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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스X40k 유니버스] Guns and Flowers 2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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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8, 2013 07:37에 작성됨.

스토리 최종 정리, 완성했습니다....... 2주하고 1일 남겨서요. 진짜 젠장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안타깝습니다.

하루에 한 편을 쓰는 스피드로도 초-중반부 사이를 넘길까말까하는 것은 정말 속이 터지죠. 정작 설정이나 스토리 전개나 캐릭터 구성은 완성했는데 더이상 연재를 제대로 못한다니.

이 불씨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정 및 전개 방법이나 작품 다 넘겨주고 대필할 사람이라도 찾아야 하나 싶습니다.



Guns and Flowers 24편



"뭐 별 일이 있어서 연락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쪽에서 물어보면 좀 더 괜찮을거 같아서 말입니다."


이제는 태양빛이 밝게 비추는 침대에 한 사내가 누워있었다.

침실 바깥에 걸려진 시계나, 바깥 풍경이 좁게나마 비추어지는 창문을 통해서도 늦잠을 자기에 적당한 시간이 남았다고 알려주었다.

많은 신민들에게 돌아온 안식일 전날은 항상 모두가 기대하는 휴식의 날이며, 침낭을 깔고 비스듬히 누워있는 사내 또한 예외가 없을 것으로 비추어졌다.


물론 그의 미간이 전날과는 달리 펼쳐졌지만, 제대로 발 뻗기 전에 해둘 계획을 세워둔 사내인지라 휴대전화를 들어 통화를 계속하였다.

"일단 그쪽 일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게 많으니까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밤에 잠들 때 입은 와이셔츠차림을 아직도 고수하던 칼카스는 잠시 뜸을 들였다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건 너편에서는 한 여인의 형식적인 추임새 외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물론 날짜가 날짜인지라 리츠코도 예상하지 못하였지만, 어찌하였든 대답을 해주어 딱히 문제는 없다고 양쪽은 생각하였다. 바르고스 프라임에 터잡은 외지인이 충분히 물어볼수도 있을 사항였으니 리츠코는 그에게 대답해주었다.


"일단 이번주 안식일과 토요일은 확실히 일정이 없어요. 모두."

그 정도까지 확인하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며 칼카스는 전화를 끊을 준비를 했지만, 그래도 리츠코는 그가 처음 예상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대답을 들려주었다.

"그래도 그녀와 연락하는 거는 문제 없겠네요. 오늘 다른 아이와 약속을 잡았다는 이야기는 없고 말이죠. 뭐, 다음주 일 때문인가요?"


"아마도. 그거 외에는 이유가 딱히 없지 않습니까." 물 흐르듯이 차분하게 넘어간 칼카스는 머릿속에 떠올린 메모장에 나중에 말할 핑계거리들을 적기 시작하였다.

"그런 거라면 오늘 전화해도 문제는 없을 거예요. 나름대로 일에 신경을 쓰니 뭐 말이 잘 맞을거라 생각되고, 뭐...... 혹시 그 이상으로 나가서 말할 거는 아니겠지요."


"대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냥 귀로 흘려들은 거라고 생각하세요." 퉁명스레 흘려버렸던 리츠코였지만 다음으로 들려오는 사내의 맞받아침에 머리를 긁적이기만 했다.

".....다 들었습니다." 말꼬리를 처음에는 흘렸지만, 그 끝에는 약간 언짢다는 듯 답할 쯤에는 둘 다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리츠코는 당혹스러움에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놀리거나, 아니면 정색하며 전화를 끊지 않기를 바라며 계속 들려오는 통화음을 긴장 속에서 잡고 있었다.

다음에 어찌 마주치나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늑해져 식탁 의자의 윗쪽 끝에 기대고 있었지만, 무언가 석연찮음을 느끼고 있었다.




저 너머에서도 아무런 말이 들리지 않았다. 뭐 대충 짐작하자면 그 스스로도 잠깐이나마 부끄럽게 생각한 것일수도 있었지만, 그렇기에는 사내의 침묵은 지나치게 무게감이 있었다.

짐작은 갔지만, 어떤 것도 확답을 내리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지막 선택으로 남은 그 불가지론이 사실상 답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아채지 않았다.


