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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도쿄에서 만난 쿄토 아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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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1, 2016 11:24에 작성됨.

고운 노란색 카스테라 케이크, 맨 위 층은 한가을을 연상케하는 밤색 시트가 얕게 올라가 있고 그 위로는 눈꽃같은 슈가파우더가 은은히 놓여있다.
포크에 놓인, 아니 달라붙은 케이크를 입에 넣고 포크를 서서히 잡아빼자 케이크가 천천히 늘어나며 떨어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밀가루반죽처럼 약간 흐물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쫀득하다. 분명히 그런 감각. 힘을 가하면 다시 돌아오는 탄력은 없지만 그렇다고 서로 분리되버리는 것은 아니다. 이빨로 지긋이 눌러야 그제서야 떨어져나간다. 명백히 흐물거리는 것처럼 부드럽지만 씹는 맛을 잃지않은 시트를 천천히 입에서 굴리며 조곤조곤 씹으면 카스테라 속에 스며든 달달한 치즈케이크가 느껴진다. 마치 녹아내린 치즈와 같은 식감을 더듬어 가며 즐기다보면 호박의 달달함과 묵직함이 순간, 혓바닥 위로 주르륵 쏟아져 내린다. 그제서야 입 안에 가득하게 살살 퍼져있던 향이 무엇이었나 명백히 느껴진다. 메이플시럽. 호박을 베이스로 한 단 맛 위에서메이플시럽 특유의 약간 비릿하면서도 달달한 향이 느껴진다. 케이크의 시트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무게감있는 단 맛. 크림이라기는 조금 끈적해서 시럽에 더 가까운 느낌. 그럼에도 시트와 분리되는 일 없이 오히려 입 안에서 시트와 엉켜 하나가 되어만 간다. 마치 새옹심이 잘 들어간 단호박죽을 입에 넣은 느낌. 그러나 케익 특유의 찬 감촉과 푹신한 카스테라 시트의 기분이 호박죽과는 명백히 다르다는 걸 주장한다. 처음 시럽을 느낄 때, 그 안의 결정이 시나브로 느껴지기 까지해서 누군가는 조금 과한 단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윽고 시트와 엉켜 그 안으로 시럽이 스며들어버리면 그런 생각은 없어지고 입 전체를 오물거리며 이 케이크를 더 넓고 깊게 느껴버리고 싶은 원초적 본능이 남는다.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다가 분홍색 혀를 수줍게 밖으로 내밀어 입술을 살며시 핥아보기까지한다. 아직 입술 위에서 주인을 간질이던 시럽을 핥아먹은 것이다.

 

입 안에 약간 달라붙기까지 하는 쫀득함에 아이들의 입에서는 어느새 첩첩-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웅? 슈코쨩은 안 먹어?”

 

한창 열중하던 4명 중 한 명인 프레데리카가 문득 슈코는 전혀 입을 대지않고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들어 물었다. 슈코는 케이크를 가져온 당사자인데도 불구하고, 무릎을 양팔로 끌어모아 안고는 도무지 풀리지않는 수수께끼라도 씹고있는 것처럼 우중충한 얼굴을 하고있었다.

 

“....별로 생각 없어.”

 

언제나 여유만만의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던 슈코가 이렇게 우울해하는 이유는 몇 시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톡-톡-

 

히이라기가 휠체어의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가게 한 켠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LP판의 리듬을 즐기던 와중, 정문의 위 쪽에 달린 벨이 톡-톡- 문가를 두드렸다. 선곡에 거슬리지 않게 선택한 종이었으니 딱히 기분나쁘거나 할 일은 없었지만, 다음에 들려온 말은 히이라기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곤니치할로?”

 

“........”

 

“인사를 했으면 받아줘야지”

 

“그 인사를 원래 하던 사람이 아니라서 조금 생각했을 뿐이에요. 슈코”

 

“이미지 쇄신이랄까나-”

 

그런가요-라며 대답을 하고서 히이라기는 주방에서 어떤 상자를 가져왔다. 아름답게 꽃이 수놓인 강보에 싸인 것을 슈코에게 건네주자 그녀는 익숙하게 곧장 물건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일본 최고의 명인이 만든 화과자 세트랑 눈물 섞인 장문의 편지 그리고....혼자 열어야할 상자 하나”

 

“사랑받는 딸이네요.”

