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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카가 산으로 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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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0, 2016 01:49에 작성됨.

도쿄는 천지사방을 찾아봐도 평지 뿐이지만 사무실에서 차를 몰고 나가면 그래도 멀지 않은 거리에 적당한 높이의 산이 있다고 한다. 이 정보는 우리 회사의 어느 등산 마니아가 즐거운 듯이 마구 내뱉은 정보이기도 하다. 지도로서는 무척 먼 거리인데 말야.
 
"그럼 이번 주말은 거기로 가는 거죠?"
"안 돼. 무슨 소리야. 주말에도 스케쥴 꽉꽉이야."
"흐응... 그러면 새벽에 가는 걸로 결정~!"
"맘대로 정하지 마!"
"히잉..."
"히잉 해도 안 봐 줄 거거든!"
 
지금 내 옆에서 귀엽게 볼을 부풀리고 있는 사람은 그 등산 마니아, 키타카미 레이카이다. 듣기로는 매 주말마다 등산을 간다고 하는데 극장의 아이돌들을 데려가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나까지 산에 끌고 가려는 것이다.
 
키타카미 레이카 - 등산을 좋아하는 4차원 아이돌. 20세 어린이.
 
하지만 어떻게 해도 스케쥴을 조정할 방법은 없다. 레이카는 저래 뵈어도 꽤나 잘 나가는 아이돌이고 주말까지 등산을 가는 것도 유명해지기 전의 이야기니까. 운동이야 매번 레슨 때 하고 있고 춤도 격렬하게 추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단호했다.
 
"주말 스케쥴, 어떻게 해 주실 수 없을까요?"
"안 된다니까."
"그런 빡빡듀서님한테는 그럼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하겠어요."
 
그리고 레이카는 나한테 얼굴을 아주 가까이 대었다.
 
"금요일 날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 있죠?"
"으, 응... 그렇지. 라이브 이벤트가 하나 잡혀 있으니까."
"그 일, 잘 해내면 상을 주시면 안 될까요?"
"회사에선 성과급으로 상을 주는 거다!"
"에에~"
 
"하지만..."
"......"
 
나도 레이카가 뭘 원하는 것인지쯤은, 사람이 눈치가 있으니까 안다. 하지만 그것은 원할 수는 있으나 얻어서는 안 되는 것 중에 하나였다. 일단 다른 아이돌이 아니라 나만 데려가려고 하는 것부터.
 
그러니 어찌 되었든 나는 나쁜 상사의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는 것은 원치 않으니까. 나는 손날로 레이카의 이마를 가볍게 쳤다.
 
"읏..."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다음 기회에."
 
그 날이 월요일이었으니까 타루키정 빌딩도 지금과 다르게 잘 정리되어 있는 상태였다. 내가 기억하기엔 월요일에는 레이카한테 레슨 일정이 있었고 레슨 이후에 그 다음날의 일에 대해서 사무실에서 협의하고 퇴근하는 것이었다.
 
원래 레이카는 꽤나 불규칙하게 사무실에 돌아오는 편이었지만 그 날은 무언가 이상했다. 복도 밖에서 무언가 쿵쿵 하는 소리가 자꾸만 들려서 나가 보면 사람의 기척도 흔적도 없고 소리의 진원지도 없는 것이다. 레이카는 오지도 않고.
 
그리고 쿵쿵 소리가 멈추고 수 분 뒤 레이카가 밝은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왔다. 하지만 레이카에게는 쿵쿵 소리를 낼 만한 그 어느 흔적도 없었기에 그냥 수리가 왔다 갔으려니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날은 그냥 협의를 잘 마쳤다.
 
의문의 쿵쿵 소리는 화요일까지 계속되었고 날짜는 수요일로 넘어갔다. 그러니까 출근했을 때의 이야기다.
 
"안녕하세요~"
"오, 좋은 아침 레이카."
"프로듀서님, 오늘은 제가 뭐가 바뀌었게요?"
"어디 보자..."
 
"...그보다 그건 왜 묻는 건데?"
"자자, 퀴즈예요 퀴즈! 오늘 저는 어디가 바뀌었을까요?"
"그럼... 음... 어라. 못 보던 팔찌인데."
"딩동댕! 그럼 맞춘 프로듀서님한테 이 팔찌를 드릴게요!"
"어, 어, 그래."
 
레이카가 건네준 팔찌는 기념품점에서나 팔 법한 싸구려 고무 팔찌였다. 실크 스크린으로 뭔가가 인쇄되어 있었는데 잘 보니까 레이카가 소개한 그 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야간 개장? 뭐지?
 
