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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미오 생일 기념]Pride of chicken

댓글: 4 / 조회: 1975 / 추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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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01, 2016 00:00에 작성됨.

그가 지상에서 사는 동안에는 내가 무슨 일을 하든 금하지 않겠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
-파우스트 中.


"사람이 누군가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있지, 나는.... 지쳤어."

"그래서, ■■ 만큼은 항상 밝게 빛나고 있었으면 했어."

"그런데... 그런 ■■가 그런 표정 지으면 안 되잖아."

 


미쿠는 자신이 우스운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미오양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요- 이 요시노의 이야기도, 전부 웃는 표정으로 들어주었답니다. 그런 미오양 또한 품고 있는 이야기가 분명 있겠지요. 혹시 미쿠양은 그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지-"

"그, 그렇진 않다냥. 그냥 신경이 쓰여서…"

미쿠는 요시노의 말에 애써 부정했다. 스스로 말해놓고도 어이없는 말이었다. 미오의 주변 사람 이야기를 열심히 캐묻고 다니던 주제에 이제 와서 부정하는 것도 웃긴 일 아닌가.
미쿠는 최근 며칠간 미오에 대해서 여기저기 캐묻고 다녔었다. 가까운 사람부터 묻고 물어 드디어 도달한 것이 요시노. 그런데 요시노가 미오를 잘 아느냐고 물어보면 미쿠 본인으로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밖에 없다. 아마 요시노 본인도 미오를 잘 아느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저을 거고.
그런데 왜 캐묻고 다녔더라. 미쿠는 뒤늦게야 자신이 왜 미오를 신경쓰고 있었는지를 돌아보았다.
...이제 와서 할 소린 아니지만, 딱히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야 요즘 신경 쓰이긴 했는데...

"확실히, 미오양은 매사에 열심이지요-"

"그렇지? 그치만 가끔 보면 너무 과하게 구는 거 같아."

"과하게...라면, 요즘 미오양이 무리하는 거 같다는 말이신지?"

"응? 아, 그래! 그렇다냐! 미오는 놔두면 혼자 끌어안고 있는 성격이라 손이 내가 신경 써 줘야 할 거 같단 말이지..."

말하다 보니 조금 감이 왔다. 그래. 미쿠가 보기에 미오는 조금 무리하고 있는 듯했다. 사실 오지랖이라고 해도 할 말 없다(아니, 오지랖이다). 하지만 미쿠의 눈에는 미오가 자꾸 밟혔다.
그런데, 어디서 무리를 하고 있다고 느낀 걸까. 미쿠는 여태 캐묻고 다니면서 들은 대답을 곱씹어 봤다.


'미오쨩요? 연극 준비를 해야 한다고 자주 레슨 중이에요. 네? 그렇네요. 요즘 미오쨩은 꽤 자주 힘든 일 있으면 자기한테 상담하라고 그러더라고요. 미오쨩도 참 열심이에요. 저도 질 수 없죠. 시마무라 우즈키! 열심히 할게요!'

'미오는 안 그래 보이는데, 자기가 노력하는 걸 별로 보여 주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 그래놓고 자기는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거 같고. 그래서 나만 알고 있기로 했어. 믿어야지. 우리 뉴제네의 리더니까.'

'응? 미오? 음... 안 그래 보이지만 뭔가 혼자 품고 있는 게 많은 것 같지. 라디오 오랫동안 같이 하다 보니 보이 는건데, 가끔 미오는 무슨 말 하기 전에 아주 잠깐 멈칫할 때가 있더라구. 생각하는게 분명 있을거야.'

'미오쨩요? 저번 여름부터 혼자서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도 가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멍-하니 있을 때가 있어요. 어째서려나...'

'미오쨩은 진지한 표정을 짓다가도 제가 부르면 금세 웃는 표정이 됩니다! 그리고 제가 뭔가 실수하거나 하면 어김없이 와서 응원해 줍니다! 그게 거짓 웃음일 리 없습니다!'

'미오 말야? 정말 착실하지. 내 백댄서로 설 때만 해도 걱정 많이 했는데, 벌써 한 사람의 어엿한 아이돌이 됐는걸?'


