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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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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7, 2013 14:24에 작성됨.

* 이 소설의 리카는 신데마스의 죠가사키 리카가 아닌 소설 오리지날 캐릭입니다. 혼동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히로인이 망가지거나 괴로워하는 것에 면역이 없음 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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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미키는 다행이도 목숨에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단지, 혼수상태에 빠져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내가, 내가 미키 말만 들어주었어도…….”

미키의 일로 리츠코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날 미키는 자신에게 몇 번이고 일을 하기 싫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억지로 일을 하게 한 사람은 자신이었다. 그러다가 담당 아이돌에게, 그것도 한참 톱을 향해 달리던 아이돌을 이렇게 다치게하고,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만들었다.
언제깨어날지, 그리고 깨어나도 언제 복귀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리츠코는 미키의 수술 후에도 쭈욱 계속 옆에 있어주었다. 그 피곤한 모습을 옆에서 P는 리카의 병실에 있다가 들러서 지켜보았다.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자신은 더 이상 프로듀서가 아니다. 어떤 입장에서도 그녀를 위로해줄 수가 없었다. 
둘은 자신과 리카를 도와준 은인인데,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P는 그것이 너무나 분하고 안타까웠고, 자신이 얼마나 못났는지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리카의 일만으로도 벅찬 자신으로서는 둘의 일까지 끼어둘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현재 765프로는 리츠코까지 프로듀서가 넷이라, 리츠코가 빠져도 그 일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장은 리츠코에게 충분한 휴가를 주었다. 단지, 그 휴가동안 리츠코가 충분히 마음을 달래고 복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자신의 고집으로 잘못하면 아이돌이 불행한 사고를 당해 은퇴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리츠코에게 큰 충격이 되어 그대로 프로듀서를 그만둘지도 모를 일이었다.

“리츠코.”

P는 상심한 모습으로 고개를 떨어뜨리고 미키만을 쳐다보는 리츠코를 어찌 위로해주지 못하고 그저 불러보기만 했다. 리츠코는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쓰고 있는 안경은 눈물이 떨어지고서 닦아내지 않아 마른 얼룩이 묻어있었다. 저래서는 앞도 자세히 보이지 않을 것이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다가 그녀의 얼굴로 손을 뻗어 그녀가 쓰고 있던 안경을 벗겼다. 손수건을 건네도 닦아낼 기력이 없을 것 같았다.
안경이 벗겨지는데도 리츠코는 멍하니 있을 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안경을 닦아낸 후 다시 그녀에게 씌어주려 할 때, 리츠코의 손이 움직여 자신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을 올려다보며 지친 기색으로 말했다.

“리카씨가 다쳤을 때, P씨도 이런 기분이었어요?” 

P는 그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여기서 리츠코를 제대로 위로해주지 못하면 그녀가 그렇게 열심히 하던 프로듀서를 그만두게 되는데도, 자신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미 자신에게는 그럴 자격과 위치가 없기 때문이다.
리츠코는 무언가를 간절하게 원하듯 P를 올려다보며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였지만 이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에게서 무언가 답을 얻고자 했지만 이내 그것이 무가치한 일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P의 표정은 덧없을 정도로 슬펐다. 그 표정에 들어난 것은 무기력.
그는 자신을 도와줄 수 없었다.

“하, 하하하…….”

리츠코는 고개를 숙여 표정을 숨기고 힘없는 웃음소리를 냈다. 그녀가 무슨 답을 내릴지, P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단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선택은 주위 사람들을 슬프게 할거라는 걸.
미키의 일은 리카에게 말을 해주지 못했다. 미키의 일까지 알면 리카는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자신의 부모님이 리카를 반대할지 모르는 이 때, 미키까지 잃는 다는 건 그녀에게 남은 사람이 자신 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랬기에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리카에게는 최대한 미키의 일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표정에 이 일에 대한 근심이 드러나는 듯 했다. 말은 안하지만 리카가 자신의 얼굴을 보고 불안해하던 것이다. 그렇게 불안해하면서도 자신에게 묻지 않는 것은 자신을 믿어서인 듯 했다. 언젠가 말해줄 거라고. 그게 아니면 불안한 일을 아는 것을 겁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P는 미키의 일로 고민하다가 결국 이르지만 리카의 퇴원을 결정했다. 자신이 나갔다올 때마다 리카는 예전보다도 더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대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쪽은 좋지 않았다. 거기다 같은 병원에 미키가 입원해 있으니 언제 알지도 알 수 없었다.
급히 퇴원소속을 마치고 짐을 챙기자 리카는 그것을 이상하게 보면서도 좋아했다. 집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좋은 듯 했다.
한참 짐을 챙기고 있을 때, 갑자기 병실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열린 문에서 하루카가 달려 들어와 그대로 P의 가슴에 안겼다. 