레이카가 일을 나간 뒤 조사를 해 보니 요즘 같이 날씨가 맑은 날에 광해가 적은 곳에서 야경이나 별하늘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정해진 등산로에 한해서 야간 개장을 하는 모양이었다. 레이카는 밤에 산을 가고 싶었던 건가.
 
레이카한테는 아깝게 되었지만 밤에 산을 같이 가는 건 어렵게 되지 않았을까도 싶었다. 나중에 제대로 사과해 둘까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수요일이 되었다.
 
그 날은 날이 좀 습하더니 이내 비가 내렸다. 라이브 연습이 한창이라는 소식만 듣고 서류를 처리하고 있을 때 세리카한테 다급하게 전화가 왔다. 레이카가 허리를 삐끗했다는 것이다.
 
물론 내장이 어디 들어 있을지도 모를 만큼 얇은 허리를 가진 그녀였지만 매일같이 레슨하고 운동하는 사람이 허리를 삐끗할 일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춤 출 때 자세가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받는 그녀인데 말이다.
 
레슨장에 황급히 가 보니까 아닌 게 아니라 레이카가 만면에 웃음을 띈 채로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거기 있는 세리카랑 시호랑 시즈카랑 심지어 아카네까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말이다.
 
"레이카, 무슨 일이야?!"
"아하하... 들켜 버렸네요."
"뭐가?"
"앗, 프로듀서님한테는 말하면 안 되는데!"
 
그리고는 양손으로 입을 황급하게 막는다.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했지만 알아낼 방도 따윈 없었다.
 
"뭐야뭐야, 프로쨩이랑 레이카 쨩 사이에 뭔가뭔가 비밀 얘기~?"
"그런 거 없거든!"
"아코!"
 
실없는 소리를 하는 아카네의 이마에 손날을 먹여 주고 나는 레이카의 허리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트레이너 선생님 말로는 테이핑만 잘 하면 스케쥴에 큰 지장은 없겠으나 오늘만큼은 안정을 취해 주어야 한댄다. 뭐 가끔 실수도 하는 법이니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유닛 멤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무슨 일 있는 거죠 프로듀서님?"
"프로듀서님, 말해 주지 않으시면 저희도 활동에 지장이..."
"비밀 이야기인가요? 저희한테는 안 되나요?"
"크흑... 이 아카네쨩을 쓰러뜨려도 제2, 제3의 아카네쨩이..."
 
하지만 비밀이라 해도 저쪽만 알고 있으니 난감한 비밀이다. 나도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지만 역시나 알 길은 없었다. 언제나 레이카를 프로듀스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런 상황에 오면 레이카가 직접 말하기 전에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연인지 뭔지 레이카가 허리를 다친 그 날 밤에는 복도 밖에서 들리는 쿵쿵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름 누구 안 오나 싶어서 복도 계단에 노트북을 펼쳐 놓고 대기까지 했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다.
 
아마 그 때가 수요일 11시 30분 경이었나. 아무도 없으니 그냥 사무실에 들어가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또다시 쿵 하는 소리가 복도 밖에서 들린 것이다. 나는 황급히 일어나서 사무실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사무실 위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등산복 차림에 녹청색 머리를 한 소녀가 허리를 짚은 채 모종삽을 들고 있었다. 모종삽에는 어디서 났는지 흙이 소복이 담겨 있었다. 나는 순간 사고가 정지해 버렸다.
 
"......."
"......"
"...레이카?"
"아하하, 정말로 들켜 버렸네요~"
 
그러고 보니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참에 못 보던 돌들이 놓여 있는 듯도 했다. 레이카가 내려놓은 봉지에는 잔디로 보이는 것들도 담겨 있었다.
 
머리가 잘 안 돌아가던 와중에 레이카는 계단에 턱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자기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리는 것이다. 나는 돌들과 레이카의 연관성을 곱씹으면서 옆자리에 앉았다. 혹시...?
 
"역시나 프로듀서님한테 도와달라고 할걸 그랬나봐요."
"뭐?"
"도쿄에는 가까운 데 산이 없잖아요? 전부 평야고요."
"무슨 말을..."
"그러니까, 765 프로덕션에도 산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그러니까 이런 거였다. 월요일 날 나한테 거절을 받은 뒤로 레이카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날부터 방방곡곡의 공원을 찾아다니면서 버려진 돌이나 흙 같은 걸 주워모아서 타루키정 빌딩의 옥상에 옮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허리를 좀 과도하게 썼는지 성대하게 허리가 삐끗해 버렸고 그 결과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었지만 레이카가 들고 있는 잔디와 모종삽은 진짜였다.
 
