 있었다. 리카가 회생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버렸다는 걸. 이미 정신적으로 한계였고, 유산 뒤에 겨우 자신과의 결혼을 허락해주려 했던 어머니로부터 거부를 당했다. 그것도 최악의 형태로. 이미 금이 가있던 부분이 충격으로 완전히 부서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정신은 이내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에 머무르려한다. 어긋나기 시작한 시점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에 현실을 부정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오래 못가요. 리카씨 같은 경우는 이미 은퇴했고, 그 사건에 대해 텔레비젼이나 인터넷에서 계속 크게 보도 되고 있으니 그런 것들을 보고 금방 깨닫고 바로 현실로 돌아오려 할 거예요.]
“그럼 리카는 어떻게 되는 거죠?”
[……일시적인 기억상실에서 기억을 되찾는 거니, 그 외면하거나 잊으려 했던 큰 충격을 두 번 씩이나 겪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리카씨는 이미 한계를 지났어요. 그 때문에 그것을 부정하려고, 자기보호본능으로 잊으려 한 거죠. 그런 상태에서 다시 기억을 되찾는다는 건 더 이상 스스로에게는 도망칠 곳도, 피할 방법도 없다는 거니 아마 리카씨는…….]

아는 정신과의사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하니 그는 거기까지만 말하고서 말을 하지 않았다. 굳이 하지 않아도 어쩐지 알 수 있었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그것을 깨닫게 되면 리카는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더는 버틸 구석이 없다. 설사 자신이 곁에 있다고 해도 더 이상 지켜줄 수 없게 된다. 

“알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P는 핸드폰을 끄고서 곧바로 행동을 했다. 일단 텔레비젼의 코트를 뽑고서 가위로 잘라버렸다. 인터넷선도 거칠게 잘라버리고, 그걸로 모잘라 컴퓨터의 전원선도 모두 뽑았다. 집에 있던 전화기의 선도 뽑고, 리카의 휴대폰 베터리도 빼놓은 다음에 숨겨놓았다.
리카는 옆에서 그 모습을 그저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P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겁먹은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손에는 장갑이 끼어져 있었다. P가 껴준 것이다. 그 흉터투성이인 손도 리카의 기억을 돌아오게 할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리카는 깨어났을 때 자신의 손 상태를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임시방편이다. 화장실을 가고, 씻으려면 어쩔 수 없이 벗어야만 한다. 

“저기 P 무슨 일 있어?”

리카가 침대 위에서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무것도 모르기에 지금의 리카는 예전의 건강할 때와 닮아있었다. 수척해지고, 몸에 남아있는 피로 때문에 피곤한 모습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최근의 모습 중에서는 가장 건강했다. 
그 모습을 보고 어째서인지 P는 벚꽃을 생각하고 말았다. 지기전에 가장 아름답다는 꽃. 그 불길한 생각에 P는 곧장 그것을 부정하며 리카에게 웃어주었다.

“아니야, 별일 없어.”
“그래……?”

리카는 그 말에 의심을 하면서도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다. 어쩐지 몸이 나른하며 기운이 없었다. 오랜만의 오프라 애인하고 밖에서 데이트를 하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P가 그것을 극구 거부했다.
무슨 사정이라도 있나?
어쩌면 질 나쁜 파파라치나 스토커가 근처에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있으면 P는 혼자 짊어지려하니 자신에게 일부러 말을 안 하는 걸지도.

“P."
"응?“
“힘든 일 있으면 말해줘. 그렇게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말고.”
“……응.”

P는 어쩐지 슬프게 웃으며 그리 답했다. 그리고 말없이 리카를 꼬옥 안아주었다. 

“고마워 리카.”
“뭘, 이정도로.”

