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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holm Syndrome - 4

댓글: 10 / 조회: 891 / 추천: 8



본문 - 11-23, 2016 22:00에 작성됨.

 
 
 
 
 
 
 
 
"으악!"
 
호시이 미키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벌떡 잠에서 깨어 버렸고 시각이 오전 6시임을 깨달았다. 시끄러운 알람 소리라는 건 치하야의 3집 수록곡 중에 가장 시끄러운 곡이었고, 그 곡이라면 7번 트랙인 <먹물>이었다. 치하야의 노래를 알람 소리로 하면 어느 정도 치하야를 만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뿐더러 조금 더 치하야를 싫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하야의 노랫소리가 싫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일어나기 귀찮은 날이었을 뿐이지 치하야의 목소리는 언제나 미키의 감정을 꿰뚫었고, 언제나 미키를 자극했다. 그것이 미키를 짜증나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녀는 짜증나도록 매력적이었다.
 
아이돌을 은퇴하고 모델로 전향한 이후에도 미키의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적당하게 일어나서 적당하게 웃은 다음에 적당하게 일을 끝마치는 것이다. 십 년을 이어 온 그 적당주의가 잘 먹혀들어갔는지 시부야며 롯폰기며 거리의 광고판은 미키로 가득했다. 그래서 노랗게 물들였던 머리도 모델 일에 편하게 다시 갈색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염색약 때문에 삐죽거리던 머리도 이제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유연한 곱슬머리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치하야와 헤어진 뒤에도 미키는 참 잘 살았다.
 
"헤어졌다고 생각하니까 연인 같네."
 
그렇게 혼잣말하고는 미키는 자기 혼자서 쿡 하고 웃었다. 치하야와 마지막으로 연락을 한 지가 언제였더라. 분명히 그 끔찍했던 콘서트 전에 하고는 안 했던 것 같다. 미키는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자신이 연락을 안 한 것이 그 때 하필이면 스케쥴이 어마어마하게 바빠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미키가 정말로 비정한 사람이었던 건지를 구별할 수 없었다. 이 때는 미키가 너무 바빠서 그랬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았다. 자기 탓을 하는 것보다는 남 탓을 하는 편이 미키의 정신 건강에 좋았다.
 
미키는 세상 누구보다 자신이 치하야를 걱정한다고 말할 자신이 있었다. 물론 타카츠키 야요이라는 아주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지만 야요이는 야요이만의 일만으로 바쁜걸. 그러니까 미키가 가장 치하야를 걱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다시 휴대전화를 집어들게 되는 것이고, 다시 치하야의 전화번호를 눌러 보는 것이고, 눌러 봤자 받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에 결국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것이다.
 
"이래서야 정말로 헤어진 연인 같잖아."
 
그러니까 걸어 보자. 휴대전화에 연결된 실내 스피커로 통화 신호음이 길게 울려퍼진다. 미키는 그 동안 노트북을 펼쳐서 부팅한 다음에 잡지 인터뷰 파일을 클릭해서 열고는 몇 자를 두드리기까지 했다. 결국은 수신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기계음만 돌아올 뿐이었다.
 
한 번 전화해서 받는다면 그만큼 놀라운 일도 없을 테니까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받지 않는다. 일흔두 번 정도 걸면 부재중 전화 72건이라고 찍혀 있으려나. 아니, 하루카가 죽고 나서 치하야는 꽤나 오랫동안 밥을 굶었으니까 72라는 숫자보다는 좀 더 적게 걸어야 하려나.
 
결론적으로 치하야가 밉기 그지없었다. 잡지의 인터뷰 질문지는 성의 없는 답변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래서는 제대로 페이지 수나 채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하루카."
 
765 프로덕션에 있던 사람들 중에 그 알약을 삼키지 않은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아마 미키의 화장대 한 구석에도 있지 않을까. 약은 끊은 지 오래되었지만 언제나 의사 선생님을 찾아갈 때마다, '절대 나아지지 않았으니 기분이 좋지 않아지거나 하면 한 알 정도 먹으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미키는 분하지만 그 말을 받아들여야 했다. 결국 치하야가 콘서트를 실패한 날에 한 알을 삼켜 버렸으니까.
 
