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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이오리가 요리를 해준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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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6, 2016 16:30에 작성됨.


아래층에서 독특한 향신료의 향기가 코를 찔렀다. 약간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으면서 향 자체에서 매운 맛이 느껴지는 향. 아아, 오늘 저녁은 카레구나. 과연 무사할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프로듀서는 서재를 휘 둘러보았다.
이오리가 ‘오늘만은 절대로 성공할 수 있으니까’라면서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고 다 끝날 때까지 방에나 가 있으라고 말하는 바람에 부엌에서 쫓겨난 것이다. 너무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오리가 정말로 진지한 태세로 카레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프로듀서는 그 이상 항의하진 못하고 방에에서 볼 만한 책이라도 찾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부 다 제목부터 성인남성이 읽을 만한건 없긴 했지만. 이 소녀취향 저격하는 제목들 사이에서 난 뭘 보면 좋은 것인지 고민하며 프로듀서는 책장을 이리 기웃거리고 저리 기웃거렸다. 그러던 프로듀서의 눈에 제목이 영어 단어로 써져 있는 노란색 표지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ALBUM.
이거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결정하고 망설이지 않고 그 책- 앨범을 뽑아들었다. 이 서재 내에서 가장 볼만한 책이 아니던가. 아레나 라이브가 끝나고 나서 자신이 유학을 가 헤어져 있던 몇 년간의 자신의 아이돌들을 프로듀서 자신은 하나도 모른다. 이거야말로 알 기회다, 라고 생각하며 앨범의 첫 장을 넘겼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잠시 첫 장에 멍하니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앨범 첫 장의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프로듀서는 황급히 앨범을 넘겼다. 그리고 앨범의 거의 중간 정도까지 살펴본 프로듀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앨범을 손에 쥔 채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이오리, 이오리!!!"
"왜 또 그래? 시끄럽게."


부엌으로 곧장 직행하면서 이오리의 이름을 외치자 카레에 감자를 썰어 넣던 이오리가 귀찮다는 듯 그렇게 말하며 프로듀서 쪽을 돌아보았다.


"이거, 이거 말이다!!!"
"이거?"


흥분한 프로듀서가 외치며 손에 든 것을 가리켰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가 들고 있는 것을 본 이오리는 「아아」라고 내뱉곤 말했다.


"고등학교 때 앨범이네. 어디서 찾은거야?"
"방 책꽃이에서...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옷 말야!!"
"교복?"


프로듀서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의 사진이다. 그게 왜, 라고 묻는 듯한 시선으로 이오리가 돌아보자 크게 고개를 끄덕인 프로듀서는 아직도 격양된 어조로 말했다.


"이 옷 아직 가지고 있어?"
"응? 아마 아직 버리진 않은 것 같은데..."
"입어줘!!"


기억이 잘 나지 않아 고민하면서 그렇게 말했던 이오리는 곧장 이어진 프로듀서의 부탁에 잠깐 생각을 멈췄다.
...지금 뭐라는 거야? 그렇게 고민하던 이오리는 겨우 말의 의미를 전부 다 받아들이고 외쳤다.


"그걸 지금 왜 입어!!"
"사랑스럽지 않냐!!! 엄청나게 어울리지 않냐!! 검은 재킷에 짧은 치마라니! 이 모습을 내가 못 봤다니 말도 안돼잖아, Please put on this clothes!!"
"키이잇, 무슨 헛소리야, 말도 안 되는 건 네 녀석의 지금 그 발상이야!!!"


이제 와서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여 달라니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제복을 입을 나이는 지났단 말이다. 그런 의지로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하려던 이오리는 이어진 프로듀서의 말에 흠칫 멈췄다.


"입어주기만 한다면 오늘 저녁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을 테니까, 부탁해!!"


그 말에 웃, 하고 이오리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진심인가? 그렇게 의심하면서 프로듀서의 표정을 살핀다. 하지만 거짓말이나 농담의 여지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프로듀서는 진지했다. 단 한 번도 전부 다 먹을 수 없었던 것을 겨우 교복 차림 하나에 다 먹겠다고?


"...진, 진짜로?"
"진짜로, 전부 먹을 테니까."


프로듀서는 프로듀서 그 나름대로 필사적이었다. 저걸 다 먹겠다는 것은 죽겠다는 선고임을 자기 자신도 잘 알지만 그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이오리의 교복 차림이 보고 싶었다. 사진에서 본 그 모습은 중학교 때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남자의 로망’이라는 것을 건드리는 녀석이라고 할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이오리를 결사의 의지를 담은 눈동자로 쳐다보던 프로듀서는 이오리의 대답에 환희를 지를 뻔했다.


"...알겠어."
"이, 입어 주는 거야?!"
"대신, 진짜로 다 먹지 않으면 천장에 매달아둘 거야!!!"


