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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밤

댓글: 1 / 조회: 539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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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0, 2016 17:25에 작성됨.

작중 시간대는 12월 말입니다. 근데 왜 이게 지금 올라오냐면 일찍 쓰고 묵혀두면서 수정을 하자! 라는 마음으로 썼는데 써놓고보니 제 안의 관심병이 절 계속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전 1주 이상 묵혀두질 못하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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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런 날 있으세요? 첫소풍을 앞둔 날의 밤처럼 왠지 모르게 잠은 안오고 간신히 잠들었더니 금방 깨버리는 때요. 오늘 아침의 제가 그랬답니다. 덕분에 저의 컨디션은 저 먹구름 낀 하늘처럼 최악이었어요.

 

[하루카. 혹시 무슨 일 있어?]

 

덕분에 치하야 쨩에게 문자로 걱정받아 버렸어요. 괜찮아. 오늘은 공기가 차네. 치하야 쨩은 감기 안걸렸어? 라고 둘러대보지만 별로 납득하는 눈초리는 아니었어요. 옛날이었으면 별 말 없이 넘어갔을텐데 말이예요. 그렇다고 지금의 치하야 쨩이 싫다는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왠지 그립달까. 우리 치하야 쨩이 이렇게 변했구나. 라고 느껴질 때가 있답니다.

 

[지금 이상한 생각 하고 있지?]

 

앗. 혹시 치하야 쨩이 독심술을 익힌걸까요? 전 재빨리 아무 것도 아니야. 라고 치하야 쨩에게 답장을 보냈어요. 하지만 치하야 쨩은 오늘의 하루카. 뭔가 이상해. 라고 하며 보이스 레슨을 해야 하니 이따가 연락하자. 라는 문자를 보내왔어요. 우우.. 화나게 한걸까요? 치하야 쨩에겐 나중에 꼭 사과하기로 하고 저는 사무실 문을 열었어요.

 

"아, 하루카? 빨리 왔네."

 

문 안쪽에서 절 맞이한건 리츠코 씨였어요. 저는 안녕하세요. 그러게요. 라고 하며 가방에서 어젯밤에 구운 쿠키를 꺼내서 건네줬어요. 그러자 리츠코 씨는 미안한데 그거 내 책상에 놔줄래? 라고 했어요. 아무래도 급히 나가봐야 하나봐요. 제가 리츠코 씨. 어디 가세요? 라고 묻자 리츠코 씨는 어디의 누구 때문에 은행을 가야 되서 말이야. 라고 말했어요. 리츠코 씨가 슬쩍 바라보는 방향에는 코토리 씨가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어요. 아마 뭔가 즐거운 상상을 하다가 그만 시간을 많이 허비한 모양이예요. 가끔 어떤 상상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지만 뜬금없이 이러면 안돼! 코토리~!! 하면서 뛰어나가는걸 보면 별로 알고 싶진 않아요.

 

"피곤해보이는데 일단 안에서 쉬고 있을래? 다른 사람들은 조금 늦을지도 몰라."

 

리츠코 씨가 나가면서 저에게 말했어요. 역시 제가 너무 빨리 온건지도 모르겠어요. 리츠코 씨가 나가는 것을 본 저는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갔어요. 저는 리츠코 씨의 책상에 쿠키를 내려놓고 정신없이 일을 하느라 제 쪽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코토리 씨의 책상에도 쿠키를 두려고 다가갔어요. 근데 갑자기

 

"으아아~! 일이 줄질 않아!"

 

라고 소리를 지른 코토리 씨에게 놀란 저는 그만 에엣?! 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어요. 느닷없이 가까이서 들린 소리에 코토리 씨도 꺄앗!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아주 잠시간 서로를 보며 정적이 흘렀어요. 그러더니 코토리 씨가 말했어요.

 

"하루카, 혹시 유령이니?"

 

저는 아니거든요! 너무해요! 라고 외쳐버렸어요. 최근 제대로 자지 못한건 맞지만 유령이라니 진짜 너무한거 아닌가요? 코토리 씨는 미안한듯 사과하며 안색이 좀 안좋은데 괜찮은거야? 라고 하셨어요. 촬영장에서 나오기 전에 확인까지 했지만 역시 완전히 가리는건 무리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괜찮아요! 자, 쿠키 드세요! 하며 코토리 씨에게 쿠키를 건네줬어요. 코토리 씨는 오옷! 하루카의 쿠키! 정말 먹고 싶었어! 라고 하면서 잘 먹을게! 라고 하셨어요. 받는 사람들이 이렇게 고마워할 때마다 저는 열심히 구워온 보람을 느낀답니다.