칼카스의 등뼈는 그를 침대에서 일으켰으며, 전화를 받던 머리는 목에 의해 앞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었다. 분명 그녀가 말한 의도는 짐작갔지만 절로 그는 불안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잠시동안 이어진 침묵을 칼카스가 깨트린 때는 리츠코가 사과와 함께 끊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하기 직전이였다.


"딱히 속상했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뭐 그런 오해도 할 수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뭐 계속 통화하다가는 필요 이상으로 말이 나올거 같으니, 이만 끊겠습니다."

"그래요, 그래....... 바르코나르 씨가 알아서 잘 해주리라 믿고 그만하죠."

어째 이곳까지 끌어졌는지는 칼카스는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였지만, 전화를 받은 '바르코나르'는 담담하게 대하였다.


안심한 듯 리츠코는 곧 끊을 듯 목소리의 끝을 높이며 마무리지었다. "그래도 더 도움이 필요할 거 같다, 그러면 전화를 주세요....... 예."

운 율에 맞추듯이 그는 휴대전화의 버튼을 눌러 통화를 끊었다. 건너편에서는 나름대로 골치가 아파 목제 의자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지만 그 외에는 문제될 것이 적었다. 아마 다음주 쯤에 새로 들어온 사내와 마주칠 때, 어찌 말해서 사과해야 할지 계속 생각하는 것만 빼고는.


칼카스는 계획한 대로 버튼을 누르며 미리 받은 번호로 전화하기 시작하였다. 비슷한 사무소에서 있는 다른 사람을 향해 통화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침대가 갑갑한 것도 아니였지만, 다른 의미로 견디지 못하는 듯 그는 일어나 구겨진 옷차림으로 나서기 시작하였다. 없는 보조개라도 새로 만들려는 것처럼 휴대전화를 바싹 밀어붙이며 기다리지만 여전히 상대방은 통화를 받지 않았다.

그의 윗쪽 앞니로 바로 밑의 입술을 살짝 물며 기다리기 약 20초 가량이 지났을 쯤이였다.


"예, 누구십니까." 잠에서 달아난지 몇십분쯤 되어보이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아마 대화는 좀 더 빨리 풀릴거 같은 느낌에 바르코나르라는 이름의 송신자로써 칼카스는 머릿속에서 다시 간결하게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프로듀서다, 그러니........ 아, 뭐 이 목소리라면 충분히 기억하겠구나 싶은데." 물론, 그 사이에도 말은 전해졌다.


"발신자 번호 대신 목소리로 감히 지레짐작했습니다." 예상하지는 않아 격양되었지만 특유의 어조와 말투는 기억해둘 만했다.

"이 늦은 아침에 휴식을 대신한 용건이라도 있으신지?"

부담되었지만, 그녀에게 말해줄 것 자체는 간단하기 그지없어 뜸을 잠시만 들였다. "아, 간단한 거니까 잠시 들어주고 준비하기만 하면 돼. 그래 주겠나?"

"예. 말씀해 보십시오."


"흠........ 그래."

"예."

일일히 토를 달아주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성가시다고 생각해야 할지 칼카스는 헷갈리고 있었다. 어쩌면 바르고스 프라임의 문화적 풍토일지도 모른다고 좋게좋게 생각할 뿐이였다.

"우선 화요일부터 일정이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월요일에는 그쪽에 가는 거 외에는 아무것도 없지........"


"그렇죠.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무래도 좋으려만 고개를 살짝 끄덕이던 칼카스는 이어서 확인하기 시작했다.

" 그렇다면 화요일 전까지만 준비하면 끝난다는 건가 싶군. 그 외에 일요일에는........ 혹시 그쪽에서 가장 가까운 성당이, <성 비잔티누스> 인가?" 국교회와 연관이 깊은 이단심문청의 하수인으로써는 버벅되어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만 약 카터가 마련한 은신처에 놓여져있는 성물이 아니라면 비난을 피할 도리는 없었다. 그나마 전화를 받는 '목표'가 지금껏 그가 임무상 자주 조우한 국교회의 전투 수녀들과는 다르기에 다행이였다. 물론 백발하며, 몇몇 소로리타스에게 보여지는 적안으로 연상되기 충분했지만 말이다.