"그거야 프로듀서님, 어떻게 해도 산에 데려가 주실 것 같지 않아서..."
"포기하지 않았던 건가."
"당연하죠. 프로듀서님이 관련되어 있는데 포기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 식으로 눈부시게 웃는 거 반칙이야.
 
요는 그래서, 타루키정 빌딩 옥상에 흙과 잔디와 돌을 옮겨가지고는 산 비스무리한 느낌을 내려고 했다는 것이다. 마침 계단도 산에 있는 거랑 비슷하니까 최종적으로는 나무 같은 것도 옮겨 심고 말이다. 야심차기도 너무 야심차다.
 
"금요일에 딱 맞춰서 프로듀서님한테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옥상엔 사장님이 담배를 피러 가시니까 힘들지 않을까."
"사장님한테는 미리 말씀드려 놨답니다? 타루키정 건물주님한테도 말해 놨어요. 후후..."
 
"근데 왜 하필이면 금요일이었어?"
"그건... 그 날까지 비밀☆"
"에에..."
"그럼 일단 미리 체험해 볼까요? 765 산으로~ 오오~!"
"오, 오오..."
 
뭐 이렇게 휘말리는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레이카의 손에 이끌려서 3층과 4층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레이카는 어디서 났는지 등산 스틱도 가지고 있었는데. 걸음걸이가 아주 느린 것이 정말 산을 오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즐거운 듯이 숨찬 연기도 하면서 말이다.
 
"헥, 헥! 프로듀서님, 이제 정상까지 금방이에요!"
"어, 어..."
 
이미 열려 있는 옥상 문. 그리고 거기를 지나자... 놀라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실외기와 우레탄 코팅밖에 없이 휑하던 옥상에는 잔디가 반쯤 심겨 있었고 잔디 위에는 진짜 산인 것처럼 큼지막한 돌들이 드문드문 놓여 있었다. 레이카는 들고 온 봉지에서 잔디를 꺼내더니 아직 잔디가 놓이지 않은 곳에 그것을 심었다.
 
"자, 프로듀서님! 해냈어요! 정상이에요!"
"어, 어... 그러네."
"그러면 곧바로 잔디에 다이브 인 해 볼까요?"
"그, 그래도 되는 거야?"
"네♪ 그러려고 심은 잔디니까요."
 
나는 반신반의하면서 양복 재킷을 입은 채로 잔디 위에 조심스럽게 누웠다. 와이셔츠에 풀물이 들면 안 되니까 말이다. 내가 눕자 레이카도 나란히 내 옆에 누웠다. 그러고 보니 레이카가 준 그 팔찌가 생각났다.
 
시야에는 시꺼먼 하늘만이 비치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니까 아니었다. 드문드문이긴 해도 별들이 하늘에 흩어져 있었다. 늦은 밤인지 거리에는 자동차 소리도 나지 않았고 바람이 불어서 옥상 문은 쾅 하고 닫혀버렸다.
 
"......"
"별, 예쁘죠?"
"...그러네."
 
이 엄청난 일을 한 주범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레이카의 맑은 눈동자에는 어안 렌즈처럼 옥상의 풍경과 밤하늘이 비치고 있었다.
 
"이렇게 누워서, 프로듀서님이랑 별을 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진짜 산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미안, 레이카."
"그럼 사과의 의미로 소원 하나만 들어 주시겠어요?"
"......응.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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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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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멍해진 정신으로 옥상을 내려왔다. 레이카는 빨리 내려가면 무릎에 무리가 간다면서 지그재그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내 팔에 팔짱을 끼는 것이다.
 
"금요일, 기대할게요♪"
"...응."
 
목요일에는 아예 대놓고 유닛 멤버들이 돌을 옥상으로 옮기는 모습이 포착되었고 그 사이에는 웬 빨간 머리도 끼어 있었다.
 
"...넌 이런 거 안 할 줄 알았는데."
"시즈나 시호도 그러지 않을까나? 할튼 레이 이 녀석은..."
 
"그런 건가..."
"그러니까 제대로 상대해 달라고. 바보 P."
"도와 줄까?"
"...정말 바보네."
 
등에 기타를 맨 채로 양손에 잔디 봉지를 들고 올라가는 줄리아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결의에 차 보였다.
 
줄리아도 그렇고 어째선지 내가 옥상에 올라가는 건 다들 손사래를 치며 반대하고 있었고 덕분에 당일인 금요일 밤까지 내가 옥상에 올라가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금요일이 되었다. 크레셴도 블루의 라이브 이벤트였다.
 
그리고 깜짝 게스트인 줄리아까지. 이제 마지막 곡만을 앞두고 줄리아가 MC를 할 차례였다.
 