리카는 같이 P를 안아주며 웃었다. 이런 태도에 어쩐지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고 잠시 있다가 서로를 품에서 살짝 떼어내고 서로 입술을 찾아 키스를 하였다. 
서로의 입술이 부딪힌다.
서로의 숨결이 바로 입속에서 섞인다.
서로의 혀가 서로를 찾아 얽혀간다.
오랜 만의 연인끼리 여유롭게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텔레비젼도 못 보고, 컴퓨터도 못한다. 그러면 연인끼리 할 수 있는 제한적으로 변해버리고, 그것은 곧 서로 참을 필요가 없게 되어버린다.
P의 손이 슬쩍 리카의 몸을 더듬으며 그 몸을 흝으려 했다. 그 순간, 갑자기 리카가 P를 두 손으로 밀쳐냈다. 나약해진 몸에서 나온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힘이었다.

“싫어!”

갑작스런 그 거부에 P가 놀라 리카를 바라보자 리카는 이불을 뒤집어쓰며 덜덜 떨었다.

“싫어, 싫어, 싫어. 내 연인은 P야. 날 만질 수 있는 것도 P뿐이야.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만지지마! 다가오지마! 날 더럽히지마! 싫어어어어어! 미안해 P!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

리카가 방금의 일로 의원과의 일이 생각나 착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깨닫고 곧 P는 리카에게 다가가 그 어깨를 잡고 자신을 보게 했다.

“괜찮아 리카, 나야! 여기엔 나밖에 없어. 널 괴롭힐 사람은 없어. 리카, 진정해. 자, 제대로 봐. 나야, 나라고. 널 더럽힐 사람도, 괴롭힐 사람도 없어.”
“싫어, 싫어, 싫어! P 도와줘! P!”

리카는 자신의 어깨를 잡은 P의 손을 손톱으로 긁으면서 눈앞에 있는 연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계속 울면서 P를 찾았다. 리카의 손톱에 긁힌 살이 찢어지며 P가 낫지만 P는 아픔을 견디며 계속 리카와 시선을 맞췄다. 

“리카, 난 여기있어! 자, 자세히 봐!”   

계속 리카를 불러주며 진정시켜주자 리카는 겨우 진정하며 P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그 품에 안겼다.

“미안, 미안해. 자세히 기억 안 나지만 나 P에게 나쁜 짓을 했어.”
 
외면한 기억이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니지만 점점 기억이 돌아오고 있다. 현실을 외면하는 건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방편이다. 그 기억은 하루도 안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기억해내면 리카는 확실히 부서져 다시 재개하지 못할 것이다.

“괜찮아 리카, 괜찮아. 리카는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어. 그러니 사과하지 않아도 돼.”

P는 그저 그렇게 위로해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지금 한 말은 진심이다. 리카는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죄책감을 가고 이렇게 괴로워하며 자신에게 사과해야할 일 따위는 없다.
의원과의 일이 사실이라도, 그건 의원 쪽에서 무언가 비겁한 술수를 벌인 것이라는 걸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리카는 그저 그 비열한 수에 걸려든 피해자일 뿐이다.
다독여주며 그렇게 꼬옥 끌어안고 있을때 리카가 그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

“씻어야 돼.”
“리카?”
“씻어야 돼.”
“리카, 나중에. 나중에 같이 씻자 응?”
“지금 씻어야 돼.”
“어째서?”
“나 더러워. 깨끗이 씻어야 돼.”

더욱더 리카를 끌어안았다.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게.

“괜찮아, 리카는 더럽지 않아.”
“더럽혀졌어, 씻게 해줘 P."
“왜 더러운데?”
“몰라. 하지만 더럽혀졌어. 제발 씻게 해줘.”

리카는 울면서 가련하게 그리 부탁하며 자신의 품에서 버둥거렸다. 

“리카는 더럽지 않아.”
“더러워. 더럽혀졌어.”
“그렇지 않아.”
“제발 씻게 해줘…….”
“안 씻어도 돼. 리카는 더럽지 않아.”