코토리 씨에게도 쿠키를 전해준 저는 사무실 안쪽의 휴게실로 향했어요. 휴게실의 소파에 앉는 것도 꽤 오랫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매일매일 일없이 앉아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사무실에 들르는 것조차 오랫만이라고 여기다니. 지금도 그 때가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말이예요. 이 쪽 창가에선 치하야 쨩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었고 저 쪽 탕비실에서 유키호 쨩이 차를 끓이면 제가 쿠키를 꺼내고 그러면 그 냄새를 맡은 히비키 쨩의 햄조가 튀어나와서

 

"뀨?"

 

그래요. 저렇게.. 에엣? 햄조?! 깜짝 놀란 저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코토리 씨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말하셨어요. 가만 놔두렴. 오늘 햄조는 벌 받는 중이야. 라고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자세히보니 햄조에게 자그마한 팻말이 걸려있었어요. 거기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저는 친구들의 음식을 빼앗아 먹었습니다. 라고 쓰여있었어요. 외국에선 이런 벌을 주기도 한다고 들었지만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예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라는 의미로 해놓은거 같긴 한데 절 보자마자 어깨 위로 타고 올라와서 뀨뀨 거리는걸 보면 별로 반성할 생각은 없어보여요. 근데 햄조의 목소리는 들으면 들을 수록 왠지 정감가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요?

 

"뀨이뀨이"

 

제 생각을 읽었는지 햄조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 귀여운 모습을 본 저는 제 몫으로 가져온 쿠키를 조금 때서 햄조에게 줬어요. 그러자 햄조는 재빨리 받아서는 물고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걸 보니 좀 매정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동물한테 너무 많은걸 바라는걸까요?

 

"하아.. 잠깐 쉴까나.. 하루카? 같이 과자 먹을래?"

 

코토리 씨의 말에 저는 예. 차를 준비할게요. 라고 했지만 코토리 씨는 아니야. 넌 앉아서 쉬고 있으렴. 무리하면 안돼. 라고 하시면서 탕비실로 들어가셨어요. 다들 저러는걸 보니 정말 안좋아 보이나봐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요. 오늘은..

 

와장창!

 

꺄앗! 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서 급하게 탕비실로 가봤더니 경직된 자세의 코토리 씨 앞에 찻주전자가 깨져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햄조가 꼬리가 빠져라 도망가는게 보였어요. 저는 코토리 씨! 괜찮으세요? 라고 물었어요. 그러자 코토리 씨는 으응. 괜찮아. 그나저나 차를 못 마시게 돼버렸네. 라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햄조에겐 더 큰 벌이 필요한거 같아요. 하지만 날카로운 조각이 바닥에 있으면 안되니 일단 빗자루로 탕비실을 정리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둘이서 탕비실을 정리하고 있는데 리츠코 씨가 돌아왔어요. 리츠코 씨는 자초지종을 듣더니 햄조를 찾으러 사무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아마 이번에는 햄조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을거예요.

 

"햄조! 요 녀석! 이리 오지 못해!"

 

그렇게 햄조를 쫒는 리츠코 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저는 다시 소파 위로 올라갔어요. 그러고보니 미키가 여기서 매번 자던게 떠오르네요. 아미와 마미가 아무리 장난을 쳐도 깨지 않는걸 보면 여긴 뭔가 비밀이 있는건 지도 몰라요. 저는 작게 실례합니다. 라고 말하며 신발을 벗고 소파에 몸을 눕혔어요. 여기에 누워있으니 창문을 통해 내리쬐는 햇빛은 아침의 먹구름이 무색하게 적당히 기분 좋았고 멀리서 타닥타닥 하고 들려오는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어요. 아. 이래서 미키가 맨날 여기에 누워있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 이상으로 안락한 곳이었던 거예요. 그렇게 저는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었나봐요.

 

어라? 하루카 씨. 이런 곳에서 주무시면.. 쉿. 놔둬. 야요이. 깨우면 안되. 하지만.. 이오리의 말이 맞습니다. 야요이. 지금의 하루카는 너무 노곤해보이니 숙면을 취하게 하도록 합시다. 알았어요. 그럼 하루카 씨가 깨지 않게 조용히 준비하도록 해요. 그럼 나는 식탁을 세팅해놓을게. 당연히 그래야지. 남자애처럼 힘쓰는건 니 전문이잖아. 뭐라고?! 쉬잇! 이러다 하루카 씨가 깨겠어요! 마코토. 이오리. 오늘은 특별한 날. 다툼은 잠시 미루시는건 어떨까요? 쳇. 알았어. 흥. 난 사실을 말한거다, 뭐. 이오리! 알았어..! 사과하면 되잖아.. 미.. 미안.. 말했으니까 됐다! 흥! 헤헹! 너무 작아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데? 뭐라고?!