전반적으로 미키의 기분은 좋은 축에 속했다. 모두 각자가 할 일을 찾아갔으니까 결론적으로 765 프로덕션은 매우 좋은 결과를 낸 것이겠지만 미키는 그 좋은 결과 위에 좋은 기분까지 있으니까 미키의 승리. 마지막에 웃는 건 바로 나. 야요이의 노래 가사처럼.
 
미키만큼 괜찮은 사람이 또 있을까. 프로듀서라는 사람은 흉하게 코토리랑 부둥켜안고 울더니 이내 결혼까지 가 버렸고 넋을 잃고 울던 마코토는 결국 패션 모델 일을 그만둬서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눈물을 있는 대로 참아도 있는 대로 눈물을 흘리던 유키호는 배우가 되어버렸고 소식을 듣자마자 실신해 버린 히비키는 가수로 데뷔해서 지금도 미키랑 연락하지만... 미키가 더 괜찮고! 미키가 제일 괜찮은 것이다.
 
스물일곱 번째 신호음이 날아갔고 미키의 손은 여섯 번째 질문에서 멈추었다. 스피커 너머로 미키가 세상에서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키?
 
 
 
눈을 뜨자 여전히 빨간 담요 속이었다. 다행히 생각은 나지 않았고 그건 약의 함량이 아직 적당함을 뜻했다. 잠이 덜 깬 청각에는 이상한 종소리 같은 것이 울려퍼졌다. 물론 이명도 함께였다. 의사는 뭐라도 먹으라고 조언했지만 아침에 배달 음식을 해 주는 집은 없으니 냉장고를 또 다시 뒤져야 할 것이다.
 
또 다시 눈을 떠야 하는 걸까. 냉장고를 뒤져도 되는 걸까. 그렇게 먹고 나서무엇을 할 것인가. 일어나면 다시 약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치하야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명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다시 몽롱한 정신 속에서 치하야는 이명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느꼈다. 물이라도 마시면 나아지려나 싶었지만... 이명이 아니었다. 부재중 전화 스물여섯 개였다. 그리고 휴대전화가 다시 맹렬히 진동하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P인가 싶었지만 거기 찍혀 있는 사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미키?"
-치하야 씨.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치하야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눈물에 젖은 미키의 목소리.
 
"...술 마신 거야?"
-하나도 마시지 않았어! 미키를 뭘로 생각하는 거야.
"저기, 일을 나가 봐야 하는데..."
-치하야 씨 오늘 일 없는 거 다 알고 있어. 치하야 씨는 지금 미키랑 통화를 해야 해.
 
미키라면 그 쪽이랑 잘 아는 사이였던가. 애초에 톱 모델이니까 연락이 닿지 않는 곳도 없었던 걸까.
 
"용건이 뭐야?"
-용건이 없어도 통화하는 거라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나?
"......"
-아...
"......"
 
 
 
미키는 속으로 전화가 끊기지 않게 해 달라고, 일흔두 번 정도 빌었다. 실없는 말은 미키의 나쁜 버릇 중의 하나였고 셀프 프로듀스를 시작할 때부터 절대로 하지 말자고 프로듀서와 한 약속이기도 했다. 눈물이 줄줄 흐르는 와중에도 미키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끊지 말아 줘!"
-미키.
"응! 치하야 씨!"
......
 
그리고 다시 정적이 일더니 잠시 후 유리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꿀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좋아.
"치하야 씨, 잘 지냈어?"
 
이런 말밖에 남지 않았나. 분명 더 말들이 많았을 텐데. 처음 만난 사람한테도 할 말을 찾아내는 미키 아니었던가. 하지만 치하야는 처음 만난 사람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고, 해야 할 말보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더 많은 사람이란 게 문제였다.
 
-응. 요즘은 다시 일도 나가고.
"미키는 치하야 씨가 전화를 받아 줘서 좋아. 그러니까..."
-응.
"그러니까 끊지 말고 들어 줘 알았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별 말 아니야. 그냥 미키가 어제 사진을 찍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사진?
"어딘가 모르는 스튜디오였는데 엄청 예쁜 게 많아서 미키 재밌게 촬영했어!"
 