...감이 안 온다. 다들 별말을 안 해줬으니까. 최근의 미오에게 위화감을 느끼는 건 미쿠 뿐일까. 지금의 미오는 마치 그때의...
아. 미쿠는 자신이 느낀 위화감에 대해서 조금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기, 요시노쨩. 미오가 혹시 이것저것 챙겨주거나 했어?"

"네. 마치 제 언니처럼 이것저것 챙겨주었답니다- 조금 전 까지 레슨 하고 와서 힘들 터인데도 자신만 믿으라며-"

요시노가 더 나이 많잖아. 라는 태클은 하지 않기로 했다. 태클 걸어봐야 먹힐 거 같지도 않고. 하지만 이걸로 좀 감이 오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오지랖 넓은 미오건만, 어디까지 오지랖을 넓힐 생각인가. 그런 오지랖에 미쿠에게는 위화감을 느꼈던 것이다.

"미쿠양은 미오양을 걱정해 주고 있는 것이군요. 허나, 걱정만 한가득하여도 해결되는 일은 없답니다? 이럴 때는 역시 본인에게 물어보는 것이 어떠신지-"

"으, 음..."

요시노의 말에 미쿠는 되다만 신음을 흘렸다. 요시노의 말은 정론이다. 하지만 대뜸 너 무리하냐고 물어보면 미오는 분명 고개를 저을 것이다. 자기 노력은 또 숨기려는 타입이니까.
고민하는 미쿠를 보고 요시노는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시길- 그런 일에 대해서라면 이 요시노에게 한 가지 작은 생각이 있답니다-"

 


편지를 받았다.

드문 일은 아니었다. 아이돌을 하다 보면 팬레터가 자주 오고는 하니까. 부담될 정도로.

『From. 당신이 되지 못한 나에게서.』

하지만, 그 편지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야- 미쿠냥이 치킨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할 줄은 몰랐어- 마침 치킨 땡기던 참이었는데 생큐! 미쿠냥 정말 천사!"

"뭐, 뭐야. 그렇게 추켜세워도 사주진 않을 거다냥."

"그래도 이런 건 혼자보다는 같이 먹으러 가는 게 좋잖아?"

나 다음부턴 요시노쨩 안 믿을 거다냐. 미쿠는 작게 혼자 중얼거렸다. 요시노가 작은 생각이 있다길래 무슨 비책이 있는 줄 알았다. 왜 있잖은가. 저런 말투로 작은 생각이라고 하면 으레 기발한 발상을 의미하는... 그만두자.
하여간 요시노의 생각은 정말로 작은 생각이었다.

'오늘 미쿠양은 길한 기운이 있으시니- 이대로 미오양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답이 나올 것인즉- 같이 식사로 하는 것이 어떠신지?'

과연 이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아니, 요시노는 영험한 능력이 있다는 건 미쿠도 잘 알고 있었다. 어쨌건 미쿠는 요시노가 소소하게 굉장한 이적을 행하는 것을 몇번이고 봤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뭣보다 물어보기 힘들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 안 해 줬잖아! 생각해 보니 속은 거 같아!

"미쿠냥? 무슨 생각해?"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서, 미오쨩이 추천한다는 치킨집은 멀었어?"

"금방이야 금방, 아 저기 있다."

차가운 12월의 바람에 섞여 끈적한 식용유 냄새가 미쿠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얼굴까지 얼어버릴 듯한 추위였지만 되려 그 추위가 식욕을 자극한다. 마침 미쿠는 딱 좋게 허기진 상태기도 하다. 이야기하기 위해 치킨을 먹자고 제안한 미쿠였지만, 여기까지 오니 아무래도 치킨 자체에도 끌리기 시작했다.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아주머니- 미오가 왔어용-"

"어머, 오랜만이네? 자주자주 와. 미오가 얼굴을 팔아줘야 우리 집도 번창하지."

"헤헤. 저 아이돌이라서 자주 못 오는 거 아시면서."

