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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미오 생일 축전] 너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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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1, 2016 09:13에 작성됨.



겨울의 어느 날, 치바 현 모처의 라이브 하우스엔 후일 점장이 개점 이래로 이렇게 많은 손님을 받아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밝혔을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장막 한 장 너머로 객석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대기실에서는 오늘의 주인공인 한 아이돌이 그녀의 프로듀서와 함께 라이브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저 소리 들려 프로듀서?"

"그래. 아주 잘 들려. 엄청나게 온 것 같은데? 자리가 모자랄지도 모르겠어."

"정말로 그럴지도 몰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이야..."

"네가 그 만큼 대단하다는 거야. 자랑스러워해도 괜찮아."

"응!"

기뻐하면서 웃는 미오를 내려다 보면서 프로듀서는 체크를 계속했다.
물론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일주일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좋아, 의상은 완벽하고, 무대 설비는 미리 검사해뒀고, 남은 건 너 뿐이네. 마음의 준비는 끝났어 미오?"

"물론! 언제든지 오케이야!"

"좋아, 다녀와라!"

"다녀올게! 프로듀서!"

그렇게 말한 후, 미오는 등을 돌리고 환희에 찬 얼굴로 무대를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이 장막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그녀를 바라보던 프로듀서는 가볍게 웃으면서 의자에 앉았다.

와아아──!
미오쨩──!

『팬 여러분──!! 오늘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터질 것만 같은 환성 속에서 미오의 생일 기념 라이브가 시작되었다.

☆☆☆☆☆★

"오늘 콘서트, 즐거웠나보네?"

"응! 팬들한테 축하도 받았고, 선물도 엄청나게 많이 받았으니까!"

"확실히, 너무 많아서 임시로 선물 두는 곳까지 만들어야 했으니까 말이야."

"응...이런 생일, 처음이야 작년엔 이런거 엄두도 못 냈을텐데."

그렇게 말하고, 미오는 관객들이 빠지고 텅 비어버린 관객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관객석을 청소하던 라이브하우스 직원들도 전부 빠져나갔기 때문인지, 관객석은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장막 뒤의 대기실을 정리하는 소리가 아니었다면 이 세상에 자신들만이 남겨진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에 빠져버릴 정도였다.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고 비어버린 관객석을 바라보던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침묵을 깨트린 것은 미오였다.

"저기, 프로듀서. 기억해? 나랑 프로듀서가 처음 만났던 날..."

추억에 젖은 눈빛으로 프로듀서를 바라보면서, 미오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로 인사 한 다음에 좀 더 서로에 알아보자면서 카페에 갔었지? 사실 나 그때까지만 해도, 프로듀서가 좀 못미더운 사람 같다고 생각했었어. 옷차림도 상당히 어수선했고, 눈가에 다크 서클도 진하게 깔려있고 그랬으니까."

"그래서, 좀 불안했어. 이런 프로듀서로 정말 괜찮은 걸까...하고."

"그런데, 카페에 가서 말하다가 프로듀서가 업무 때문에 걸려온 전화를 끊는걸 봤을 때, 생각이 바뀌었어."

"내가 그랬었단 말이야?"

"응! 죄송하지만 지금은 앞으로 담당하게될 아이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끊었었잖아. 그 전화 끊은 것 때문에 사과전화도 했었고."

"그랬나? 일 하다보면 그러는게 한두번이 아니라서 완전히 잊고있었네."

"그랬다니까! 어쨌거나, 그걸 보고 생각이 바뀐거야. 사과 전화까지 해야할 정도면 사소한 전화는 아니었을텐데, 나한테 좀 더 집중하고 싶다면서 전화를 끊어버리는 사람이라면 믿어보고 싶다고...그렇게 생각하게 됐어."

그렇게 말하고 미오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관객석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입을 다물었다.
프로듀서도 미오를 따라 관객석을 바라보면서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으면서 미오가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미오를 프로듀스하면서 생긴 통찰력이 미오가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첫 솔로 라이브 때는 기억해?"

"물론 기억하지. 그걸 어떻게 잊냐."

"아하하, 역시 그렇지? 그때 정말로 꼴불견이었으니까..."

