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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아이돌의 사랑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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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1, 2013 09:00에 작성됨.

*이 소설의 리카는 소설 속 오리지날 캐릭으로, 신데마스의 죠가사키 리카랑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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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는 멍하니 창문 너머의 하늘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뱃속에 아이가 죽었단 소식을 들은 지 일주일. 유산 이 후 리카는 삶의 의욕이 없어 보였다. 무엇을 하든 반응이 희미했고 말도 잘하지 않게 되었으며, 설사 말을 해도 그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런 리카를 보는 것이 안타까워 일부러 밝은 척 웃으며 말을 건네었지만, P도 슬슬 지쳐가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교통사고는 그녀에게 아이만을 뺏어간 것이 아니다. 그녀의 미래의 아이, 그녀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불임의 몸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소식까지는 모른다. 그저 유산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 이렇게 망가진 그녀인데, 이 나쁜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 생각을 할 때마다 더욱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리카, 오늘 날씨가 좋은데 산책이라도 나갈까?”

P가 그리 물었지만 침대에서 상체만 일으킨 리카는 힘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래? 기분이 그렇다면야…….”

P는 그리 말하며 바로 포기했다. 어쩌면 이렇게 안에 있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병실 안에서 창문 너머로 타인의 아기를 본 것만으로 상실감에 젖어있던 리카다. 잘못해 밖에서 아기를 직접 보기라도 하면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 예상할 수 없었다.
리카는 망가졌다. 
손부터 시작해 몸이 망가지고, 마음도 망가졌다. 예전 아이돌일 때의 화려함도, 반짝임도 그리고 자신감도 이제는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깨져버린 유리조각. 
지금의 리카는 그런 느낌이었다. 여기서 좀만 더 무언가 충격을 주면 완전히 박살이나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다.
리카가 작게 몸을 떨었다. 추운 듯해 리카에게 다가가 이불을 좀 더 높이 올려준 다음 그 몸을 상냥하게 뒤에서 안아주었다. 그러자 리카는 자신의 앞으로 나온 P의 손을 한 손으로 힘껏 쥐었다.
꼭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리카에게 이제 무엇이 남았을까?
아이돌 때 존재하던 명성은 이제 없다.
본인은 모르지만 이제 여자로서 본인이 낳은 아이의 어머니도 될 수 없다.
재산은 아이돌일 때 모아놓은 것이 있어 제법 있지만, 그뿐이다. 몸이 망가져 이제는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이다. 몸이 힘들지 않는, 자료정리나 회사뒤처리를 하는 사무원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거기다 정신적으로도 이제는 한계다. 어두운 곳만이 아닌 이제는 혼자 있으면 굉장히 불안해한다. 타인을 만나는 것을 겁내고,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한다.
특히 자신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해졌다. 단순 잠깐 화장실에 가서 혼자가 된 것만으로 불안해해 화장실 문 앞에 같이 있어주었다.

“……미안해.”

또 그 소리. 가끔 이렇게 사과를 해온다. 자신과 아기에 대한 사죄다. 아기를 지키지 못했단 죄책감, 그리고 자신에게 피해를 줄 뿐이라는 사실. 그 모든 것에 리카는 사과를 하고 있다. 그리고 사과를 할 때며 P의 손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행동에서부터 들어난다.
날 버리지 말아줘.
자신에게 남은 것이 그 뿐이기에 리카는 더욱 간절하게 그리 행동한다. 그런 리카가 너무 안쓰러워 리카를 더욱 세게 안아준다.

“걱정 하지마. 난 리카를 떠나지 않으니깐.”

그렇게 해주면 안심한 듯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리카의 손에서 힘이 살짝 빠진다. 얼굴이 초췌했다. 리카의 몸에 꽂혀 있던 바늘과 호스들은 이제 하나만 남았다. 하지만 아직도 한참을 더 입원해 있어야한다. 한 달을 채우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의사의 소견이었다.
그날 밤에는 같이 좁은 병원 침대에 누워 잤다.
밤에는 같이 그 좁은 침대에서 잔다. 개인실의 침대는 넓은 편이지만 그래도 둘이 눕기에는 좁은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같이 잔다. 그래야 리카가 안심을 하고 편히 잠들기 때문이다. 
리카의 손이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더니 점점 내려온다.
가끔 리카는 잠들기 전에 이처럼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애무해 올 때가 있다. 그 야릇한 손길을 잡아서 멈추게 하면 리카는 곤란해 한다. 그럴 때마다 P는 지금처럼 단호히 리카에게 말했다.