미오가 가게의 문을 확 열자 가게 가득 차 있는 닭튀김 내음이 미쿠를 기습한다. 예고된 습격이었음에도 미쿠는 기절할 것 같은 아찔함을 느껴야 했다. 아이돌인 이상 식단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런 미쿠의 눈앞에 대령한 튀김이다. 기름을 아낌없이 퍼부은 튀김이라고.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
미쿠는 자리에 앉은 채로 원래 온 목적도 잊은 채 조바심을 냈다. 지금의 미쿠는 인간 화력 발전소...가 아니라 고기를 탐하는 한 마리의 야수였다. 아아, 고기란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인가...

"하하... 미쿠냥, 느긋하게 기다리면 나올 거야."

"조, 조바심 안 냈다냐! 그냥 좀 배고파서..."

아, 아냐. 이게 아냐. 미오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얼른 무슨 말이라도 해서 미오를 떠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온 거잖아. 미오가 혹시 숨기고 있는 건 없는지... 어떻게 질문해 봐야 할까. 분명 미오는 직접적으로 질문하면 말을 돌릴거고, 그렇다고 고민이 뭔지도 모르는데 에둘러 질문할 수도 없고...
그런데, 내가 왜 이런 걸 신경 쓰고 있지?

"흐흥- 미쿠쨩이다! 미오쨩도 있네?"

생각의 홍수에 잠겨있던 미쿠를 건져낸 것은 어떤 목소리였다. 듣는 것만으로도 흥이 날 것만 같은 발랄한 목소리. 이 목소리는 들은 적 있다. 분명...

"프레언니...?"

"프레쨩이냥? 여기엔...?"

"으응. 그게 말이지, 대학교 동아리에서 같이 친목 도모하자고 해서 왔어! 그런데 미쿠쨩이랑 미오쨩이라니, 와오, 이런 행운!"

행운...인가? 그냥 우연 아냐? 그런 태클을 걸고 싶은 심경이었지만, 프레데리카의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왠지 말이 나오다 말았다. 프레데리카의 앞에서는 그런 태클 자체가 무의미한 기분이다. 왠지 모르게.

"있지 미쿠쨩 미오쨩, 후레쨩이 합석해도 돼?"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물을 한잔 따라 마시려던 미쿠의 행동이 그대로 멈춰 버렸다. 그대로 프레데리카의 얼굴을 봤지만 그녀의 얼굴은 어느때나 마찬가지로 똘망똘망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어떤 감정조차 읽을 수 없었다. 어째 설까.

"괜찮아, 얼마든지! 먹을 때는 여럿이 있는 쪽이 좋지!"

"미, 미쿠도 괜찮아."

하지만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엉겁결에 허락하고 말았다.

"응! 고마웡! 얘들아! 나 직장 동료들이랑 잠깐 이야기 좀 할게! 너희 먼저 가려면 가도 돼."

프레데리카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동아리 친구들에게 한번 손짓을 해 주고 미쿠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앉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땡큐- 덕분에 살았어. 후레쨩의 목숨을 구한 두 사람에게 크게 치하하노라-"

프레데리카는 과장스럽게 팔을 벌려서 감사를 표했다. 아무래도 동아리가 좀 불편했던 모양이다. 딱히 나갈 생각은 없지만 한두 명이 불편한 경우가 드물진 않으니까. 안될 건 없겠...
잠깐. 프레데리카가 합석하면 미오에게서 이야기 듣기 더 힘들어지는 거잖아...?

"프레언니도 많이 힘든가 보네. 좋아. 이 미오쨩에게 다 털어놓으시라-!"

"흐흥. 미오쨩은 언제나 활기차네-? 30 프레쨩 포인트 드립니다-!"

"헤헤. 쑥스러운걸."

미쿠는 뒤늦게 깨달은 사실에 이마를 탁하고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왜 그런 간단한 걸 모르고 있었지...? 둘만 있어야 뭔가 유도 신문을 하건 말건 할텐데, 그게 안 되잖아. 뭐가 길한 기운이야 요시노. 일이 꼬이잖아!

"저, ㅍ..."