미키는 그리고 다른 쪽으로 실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딜 봐도 즐거운 이야기들을.
 
"그리고 거기 개도 한 마리 있었는데 생각보다 귀여웠고."
 
세상에서 가장 반짝거리고 활기차던 호시이 미키의 모습으로.
 
"그리고... 그리고..."
 
하지만 미키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오는 목소리가 젖은 목소리 뿐이었다.
 
"그, 리고, 어제, 그... 그리고 뭘 했더라..."
-말하기 힘든 거라면 끊을게.
"제발! 제발 끊지 말아줘! 제발..."
-......
"미키를 혼자 두지 말아줘..."
-......
"미키는 예전처럼 꼬치꼬치 묻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제발..."
 
이게 문제였다. 치하야를 미워해야 할 이유기도 했다. 미키는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이 분해서 참을 수 없었다. 누군가 한 명은 좀 안 울어도 되고 그게 미키라면 정말 좋은데. 미키는 그래도 남은 사람들 중에 제일 잘 나가는 사람인데 좀 밝고 반짝반짝하게 통화하면 안 되는 걸까. 그래서 미키만 행복한 게 분해서 다른 사람들도 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똑같이 울어제끼니까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동류의 사람을 만나는 건 치하야에게 아무런 감흥도 없을 것이다. 꼴사납게 방에 주저앉아서 이게 뭔지.
 
"......"
 
그리고 정적. 전화는 끊겨 버렸고 미키는 문득 휴대전화를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 버렸다. 부서지면 새로 사면 되니까. 하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미키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치하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미키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분명 미키를 귀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귀찮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도 10년 전과 똑같은지. 그 때 미키는 이렇게 말했었다.
 
"미키는 귀찮은 것도 해야 어른이 된다고 생각해."
 
철없기 짝이 없는 말. 아마 지금이라도 치하야한테 해 줘야 할 말일 것 같았지만 미키는 사회인이었고, 사회인은 살짝 멀어진 관계의 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즉 사회인으로서 친구에게 연락했을 때는 그런 실없는 말을 하면 안 되었다. 하지만 치하야한테는 다른걸. 일단 잘 지내는지 묻는 것도 고역이다. 잘 지낼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미키는 금방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세면실로 들어갔다. 오늘은 오후에 가야 일이 있었고 작성해야 하는 인터뷰는 다음 주에 있었지만, 미키한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모질게 끊지 않았던 것이 잘못인지 치하야는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볼까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고 싶지는 않았다. 치하야는 부스스 일어나서 작업실로 향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할 바에는 작업을 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었다.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거의 다 지나가는 식빵을 꺼낸 치하야는 한 조각을 물어서 깨뭄에 또 이상한 생각이 남을 깨달았다.
 
살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 가지를 생각할 때마다 그것은 하나의 악상이 되었다. 결론은 모든 것이 하나였다. 아직 죽지 못했기에 이미 죽은 자들의 짐을 얹고 사는 것. 짐을 덜고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꿈은 결국 허망한 것. 영원히 그 짐더미 속에 갇힌 채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들은 하나의 음정이 되었고 선율이 되었고 울음을 내뱉듯이 목소리를 토하고 나면 일 년 뒤에는 찬사가 뒤따라왔다.
 
누군가가 살아 있을 자격을 부여했다면 그건 아마 치하야의 회사이거나 P거나, 마저 해야 하는 음악 작업 같은 걸 거다. 미키한테는 자격을 부여받을 수 없었다. 야요이도 마찬가지였다. 치하야의 동료였다고 칭하는 모든 이들이 그녀에겐 부적격자였다. 결론적으로 미키의 전화는 모질게 끊었어야 맞았다. 잘 지냈어? 그럴 리가 없잖아. 미키는 이런 일을 했어! 나는 언제나 집에서 죽어가고 있어.
 