 

“작년에도 받았던 거야. 이 승부속옷까지도 말이지”

 

슈코는 혼자 열어보라던 상자를 당장에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하더니 한숨만 푹푹 내쉬고있었다. 히이라기는 건네받아 뒤쪽 안 보이는 곳에 던져두고는 밑에서 케익을 하나 꺼내 올렸다.

 

“아.....실례가 안 되면 하나가 권해도 될까요?”

 

“실례?”

 

“아이돌한테 케이크 권하는 건 실례일 수도 있으니까요”

 

“알면서 꺼내는 건 가져가라는 거지. 고마워.”

 

슈코가 조금은 기분이 풀린 듯이 미소지어 보이면서 케이크를 한 상자 챙겨넣었다. 생각보다 더 빨리 나가려는 슈코를 보며 히이라기가 살짝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어라? 벌써 나가나요? 조금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원래는 더 있고싶었는데, 요즘 내가 너무 잘 나가서 말이야. 아아- 피곤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화과자 가게에 있을 걸 그랬나?”

 

“농담 상태를 보니 마음에는 여유가 많은 것 같네요.”

 

서로의 농담을 작별인사처럼 나누고서 슈코가 문을 밀자, 문 앞에서 기다리던 누군가가 살며시 옆으로 피하며 들어왔다.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바깥 공기는 문 앞의 사람을 스쳐지나와 꽃 향기를 살며시 빵집 안에 밀어넣었고있었다.

 

“그렇다면, 몸도 마음도 여유가 많은 저는 여기에 오래 있어도 되겠지요?”

 

나긋나긋한 쿄토벤이 슈코의 조금 아래쪽, 가슴 높이에서 들려왔다.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히이리기는 이미 눈치를 챘는지 휠체어 위에서 몸을 고쳐잡고 손을 입가에 가져다대며 불편한 기색을 표하고 있었다.

 

“사에?”

 

“어머, 평안하신가요? 슈코 양.”

 

사에가 팔을 들어올려 옷깃으로 입가를 살며시 가리면서 조곤조곤 인사를 건넸다.

 

“사에도 여긴 온 거야? 조심해, 자칫하면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살이 잔뜩 붙어버릴지도 몰라?”

 

“걱정마셔요. 오늘은 제가 즐기러 온 것이 아니니까요”

 

그 말에 슈코가 다시 한 번 사에를 훑어보자 사에의 손에는 무언가 커다란 상자가 들려있었다. 사에가 히이라기를 향해 몸을 살며시 기울이며 인사를 건네자, 히이라기는 이유모를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그 눈웃음 사이로 무언가 비밀을 감춘 듯한 시선을 진하게 느꼈지만 히이라기는 내색도 않았다.

 

“요즘 자주 뵙네요. 사에 아가씨.”

 

“아직 제 부탁에 응해주신 것도 보답드리지 못했고 지난번 일로, 불편하게 해드린 것 같아 구태여 찾아왔사와요.”

 

“보수라면 이미 받았습니다만...”

 

“저희 가문에서 일한 것과 제 부탁으로 내려와 주신 건 다른 일이니까요? 부디 부담갖지말아주세요.”

 

그러나 히이라기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테이블 위에는 5단 도시락이 화려하게 펼쳐져있었다.

 

“미치루 양에게 들었습니만, 평소에 끼니를 잘 못 챙겨드신다지요? 그럼 아니되어요.”

 

젓가락을 건네지 않고 자신이 집어든 사에는 반찬을 하나 집어 올리며 말했어

 

“걱정마셔와요. 편히 일하실 수 있게 제가 도와드릴테니까요. 자아- 아앙~ 하셔요.”

 

히이라기가 설마-라고 생각하던 무언가가 눈 앞에서 직접 벌어지기 시작하자, 결국 그도 당황하면서 살며시 휠체어를 뒤로 빼기시작했다. 그러나 더 빠른 것은 사에였다. 도무지 거리가 벌어지지 않고서 오히려 사에의 젓가락은 가까워지고만 있었다. 무언가 제지해보려고 열린 입 속으로 사에의 젓거락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히이라기가 어떻게 이 사태를 수습해보기도 전에 뒤에서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태껏 나가지 않고 지켜보던 슈코가 왜인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며 히이라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헤에~? 아버지가 자꾸 꺼내던 혼담을 거절한 이유가 있었네?”

 

“슈코, 이건 오해-”

 

“무슨 오해?”