"프라이드 치킨 나왔습니다."

프레데리카에게 잠시만 물러나 달라는 말을 하려는 찰나, 딱 맞춰 치킨이 도착했다. 갓 튀겨 황금빛으로 빛나는 튀김옷에서는 기분 좋은 닭고기의 향이 배 어나오고 있다. 다리 부위는 한 입 베어 물면 육즙이 배어 나올 것 같이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 거기다 옆에는 콜라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자신의 탄산을 뽐내고 있었다.
거듭 말하는데, 미쿠는 지금 배고픈 상태였다.
일단 먹고 생각하기로 했다.

 

"더는 못 먹는다냐..."

"예이, 미쿠냥 넉다운! 이 미오쨩의 승리!"

미쿠는 행복한 불안감을 맛보고 있었다. 기름진 음식을 뱃속에 한가득 우겨넣은 것은 분명 행복이다. 하지만 분명 내일 트레이너에게 크게 혼날 것이다. 가뜩이나 카나코 때문에 몸매 관리에는 민감한 트레이너니까.

"흐흥. 둘 다 참 잘 먹네-"

"잘 먹는 것도 미오쨩의 장점이란 말씀. 잘 먹었습니다. 꾸벅."

그리고 프레데리카는 뭐 하고 있었는고 하니, 음식에는 거의 손대지 않고 두 사람이 먹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동아리 사람들하고 회식을 왔는데 먹지 않았을 리는 없으니.
그건 그렇고 미오는 어떻게 저렇게 먹고 몸매가 유지되는 걸까. 하는 말을 들어보면 학교에서도 급식 잔뜩 받아 먹는다는데. 아이돌이 그렇게 먹어도 되는 거니?
...뭔가 질투 나려 하는걸.

"자, 그럼 식사도 끝났겠다, 이야기를 들어 보도록 할까? 미오쨩의 고민 상담 타-임!"

포만감에 괴로워 하는 미쿠의 귀에 이상한 말이 들렸다.
...어라. 고민 상담...? 미오가...? 잠깐, 고민이 있는건 미오였던 거 아니었나. 뭔가 이상한데. 고민 상담? 누구를?

"있지, 미쿠냥. 혹시 요즘 뭔가 문제라거나 있어? 그럼 전-부 이 미오쨩에게 털어놓으시라!"

"...에."

미쿠는 뜬금없이 자신에게 돌아온 화살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잠깐. 나는 미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러고 있었던 건데?

"그치만 미쿠냥, 평소보다 말 수가 좀 적은걸? 뭔가 고민이 있는 거 아냐?"

"저... 그게... 그러니까..."

고민이라면 고민이긴 하다. 미쿠는 요즘 내내 미오가 신경 쓰였으니까. 뜻밖에 미오는 미쿠를 정확히 짚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또 본인에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쿠는 대답할 말을 찾기 위해 말을 늘였다.

"저요! 저! 후레쨩 고민 있습니다!"

미쿠의 말 늘이기가 고무줄을 넘어 피자치즈쯤 됐을 무렵, 프레데리카가 끼어들었다. 그 특유의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번쩍 들고 있었다.

"프레언니? 프레언니도 고민 있어?"

"응. 응. 있지, 프레쨩도 상담 같은 거 해 보고 싶어."

"그럼... 일단 프레언니의 이야기를 듣기로. 괜찮지, 미쿠냥?"

"아, 응. 괜찮다냐."

프레데리카가 무슨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덕분에 살았다. 미쿠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데리카는 아주 잠깐 미쿠를 보고 미소를 짓다가 미오를 보았다.

"그럼 프레언니, 프레언니의 고민은 뭐야?"

"있지, 프레쨩은 비밀이 있는 것입니다!"

"오오, 비밀이라? 뭔데?"

"프레데리카는 실은..."

"실은?"

"혼혈아였답니다!"

...어. 응. 그래. 굉장한 비밀이네. 태클 걸 생각도 차마 안 드는 비밀이다. 하지만 프레데리카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응. 프레언니, 그래서?"