"아뇨, 그래도 아쉽기 따름입니다. 옛날의 좋은 때라면 그쪽으로 발길을 한 번 돌릴수 있었다고 하였지만......"


왠지 흥미로워진 탓에 잠시 발걸음을 돌리던 칼카스는 다시 침대에 몸을 던지듯이 앉았다.

" 거리상의 문제라면 발품을 파는 방법도 있겠지. 일단 이번주는 무리지만 다음주에는 도움을 줄 수도 있을거 같다." 접근에 대한 꽤나 괜찮은 핑곗거리라고 쏠쏠히 여기고 있었지만, 돌아온 답은 쏠쏠한 기대를 쌀쌀한 낙담으로 바꾸었다.

"호의는 감사합니다만, 외지인이라면 쉽사리 이해하기에는 난잡한 문제가 있사옵니다. 그것까지 구전하는 것은 굉장한 실례겠지요."


"그,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아니, 참고하겠다. 대충 이 정도면 되었으니 편히 쉬고 화요일에 다시 보도록 하지. 대체 나까지 네 말투에 휩쓸리니..... 끊도록 하마."

"후흠. 그리 말씀하시는 것을 칭찬으로 삼겠습니다. 아니면..... 흐음." 손으로 덮는 듯한 소리와 함께 끊어지는 순간, 사내는 아예 휴대전화를 밑에 던지듯 그의 상반신도 벽에 던지고 기대었다.




이제 그쪽에 관여할 일은 다음주 월요일의 출근 전까지는 아무것도 없었다.

제국 신민이라면 매주 안식일에 빼놓지 않고 미사를 볼 성당이 그의 알리바이가 될 것이며, 이단심문청과 돈독한 연관을 가진 국교회의 사제라면 충분히 그를 도와줄 것이 틀림없었다.

성물의 가호로써 제국민으로써 지닐 신앙심을 이어가고 있으니, 칼카스는 하루의 임무가 성공하는 것 외에는 마땅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몇 시간이고 남았지만 최소한 수십분간 칼카스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미 잠에서 달아난 채 셔츠도 벗고, 집 안에서 돌아다니기 편한 사복으로 몸에 힘을 빼고 편히 머릿속에서 다음 수를 짜기 시작하였다.

바르고스 프라임의 민간에서 활동하는 만큼 세심하며 조심하게, 그러나 확고한 방향이 필요하였다. 어차피 그것이야 지난 일주일동안 했던 것처럼 하면 문제는 적겠지만 정작 그 '목표'와 접근하는 것에는 다시 생각해봐야 했다.


다이애나 세이죠우와 관련된 모든 것을 떠올리는 데는 한 끼의 식사도 도움이 되었다. 슬슬 따뜻한 공기가 물러날 쯤에 전투 식량 하나를 더 꺼내고, 식탁 위에 게시판을 비스듬히 세워두며 보니 아예 입과 눈은 따로 놀았다.

버터라고 칭하기도 힘들 유제품으로 버무린 국수가 쉽게 입 안에서 뭉게지는 사이에도 그 튀긴 국수를 먹던 저녁을 떠올리면 그것 나름대로 훌륭한 영감(靈感)이 아니겠는가.


칼 카스는 그녀의 말에 있는 모든 것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였다. 예의바른 말투나 진정되는 화법은 걸고 넘어질 것은 못되고, 그 호감이나 비호감같은 문제를 넘어 뇌리에 정리해둔 프로필을 망가트리는 듯한 느낌에 진저리를 치는 것이였다.

로그 트레이더 가문 지배하의 행성에서만 느낄 수 있을 극도의 세속적인 분위기에서 던지듯이 튀어나온 귀족적인 분위기라니 이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기묘한 향수감은 둘째치고, 어디부터 그녀의 정체를 감잡아야 할지 아늑하여 머리 속의 힘을 빼게 만들었다.