그리고 리카의 얼굴에 키스를 해주었다.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입술만을 살짝 닿는 정도로만 했다. 그 행동에 리카는 겨우 얌전해졌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 안 더러워?”
“응. 리카는 더럽지 않아.”

그저 피해자일 뿐인 리카가 더러울 리가 없다. 그리고 이 모습으로 알 수 있었다. 리카가 그 사건으로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자신에게 어느 정도로 죄책감을 느끼고 살아왔던 건지.
베게영업? 거래? 성공을 위해 몸을 이용한 더러운 여자?
모두 거짓이다. 지금의 리카의 모습은 그저 악독한 강간범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강제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리카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리가 없다.
의원과는 몇 번이고 연락을 해보려했지만 경찰 조사 중이라 그것이 불가능 했다. 이 일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을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그저 리카를 지킬 뿐이고 믿어줄 뿐이다. 세상 사람모두, 하다못해 자신의 부모까지 외면한다 해도 자신만은 리카를 믿어주고 곁에 있어줄 것이다. 
리카의 이 모습을 보고 동시에 또 깨달았다.
리카는 지금까지 겪었던 아픔을 다시 처음부터 겪고 있다. 그 시작이 그 의원과의 일. 한 번만 해도 견디기 힘든 일을 두 번씩이나 겪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작게, 천천히 서서히 깨달아가는 만큼 망가져 간다. 그러다가 이내 아이의 유산과 불임에 대해서까지 알게 된다면…….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더 이상 리카에게 거기까지 버틸 힘은 없다. 하지만 방도가 없다. 이렇게 작은 일로도 의원과의 일을 떠올리고 있다. 아마 하루도 안 되서, 혹은 이틀도 안 되서 모두 기억하고 말 것이다.
지난 몇 달에 걸쳐서 당했던 일을 단 하루나 이틀만에 겪게 되는 것이다. 그 아픔은 상상도 할 수 없고, 그 뒤의 리카의 모습도 상상하고 싶지 않다.

“리카…….”

꼬옥 안아주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방도가 없었다. 아까 연락했던 의사도 방도가 없던 듯 했다. 그저 수면제를 먹여 잠재우면서 그 기간을 늘리는 것이 최선인 듯 했다.
집에 수면제가 얼마나 남았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한다. 이미 일본은 리카에게 있어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의원과의 일로 기자나 경찰들을 상대하는 것도 이제 지겹다. 리카는 어디까지나 피해자. 이런 최악의 대접을 받을 이유는 없다.
이미 비행기표도 신청해났으니 내일 모래 리카를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면 된다. 일본에서 떠나면 리카도 한 결 나아질 것이다.
리카는 말없이 P에게 안겨 떨고만 있었다. 이미 얇지 얇은 유리판처럼 약해져 있었다. 일시적으로 현실을 외면해 그것을 피하려했지만, 이렇게 금방 돌아오고 말았다.
초조해지고 만다.
겨우 이틀만 버티고 미국으로 떠나면 되는데, 그 이틀이 지나치게 길다.
그때까지 리카가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수면제도 임시방편이라고 했다. 꿈을 꾸다가도 악몽을 꺼서 기억을 되찾을 수 있다. 
리카에게는 현실도, 꿈도 모두 안전한 곳이 없었다. 리카가 마음 편히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 그곳은 자신뿐이다.



집에 있던 수면제와 안정제를 찾아 리카에게 먹인 후 겨우 재울 수 있었다. 일단 밥을 먹이고 싶었지만 그럴 상태가 아니었다. 수면제와 안정제는 넉넉했다. 최근 리카의 상태가 안 좋아 충분히 준비해온 것이 이럴 때 도움이 된 것이다.
이런 도움 같은 건 필요 없었는데.
한숨을 쉬고 의자에 쉬고 있을 때 자신의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하지만 어쩐지 불길한 기분이 느껴졌다.
몇 번 심호흡을 하고 받을 때까지 상대는 참을 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용기를 내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하루유키의원입니다. 저와 연락하기를 원했다고요?]
“너 이 자식!”