“하, 하루카?”
“P씨, 미키가, 미키가……. 으아아앙!”

그리고 목 놓아 우는 하루카를 냉정히 뿌리치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자니, 리카가 무언가 무서워하는 얼굴로 자신들 쪽을 보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고 마음을 다잡고 하루카의 어깨를 잡아 자신에게서 떼어냈다.

“진정해 하루카. 나가서 이야기하자.”
“괜찮은 거겠죠, 미키 괜찮은 거겠죠? 꼭 깨어나는 거겠죠?”

충격을 받은 듯한 하루카는 그렇게 P에게서 답을 들으면 미키가 곧 깨어날 것 같다는 듯 애절하게 물었다. 이 이야기 때문에 리카에게 안 좋은 영향이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 초조해진 P는 급히 하루카를 데리고 나갔다.
병실 밖에 있던 벤치에 앉아 하루카는 한동안 P의 품에 기대어 울다가 겨우 진정하고서 사과를 했다. 그리고 사과를 한 하루카는 다시 한 번 미키에게 가본다며 그 자리를 떠났다.
 하루카가 떠난 후에야 병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리카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P는 사실대로 말했다.

“미키가 병원에 입원해 있데.”

리카는 옷을 갈아입다가 움찔 흠칫거리다가 이내 부들부들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P가 가까이가 그 몸을 상냥하게 감싸주었다.

“괜찮아. 그렇게 심한 건 아니래.”
“……만나러 가도 될까?”
“나중에. 나중에 괜찮을 때 내가 데리고 가줄게. 기다려 줄 수 있지?”
“……응.”

리카가 고개를 끄덕여 주자 P는 그 이마에 입을 맞추어주었다. 그리고 리카를 데리고 병원에서 나왔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돌아다닐 수준은 되었고, 안정만 취한다면 집에서 지내도 좋다고 의사도 말했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자 집은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며 한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급히 보일러를 틀고 리카를 방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게 했다. 갖고온 짐들을 정리하기 위해 바로 방을 나서려는 P의 옷자락을 리카가 잡았다.

“저기…….”
“응?”
“키스해줘…….”

리카는 부끄러워하며 그리 부탁해왔다. P는 순순히 그 요구에 응해 몸을 낮추어 누워있는 리카에게 키스를 해왔다. 처음에는 가볍게 하다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리카 쪽에서는 아니었다.
P의 얼굴이 가까이 오자 그의 목을 끌어안고 그 손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격렬하게 그녀 쪽에서 키스를 요구해오며 먼저 상대의 입속을 탐해갔다. 오래도록 침대에 누워있던 환자의 힘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P의 목을 감싼 팔의 힘이 강했고, 열정적으로 상대를 탐했다.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서라 생각하며 거기에 응해주던 P는 차츰 그녀의 행동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키스만 요구했던 행동이 자신의 와이셔츠 단추를 벌려가며 바지의 허리띠에 까지 손을 뻗어왔다. 리카의 한 팔이 풀어지자 P는 급히 그녀를 떼어냈다.
리카는 울고 있었다. 

“……리카?”
“안아줘.”
“리카, 왜그래 갑자기? 몸도 안 좋은데 그러는건…….”
“상관없잖아? 하자, 응? 오랫동안 안해서 P도 쌓였을 거 아니야? 지금 하자. 나 괜찮아. 거칠게만 안하면 괜찮을 거야. 응? 그러니 하자.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 나도 쌓여서 그래. 하자, 지금 하자.”
“리카, 진정해. 일단 몸조리부터 해야지.”
“하자.”
“리카.”
“섹O하자고!”
 
리카는 울면서 빽하고 소리쳤다.

“뭐야, 이제 나 질린거야? 이런 몸이라 안기 싫은 거야?”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다른 여자하고 관계라도 맺은 거야? 그 때 코토리씨처럼? 아님 풍속점이라도 갔다 온 거야?

