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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리「내 친구 우사가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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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1, 2016 10:28에 작성됨.

-호러 주의-

 

 

-주의했습니다.-

 

 

 

 

푸근한 느낌의 함박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날, 사무소에 이오리와 야요이 단 둘이 남아있을 때였다.

 

이오리「야요리. 무서운 이야기 들려줄까?」

 

야요이 「우응..왠지 듣고 싶지 않을런지도」

 

이오리 「아냐.재미있을꺼야. 한번 들어봐」

 

야요이는 무서운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였으나,
그녀의 절친 이오리가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했거니와,
일편으로는 심심하기도 했으므로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이오리 「내 인형 알지? 우사 말이야.」

 

야요이 「응. 요즘엔 안보이지만..혹시 이야기가 우사랑 관련된거야?」

 

이오리 「니히힛. 맞아. 우사에 관련된 이야기야.」

 

이오리 「다 듣고 나면,알게 될 거야」

 

이오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5일 전-

이오리 「난 어렸을 때 작은 토끼를 길렀었다.」

 

이오리 「그 아이의 이름은 우사였다.」

 

이오리 「아무도 관심가져주지도, 봐주지도 않는 어렸을 적의 그 작고 외로운 아이 이오리에게」

 

이오리 「우사는 거의 유일한 친구였었다.」

 

이오리 「미나세 기업에 일방적으로 해고당하여, 불만을 품은 직원이 강산성 병을 우사에게 던지지만 않았더라면 」

 

이오리 「우린, 더 오래 친구가 될 수 있었겠지.」

 

이오리 「우사는 내 눈 앞에서 고통스럽게 죽었다. 끔찍한 모습으로」

 

이오리 「그 이후로 난 토끼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병적으로.
그 대체제로 인형 우사를 찾을 때까지.
난 인형 우사와 만난 그날, 너무나도 기뻤다.
인형은 죽지 않으므로,
드디어, 헤어지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우사와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이오리 「허나 인형조차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었다.
항상 가지고 다녔으므로, 인형은 계속해서 낡아졌다.
그렇다고 우사의 몸을 교환하거나 바꿀 수는 없었다.
그건, 가짜로 바꿔치는 것이였으므로」

 

해답을 찾던 나는 한달 전, 미나세 가문의 서재에서 책을 한 권 찾아내었다.
'Necronomicon' 직역하자면 죽음에 대한 책

 

아버님은 항상 그런 것들에 골몰하셨다.
어머님도 결국 질려서 떠나가실 때까지,
아버님은 그러한 기이한 것들에 집착하셨다.
어느날 밤중에 끝없는 공포에 질려,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는 다시는 서재에 발을 들이지 않으실 때까지,
나의 어린 시절 아버님의 모습은 기이한 것들에 병적으로 집착하시는 모습 밖에는 없으셨다.

허나 밤 중에 공포에 질린 표정 속에 의문사하실 때까지도, 그분께선 젊었을 적 그것들에 대해 내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이오리 「어쩌면 내 피 속에도, 아버지의 광기로 오염된 피가 똑같이 흘렀기 때문이였는지도 몰라.
그날 그 책을 발견했던 건」

.....

 

야요이 「..이오리..」

 

야요이 「이..이제 그만하자. 무섭다고 이오리짱」

 

이오리 「니히힛. 이제 시작인걸?」

 

장난스런 미소와 함께 이오리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

이오리 「인간의 가죽을 겨워 만든, 443 페이지로 구성된 이 책은 14세기 중동의 학자 '압둘 알하자드'가 본인의 뼈를 태워 만든 잉크로 옮겨적은 죽음에 대한 방대한 철학이 집대성된 하나의 철학서이자 연구서였다.
책은 학자가 죽은 다음에 쓰여졌고,
오직 학자의 이름만이 적혀져 있었으므로
누가 옮겨 적었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거기에서, 무생물을 매개체로 죽은 생명체를 다시 불러들이는 법을 발견했다.

모든 구절에는 아버님이 쓰셨던 상세한 해석이 메모로 붙어 있었기에, 내가 그것을 읽고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

 

이오리 「지금 생각해보면, 난 분명히 무엇인가에 씌였던 걸꺼야.」

 

야요이 「..다 농담이지?」

 

야요이의 얼굴은 이미 충분히 공포에 질려 있었다만,
이오리는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이오리 「당시에는 힘들었을 법한 약품들과 재료들이 상당수 있었지만,
21세기의 굴지의 기업이 구하지 못할 재료는 없었다.