자신도 모르게 크게 욕을 하려다 리카가 자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를 죽였다. 자신의 이런 반응에도 의원은 차분했다.

[어떤 심정일지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일단 저에게서 사정을 듣고서 화를 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저로서도 이야기해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 다음에 욕이라면 얼마든지 듣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에게 맞아주고 싶지만, 현재 저의 상황으로는 그것도 불가능하군요.]

의원의 말에 P는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다가 부엌으로 가 찬물을 한 잔 마셨다. 의원의 말이 맞다. 리카를 위해서도 여기서는 일단 참고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한다. 

“……이야기 해봐.”

P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참고는 있지만 그 목소리에는 격렬한 분노가 숨겨지지 않았다. 의원은 거기에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했다.

[리카씨가 저와 거래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본인의 의지가 아닌, 저의 협박에 의해서였습니다.]
“그건 알고 있어. 리카가 그런 더러운 일을 받아들일 리가 없으니깐. 내가 알고 싶은 건 당신이 무슨 수로 리카를 협박했냐는 거야.”
[당신과의 밀회를 누군가 동영상으로 저에게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전 리카씨를 협박했습니다.]
“……!”

다시 한 번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욕을 할 뻔했다. 그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결국 리카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한 것이다. 아이돌을 지켜야할 프로듀서를 역으로 아이돌이 지켜주려 한 것이다.
리카는 톱 아이돌로서 아이돌의 일에 열정적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연인인 자신을 소중히 해주었다. 잘 나가는 아이돌과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이 알려지면 자신은 더 이상이 그쪽 업계에서 일을 못하고 매장 당했을 것이다.
프로듀서를 그만 둔 지금에 와서는 상관 없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이 비열한 자식.”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건 당신입니다. 아니, 오히려 그녀를 궁지에 몰게 한 것은 당신이란 존재입니다.]
“뭐!?”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다가 이내 다시 리카가 잠든 방을 보고서 베란다로 나가 문을 닫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누구일까요? 저에게 그 동영상을 보내준 사람이.]
“…….”

순간 말이 막혔다.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스토커일까? 하지만 리카와의 일은 자신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보통은 리카의 집에 설치하지 프로듀서인 자신의 방에 설치할리가 없다. 자신과 리카의 연인 관계를 알지 않는 한은 말이다.

[저에게 동영상을 보낸 사람은 저에 대해, 그리고 당신들에 대해 알고 있던 거겠죠.]
“알고 있는 건가?”
[예상만 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저를 이렇게 몰아붙인 사람도 동일인물이겠죠. 이래봬도 전 나름 입지가 탄탄한 편입니다. 이런 저를 이렇게까지 끌어내리고 몰아붙일 수 있는 사람, 혹은 집단은 많지 않습니다. 당신도 그것을 잘 알고 있겠죠?]

이것은 그 쿠로이사장도 무리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순간 P의 머리에는 자신과 관련 있는 인맥 중 그것이 가능한 한 대기업그룹에 대해 생각이 닿았다. 

“……설마…….”
[저에게 동영상을 보낸 그 사람은 아마 당신이 아닌 리카씨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싶었을 것인 듯하군요.]