점점 말이 심해지는 리카의 행동에 P는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점점 불안해졌다. 몸과 마음이 망가져있는 리카다. 지금의 이 행동은 무엇 때문일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왜, 왜 다 떠나는 거야? 왜 내 곁에 아무도 남지 않는 거야? 내 아이도 그랬고, 미키씨도 그렇고. 거기다 요즘 P의 부모님도 나에게 쌀쌀맞으셔. P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
“그렇지 않아.”
“그럼 왜 나에게 오지 않고 바로 돌아가신 거야? 왜 연락을 해주시지 않는 거야? 왜 연락을 하게 해주지 않는 거야? 두 분다 내가 싫어져서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당신의 아이를 지키지 못해서?”
“리카, 진정해! 그런게 아니야!”
“하하, 당신도 날 떠날 거지? 그런거지? 그래서 날 제대로 안아주지도 안는 거지?”
“리카…….”

리카는 벌어지 P의 와이셔츠를 꼬옥 잡아 거기에 매달려 이내 흐느꼈다.

“ 제발 버리지 말아줘. 당신마저 날 떠나면 나 정말…….”

그런 리카를 안아주다가 그것을 떼어내고 그녀의 얼굴에 키스를 하였다. 그리고 손을 움직여 차분하게 그녀의 몸을 흩어주며 그 귓가에 속삭여주었다.

“난 결코 리카의 곁을 떠나지 않아.”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옷과 리카의 옷을 벗겨갔다.


 
둘은 침대에서 땀에 젖은 몸으로 붙어 누워있었다. 오랜만에 맺은 관계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몸이 좋지 않은 리카를 안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힘든 일이었다. 리카를 신경쓰는 자신도, 받아들이는 리카도.
리카는 P의 팔을 베고 그를 끌어안고 있다가 나직히 말했다.

“부모님께 다시 허락받으러 가자.”
“두분은 이미 허락하셨어.”
“지금도?”
“…….”

묻는 리카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어려 있었다.

“다시 허락 받자.”
“응.”
“그리고 결혼식은 늦게 올리더라도 혼인신고서부터 제출하고 싶어.”
“그래, 그렇게 하자.”
“그리고 아이도 갖고 싶어.”
“……나중에. 몸이 좋아지고, 식을 올린 다음에.”
“오늘 피임을 하지 않았잖아? 지금 관계로  생길 수도 있지 않아?”
“…….”
 
목이 메어와 P는 더 이상 대답할 수 없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집에 피임기구도 없고, 리카쪽에서 원해야 관계를 맺었지만, 아이는 생길 수 없다. 
그 사실을 리카는 모른다. 자신의 몸이 그렇게까지 망가진 줄 모른다.
지금의 반응으로 봐서는 그 사실까지 알면 리카는 정말 그대로 무너져 삶을 포기해버릴지도 모른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리카를 품속으로 끌어안아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하였다.
리카를 데리고 욕실로 가 같이 샤워를 한 후 그녀를 침대에 눕혀놓고 짐들을 정리했다. 
빨리 미국으로 가고 싶다. 
그런 생각이 간절했다. 이 나라에 오래 있을수록 리카가 점점 망가져 가는 느낌이다. 어떻게 든 리카 몰래 부모님을 설득한 후에 리카와 같이 두 분을 찾아갈 생각이다. 그 후에 미국에 가 한 동안은 일본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리카의 상태가 좋아지면 그녀의 불임에 대해서도 알려줄 예정이다. 아마 그러면 기껏 상태가 좋아진 그녀도 다시 지금과 같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비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아이를 원하니깐.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치유하고, 같이 할 것이다. 그녀가 이 이상 망가진다하여도 말이다.
이 불쌍한 여인의 곁을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도 리카를 사랑하고 있는 건가?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의문을 갖는 것일까? 자신은 틀림없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지 않을 리가 없다.

단순히 그녀를 동정하고, 죄책감에 더욱 그녀의 곁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마음보다 그런 마음들이 더욱 강한 것은 아닐까? 그녀를 동정하고, 그녀에게 미안해하고.
 