 

“.......사에 아가씨와 저는 별로 이렇다할 특별한 관계도 아니고 혼담과는 별 이유가 없습니다.”

 

“별 특별한 사이도 아닌데 이런 걸 하는구나...?”

 

그리고 슈코는 더 이상 듣기 싫어졌다. 정확히는 그 상황이 싫었던 것이겠지. 히이라기에게 무언가 말할 틈도 주지않고 버리듯이 막무가내로 뒤돌아 나와버렸다. 그 이후로 쭉-이런 상태였다.

 

“..........”

 

아주 어릴 적부터 가문과 가문 간의 일로 인해 자주 만날 수 밖에 없던 사이였고, 나름 나쁘지않게 지낸 이웃사촌지간이다. 그렇지만, 너무 오랜 시간동안 거의 언제나 같이 붙어다녔기 때문일까. 둘은 단지 아는 오빠와 동생인 사이지 어떤 흔히 말하는 ‘썸띵’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런 점을 잘 알고있었기 때문에, 러브코미디 같은 것도 ‘에에~?’라는 식으로 넘겨버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꾸 그 일을 떠올리는 지금 슈코의 마음은

 

‘아파.....’

 

립스의 다른 멤버들이 부르고, 프로듀서가 녹화시간이 다 되었다며 불러세워도 슈코의 머릿속에는 난생 처음 겪은 복잡한 감정에 휩쓸려 다른 건 들어오지도 않았다.

 

덧+

 

슈코가 나가고나서 히이라기는 으득-하고 이빨을 깨물며 낮은 소리로 되물었다.

 

“이게 무슨 짓이신가요....? 분명히 거절했고 받아들이신 것 아니십니까?”

 

“예”

 

사에는 전혀 기죽지도 않고 당당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히이라기는 그런 사에의 모습을 보더니 이마를 지그시 검지와 중지로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금 평정을 어느정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럼 이건 무슨 일인가요? 만에 하나 아이돌이고 교토 명문가의 아가씨가 이런 일을 들키면 어떻게 될 지는 사에 아가씨가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오오하라 또한 명문가 아닌가요?”

 

사에는 오히려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 옷소매로 입을 가린 채 꺄르르-웃기까지 했다.

 

“농담할 생각 없습니다.”

 

“......간단합니다. 히이라기 님, 전 히이라기 님을 사랑하고있으니까요.”

 

“예?”

 

“히이라기 님이 ‘지금’은 제 마음을 거절하신다면 언젠가는 제 품에 들어오시도록, 그럴게 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히이라기 님의 곁에서 몇 번이고 제 진심을 보여드리고 속삭일 것입니다. 히이라기 님이 절 사랑하실 때까지, 절 사랑할 수 밖에 없을 때까지.....몇 년, 몇 세기가 걸리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사에가 어느새 히이라기의 뒤로 돌아와있었다. 약간 서늘하지만 매끄러운 감촉의 흰 손가락을 히이라기의 목과 쇄골 위에 살며시 얹어놓은 채, 사에는 몸을 숙여 히이라기의 귓가로 입술을 가져다대었다.

 

“전 언제나 히이라기 님을 사랑할 것입니다.”

 

흠칫-하고 놀라며 히이라기가 몸을 빼자 사에는 천천히 앞으로 돌아가 몸을 정돈하였다.

 

“오늘은 조금 어지러우신 것 같으니 이만 물러가도록하겠습니다. 그 도시락은.....안 드실 거면 버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히이라기 님....부디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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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치즈케이크 드세요. 메이플 치즈케이크

 

강남 현X백화점의 파블로 치즈타르트에서 현재 할인 중입니다. 15000 정도 하던데 9900원- 꺄얏-!

 

최근 쓴 소설 중에 가장 오래 걸린 것 같네요. 근데 사실 먹방 씬은 최근에 쓴 것 중 가장 맘에 안 듦. 가족들이 맛있어하면서 게눈 감추듯 먹어버린지라 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저 소설 쓰게 먹지말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미치루가 안 나왔지만, 씁 어쩔 수 없지......

 

이제 다른 빵 먹으러 가야징

 

슈코 편 다 쓰면 외전: 카구야 공주와 연관되는 외전이 나올겁니다.

 

오오하라가 명문가라는 소리는 제빵업계에서 통용되는 소리입니다.

 

어째 꼬이는 여자가 죄다 연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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