 

"으음.."

 

아까부터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전 잠에서 깨어났어요. 제가 몸을 일으키자 마코토와 이오리가 싸우는 모습이 보였어요. 안녕. 하고 말을 걸자 이오리는 뭐야.. 더 자지 않고. 너 때문이잖아! 하면서 마코토를 향해 목소리를 높혔어요. 그러자 마코토도 니가 먼저 시작한거잖아! 라고 하면서 이오리에 맞서 목소리를 높히기 시작했어요. 오랫만에 만나서 서로 싸우기 시작한 둘을 어떻게 말려야 할지 막 잠에서 깬 머리로 생각하고 있는데 유키호가 끼어들었어요.

 

"저기.. 예들아. 그만 싸우면 안될까..?"

 

""유키호는 조용히 있어!""

 

..저 둘은 실은 사이가 좋은걸거예요. 선의로 끼어들었다가 쓴소리만 들은 유키호는 우우.. 역시 땅딸막하고 못생긴 저는 싸움도 말릴 수 없는거예요.. 이런 저는 역시 땅 속에 틀어박히는게..! 라고 하며 어디선가 삽을 꺼냈어요. 가만 놔뒀다간 사무실에 구멍이 생길지도 몰라요! 그 때였어요.

 

"자~ 자~ 싸움은 그만. 유키호 쨩. 그런건 내려놓고 어서 준비해야지. 그리고 마코토 쨩이랑 이오리 쨩도 어서 도우렴. 이러다간 시간에 맞추지 못할거야."

 

어디선가 나타난 아즈사 씨가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해 버렸어요. 저 것이 연륜이라는 걸까요? 그렇게 유키호는 탕비실에, 이오리는 사무실을 꾸밀 장식을 사러, 마코토는 식탁들을 세팅하러 갔어요. 저는 아즈사 씨에게 저도 도울게요. 라고 했지만 아즈사 씨는 하루카 쨩은 안색이 안좋은데 좀 더 쉬고 있을래? 무리하면 안돼. 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모두가 준비하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저는 아즈사 씨에게 괜찮아요.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요. 라고 했어요. 그러자 아즈사 씨는 가만히 저를 보시더니 힘들면 쉬어도 되니까. 언제든 말하렴. 이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허락을 받은 저는 걱정 마세요. 푹 잤더니 몸을 좀 움직이고 싶어서 그래요. 라고 아즈사 씨를 안심시키고 탕비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늦어서 미안!"

 

"리츠코 군. 운전 솜씨가 아직 부족하군. 좀 더 노력하도록 하게."

 

"음음. 역시 아직은 보초라는 거겠지."

 

"이 녀석들! 차가 막히는걸 어쩌니? 그리고 보초가 아니라 초보겠지!"

 

그 때, 입구에서 히비키와 아미, 마미 그리고 리츠코 씨가 들어왔어요. 일이 끝나고 어딘가에 들렀다 온건지 다들 무언가를 잔뜩 들고 있었어요. 히비키 일행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은 유키호가 탕비실에서 죄송한데 사오신 것들은 이 쪽으로 가져다 주시겠어요? 라고 말했어요. 문제 없다구! 라고 말하는 히비키를 선두로 다들 산타에게 받은 선물 보따리 같은 봉투들을 들고 탕비실로 들어갔어요. 저 양을 보니 아무래도 유키호 혼자서는 힘들거 같아요. 나도 도와줄게! 라고 하고 탕비실로 가려는 그 때, 사장님께서 저를 부르셨어요.

 

"아마미 군. 잠시 괜찮겠나?"

 