스스로 머리를 세게 주먹으로 때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그러지 않아도 힘들고 슬픈 그녀를 더욱 괴롭게 할지도 모를 생각들을 자신은 왜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있는 걸까?
최악이다. 지금 이럴 때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은 그녀를 평생 책임질 연인으로서 최악이었다.
한숨을 쉬고 짐들을 정리한 후 방으로 가니 리카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저녁식사를 준비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주방으로 가니 제대로 된 식재료가 없었다. 잠시 나갔다 올까하고 생각했지만, 그러다 중간에 리카가 깨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지금은 어린아이보다도 더 정신이 약해진 그녀는 자다 깬 집에 혼자라는 사실만으로 크게 슬퍼하며 울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식사준비를 포기하고 리카가 깨어나면 같이 장보러가기로 결정하고서 그녀의 곁으로 갔다. 조심스럽게 침대에 걸터앉아 조용히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잠든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자신이 곁에 있어 안심해서인지 굉장히 편안했다.
이 방에서 몇 번이고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다.
이 방에서 그녀와 동거한지 제법 시간도 지났다.
그녀와 행복한 시간도 길었다 생각한다.
그녀와 자신의 사랑을 축복해주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런 말을 어디선가 보았다. 불행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다고. 
그 말대로였다. 리카에게 불행은 갑자기 한꺼번에 몰려왔다.
행복해지려 하는 그녀를 누군가 시기하듯이 일이 한꺼번에 몰려왔고, 결국 그녀를 이렇게 망가트리고 말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순간, 진동으로 해놓은 전화가 울렸다.
리카가 깨지 않도록 방에서 나오면서 그녀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전화를 받자 그녀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병원에 가니 이미 퇴원했다고 하더라. 집이니?]
“……네.”
[그럼 지금 집으로 가마. 저녁은 먹었니?]
“집에 재료가 없어서 있단 리카랑 장보러 갈 생각이었어.”
[……내가 사가마. 나가지 말고 기다리렴.]

그 짧은 통화만으로 전화는 끊겼다.
P는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왜 어머니가 찾아온 것일까? 혹시 자신과 리카에게 결혼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할 생각으로 오는 것일까?
그래서는 안 된다. 지금의 리카는 그 이야기까지 견디지 못한다. P는 엄마에게 다시 전화해 그 의도를 알아보려 했지만, 방문을 닫은 방안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아퍼, 어딨어P?”

그 괴로움이 가득한 작은 소리에 P는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아 급히 방문을 열었다. 깜박하고 방 불을 켜놓지 않고 문을 닫아 방안이 어두웠던 것이다.
리카는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흐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 연신 아프단 말을 내뱉고 있었다.
잊고 있었다. 그녀가 망가진 또 다른 부분을. 병원에서 계단에서 굴러 어둠 속에서 정신을 잃은 그녀는 혼자 어두운 곳에 있지 못한다. 혼자 어둠 속에 있게 되면 그 때의 통증을 느끼며 아파하기만 하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다.
P는 방 불을 키며 침대에 같이 누워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리카는 웅크리던 몸을 풀고 몸을 돌려 P를 꼬옥 끌어안았다. 

“혼자 둬서 미안해.”
“우욱, 흐으윽…….”

리카는 진정되지 않는지 몸을 떨면서 그의 품속에서 계속 울었다. 
겨우 진정 된 리카를 침대에서 일으켜 몸단장을 도와주며 어머니가 올 거라는 것을 알려주자 리카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마음을 먹은 듯 그 표정을 최대한 지우려 노력했다.
리카의 몸단장이 끝나자 대기하고 있던 듯 P의 어머니가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열어주자 그녀는 양손에 장을 봐온 재료들을 가득 들고 있었고, 그것을 아들에게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어머니.”

리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인사를 건네자 P의 어머니는 그런 리카를 가만히 쳐다보기만 하였다. 리카는 떨면서 상대를 보았고, P는 옆에서 그런 둘을 긴장하며 보았다. 자신의 엄마가 심한 말을 할 것 같으면 달려가 막을 생각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서 가만히 서있는 리카에게 곧장 걸어갔다. 그리고 불안해하며 자신을 보는 리카를 꼬옥 끌어안고 한마디를 했다.
“우리 며느리, 고생이 많았지?”

그 다정한 목소리에 리카는 억지로 참고 있던 감정이 복받쳐 올라와 어린애처럼 그 품속에서 소리 내어 울었고, 그런 리카의 등을 투닥여 주며 어린애를 달래듯 어머니는 리카를 달래주었다. 옆에서 그런 둘을 보며 P는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는 오려 했는지 일이 생겨 오지 못했다. 다음 주에 따로 혼자 온다고 하더구나. 그래도 괜찮겠니 애야?”
“네, 네.”