"개막 10분 전에 리버스를 일으킨 아이돌은 네가 처음이었을거야."

"앗, 잠깐! 그걸 꼭 말해야해?!"

"내 양복에 살짝 쏟았던 거 아직도 기억해."

"정마알~! 사람이 용기를 내서 옛날 이야기를 꺼냈더니 놀리기만 하고! 어쨌거나, 그때 프로듀서가 위로해주지 않았다면 그날 난 스테이지에 못 올라갔을지도 몰라."

"그 정도였어?"

"응...사실 그때 무대에 서기가 무서웠거든. 바보 같지? 다른 사람들 라이브에 서브로 참가할땐 그렇게 기세등등하게 나갔으면서, 막상 자기가 솔로 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니까 무서워서 벌벌 떨기나 하고....."

"여기서 실수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는걸까...또, 시마무랑 시부린의 등만 바라봐야하는 그때로 돌아가야하는 건 아닐까...그런 생각이 넘쳐서,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만 같아서...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

"미오..."

잠깐 동안이지만, 미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본능적으로 그녀를 위로하려고 입을 연 순간 그 그림자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런데, 그때 프로듀서가 날 위로해줬던거야. 내가 여기 있다고, 언제나 네편인 내가 여기 있으니까 진정하라고, 못 참을 것 같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원하게 쏟아버리라고."

"......"

"그 말을 듣고나니까 긴장이 탁 풀리면서, 내가 바보 같이 느껴지더라고. 난 혼자가 아닌데 혼자가 되버렸다고 생각하고, 잔뜩 긴장해서 걱정까지 끼치고 그랬으니까....그리고 그 다음은...알지?"

"긴장 풀려서는 게워냈지."

"아 쫌!"

좋은 분위기가 살아 숨쉰 것은 아주 잠깐 뿐이었다.
프로듀서의 장난스러운 한마디에 분위기는 다시 누그러졌고, 미오는 볼을 빵빵한게 부풀리고 프로듀서의 가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간지럽다는 듯이 받아주면서, 프로듀서는 미오를 끌어안았다.

"엣...프로듀서...?"

"그랬던 네가 지금은 이렇게 훌륭해졌지. 정말, 정말 잘 커줬어."

"프, 프로듀서, 다른 사람들이 볼지도 모르는데, 이러면 안 되는거 아닐까? 파, 파파라치라던가 있을지도..."

"스탭분들이 내보내서 아무도 없잖아. 잊었어?"

"아, 그, 그랬던가? 아, 아무튼! 이, 이런거...우우우...."


갑작스러운 포옹에 당황한 것인지, 아니면 내심 이런 것을 기대했던 것인지, 미오는 얼굴은 빨갛게 물들었으면서도 별 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이미 두 사람은 완전히 둘만의 세계에 들어서 있었다.
스탭들이 작업을 하는 소리도, 점검이 끝나서 하나 둘씩 꺼지고있는 조명도 둘을 방해하지는 못했으니까.
그리고, 뭔가 결심한듯한 얼굴로 프로듀서가 입을 열려고 한 그 순간, 무대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두 사람을 깨웠다.

"미오(쨩)! 우리 왔어!"

무대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미오의 프로덕션 동료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미오와 그녀의 프로듀서를 강제로 현실로 되돌리기엔 충분했다.
미오는 새빨갛게 변한 얼굴을 하고서 프로듀서의 품에서 빠져나왔고, 그녀의 프로듀서는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듯한 얼굴로 그녀를 풀어주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미오였다.

"에...그러니까...다녀올게! 프로듀서! 시마무랑 시부린, 기다리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래."

"그럼, 먼저 갈게!"

그렇게 말하고, 미오는 탈의실을 향해 달려가버렸다.
그리고, 멀어져가는 그녀의 모습을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던 프로듀서는 품 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12시의 종소리, 라는게 이런건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미오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면서 프로듀서는 들어줄 이 없는 혼잣말을 시작했다.

"기억나니? 미오야? 우리가 정말로 처음 만났던 날을."