"있지, 프레쨩은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이랑 달랐어. 그야, 혼혈아잖아? 머리 노랗잖아? 눈도 특이하잖아? 거기다 이름도 대놓고 외국 이름이고. 어릴 땐 그게 싫었어. 애들이 놀이에 나 안 끼워주는걸. 그래서 결심한 겁니다. 프레쨩은 삐뚤어지기로!"

"...삐, 삐뚤어져?"

"응. 있지, 사람은 뭔가를 트집 잡아서 그거로 문제 삼는 사람이 있으면 비슷한 이야기만 나와도 민감해져. 당연히 사람들은 그렇게 민감한 걸 이해 못하지만, 나는 민감해. 질풍노도의 프레쨩은 그걸 참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아, 이 어찌나 비극인지!"

과장해서 익살맞게 표현하는 프레데리카. 하지만 어쩐지 웃을 수 없었다.

"-해서, 요즘도 가끔 그때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른다는 것이 프레쨩의 고민! 어떻습니까, 미오 선생?"

그건 미오도 마찬가지인지, 항상 싱글벙글하던 미오의 표정도 착 가라앉아 있었다.

"으음... 프레언니, 지금은 괜찮은 거지?"

"물론. 지금은 입 다물면 미녀, 입 열면 초 미녀인 프레쨩입니다!"

"내가 그런 기억을 공감해 준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 지금의 프레언니가 멋진 아이돌이라고 생각해. 프레언니도 당당했으면 좋겠어."

"후흥, 감사! 프레쨩이 어렸을때도 미오쨩 같이 상담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자, 이걸로 프레쨩 고민상담 끝!"

역시나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연극에서 인사하는 포즈. 하지만 미쿠에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이걸로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는 아닌 거 같은데...? 라기보단 그거 말하기도 전에 이미 자기 안에서 해결 본 거 아냐...? 당황과 의혹을 담아 그녀를 쳐다보는 미쿠에게, 프레데리카는 윙크를 해 보였다.

"자, 그럼 미쿠쨩 차례."

"나, 나 말이냥?"

"프레쨩 끝났으니까, 미쿠쨩 차례지?"

...언제부터 그런 순서가 생긴 걸까. 하지만 프레데리카가 그런 말을 했는데 미쿠가 아무 말 않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저... 프레쨩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닐 거 같지만..."

"아냥. 미쿠쨩이 고민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고민인 거잖아?"

"있지, 나,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다른 아이돌 동료들 이야기 가끔 하거든. 그런데..."

그냥 고민 같은 건 없다고, 미오가 신경 쓰인다고 하면 될 텐데, 어쩐지 미쿠는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내 이야기 들은 학교 친구중에서, 아이돌을 정말 좋아하는 어떤 여자애 한 명이 있어. 내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관심을 가지고... 척 봐도 느껴질 정도야. 아, 이 애는 아이돌을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해서."

"응. 응. 그런데?"

"그런데, 요즘 미쿠, 보컬 레슨이 조금 발전이 없어. 그게 짜증 나서 며칠 동안 좀 우울하게 지냈어. 그런데, 그런 나를 보고 그 친구가 정말로 슬픈 표정을 짓는거야. 그래서 물어봤어. 왜 그러냐고."

"..."

한번 나오기 시작한 말은 멈추지 않는다. 멈추기는커녕 점차 말을 할수록 자신의 생각이 구체화 되어가기 시작한다.

"그 친구가 미쿠한테만 알려주는 거라면서 이야기해 줬어. 자기는 아이돌을 한 적 있다고. 하지만 좋지 않은 일로 아이돌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그 아이는 말했어.
'사람이 누군가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있지, 나는... 지쳤어.'
'그래서, 미쿠 만큼은 항상 밝게 빛나고 있었으면 했어.'
'그런데... 그런 미쿠가 그런 표정 지으면 안 되잖아.'
...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아. 나는 고민이 없는 게 아니었구나. 바보 같아. 미쿠는 속으로 자조했다. 왜 이게 고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걸까. 정말로, 정말로 어리석었다.