그 것과 연관된 모든 것들은 식탁에 비스듬히 세워진 게시판으로도 확인할수가 있었다. 카터의 도움 덕분에 한눈에 얽힌 바르고스 프라임의 상황을 잡아낼수가 있지만, 정작 그 '목표'와는 아직까지 엮인 실이 단 하나도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어찌 본다면 자신의 본분에 걸맞는 임무에 집중할 구실이 되겠지만, 명령과 지금껏 쫒은 의무의 결과는 여전히 남아있을 뿐이다.


'6 개월간 목표와의 접근 및 관찰, 정보 수집 후 호송과 함께 귀환하라' 라는 문장 자체는 시시껄렁하고 간단하게 비추어진다. 문제는, 그의 인장으로써 임무와 함께하는 이단심문청의 상징은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이 곧 의심을 부른다고 하여 기피되지만, 지금껏 칼카스가 보았던 광경은 충분히 사색에 잠기게 만들기 충분하였다.


노을조차 밤공기에 흐려질 쯤까지 칼카스는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아예 벽에 걸어둔 시계를 앞에 가져다두고 초침의 째각거림에 손가락을 맞추었다.

자신 빼고는 아무도 없는 이 어둡고 적적한 집에서, 일 분 일 초를 의미없이 보내는 데에는 이제 벽에 박아둔 게시판과 그 밑의 휴대전화이 원인이였다.


한 장의 메모가 어지러운 카드보드에 압정으로 박혀졌다. 간단한 일정과 목적만을 적어둔 그 종잇장은 휴대전화의 것을 그대로 옮겼으며, 얼마 있지 않아 행동을 실행하게 될 것이였다.

수 시간 뒤, 밤을 지새운 자들은 골아떨어지고 일찍 잠든 자는 아직 의식이 흐릿한 새벽쯤에 기록보관소로 향할 예정이였다. 차라리 잠들고도 싶어 지루한 얼굴의 칼카스는 발을 뻗었지만, 무릎을 접었다 펴며 무기력하게 시간을 소모할 뿐이였다.


수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야경이 절정에서 물러날 때, 사내는 거처에서 나섰다. 집 밖으로 들어올 때에서 외투만 벗긴 모습이였지만, 그가 오른쪽 어깨에 올린 거대한 더플 백이 직위와 상징을 감추었다.

이단심문청의 상징은 바르고스 프라임에서 어울리지 않을 지언정, 적당한 위치에서는 그의 의무에 대한 충성이 빛날 것이였다.


그 무엇을 상대하든.



마천루들의 표면에 촘촘히 박힌 별들이 하나씩 꺼졌지만 여전히 그 전체는 강가 위에 흐르는 은하수로써 손색이 없었다.

인적도 적은 때였지만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띌 터, 밤이 깊은 때를 노려 칼카스는 이단심문청의 복장을 입은 채 양옆으로 벽이 세워진 넓은 거리를 걸어갔다.


두 꺼운 벽의 건너편에는 인적이 적은 도심이 가로등의 불빛과 함께 한산하였다. 지나가는 무고한 신민들도 별로 없이 아르비테스 요원들이나 사복차림의 '군인'들밖에 보이지 않을 거지만, 카터가 추천한 자료들이 이런 곳에 보관되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은밀함보다는 접근성의 이유라고 자신의 잣대를 만족시킬 뿐이였다.


"인원, 1명 접근....... 예, 확실합니다." 건물의 등을 맞대었지만, 기대지는 않았던 사복 차림의 군인 한 명이 오른쪽 귀를 검지와 중지로 누르며 읆었다.

아마 이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관에게 보고할 모양이였다. "그입니다. 보안 절차에 따라 이행하겠습니다. 항상 충성을(Semper Fi)." 진홍빛의 코트를 입고 걸어오는 이단심문관의 앞에 선 사내는 경례로써 그를 맞이하였다.


"충성." 검붉은 가죽 재질의 코트와 경갑을 입은 이단심문관은 경무장한 사내의 앞에서 경례하였다.

언제라도 전투를 준비할 베테랑과는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겠지만, 그에게 결코 주눅들지 않고 경외로써 대하니 칼카스조차 그를 우습게 보지 못하였다.

"오르도 제노스, 견습 이단심문관 제이콥 칼카스이십니까?" 옷깃을 내린 코트에서 드러난 목은 끄덕였다.