☆☆☆☆☆★

내가 네 담당이 되기 전, 네 솔로곡이 정해지기도 전의 일이었지. 그때의 나는 선배가 시켜서 선배가 담당하던 아이돌들의 분실물을 찾으려고 레슨 스튜디오를 찾아왔었고.
그리고 그때 나는 너를 처음으로 만났지.
비어있는 레슨실에서 혼자 남아서 연습을 하고 있던 너를 만났던거야.
그때는 네가 누군지 몰랐지만, 나는 처음으로 이렇게 생각했었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애를 프로듀스할 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시마무라와 시부야의 솔로 데뷔가 결정되었을 때가 떠오르는구나.
그때의 나는 마침내 아이돌을 담당할 수 있게 되서 한창 들떠있는 상태로 선배의 일을 돕고 있었어.
그때의 너는, 시부야와 시마무라와 함께 기뻐하면서 두 사람을 축하해주고있었지. 그 둘이 미안해하는걸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그렇지만, 미오야. 난 알아버렸단다.
프로듀스할 아이돌 후보생을 선발하기 위해서 레슨 스튜디오를 찾았을때, 난 봐버리고 말았던거야.
빈 레슨실에서 혼자 남아, 눈물을 쏟으면서 연습하고있던 네 모습을.
그 모습을 보고 놀랐었어.
몇번 만나지도 않았지만, 친구들 앞에선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는 아이로만 보였던 네가, 그렇게나 서러워하면서 울고있는 모습을 처음 봤거든.
그리고, 그때 나는 또 다시 이렇게 생각했어.

"저 아이가 무대 위에서 빛나게 해주고 싶다. 어울리지 않는 눈물보다, 환한 미소로 가득차게 만들어주고 싶다....라고 말이지."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고.
프로듀서는 아무런 말 없이 미오가 있을 대기실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무대 설비들을 정비하러 온 스탭이 아니었다면, 언제까지고 그렇게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지금부터 설비를 점검해야하니 나가주시면 안 될까요?"

"아, 예. 실례했습니다."

☆☆☆☆☆★


스태프의 말에 따라서 대기실로 걸음을 옮기면서, 프로듀서는 품 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고풍스러운 글씨체로 미오의 이름이 쓰여있는 그 상자에서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함이 느껴졌다.
심호흡을 한 후, 프로듀서는 어느센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된 미오의 대기실 문을 열었다.

"아, 왔구나, 프로듀서. 시마무랑 시부린은 먼저 돌아갔어. 방해는 여기까지만 하고, 앞으로는 젊은 사람들한테 맡기겠다나 뭐라나. 둘도 참 짖궂지? 젊은 건 똑같으면서..."

그 안에는 조금 빨개진 얼굴을 린과 우즈키로부터 받은 가린 미오가 있었다.
그 새빨게진 정도를 보고, 자신이 없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질문 공세를 받았을지 예상하며 프로듀서는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그 얼굴이 얼마나 더 새빨게질 수 있을지를 상상하면서 미오의 앞에 한쪽 무를을 꿇었다.
그리고 나서, 프로듀서는 준비했던 작은 상자를 정중하게 들어올렸다.

"엣. 에엣? 프, 프로듀서? 뭐 하는거야? 그 상자는 뭐고?"

"....."

프로듀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작은 상자를 열어서 그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프로듀서...그거...!"

상자 안에 있던 것을 본 순간, 미오는 입을 다물었다.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은 영롱하게 빛나는 한켤레의 유리구두였다.
그것을 본 미오는, 자신도 모르게 발을 들어올렸다.
마치, 그것을 신겨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프로듀서는 기다렸다는 것처럼 미오의 발을 잡고서 가볍게 들어올렸다.

댕, 댕, 댕.

어디선가, 열두번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맨발이 된 미오와, 그녀의 맨발을 잡고있던 프로듀서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미소지었다.

"생일을 축하합니다. 나의 신데렐라."

"감사합니다, 나의 왕자님."

유리구두는 미오의 발에 딱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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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보여줄 것은 대대로 전해내려왔으며 미래에도 이어질 미오P의 영혼이다! 팬의 영혼이다!

미오! 올해 내 마지막 7kb 오버 글이다-! 받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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