“퇴원해서 건강해질 때까지는 안 돼.”

리카는 관계에서 오는 쾌락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더욱 슬픈 이유였다.
아이를 갖고 싶다.
아이를 임신하면 죽은 아이가 되돌아온다고 리카는 믿고 있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도 정신도 심약해진 리카는 그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때문에 P는 더욱 괴로웠다. 아이를 가질 수 없단 사실을 꼭 리카에게 알려야 하는 것일까? 도대체 이 연인이 무엇을 그리 잘못했기에 이런 괴로움을 주는 것일까.
P는 리카에게 키스를 해준 후 품에 안아주며 같이 잠들었다.
이런 식으로 무언가의 초조함을 느끼며 퇴원할 날짜를 기다리고 있을 때, 자신의 어머니는 갑자기 찾아왔다.


어머니의 방문은 갑작스러웠다. 사전에 연락도 없이 병원에 도착해서야 갑자기 전화를 해 자신을 밖으로 불러낸 것이다.

“……어디가?”

P가 전화를 받고 곤란해 하자 리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질문에 P는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아아, 엄마한테 온 전화야. 무슨 일인지 몰라도 밖에서 보자네.”
“……어머니?”

P의 어머니란 말에 리카가 살짝 반가워하며 물었다.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리카에게 잘해주던 자신의 어머니다. 그러니 리카가 같이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아이를 잃고 난 후 상실감이 큰 리카로서는 몇 없는 가까운 지인들을 만나고 싶은 것일 거다. 그 때문에 자신의 엄마에게 병실로 와주면 안 될지 물었지만 어머니의 반응이 왠지 심상치 않았다.

“미안 리카. 밖에서 보자고 하는 거 보니 뭔가 단 둘이 하고 싶은 말이 있나봐.”
“……그래?”

보기에도 드러날 정도로 리카는 실망해 곧 시무룩해져 버렸다. 거기다 밖에서 나간다는 것은 P가 자신을 두고 나가 이 병실에 혼자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P는 미안해하며 리카에게 가볍게 포옹해 주며 양해를 구했다.

“금방 돌아올테니, 기다려 줄 수 있어?”
“……응.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거니깐.”
 
리카의 허락에 P는 그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 행동과 인사에 리카는 작게 웃어주었다. 나름 P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그 마음을 알고 리카를 안아 준 다음 P는 병실을 나섰다.



근처 찻집에서 만난 어머니의 분위기를 보고 P는 긴장했다. 이 분위기는 무언가를 꾸욱 억누르고 있는, 폭발할 것 같은 무언가를 참는 자신의 어머니의 특유의 분위기였다.
P는 어머니가 참고 있는 그 원인이 너무나 불안했다. 자리에 앉아 자신도 차를 시키고 어머니의 말을 기다렸지만, 어머니는 P가 시킨 차가 나올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겨우 입을 떼어내고서 바로 본론을 꺼냈다.

“저번에 너에게 올 전화가 잘못해 우리 집에 왔었다.”

그 말만으로 충분했다. 제대로 느껴지지 않던 불안이 형태가 확연해지면서 어머니가 알게 된 것이 뭔지 대강 알 것 같았다. 
유산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을 테니 그 다음 내용을 알게 된 것이다.
P의 어머니는 아들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사실임을 확신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물었다. 
자신이 잘못 알고 아들이 부정해 주었으면 했다.

“리카가……. 하아,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니?”

한숨과 함께 물은 그 질문에 아들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을 듣고서 어머니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아들측에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빠는?”

어머니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그 반응에 아들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오지 않으셨다. 아빠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시거든. 그래도 너에게 확인하러 간다하니, 본인은 못 오겠단다. 사실이면 리카를 어찌 대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그 반응에 P는 더욱 불안해졌다.

“이제 와서 나와 리카 사이를 반대하겠다는 거야?”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불안감에 화가 조절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아들의 반응에도 어머니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모르겠다.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리카가 좋은 아이라는 건 알지만…….”

그 때문에 그의 부모도 괴로운 것이다. 며느리로서 리카를 정말 좋아했던만큼,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괴로웠다.
어머니는 작게 덧붙였다.

“……늙은 부모는 자신의 아들이 낳은 친손주를 보고 싶은 법이란다.”