"그 아이의 말이 미쿠 머릿속을 계속 맴돌고 있었어.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 애, 아이돌 중에 미오를 유독 좋아했던 거 같아. 그래서 미오가 신경 쓰였고... 요즘 미오는 조금 이상했어."

"어, 응? 나, 나 말야?"

"응... 이야기가 정리가 안 되네... 하여간 그래서 미오를 신경 쓰다 보니, 요즘 미오가 좀 무리하는 거 같아서 왜 그러는지 알고 싶었어. 그뿐이야."

말을 마친 미쿠는 자기 깊은 곳에서 자괴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껴야 했다. 왜 스스로 자기 고민조차 모르고 있었 던걸까. 지리멸렬하다. 한심하기는.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랬...구나..."

"..."

"있지, 미쿠냥. 나, 무리하는 것 같아 보였어?"

미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오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입에 손을 댄 채 닭뼈만 남은 그릇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의 정적. 식사시간을 약간 빗겨나간 시간이기에, 가게도 한산한 편이었다. 마치 이 공간의 중심이 된 듯한 그 감각. 그런 가운데 두 사람을 프레데리카가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있지. 미쿠냥. 이거... 읽어 볼래?"

"뭐...야?"

미오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미쿠에게 건네주었다. 팬레터다. 미쿠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이렇게 생경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편지의 겉봉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이 되지 못한 나에게서...?"

To. 혼다 미오.
안녕하세요. 혼다 미오씨. 이런 편지를 당신에게 보내는 걸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기분을 전하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저는 당신이 아이돌 데뷔하기 얼마 전에 아이돌을 그만둔 사람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낙오자입니다. 패배자입니다. 결국 꿈 따위 접어버린 볼썽사나운 인간입니다. 저를 우습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는 당신을 선망하고 있습니다.
아이돌을 포기하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황하던 저는, 어느 날 TV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TV 앞의 당신은 심한 취급을 당해도 가볍게 웃어넘기고 그걸 자신의 힘으로 삼았습니다. 자신의 상냥함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빛나고 있었습니다. 저와는 달랐습니다. 당연하겠지요. 당신은 강하니까요. 가볍게 마음이 꺾여버린 저와는 달라요.
하지만, 학교의 친구에게서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신은 한때 저처럼 아이돌의 길을 포기할 뻔했다고. 하지만 이내 다시 일어났다고.
눈물이 나왔습니다. 어째서 저는 당신이 되지 못했던 걸까요. 저와 당신을 나누는 경계는 제 생각보다도 얄팍했던 걸까요. 그런 생각을 하니 미련이 다시 제 마음속의 된바람처럼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포기해 버린 꿈에 매달리고 있는 어리석은 인간입니다. 당신처럼 되지 못한 인간이었습니다. 저는 당신을 선망합니다. 당신을 질투하고, 경외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당신은 저였습니다. 저의 또 다른 가능성이었습니다.
부디, 그곳에 계속 있었으면 합니다. 당신은 저 대신 찬란하게 빛났으면 합니다.
From. 당신이 되지 못한 나에게서.

"..."

"..."

"...여기."

미오는 말없이 편지를 다시 받아 품속에 넣었다. 그리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애써 밝은 척 말했다.

"화려하지?"

"...그렇네."

"있지 미쿠냥. 역시 이 편지, 나한테는 좀 과분한 것 같아. 이런 칭찬을 들을 이유 따윈... 없는데 말야."

"..."

"나는 이 편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강한 인간이 아니야. 아이돌을 관두겠다고 했던 것도, 순전히 내 바보짓이었고... 그나마도 프로듀서와 시마무, 시부린, 그리고 CP의 모두가 받아 주지 않았으면 나는 여기 있을 수 없었을 거야.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기만 하면 마음속 한쪽이 용암이 들끓는 것처럼 뜨거워져. 그런 내가, 경외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요즘 무리하고 있었던 거야?"

"마음속이 들끓는 게 좀 잠잠해지거든. 그러고 있을 때면."