무슨 일이신가요? 하고 돌아보는데 사장님의 얼굴을 보고 그만 뿜어버리고 말았어요. 평소 쓰시는 안경 대신 산타모자에 흰 수염 달린 코주부 안경을 쓰고 트리를 손보시던 사장님은 저에게 아무래도 저 위의 별을 바꿔 달아야 할거 같은데 접사다리가 고장이 난거 같으니 창고 안쪽에 있는 조그만 망치를 가져다 달라고 하셨어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알았다고 대답한 저는 창고에 다다라서야 웃음기를 가라앉힐 수 있었어요. 치하야 쨩이 보면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며 창고에서 간단하게 망치를 찾아낸 저는 들어온 김에 창고 옆의 작은 방에 들어가봤어요. 라이브 때 입었던 의상 샘플, 팬분들에게 받은 것들 중 집에 가져가긴 어렵지만 기념으로 남기고 싶은 물건들, 저희들이 받았던 상들 가운데 밖에 두지 못한 것들, 그리고 사진집들이 있는 그 곳이요. 방에 들어온 저는 선반에서 가장 낡은 사진집을 꺼냈어요. 전 이 사진집을 가장 좋아해요. 모두가 함께 찍힌 사진이 가장 많거든요.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첫 전국 순회공연을 마친 후에 찍은 사진이예요. 여기 나오는 모두는 정말 보는 저도 절로 미소가 나올거 같아요. 그렇게 오랫만에 감상에 빠져서 사진집을 보고 있는데 미키와 치하야 쨩이 들어왔어요.

 

"아. 하루카. 찾은거야."

 

"하루카. 사장님께서 네가 창고로 가더니 돌아오질 않는다고 걱정하고 계셔."

 

아무래도 사진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나봐요. 저는 둘에게 에헤헷. 미안. 자, 돌아가자. 라고 하고 사진집을 다시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어요. 작은 방에서 나가는데 미키가 저에게 물어왔어요. 하루카. 괜찮은거야? 라고요. 문득 옆에서 치하야 쨩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느낀 저는 적당히 둘러대는 쪽을 택했어요. 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그래. 괜찮아. 정말이야. 라고요. 하지만 치하야 쨩은 정말 괜찮은거야? 무슨 일 있는거지? 사실대로 말해줘. 라고 걱정하는 얼굴로 물어왔어요. 우으.. 아침에도 느꼈지만 치하야 쨩이 점점 예리해지는거 같아요. 그 차갑던 아이가 저렇게 걱정해주는게 싫진 않지만 그래도 저 때문에 저런 얼굴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저는 결국 치하야 쨩에게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지난주부터 오늘을 위해서 뭘 준비할까 하다가 모두를 위해 과자를 조금씩 구워주는 것으로 정하고 밤마다 자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구웠더니 이렇게 되었다고요. 실은 과자가 아니라 케이크고 결국 엊그제 모두의 것을 전부 만들어서 오늘 밤에 사무실로 배달이 오도록 해놓았지만 그 것까진 말하지 않았어요. 서프라이즈니까요. 제 말을 들은 치하야 쨩은 아무리 그래도 잠을 줄이면 건강에 좋지 않아. 라고 딱 잘라 말했어요. 이런 점은 변하지 않은거 같아요. 치하야 쨩에게 자기 몸관리는 자기가 해야 한다는 내용의 잔소리를 들으며 사과를 하고 있는데 미키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어요. 하루카. 미키. 과자를 먹고 싶은거야. 라고요. 저는 속으로 미키에 대한 감사와 치하야 쨩에 대한 미안함을 표하며 재빨리 치하야 쨩에게서 벗어났어요. 제가 미키에게 쿠키를 주며 감사의 말을 하자 미키가 말했어요.

 

"치하야 씨를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거야. 치하야 씨. 저래뵈도 아침부터 하루카를 걱정한거야. 오늘의 하루카. 왠지 이상해. 하고 말이야."

 

아.. 저 잔뜩 걱정받아 버렸네요.. 저는 살짝 간질거리는 마음을 누르고 미키에게 웃으며 말했어요.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라고요. 미키는 활짝 웃으며 그러면 다행인거야. 라고 하곤 막 돌아온 이오리를 향해 가버렸어요.

 

"마빡아! 수고한거야!"

 

"키잇! 마빡이라고 하지 말랬지?!"

 

실은 오늘의 이 파티는 저희가 바빠지기 전에 한 약속이었어요. 되도록이면 1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다 같이 모이자고요. 딱히 언제라고 정하진 않았지만 저희는 항상 이맘때에 모이곤 한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이자 유키호의 생일인 12월 24일에 맞춰서요. 매번 당일에 딱 맞추긴 어렵지만 되도록이면 다들 이 날에 맞추려고 해요. 올해는 운이 좋게도 모두의 스케쥴이 잘 조정되어서 정말 다행이예요.