그 대답을 듣고서 P는 침묵했다. 그래도 끝내 반대한다고는 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좀 더 생각해봐야겠구나.”

찻집에서 나오며 P의 어머니는 그리 말했다. P는 거기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반대를 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자신 때문에 리카가 그리 된 것이라면 부모님은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한 사고였다. 누구의 탓도 아닌 사고.
그러니 자신의 부모님은 고민하는 것이다. 리카가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친손주를 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직 둘은 연인이고, 연인 사이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했던 며느리를 그런 이유만으로 또 외면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만큼 부모 또한 괴로운 것이었다.

“리카 좀 보고 가시지 않겠어요? 리카가 많이 보고 싶어 해요.” 

P는 한결 차분해져 그리 권했지만,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오늘은 안 되겠어.”

그 기분을 알 것 같기에 P는 어머니를 배웅하고서 병원에 왔다. 병실에 들어오자 리카는 침대 위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얼굴을 들어 웃으며 말 없이 반겼다.
그런 리카에게 다가가 진정스켜주기 위해 안아주었다.

“다녀왔어. 늦어서 미안해.”
“괜찮아. 돌아와 주었으니깐.”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고 돌아와 주었다. 그 사실만으로 리카는 기뻐할 수 있었다. 

“나 없는 동안 힘들었어?”
“무서웠어.”

리카는 혼자 있을 때를 생각하는 지 부들거리며 몸을 떨었다. 그것만으로 얼마 안 되는 그 시간동안 얼마나 리카가 무서워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미안, 혼자 둬서.”

그렇게 사과하며 더욱 그녀를 끌어안아주는 것 외에는 P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날 밤 리카를 안은 상태로 P는 잠에 들지 못했다. 리카의 고른 숨소리가 귓가에 닿는 것이 기분을 달래주는 듯 했지만, 낮의 어머니 일로 기분은 쉽게 진정되지 못했다.
만일 이대로 부모님이 자신들을 반대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카를 포기할 수는 없다. 리카를 사랑하는 것은 물론, 자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여자다. 리카의 고생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거기다 자신의 아이를 품고 있기도 했던 여자다.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고 부모를 무시하고 결혼할 수도 없다. 설득해야하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걸리지, 그 동안 리카가 견딜 수 있을지도 자신할 수 없었다.
고민을 계속하다가 자신의 옷을 꼬옥 잡으며 잠든 리카의 얼굴을 보았다. 편안해 보였다. 확실히 혼자 잘 때와는 다르게 자신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리카는 편하게 잘 수 있었다.
그 얼굴을 보니 더욱 확실하게 다짐할 수 있었다. 절대로 리카와 헤어질 수는 없다.
리카에게 이제는 자신 밖에 없다. 자신이 없다면 혼자서는 제대로 자립할 수도 없게 된, 망가져 버린 여자다. 자신이 평생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며 치료해 주어야한다.
그렇게 생각을 확고히 하고서 겨우 뒤늦게 잘 수 있었다. 그리고 늦게 잔 만큼 늦게 일어나 버렸다.
다음 날 눈을 뜨니 눈앞에는 말똥하게 눈을 뜬 리카의 얼굴이 바로 보였다. 자신보다 일찍 잠든 만큼 먼저 일어나 있던 듯 했다.

“……잘 잤어?”

리카는 웃으며 그리 인사했다. 그녀의 손은 자르지 못하고 정돈되지 못한 P의 머리를 매만지며 장난치고 있었다.

“응. 잘 잤어. 리카는 어때?”
“나도 잘 잤어.”

그리고 헤헤 거리며 웃었다.

“간호사가 우릴 보더니 웃었어.”

그 소리에 P는 자신의 얼굴을 좀 내려 리카의 가슴에 묻었고, 리카는 그런 P의 머리를 사랑스럽다는 듯 감싸안았다.  
부끄러웠다. 둘이 사이좋게 누워있는 모습을 본 간호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간호사가 있다 다시 오겠다고 했어.”

그 말에 P는 바로 리카에게서 떨어져 침대에서 내려왔다. P가 떨어지자 리카가 아쉬운 표정으로 P를 보았지만, P는 애써 그 얼굴을 외면하며 물었다.

“리카 씻었어?”
“아직. P의 자는 얼굴을 보느라 일어나지 못했어.”
“역시 그랬구나. 그럼 같이 씻자.”
“응!”

