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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호 「에헷. 그렇네, 마코토짱」(캐릭터 붕괴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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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5, 2016 08:47에 작성됨.

마코토 「하핫. 이렇게 단 둘이 앉아 차를 마시고 있으니 왠지 나도 모르게 여리여리해지는 것 같아」

 

유키호 「에헷. 그렇네, 마코토짱」

 

옷을 두껍게 입었음에도 아직 날씨는 매세워요.
하늘에서는 겨울이 왔음을 몸소 알려주려는듯 작은 싸리눈이 조금씩 내리네요.
이렇게 천 눈이 내리는 날, 가장 소중한 친구와 조용히 차를 홀짝일 때면 떠올라요..

 

..제가 처음 땅에 묻은 사람이.

 

유키호 「차 맛이 어때? 마코토짱」

 

마코토 「깊은 것 같아. 조금 쓰지만, 마치 어른의 맛이랄까? 헤헤」

 

유키호 「정말이지, 맞아. 마코토」

 

마코토의 혀가 의외로 정확한가 보네요.
이 녹차는 어른 하나의 녹차를 우려서 만든거니까요.
정확히 1년 전, 저는 사람 하나를 직접 삽으로 파묻었어요.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그 사람을 구덩이에 천천히, 천천히 묻었어요.
그 사람은 살려달라 애원했지만 왠걸요.

머리가 덮히니 더이상 말하질 못하게 됬어요.
그 자리 위에 키운 녹차로 차를 우려냈으니,
에헷. 마코토의 혀는 의외로 정확하네요.

역시 마코토. 땅딸막하고 사람 파묻기만 하는 저랑은 달리 멋져요.

멋져요. 마코토짱은.

 

마코토 「그나저나 아버님이랑 건설업체 직원분들이 안보이네?」

 

유키호 「응. 오늘 시멘트를 발라야 한다고 해서, 미리 나가셨어.」

 

마코토 「와..이 시간에도 나가서 일하시다니.
정말 바쁘시구나.」

 

유키호 「열정적인 분이시니까. 다같이 열심히 시멘트를 바르고 계실꺼야.」

 

사람을 넣고. 그 위에 시멘트를.

 

최근 빚을 갚지 않은 장기간 체무자가 도주하려 했다나봐요.
그런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가축이지.
아버님께서 어젯밤에 그 가축을 잡아오셨어요.
아버님은 제게 좋은 아이디어를 내보라 제안하셨고,
저는 공구리가 좋겠다고 답변드렸지요.
아참, 공구리가 뭐냐고요?
벽에다가 인간을 고정시키고, 그 위에 시멘트와 벽돌을 부어서 산 채로 묻어버리는 작업을 말해요.
시멘트에 파묻히면서 내는 비명소리는 정말 왠만한 음악보다도 듣기 좋은데 아쉽네요.
저도 아버님이랑 같이 듣고 싶었는데.
하지만 제 친한 친구 마코토가 집에 온다고 하니,
참을 수 밖에 없지요.
우우, 마코토만 특별 대접하는 것 같아 부끄러워요.

땅딸막한 주제에 소심해서 사람 파묻기밖에 못해서 부끄러워요오..

 

마코토 「그나저나 유키호,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고 들었어.」

 

유키호 「응. 시 쓰기야.」

 

마코토 「시? 그건 원래 유키호 특기 아니였어?」

 

유키호 「응.」

 

마코토 「에이 뭐야 헤헷. 날 놀리는 거였구나?」

 

유키호 「아냐 아냐, 마코토짱. 다르다구!」

 

마코토 「응? 어디가 다른 건데?」

 

유키호 「그게..」

 

마코토 「흠..뭐가 됬건 유키호가 하는 거면 정말 여성스러운 취미겠지?
부럽다아..흑」

 

유키호 「아냐. 마코토짱도 정말 이쁘고 멋지다구!」

 

마코토 「헤헤. 그..그런가?」 수줍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하는 마코토가 정말 이쁘고 사랑스러워요.
그런데 마코토, 이번 시 쓰기는 정말 달라.

 

이번 시 쓰기 취미는 도게자한 사람 등에다 인두로 새기는 시 쓰기니까.

 

최근 아버님 가문의 야쿠자 부하들 중 몇 명의 수완이 별로 좋지 못했다나봐요.
그래서 아버님께선 하기와라 야쿠자 가문의 후계자인 저에게 직접 그들의 처벌을 명령하셨고,
저는 그들을 위해 반성하고 앞으로는 더욱 더 빚쟁이들의 돈을 팍 팍 긁어모으라고 반성의 시를 손수 인두로 새겨드렸어요.

도게자하고 엎드린 사람들 위에 조심스레 올라 타서, 인두로 한땀 한땀 새겨드릴 때마다 어찌나 비명을 지르던지,
꽥꽥거리던 그 사람들의 비명이 아직도 들리는 것 같아 아찔한 쾌감에 전신이 오싹하네요. 헤헤

 

마코토 「덕분에 잘 쉬었어 유키호. 사무소에서 내일 봐!」

 

유키호 「마코토짱. 내일 봐~」

 

소중한 친구와의 시간이 지나고,
마코토는 집으로 돌아갔어요.
아쉽지만, 마코토가 없을 때만 할 수 있는 것도 있으니까요.

이를테면, 이제부터 제가 하려는 일과 같은 것들 말이에요. 

 

저는 조용히 삽을 들어봐요.
색이 많이 바래진 삽이, 보기 안타깝네요.
그러니까 오늘은 삽을 도색해봐야겠어요.


빚쟁이들의 피로. 붉게.

 

ps. 이상 여린 두 소녀들이 소소한 담화를 나누는 숏 스토리였습니다.

두 소녀들이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참 보기 좋네요.

다만 현실을 좀 가미했습니다.

보통 여자아이가 삽을 그렇게 잘 다루지는 못하니까 현실을 가미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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