P의 어머니가 미안해하며 그리 묻자 리카는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리카의 대답에도 그녀는 못믿어워 하며 다시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거니? 이제 막 퇴원해서 몸도 안 좋다며? 힘들면 다음 달에 그이랑 같이 찾아오마.”
“정말 괜찮아요. 오히려 어머니까지 하셔서 두 분다 오셨음 좋겠어요.”
“그래?”

세 사람은 식탁에서 어머니가 해준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랜만에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끼며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있구나하고 P는 남몰래 감상을 내렸다.
자신의 부모님은 결국 자신처럼 리카를 버리지 않으셨다. 그것만으로 자신과 리카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자신들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그런 감정은 리카도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의 그녀는 어린 아이처럼 감정을 제대로 숨기지 못한다. 그런 그녀이니 기뻐하는 저 표정은 확실히 진짜였다.
힘든 일이 있었으니 이제 슬슬 일이 풀리려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P는 생각했다.
부모님이 결국 이런 리카를 받아들여주었고, 미국에 가는 것은 처음 리카랑 인사를 하러 갔을 말해 이미 허락을 받았었으니 지금 다시 말한다하여도 두 분은 흔쾌히 허락할 것이다.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눈을 못 뜨는 미키도 어쩌면 곧 정신을 차릴지도 모른다.
그런 안일한 생각을 P는 너무나 성급하게 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마음을 놓고 그런 실수를 했을 지도 모른다.
식사를 하며 텔레비젼을 본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하지만 연예계 뉴스가 나오는 채널을 실수로라도 튼 것은 그가 하게 될 평생의 후회 중 하나가 되었다.

전하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던 사실은 잔인하게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자신들에게 최악의 형태로 다가왔다.

텔레비젼에서는 어떤 의원의 베게영업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유명한 의원이고, 자신과는 몇 번 부딪쳤던 의원이다.
그리고 자막에는 자신의 연인의 이름이 나오기 있었다.

-전 톱아이돌 리카까지…….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실수인 듯 아이돌이 본명을 언급하는 싸구려 3류 연예인케이블 TV를 튼 것은 그의 평생의 실수였다. 
리카의 이름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오자 화기애애하던 식탁은 거짓말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 
수저를 든 리카는 눈에 띄게 벌벌 떨고 있었고, 어머니의 표정은 덧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어머니는 조용히 P에게 물었다.

“……저 이야기 사실이니? 아니, 너 리카에게 그런 일도 시켰니?”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저런 일을 담당 아이돌, 그것도 자신의 연인에게 시킬 리가 없다. 3류찌라시 뉴스다. 당장 항의해 저 방송국에 법적으로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려했지만, 리카의 표정과 행동은 저 뉴스가 사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리카는 울지도 못하고 놀라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을 보는 P와 그녀의 어머니의 시선을 받다가 이내 힘겹게 입술을 움직여 짧게 말했다.

“죄송해요…….”

그 순간 P의 어머니는 거칠게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P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P의 어머니는 차갑게 말했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차갑게 리카를 내려다보았다.

“내 아들을 배신한 아이까지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고 어머니는 그대로 방으로 가 자신의 가방을 챙겨오며 현관으로 향했다.

“어, 엄마!”

P는 당황하며 자신의 어머니를 불렀지만,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충격을 받은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믿고 싶지 않았다.
정말 리카가?
그런 마음으로 자신의 연인을 보다니 그녀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어머니께 미움…… 받았어? ……어? 아이를 가질 수……. 미움 받아…… 아이,…… 내 아이. 결혼…… 못해? 아이? 어? 어? 어?”

그녀는 정리가 되지 않는 말들을 중얼거리다가, 이내 식탁에서 옆으로 혼절해 쓰러져 버렸다.
그 모든 일들이 꿈 속의 일인 것처럼 P에게는 현실감이 없었다.
어째서? 이제 다시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런 그가 혼절한 리카에게 정신을 차리고 달련 간 것은 그녀가 쓰러지고 어머니가 현관문을 닫는 소리가 났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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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 쓸수록 저도 괴로워지네요.... 어제 1편부터 다시 살펴봐서 그런가... 리카가 너무 망가졌어! 
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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