리카는 기뻐하며 몸을 일으켰다, P는 옆에서 링거를 들어 링거걸이에 걸었다. 그리고 링거를 끌고 리카와 같이 세면실에 들어갔다.
세면실에 들어가 먼저 리카의 머리를 감겨주고, 그 다음 얼굴을 씻겨주었다. 손은 리카 스스로 씻게 하였고, 머리를 말려주고 세면실에서 내보낸 후에야 자신이 씻을 수 있었다. 가 씻고 나니 문앞에서 리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리카와 같이 침대로 가자 옆에 서랍장에 놓아둔 자신의 핸드폰에 메일이 와있었다. 메일을 보니 연락을 해주길 바라는 웨딩샵의 점장이었다. P는 곧 바로 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짧은 신호음과 함께 전화가 닿았다.

[P씨! 웨딩드레스가 완성되어서 전화 드렸어요. 리카씨랑 같이 오실 수 있나요?]

그제야 P는 사고가 난 날 맞추었던 웨딩드레스가 생각났다. P는 미안해 하며 상대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병원이라 다음에 가야할 것 같네요.”
[병원이요?]
“리카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거든요.”
[저런! 리카씨는 괜찮으신 건가요?]
“네. 많이 좋아져서 얼마 뒤면 퇴원할 수 있을 거예요.”
[리카씨가 상심이 크겠어요. 결혼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상심이 큰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지만 그것은 말할 수 없었다. 점장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핸드폰으로 완성된 드레스를 보내드릴까요? 그걸 보면 한결 기분이 나아질 거예요! 신부는 웨딩드레스를 맞추고 나면 아, 내가 결혼하는 구나!하고 실감하게 되거든요.]
“괜찮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리카가 확실히 좋아할 거예요.”

확실히 좋은 제의였다. 자신이 떠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리카가 드레스를 보면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그걸로 마음에 안정을 찾을지도 몰랐다. 
P는 곧 전화를 끊고 리카를 보고 웃었다. 그 의도를 모르는 리카가 의아해 하자 곧 점장으로부터 사진메일이 왔다. P는 침대에 앉아 있는 리카의 옆에 앉아 리카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런 후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P가 가까이 붙자 그것에 좋아하던 리카는 의아하게 핸드폰을 보았다. 그러다가 곧 P가 틀어준 사진에 눈을 둥그랗게 떴다. 그러고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이게?”
“응. 점장이 사진을 보내줬어. 리카만을 위한 드레스야.”

 리카는 멍하니 그것을 보다가 손을 뻗어 P의 손에서 핸드폰을 가져왔다. 그러고는 더욱 가까이에서 사진을 보았다.

“이게 내 웨딩드레스구나…….”

리카는 감격에 젖어 그리 말하며 숨기지 않고 기뻐했다. 현재 웨딩드레스는 하얀 마네킹이 대신 입고 있었지만, 퇴원하고 나면 자신이 입게 된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리카는 기뻐 P에게 물었다.

“예뻐?”
“응. 드레스를 입은 리카의 모습이.”

P의 말에 리카는 오랜만에 밝게 웃어보였다. 그 미소를 보며 사진을 보여주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리카, 꼭 결혼하자.”

그 말에 리카는 쑥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상상에 젖어 계속 말했다.

“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갔다 오고, 그리고 아기를 되찾아오자.”

리카의 그 말에 P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 중 하나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그 때 노크를 하며 간호사가 들어왔다. 병실에 들어온 간호사는 또 붙어있는 둘을 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웃었다.

“일어나서도 붙어있어요? 두 분 너무 사이가 좋은 거 아니에요?”
“웨딩드레스 사진이 도착해서요. P가 꼭 결혼하제요!”

리카는 밝아진 모습으로 자랑하듯 간호사에게 말했다. 어제보다 밝아진 모습에 간호사는 속으로 안도하며 가까이에서 휴대폰의 사진을 보았다.

“정말 이쁘네요. 맞춤 드레스에요?”
“네.”

그리고 쑥쓰럽게 웃는 리카를 보고 간호사도 살포시 웃었다. 

“오늘 리카환자는 무지하게 건강합니다.”

차트에 뭔가를 기록하며 그리 진단한 간호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병실에서 나섰다. 리카는 P의 핸드폰을 한참을 들여 보다가 그 사진을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송하고 그것을 배경화면으로 삼았다.
그러다가 리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사진 미키씨에게도 보내도 될까?”