얼굴이 빨개진 채로 무서운 협박을 입에 올린 이오리가 윗층으로 걸어 올라가는 모습에 프로듀서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부엌에서 아직 불 위에 올려 진 채 보글보글 끓고 있는 카레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힐끗 들여다 본 프로듀서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 자신은 남자의 로망과 목숨을 바꿨다. 코토리씨에게 이 죽음을 길이 기억해달라고 연락이라도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다 말고 프로듀서는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 카레의 맛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는 게 감동을 느끼는 것보다 먼저다.

 

 

 

 

 

어째서 어머니는 졸업하자마자 곧장 이 교복을 버려주지 않은 걸까. 그랬다면 프로듀서에게 ‘찾아봤더니 없었어, 착각이었나 봐.’라고 하고 내려올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잠시 해외에 가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그렇게 원망을 돌려 속으로 투덜대면서 이오리는 겨우 찾아낸 제복의 단추를 채웠다.


"으... 조금 작네, 나 살 찐 건가..."
"큿.."
"응?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기분 탓인가."


가슴 부분이 좀 죄이는 듯 답답한 느낌이었다. 예전보다 좀 쪄버린 걸까. 그 생각에 스스로 조금 우울해져서 잠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오리는 끓이고 있던 카레에 생각이 미쳤다. 타버리기 전에는 내려가야 하지 않는가.


"치, 치마는 어떻게든 잘 맞으니까..."


다시 한 번 자신의 제복 차림을 점검했던 이오리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째서 이제와 교복 같은 것을 다시 입게 되었는가─ 굳이 따지자면 이것도 저것도 모두 프로듀서 탓이지만.
카레 전부 다 안 먹고 남기기만 해봐라, 진짜로 꽁꽁 묶어서 천장에 매달아버리고 밑엔 창을 꽂아둬야지. 그렇게 결심한 이오리는 빠른 발걸음으로 방을 나서 계단을 내려갔다.


"프로듀서, 카레 안탔어?"
"아, 아아!! 왔는..."


부엌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던 듯한 프로듀서는 그녀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돌아보았다가 그대로 말을 멈춰버렸다. 그의 시선에 다시 자신의 복장을 새삼 깨달은 이오리는 확 얼굴을 붉혔다.


"뭐, 뭘 그렇게 봐!! 약속대로 입었으니까, 그거 전부 다 먹을 각오나 해!!!"


각오까지 하고 먹어야 하는 게 자신이 만든 카레라는 건 조금 슬프지만.
하지만 그런 발언은 안중에도 없는 듯 그저 이오리를 바라보고만 있던 프로듀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그 한숨은!"
"아니, 아니... 조금 감동해 버려서..."
"...감동?"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
이미 다른 세계에 가 있는 듯한 프로듀서의 말에 이오리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프로듀서는 자신의 ‘감동’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오리에게 다가가 그녀를 꼭 끌어안았을 뿐이었다.


"자, 잠깐, 뭐 하는 거야?"
"카레는 일단 나중에, 이오리. 지금 이 차림으로 할까."
"...뭐, 뭐뭐뭐, 뭘 하겠다는 거야!!!!"


그리고 프로듀서의 폭탄 발언에 이오리가 당황하며 발버둥 쳤지만, 프로듀서는 절대로 놓아줄 기색이 없었다. 놓아주는 대신 목에 입을 맞춰오는 프로듀서 탓에 힉, 하고 짧게 숨을 삼켰던 이오리는 프로듀서를 손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저, 저 카레는! 탄단 말야!"
"타도 내가 다 먹을테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 바보 프로듀서!!!"
"그럼 우선 불은 꺼뒀다가, 하고 나서 다시 데우면..."
"잠깐, 왜...! 아 진짜, 이 바보가─!!"


남자라는 생물들은, 아니, 이 프로듀서라는 인간은 쓸데없는 곳에서 고집이 세다. 이해할 수 없는 소리만 하고 있고. 늘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이오리는 자신을 가볍게 한 손으로 들쳐 업는 프로듀서에게서 도망가려고 버둥거렸지만 프로듀서는 완전히 마음을 먹은 듯 놓아주지 않았다.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이 사람의 힘이 이럴 때 가장 싫다.
오늘 저걸 다 먹든 안 먹든, 내일 오후 반드시 천장에 매달고 자유낙하 시키고야 만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오리는 다시 외쳤다.


"좀 내려놔,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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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하루치하만 써도 좀 식상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서 말입니다 '~` ..말로만<

..라고해도 어차피 창작판에 본가가 올라오는 빈도 수가 적어서 별 의미는 없을 것 같긴해도.

 

아무튼 이오리편입니다.

근데 이오리 요리 실력은....NoMake 4화를 들으면 잘 못한다는 설정같기도 한데

정작 애니 3화에서 칼질하는 거보면 비룡수준이던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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