주위를 둘러보니 사무실은 이미 파티 준비가 끝났어요. 트리에서는 별이 빛나고 있고 한군데에 모아놓은 다음 식탁보를 씌워놓은 책상 위엔 음식들이 가득해요. 저 쪽에선 다들 오늘의 주인공인 유키호에게 줄 선물을 가져오고 있네요. 저도 가방에 들어있는 생일선물을 들고 와야겠어요. 시계를 보니 케이크도 곧 올거 같아요.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났지만 아직 파티는 시작하지 않았어요. 이쯤되면 왜 그런진 아시겠죠? 그러니까 빨리 오세요. 프로듀서 씨! 파티예요!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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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본편은 이걸로 끝입니다. 아래는 덤으로 쓴 것이며 이 뒤가 나올지는 우주의 기운을 간절히 원해도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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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인근의 바다를 끼고 있는 어느 야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소문에 의하면 이 산에선 가끔씩 생전 들어보지 못한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이상한 불빛을 봤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데 그 이유는 이 곳이 도쿄에 있는 우에노 동물원의 사유지로써 외국이나 지방을 통해 그 곳으로 보내지는 동물들 혹은 공간 부족으로 동물원에서 전부 수용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잠시 머무는 곳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순록이 실존하는지 조차 모르며 관심도 없는 것도 있다. 물론 저 이유가 전부는 아니고 주민들이 저 '이상한 이웃'을 용납하는 이유 중에는 야산의 주인이 주기적으로 보내오는 '지역발전금'이 무시못할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곳으로 가고 있다. 내가 미스터리를 밝히는 취미가 있다거나 심령 스팟을 탐험하는 기벽이 있냐면 당연히 아니다. 나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진 한 명의 상식인으로써 오컬트에 대한 나의 입장은 '취향이니 존중해준다. 단, 나를 끌어들이지 않는다면.'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에게 오컬트에 대해 강연하는 사람은 내 입장에선 길가는 날 붙잡고 '종말이 멀지 않았습니다. 형제님' 거리며 달라붙는 어느 종교인지 특정하기 힘든 옷을 입은 사람만큼이나 짜증난다는 뜻이다.

 

"너무 그런 표정 하지 마세요. 계약서엔 제대로 명시되어 있었답니다?"

 

1mm짜리 글씨를 슬쩍 끼워넣은 주제에 P씨가 오신 한국에선 무죄랍니다~ 라며 뻔뻔한 얼굴로 날 차에 태운 이 짜증나는 여자는 끊임없이 나에게 오컬트에 대한 강연(실은 십자가는 기호 자체에 대한 힘보다는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기에 삿된 것을 쫒는 힘을 가지는 거다. 던가 한국의 도깨비와 일본의 오니는 엄연히 다른 존재지만 보통 한국 사람들은 도깨비 하면 뿔 달린 근육질에 맛동산같은 둔기를 든 존재로 안다. 던가)을 일삼음으로써 내 신경을 긁어대고 있었다. 물론 위에 말한 것과 같은 내가 앞으로 일할 곳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해주긴 하지만 그 비중은 극히 적은지라 나의 고통은 벌써 몇시간 째 계속 되는 중이다. 이 멋들어진 상황에서 사소한 문제점을 꼽자면 내가 절찬리에 고통받고 있는 이 곳은 무려 리무진의 안인지라 저 소리를 듣지 않는 방법은 내 귀를 막거나 어떻게든 락을 연 다음 달리는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방법 밖에 없다는거다. 왜 저 여자의 입을 막는 선택지가 없냐면 내가 페미니스트라서가 아니라 저 녹색 옷의 여자가 내 선배이자 날 보조해줄 어시스턴트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쩌다 이런 시련을 겪게 되었는지 한탄하며 약 반나절 정도 전의 나의 명치에 깊숙한 보디블로를 박아주고 싶은 충동을 참아낼 수 밖에 없었다.

 

콰광!!

 

느닷없이 울리는 천둥이 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더 기괴하게 만들고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출발할 땐 맑았던 하늘이 어느새 칠흑같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미 해가 떨어진 마당에 먹구름까지 잔뜩 몰려온 모양이다. 되도록이면 비오기 전에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우리의 어시스턴트는 일기예보를 알려줌으로써 나의 자그마한 희망을 짖밟아 버렸다.

 

"예보에 따르면 오늘 밤부터 거센 비가 내릴 예정이래요. 시간을 보니 곧 오겠네요. 새벽에 그치고 나면 날이 꽤 추워지겠어요."

 

"아, 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문에 물방울이 부딧치기 시작함으로써 짖밟힌 나의 희망은 빗물에 깡그리 녹아버렸다. 이제 중간에 사고만 나면 싸구려 3류 호러 소설의 도입부가 될 예정이다. 나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안전벨트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끼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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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막상 쓰고보니 생각난건데 전 일본쪽 요괴나 신화에 대해서 전혀 모르잖아요? 아마 안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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