P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그럼 내가 미키에게 보낼게.”

P는 미키에게 메일을 작성해 사진과 같이 보냈다. 그러자 곧 바로 미키에게서 전화가 왔다. 웨딩드레스를 보고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궁금해 하며 P는 전화를 받았다. 미키는 리카에게 있어 가깝게 지내는 몇 안 되는 지인 중 하나다. 이런 미키가 축하해주면 리카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미키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 것은 리츠코였다.
리츠코는 울먹이는 목소리 P에게 말했다.

“P씨, P씨, 미키가, 미키가…….”

그 떨리는 목소리가 P의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로운 일상까지 흔들었다. 

“미키씨가 뭐래?”

리카가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물어온다. 오랜만에 돌아온 그 순수한 미소를 지금 부실 수는 없었다. 
P는 미소로 대답하며 거짓말을 했다.

“아아, 드레스가 너무 이쁜데다 신부자리까지 뺏겨 질투난데. 자기도 아이돌 그만두면 좋은 남자 구해서 이런 드레스를 입고 싶데.”
“헤헤, 그래?”

그 미소가 오늘 하루만은 지켜지기를 기도했다. P는 리카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1층에 입원 문제로 다시 이야기할게 있어서 그러는데, 잠시만 갔다와도 될까?”

그 질문에 리카가 곧 불안한 표정으로 P의 옷깃을 잡았다. 그 모습에 P는 속으로 한탄했다. 웃는 얼굴을 오늘 하루는커녕 단 1분도 지켜주지 못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사라진 미소는 잠시다. 자신이 나갔다오면 다시 웃을 수 있을테니깐.

“그게, 나도 같이 가면…….”
“금방 갔다올게. 안 될까?”

P가 곤란한 듯 말하자 이내 리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울 것 같은 그 얼굴에 다시 입을 맞춰주자 리카의 손이 옷깃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P는 곧 돌아오겠다고 말하고서 리카를 두고 병실에서 나갔다.
처음에 P는 걸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급한 마음에 빨리 걷고, 이내 뛰기 시작했다. 미키가 촬영한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은 여기다. 더불어 이곳이 가장 큰 병원이다.
곧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병원 입구로 급히 응급차 한 대가 도착했다. 그리고 응급환자용 입구로 향해와 곧장 멈췄다. P는 아니길 빌면서 뛰어갔다. 곧 차의 뒷문이 열리면서 바퀴달린 침대가 내려오며 환자의 모습이 보였다. 구급대원과 의사와 간호사들 사이로 짧은 갈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P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더 빨리 뛰었다. 짧은 거리를 달렸을 뿐인데 숨이 찼다. 곧 침대 위에서 급히 수술실로 옮겨지는 환자의 얼굴을 볼 수 있다.
P는 망연자실하게 응급실 앞에서 멈춰 섰다. 거친 숨을 고르지도 못했다. 응급차를 타고 같이 온 리츠코가 그 때까지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P의 가슴에 매달렸다.
P는 수술 중이란 단어에 불이 들어온 곳을 보았다.
미키는 리카가 아이돌일 시절 그녀와 아이돌로서 대결을 하다가 한 번 패한 적이 있다. 그것을 계기로 미키는 변했다.
물들였던 금발을 원래의 갈색으로 되돌렸다.
길었던 긴 머리를 어깨까지 길이로 짧게 짤랐다.
게을렀던 아이돌 일에 좀 더 노력할 줄 알게 되었다.
아이돌로서 반짝반짝 빛나게 되며, 리카가 은퇴한 후 톱 아이돌이 되어 아이돌로서 최고로 빛나게 되었다.
허니라 부르며 사랑했던 자신을 리카와 같이 있어 행복한 줄 알고 진심으로 축복해주며 포기했다.
원래 아름다웠던 웃는 얼굴은 반짝반짝 빛을 더 하게 되었으며 그 얼굴로 진심으로 자신과 리카의 행복을 축복하고 리카를 도와주려 했다.
활기차고 건강하고 행복함이 어울리던, 그랬던 미키는 현재-
병원침대에 실려 머리가 온 통 피투성이인 채 죽은 것처럼 눈을 감고 응급실로 들어갔다.

-두 사람 모두 행복해야 하는 거야. 미키 이렇게 노력했으니깐!

예전에 들었던 미키의 목소리만이 허망히 귓가에서 맴돌았다.
--------------------------------------------------
............................................................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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