"맞다. 오르도 제노스(Ordo Xenos, Alien-Hunter), 견습 이단심문관 제이콥 칼카스. 로그 트레이더 '미나세 가문'이 보관하고 있는 특정 자료를 회수하기 위하여 방문하였다."

한 마디 한 마디를 천천히 끊고, 자신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었다. "황제 폐하의 의지를 대신하여, 이단심문청의 권한으로 로그 트레이더에 자료 열람을 명령한다. 길을 안내하라."

사내의 키를 반 뼘 정도 웃돌고, 당장 시가전을 벌여도 무리가 없을 장비를 차려입은 칼카스는 매섭게 그에게 명령하였다. 진정한 본성이 드러날 쯤에는, 누구나 황제의 하수인들을 공포로써 맞이할 것이라고 믿었기에.


하지만 그는 오히려 사기가 견고해진 채 답하였다. "아, '로드'께서 귀관에 대해 제게 당부하였습니다.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드는 자에게 방해될 비밀은 없을 겁니다. 따라오십시오."

언 제라도 그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사내를 앞에 두고 자신감에 넘치는 것은 별로 보지 못할 일이였다. 심지어 아다만티움 사슬처럼 단단하게 엮인 동맹 아래에도 의심하건만, 오직 같은 깃발의 개선만이 젊은 이단심문관에게 길을 열어줄수 있었다.




야경의 그림자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역시나 이 건물도 외부에서 바라보았을 풍경에 걸맞게 안도 정교하고 웅장하게 설계되었다.

바르고스 프라임 도심의 표준 건축양식으로 지정된 듯한 아르데코-고딕 건축은 기둥과 바닥 일부의 형태로 재현되었지만, 과연 기록보관소답게 우중충하고 건조한 느낌이 바닥재와 내벽의 형태로 남아있었다.


"팀 브라보. 2에서 보고한다. VIP가 위치로 이동중이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 사내는 발걸음을 계속 따라가다 시선을 흘렸다.

내부에서 주둔하며, 시선을 집중시키던 다른 병사들과 달리 이단심문청에서 파견시킨 그 군인은 손짓을 하며 그들을 물러서게 만들었다.

기량이나 체격는 비슷하고, 장비는 열세할 지언정 바르고스 프라임의 사병(私兵)들은 벽 양 옆으로 붙어 물러섰다. 그리고 이단심문청의 두 하수인에 대한 예우이자 경외로써 그들을 맞이하였다.


"그 '로드'가 이단심문청의 직위에서 물러났다는 말이 거짓처럼 느껴지는군."

"그건 부정할수 없을 겁니다. 이쪽 가문에 조언과 함께 지원하여 우리측과 관계를 원할하게 만드니까 말입니다."

그 가 '로드'에 대한 사적인 충성심의 정도는 가늠할수 없지만, 지금껏 보아온 태도로써 '로드'가 지원한 정도의 결과는 볼 수 있었다. 세속적이고, 양측의 이익이 얽혀있는 바르고스 프라임에서 이단심문청의 활동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자는 순수히 그의 공으로 돌아가니.


"확인했네, 브라보 2. 알현을 허가하는 즉시, 대기하지 말고 위치로 복귀하여 기존 임무를 수행하라."

"알겠습니다, 주군이시여." 그가 눈앞에 없어도 무릎을 꿇을 그의 분위기에 칼카스는 입을 열었다.

" 사적인 존경의 수준을 넘는다면 곤란할 것이다." "바르고스 섹터를 한 손 위에서 지켜낸 인류제국의 영웅께 합당한 섬김입니다.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하여도 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드신 결과를 수많은 신민들이 누리고 있지 않습니까."

"맞지, 그 대가를 치루어 그들을 보호하는 것 또한 우리의 책임이지......."