마스터 키보드를 두드리자 소리들이 작업실에 가득 찼다. 치하야는 헤드폰을 끼고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버전이 나왔다는데. 스피커가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 수리기사를 부를까. 생각은 지워지고 음악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찼다. 이 순간이 그나마 치하야가 같은 일을 하면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미키는 치하야처럼 오는 전화를 모두 무시해 볼 생각이었다. 오늘만은 치하야를 처음 만난 열네 살 소녀이고 싶었다. 그 열네 살 소녀는 정말 바보 같게도 치하야 같은 사람을 존경해가지고서는. 아니야, 치하야를 존경하지도 않았었지. 미키는 언제나 자신을 존경했다. 하지만 치하야가 되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서는 레슨은 제대로 해야지 하면서 미키만큼 잘 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는 정말 눈부셨던 기억이 난다. 물론 전부 과거 이야기이다.
 
모델 에이전시에서 오는 전화. 무시. 신문사에서 오는 전화. 무시. 타카츠키 야요이한테서 오는 전화. 뭐?
 
"야요이?"
-미키 씨.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그러네요. 오랜만이네요.
"웬일이야?"
-아 그, 오늘은 요리 방송이 무척이나 즐거웠다고...
"......"
 
미키는 거리 한복판이었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이 뭘 하러 가는지도 잠시 잊은 채 미키는 큰 소리로 깔깔 웃었다.
 
-미키 씨?
"아, 미안 미안. 그래서?"
-바쁘지 않으시면 식사나 같이 할까 하고...
"미안 야요이."
-.......
"오늘은 좀 무리야. 다음 주 일요일 어때?"
 
그러자 수화기 반대쪽에서 놀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야요이는 언제나 이렇게 감정이 쉽게 드러나서 문제였다. 미키는 변장이 들키지 않게 모자를 더 깊게 눌러썼다.
 
-좋아요! 엄청 좋아요! 저 준비해 놓을게요!
"다른 애들도 연락해 줄까?"
-다른 분들은 바쁘시겠죠...
"그렇지? 그럼 미키만 갈게."
 
야요이랑 마지막으로 통화한 지도 한 달 정도 되었던가. 결론적으로 미키가 박정했던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너무 바빴던 것이었다. 그렇게 남 탓을 하는 편이 좋았다.
 
무엇이든 너무 오래되었다. 새로운 건 미키가 새로 찍는 광고 뿐이었고 꽉 찬 스케쥴표는 힘들었지만 오래된 것들보다는 나았다. 결국은 그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알약을 먹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고 미키는 충실하게 그 규칙을 지키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방금의 통화는, 그냥 미키다운 충동이었을지도. 열네 살 미키로 돌아가서 무엇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이 대로는 안 되었다.
 
 
 
네 소절 정도 되는 멜로디가 작업실에 연주되었고 치하야는 기지개를 쭉 펴고 잠시 작업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직도 부재중 전화가 휴대전화에 남아 있음을 깨달았고 초인종 소리도 들려옴을 깨달았다. 전화를 서른두 번이나 건 사람은 호시이 미키였다.
 
미키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옛 동료들의 얼굴을 보아서 좋은 영향이 올 확률이 절대로 높지 않았고, 치하야는 이제 막 다시 일을 시작하려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작업실에 들어가면 지쳐서 돌아가겠지만 사람을 문 밖에 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므로 살짝만 문을 열어서...
 
"기회는 이 때야!"
 
하지만 미키가 훨씬 더 동작이 빨랐다. 재빠르게 문틈에 구둣발을 끼우더니 그 틈으로 문을 확 열고는 유연하게 몸을 움직여서 치하야의 현관 안으로 침입한 것이다. 어찌나 빨랐던지 치하야의 머리카락이 뒤로 들려 날릴 정도였다. 침입자는 치하야의 뒤에서 스르르 일어나더니 고개를 돌렸다. 벗어던진 안경과 모자가 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역시 미키의 예상이 맞았어. 안녕 치하야 씨."
 
치하야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나지막히 말했다.
 
"나가 줬으면 좋겠는데."
 
 
 
 
 
 
 
 
 
 
분위기 전환. 미키의 생일에 절묘하게 업로드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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