그 대기업에서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다. 왜 그런 짓을 한 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어. 미나세 그룹이 왜 그런 짓을……. 리카와 그들은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당신과 관련이 있지요. 아마 그것은 미나세 그룹이 아닌, 개인의 일일 겁니다. 당신과의 일이겠죠.]
“……이오리가 그런 짓을 할리가 없잖아!”
[사랑은 때로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저처럼 말이죠.]
“무슨 말이야?”
[저또한 리카씨를 사랑했으니깐요. 그래서 그녀를 갖기 위해 그런 협박도 했었습니다. 당신은 몰랐겠지만 전 그녀에게 몇 번이고 구애를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번번히 퇴짜를 맞았죠. 당신 때문에.]
“당신!”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사랑이라 부를 정도로 아름다운 행동이 아니었죠 전. 어쨌든 리카씨를 그리 만든 것은 아마 미나세가의 영애인 미나세 이오리양이 맞을 겁니다. 저도 제 나름대로 조사한 것이 있으니깐요.]
“……어째서.”
[믿지 안 믿을지는 당신 마음이지만, 그래서는 리카씨를 지킬 수 없겠죠. 차분히 생각한다면 당신도 눈치챌 수 있는 증거들이 있지 않습니까?]
“…….”

의원의 말에 P는 말을 잃었다.
제일먼저 치하야가 떠올랐다. 자신을 사랑한다며 리카를 괴롭히던 아이. 아마 치하야만이 아닐 것이다. 자신에게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것은.
프로듀서로서 일하면서 눈치채고 있었다. 몇몇 아이돌들의 마음을. 하지만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 때문에 그것을 외면했고, 더불어 그녀들에게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녀들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들에게 가까운 남자가 자신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자신이 떠나면서 해결되었을 거라고 마음 편하게 오해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
치하야에 의해 리카는 다치고, 또한 다른 아이돌에 의해 이런 일을 겪고 말았다.
이오리의 일도 사실일 것이다. 지금의 자신은 이오리가 아닌 리카를 믿어야 하니깐 더 이상의 외면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아마 더 있을 것이다. 리카의 불임은 765프로의 아즈사씨에게만 말했던 일이다. 그리고 아즈사씨는 비밀로 한다해도 믿고 있던 765프로덕션의 누군가에게 말했을지 모른다. 혹은 본인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말했을 지도.
생각해보면 자신은 바보 같은 짓을 했다.
눈치챌 수 있는 기회는 몇 번 있었지만, 765프로, 자신의 시작점이자 목표였던 아이돌들을 믿고 싶단 말에 외면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가장 소중한 연인을 저렇게 만들고 말았다.

[……제가 할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묻고 싶은 것 있으신가요?]
“……왜 이제와서 모두 말해주는 거지?”
[리카씨에 대한 제 마음은 믿지 않으시겠지만 진심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리카씨를 지켜줄 수 있는 건 당신 뿐이니깐요. 미나세가의 일은 나름 제 쪽에서 어떻게 막아내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오히려 이렇게 당하고 말았지만요.]
“그런 걸로 리카에게 사죄가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하고 싶었습니다.]
“당신,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설사 이대로 감옥에서 평생 썩는다 해도 내가 용서하지 않아.”
[그건 리카씨도 마찬가지겠죠.]
“……아니, 그럴 일은 없어.”

P는 숨을 들이셨다.

“이제 리카에게 당신 같은 걸 생각하게 하지 않을 테니깐.”

그리고 P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전화를 바라보다가 밖을 보았다. 밖은 바람이 찼다.

“우윽.”

울고 싶었다. 자신이 믿었던 사람들이 모두 적이었다, 그 피하고 싶던 사실이 결국은 이렇게 다가오고 말았다. 치하야의 일만 해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더는 그럴 수 없었다.
아이돌 중 누가 적일까?
더 이상 이런 고민은 무의미하다.
765전체가 적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옳다. 아니, 누구를 믿고 믿지 않는다는 자체가 틀렸다.
이제 자신이 믿을 것은 리카뿐이고, 그 외에는 믿지 말아야한다.

“미안해 리카, 미안해.”

나약한 자신의 마음이 리카를 저렇게 망가트렸다. 그리고, 이제 이 이상의 실수는 하지 않는다. 하루빨리 남들 모르게 리카를 데리고 미국으로 떠난다. 
그 생각만을 하며 P는 하루 빨리 비행기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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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고통스러울 수 없으면 다시 처음부터 고통을 주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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