" 그것이 바로 의무 아니겠습니까. 이단심문청의 인장 아래에 행할." 의무는 결코 의심해서는 안될, 이단심문청의 하수인으로써 행해야만 했다. 그의 말에 일말의 의심도 없이 앞으로 세우고 돌아가던 병사를 뒤로 한 채, 적막한 복도를 따라 걸어가며 칼카스는 일그러질 듯한 얼굴을 최대한 굳히며 걸어가려 들었다.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몇 장의 서류, 한 명의 인간이 담고 있는 과거는 중요했지만, 제이콥 칼카스 그가 결코 재회하기를 원하지 않던 것들이였다.

이단심문관의 의무와 신념은 의심할 필요 없이 실행해야 하는 것으로 배웠건만, 지금껏 겪은 모든 것은 어찌 설명하며 앞으로도 어찌 나아가야 할 것인가.

그 답은 나오지 않을 것이지만, 당장 앞에 있는 빛으로 조금씩 나가며 집중하고 잊기를 바랄 뿐이였다.


닳아도 결코 깨지지 않는 의지를 이끌고, 한 명의 이단심문관은 안개 속으로 걸어나가며 한 발을 딛었다.

방 안에서 어떤 진실을 마주치든, 결코 자신이 나아갈 끝을 방해하지 않으리라 맹세하며.




"이단심문관 제이콥 칼카스. 오르도 제노스의 부름을 받고 마침내 이곳에 발을 들였군."

아마 회합실로 보이는 곳에서 나이를 먹은 커다란 체격의 중년이 앉아있었다. 앉은 모습은 왕자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가 어깨에 살짝 걸어둔 이단심문관의 코트 아래에는 초라한 나무의자만이 옛 이단심문관의 몸을 지탱할 뿐이다.

그의 몸 대부분을 가린 탁자의 위에는 봉인 처리가 되어있는 서류집이 놓여져 얼굴과 목 사이를 긋는 듯 보여졌다.


반듯하였지만 광택이 없는 대머리에 두 개의 금속제 징이 박혀있었다. 뭉툭한 감자를 대충 깎은듯한 외모와는 달리 눈매는 사납지 않았지만, 그 어떤 것에도 깨어지지 않을 굳건함이 움푹 패인 눈가와 함께 지탱되어 있었다.

과연 옛날 유명했던 시절은 사라진 것일까 생각되기도 하였다. 모피 처리가 되어있는 두꺼운 코트가 아니였다면 체격조차 그에게 주어지기 아까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였으니.


"카터가 말한 덕분에 왔습니다. 일단 서류는 바로....... 앞에 있으니 가져가면 되겠다만." 힘빠진 그와는 달리 꼿꼿히 어깨가 높고, 한창인 이단심문관이 눈을 서류첩에 고정하며 천천히 걸어왔다.

포장지에 봉인이 되어있는 모습은 심히 어제의 일을 떠올려 짜증을 부르지만, 그것 따위는 가볍게 무시할 정도로 신중하게 접근하였다.


"그리고." 점차 앞으로 향하던 칼카스는 한 대 얻어맞은 얼굴을 그에게 돌렸다.

"카터, 카에데, 다른 이단심문관이 말하며 보냈다는 것은 자네가 무언가 찾는다는 거겠지."

칼카스의 미간이 주름지며, 낚아채듯 서류첩을 손에 넣었지만 그 중년은 너무나도 평온하였다. 천성보다는, 거의 포기에 가까운 분위기였지만 노련하다고 설명될수도 있었다.


"이 임무에 관련되어서 내가 손을 털어놓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 수 년 쯤 되었던가........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단 하나야. 그래...."

종 잇뭉치들이 툭 하고 테이블에 떨어지며 칼카스는 의자를 끌었다. 큰 소리는 나지 않았고, 오히려 사내는 신경을 끄고 싶어했다. 차라리 그 이야기라면 저 안에도 몇몇 있을 터고, 자신이 질문하는 것에 답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으며.


"자네도 그곳에 있었고, 그녀도 그곳에 있었고, 나도 그것에 있었다. 아니, 수백만의 무고한 목숨이 그곳에 있었다. 모두 같은 날에 운명을 맞았고, 다시는 돌아갈수 없을 길을 택하였다."


그 순간 '로드', 자신의 옛 주군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칼카스는 깨달았다.



참고로 저 '로드'도 중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원작과의 연관성도 고려했고 말이죠.


제 능력이 닿는 한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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