피식. 미오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웃게 해 주고 싶어서 아이돌이 됐어.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어. 하지만, 시마무와 시부린, 그리고 프로듀서를 도무지 웃지 못하게 했던 내가 이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을까. 과연 나는 그 사람들에게 끼친 민폐를 조금이라도 갚았을까. 나는 아무것도 아닌걸."

"..."

"프로듀서는 말했어. 나는 프로듀서가 정한 리더라고. 나를 믿는다고. 하지만, 아직도 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 그런 잘못을 했던 나니까. 미쿠냥이 나더러 무리한다고 했지? 무리하는 거 맞을지도 몰라. 아니, 무리하는 걸 테지. 하지만,"

미오는 한쪽 턱을 괸 채로 손을 뻗어 닭 뼈 하나를 집어서는 우습다는 듯 이리저리 흔들었다. 여전히 자조적으로 웃은 채로.

"나는 겁쟁이야."

닭 뼈를 슛. 조그마한 소스 통에 그대로 골인.

"그러니까, 이건 양보 못 해."

그리고 박수를 짝. 하고 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자, 그럼 다 먹었으니 가 볼까?"

미오는 계산서를 들고 일어났다. 마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했던 말들을 전부 털어내는 듯한 움직임. 어딘가 허무해 보이는 웃음. 미쿠는 미오를 붙잡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미오쨩, 잠깐."

"우앗?!"

미오를 막아선건 프레데리카였다. 프레데리카는 그런 미오의 머리를 양손으로 부드럽게 끌어서 자신의 가슴팍에 안았다.

"프레쨩은 있지, 미오쨩이 자신을 조금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

"프, 프레언니... 이게 무슨..."

"미오쨩은 크로네 공연이 문제가 됐을 때 앞장서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줬었지? 그때의 일, 후미카쨩도 그렇고 우리가 모두 고마워하고 있어. 그리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자기 일처럼 앞장선다고 들었어. 그 행동력은 대단한 거야. 좀 더 자신감을 가져."

"..."

"너무, 자신을 자학할 필요 없어. 프레쨩이 보증할게. 미오쨩은,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야. 손을 뻗고, 힘껏 웃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분명."

"..."

미오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프레데리카의 가슴팍에 안긴 채, 미세하게 어깨를 떨기 시작했다.

"정말로...?"

"정말로."

"정말...인거지...? 믿어도 되는거지...?"

그렇게 말하는 미오의 목소리는, 정말로 약해 보였다. 평소의 활기찬 목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프레데리카는 잠시 그런 미오를 안쓰러운 미소와 함께 바라보더니, 한껏 더 깊게 끌어안았다.

"저기... 신님, 만약 거기 있다면 프레쨩 소원 하나만 들어주지 않을래? 어릴 때 소원 안 들어줬던 거, 프레쨩이 울고 있을 때 내버려 뒀던 거, 다 용서해 줄 테니까, 이번 한 번만 미오쨩 대신에 미오쨩을 사랑해 주지 않을래? 미오쨩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될 때까지만, 신님이 대신 일 해주면 안될까?"

미오는 프레데리카에게 안긴 채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깨를 떨고,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를 억누른 채, 서서 울었다.

"옳지 옳지. 여기서 다 울고 가."

 


"여기서 난 지하철 타야겠네. 프레언니, 오늘은 고마웠어."

"흐흐흥. 프레쨩은 감사 받을 일 같은 건 안 한 거 같은데?"

"그럼 프레언니, 미쿠냥, 다음에 봐!"

미오는 그렇게 말하며 전철 역 안으로 사라졌다. 미쿠와 프레데리카는 미오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해 줬다.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미오의 표정은 한층 개운해 보였다.

"괜찮을까냥..."

"괜찮을거야. 미오쨩은 강하잖아?"

"그러...려나. 그런데 프레쨩."

"응? 왜 그랭 미쿠쨩?"

"아까... 미오쨩 달래면서 기도하듯 했던 말, 그거... 아니다냐."

프레데리카는 미쿠의 말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우린 기숙사로 돌아가 볼까?"

분명 그 얼굴은 화사하게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슬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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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놈이 무슨 말을 하여도, 너의 태양은 그곳에 있다.

우리 미오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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