준비물을 모으는 데에는 단 2주면 충분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그날, 오늘과 같이 세차게 몰아치는 눈보라 아래
난 준비된 실험대 위에 우사의 인형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준비된 토끼 제물의 목을 베ㅡ」

....

 

야요이 「그만!!」

 

야요이는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요이 「이제 그만하자 이오리짱, 응?」

 

이오리 「부탁이야 야요이. 끝까지 들어줘.」

 

이오리의 눈은 너무나도 평온하고 차가웠기에,
자리를 일어서려던 야요이는 무언가에 홀린 듯 다시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이오리 「니히힛. 다시 시작할께 야요이」

 

.....

이오리 「하지만 당장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오리 「토끼 인형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난 책이 그저 광인의 장난질이였다고 오판했다.
잠시나마」

 

이오리 「아아, 차라리 광인의 장난에 불과했더라면 얼마나 나았을까?」

 

이오리 「순간 모든 눈보라가 그쳤다.
그리고 시계 초침마저도 수 번 흐르다가, 멈추었다.
그 무덤과도 같은 싸늘한 적막을 깬 것은
우드득, 하고 들려오는 기이하고 불쾌한 소리였다.
마치 뼈들이 맞춰지는 듯한..」

 

이오리 「그리고 내 눈 앞에서, 우사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우사 인형의 몸이 점차 골격을 이루며 형상을 갖추어내기 시작했고,
눈구멍의 단추가 흘러내리고 찢어지며 피막이 만들어지더니 그것은 이내 진짜 토끼의 두 눈으로 변해갔다.
실이 표면에서 스르륵, 하고 풀리더니 그 자리 위로 뼈가 올라오고 피부 피막이 덮히더니 털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실로 막혀 있던 입은 날선 토끼의 이빨들이 돋아나고 이내 구멍과 혀가 자라났다.
그렇게 내 앞에서, 인형 우사는 토끼 우사로 되살아났다.
하지만 재회의 기쁨도 다시,
난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이오리 「사실 책은 444 페이지였어.
그러나 내가 찾은 책의 장 수는 443이였지.
아마 그 마지막 장에, 주술인지 연금술인지 모를 그 행위의 부작용이 적혀 있었겠지.
하지만, 난 그것을 몰랐어.
만약 우사가 그런 식으로 되살아날 것이였다면,
난 결코 되살려내지 않았을 거야.」

 

이오리 「우사는, 화상 속에 녹아 죽어가는 형상 그대로로 살아났다.
허나 주술의 힘에 의해 죽지도 못하였으므로,
끊임없이 고통 속에 신음하는 모습이였다.
절반쯤 녹아 내장을 주르륵 흘려내면서도,
주인을 찾아 눈 먼 고개를 돌려가며 기어오는 우사의 모습에 난 그제서야 이성을 되찾았다.」

 

이오리 「그제서야, 난 우사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옆에 준비된 횃불을 들고는..」

.....

 

야요이 「..이오리짱..」

 

야요이 「...무섭고 슬픈 이야기였어..」

 

이오리 「니히힛」

 

허나 야요이의 표정과는 달리 이오리의 표정은 장난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소름끼칠 정도로

 

이오리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야요이?
난 그날 횃불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니히힛」

 

이오리 「우린 다시 재회했다고? 모습은 달라졌지만, 이제 우사는 죽지 않아.」

 

이오리 「내가 부르면 올 꺼라고?」

 

야요이 「이제 제발 그ㅡ」

 

그 순간, 야요이는 사무소 휴게실 바깥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 기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철퍽 철퍽, 하고 질척이면서
비릿한 내장 냄새가 코 끝을 찔렀고
그리고 그 다음은..

 

이오리 「소개할께. 내 친구 우사야.」

 

야요이 「끼아약!」

 

이내, 그녀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이오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장난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였는데,
설마 기절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애원하였기에
야요이는 그녀를 용서했다.
야요이는 어젯밤 있었던 일이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그저 꿈이라고 여기며 이내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이오리가 다시 우사를 들고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분 탓일까?

 

우사가 가끔, 꿈틀거리는 것 같다.

 

ps. 자꾸 쓴물나거나 고름물나는 것만 써서 죄송합니다.ㅠㅠ

앞으로도 죄송하겠습니다. ㅠ

 

가뜸 달달한 것도 써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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