"그, 혹시 오늘 무슨 날인지 아시는 분. 손."
"뭐 이렇게 두루뭉실 말하니까 모르는데 오늘은 꼭 밤하늘 보시길 바라요."
 
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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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에서 레이카가 뛰어내려온다. 곧바로 내 품에 폭 안기고는 뒤로 두 발짝 물러서서 딱 선다.
 
"소원, 들어 주시는 거죠?"
"...응."
 
회사로 돌아오니까 약속이라도 한 듯이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곧바로 레이카와 계단을 올랐고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어설프게나마 산을 재현한 형태가 되었다. 계단 난간에는 밧줄이 달려 있었고 돌들도 곳곳에 놓여 있고 말이다.
 
옥상에 다다르자 불룩한 언덕 위에 잔디가 심겨 있었고 돌들은 더욱 많아져서는 진짜로 무슨 뒷산 언덕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아니 이런 산이 있겠나만은, 무언가 언덕이라 하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형태라고 할 수 있었다.
 
레이카는 잠시 황홀한 듯이 그 작품을 바라보더니 이내 잔디가 심긴 언덕에 폭 하고 누웠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자신의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나는 이틀 전과 같이 레이카의 옆에 누웠다.
 
그리고, 하늘을 보고 기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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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
"안 되겠네요 줄리아 쨩.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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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레이카의 눈을 보았다. 똑같은 밤하늘이 레이카의 눈동자와 저 위에 있었다. 조그마한 빛줄기들이 레이카의 눈동자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럼에 조금 더 밤하늘을 자세히 보았다.
 
수요일날 했던 일을 기억했다.
 
"그럼..."
 
레이카는 밤하늘을 등지고 내 몸 위로 왔다. 그리고는 천천히 천천히 입술을 가까이 대었다. 만면에 띄고 있는 그 미소에 가슴이 뛰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냥 그런 것이었다. 어느 새부턴가 레이카도 나도 서로에게 원하는 것들이 많아졌고 나는 그것을 막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레이카의 맑은 눈이 보이고 부드러운 머리카락들이 뺨을 스치면 어떻게 할 지 모르겠는 것이다.
 
사실 등산을 같이 가고 싶었을 뿐인지도 몰랐다. 한 순간의 분위기를 탄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레이카가 이렇게 입술을 가까이하는 상황은 잘 설명이 안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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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아버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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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프로듀서 님이 해 주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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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특유의 표정. 아니 애초에 거절 자체를 상정하지 않은 표정. 그리고 나는 당연히 거절하지 못했다. 어쩌면 레이카를 프로듀스하면서 나도 머리가 그냥 멍해진 것일지도 몰랐다.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에 돌아와 레이카의 눈동자에는 밤하늘이 비치는 것이다. 그냥 반사한 것일지도 몰랐다. 밝은 갈색의 눈동자는 크게 뜨여 있었고 깊은 동공에는 유성들이 아름다운 선을 그어가고 있었다.
 
조금씩 별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별똥별도 선명하게 보였다. 별들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입술이 닿았다.
 
그리고는 무엇을 했는지 잘 몰랐다. 별똥별이 마구 떨어지며 번쩍였고 레이카를 꼭 껴안았다가도 다시 입을 맞추었다가도, 다시 누워 별하늘을 보았다가도. 그리고 지금.
 
"밤하늘을 지나가는 별똥별을 타고, 나는 미래로-"
"소원은 많이 빌었어?"
"아뇨. 별똥별이 정말로 예뻤으니까 그걸로 충분해요."
"그런가..."
"...프로듀서님."
"왜?"
"역시나 조금, 무리했던 걸까나요."
 
"허리 말야?"
"지금은 괜찮아요."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지금은 괜찮아."
"역시나 프로듀서 님!"
"미안할 뿐이지 뭐."
"그럼 765 산은 24시간 개장하는 거죠?"
"...그걸 등산이라 할 수 있다면 말야."
 
그리고 별 실없는 이야기들. 고양이 이야기라던가, 레이카가 요즘 입는 니트 옷에 피어난 보풀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눈을 반짝일 때마다 밤하늘이 비쳤고 유성우는 끝날 줄을 몰랐다.
 
아침에 다시 출근해 보니까 옥상은 이제 장난꾸러기 친구들이 점령한 모양이었다. 물론 20살 먹은 장난꾸러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장난꾸러기가 다른 점이라면 이 녀석은 밤을 좋아하고 나랑 단 둘이 있는 걸 좋아한다는 걸 거다.
 
뭐 저렇게 미소짓는다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걸까.
 
 
 
 
 
 
 
 
 
 
 
 
 
 
 
어째서? 또 레이카 연성을? 어째서? 그렇습니다. 어쨌든 뿌뿌카 씨 여신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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